시드니 핑켈스타인 미 다트머스대 경영대학원 부학장 MBN FORUM 2015 | “귀한 실패의 교훈을 왜 버립니까”
입력 : 2015.03.06 16:12:21
성공은 달콤하다. 누구나 성공을 원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미 제시된 성공을 향한 비법은 무궁무진하다. 성공에 대해 말하는 이도 무수히 많다. 하지만 성공에 이르는 사람은 많지 않다. 정확히는 성공보다는 실패가 우리에게 더 친숙할지도 모른다. 사실 성공보다는 실패가 빈번하게 벌어진다. 그럼에도 우리는 실패보다는 성공만을 바라본다. 어떻게 성공할지엔 무한한 관심을 보이면서도 어떻게 실패를 하는지는 바라보지 않는다. 성공을 위해서 말하는 것만으로도 버거운데 굳이 실패를 말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거나 아니면 굳이 실패를 말하는 것조차 불경스럽게 생각한 건 아닌가 싶을 정도다. 아니면 실패는 그저 성공을 향한 작은 절차 정도로만 바라본다.
그런데 여기 ‘실패’만 바라본 사람으로 시드니 핑켈스타인이 있다. 미국 다트머스대 경영대학원 부학장인 그는 실패한 기업을 하나하나 분석했다. 그것도 소소한 실패가 아니다. 세계적인 기업의 극적인 실패다. 1990년대 휴대전화 산업을 평정했던 모토로라, 노키아, 블랙베리. 이들 기업은 모두 사라졌거나 인수를 기다리는 처지에 놓여 있다. 코닥은 수많은 특허를 보유했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세계 최초로 디지털카메라까지 개발했다. 그런 코닥은 어떻게 해서 디지털카메라의 대중화로 망했을까. 핑켈스타인은 이들 실패한 기업의 분석을 통해 역설적으로 성공의 실마리를 제시하고자 했다. “변할 수 없는 것이 아닙니다. 변화할 의지가 없었을 뿐입니다.”
핑켈스타인 부학장은 ‘슈인’이라는 자전거 회사를 예로 들었다. 우리에게 다소 낯설지만 한때 미국 내 최고의 자전거 브랜드였다. 과거 1970년대 최고의 브랜드는 말보로 담배였고, 2위가 코카콜라, 자전거 회사인 슈인이 3위를 차지했다. 슈인의 인지도는 대단했는데, 부모가 당신을 사랑하면 슈인 자전거를 사주고, 사랑하지 않으면 경쟁사 자전거를 사준다는 농담이 나돌 정도였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이름도 없는 작은 업체가 슈인 자전거의 뼈대에 폭이 넓은 큰 타이어를 장착해 팔기 시작했다.
산악자전거였다. 언덕이나 산을 오르내릴 때도 어디든 안정적으로 달릴 수 있어서 불티나게 팔렸다. 처음엔 슈인 자전거도 이 산악자전거에 관심을 보였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이 자전거를 만든 사람의 후줄근한 외양만 보고선 산악자전거를 외면하고 말았다. 결과는 참혹했다. 100년 동안 최고의 자전거 브랜드였던 슈인은 한순간에 도산했다.
핑켈스타인 부학장은 이렇게 정의를 내린다. “물론 몰락하는 슈인에게 산악자전거만이 돌파구는 아니었을 겁니다. 중요한 것은 슈인의 임원들이 떠오르는 아이템인 산악자전거를 외면한 점입니다. 즉 기업의 의사결정권자가 변화를 선택할 수 없었던 것이 아니라 변화할 생각이 없었던 것입니다.”
핑켈스타인은 자신의 책 <실패에서 배우는 성공의 법칙>에서도 언급했듯이 거의 모든 사안에 있어 CEO 대부분은 결과를 알 수 있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시장을 알고 있었는데도 변화를 선택하지 않았으며 그 결과는 생각보다 빠르게 기업의 수명을 단축시켰다. 그렇다면 CEO들은 왜 알고도 그런 결정을 내렸을까. 그는 인지를 하고, 실천하는 문제라고 말한다. 사람들이 운동이 좋다는 걸 다 알고, 육식보다는 채식이 좋다는 걸 알더라도 그걸 실천하지 못하거나 안 할 때는 당사자에 문제가 있음을 지적한다. 따라서 핑켈스타인 부학장은 CEO가 현실을 직시하고, 현실을 정직하게 받아들일 것을 조언한다.
그는 ‘허드슨의 기적’ 체슬리 설렌버거 기장이 현실을 직시하여 탁월한 결정을 내린 예로 제시한다. 설렌버거 기장은 새가 엔진에 빨려 들어가 엔진이 마비되자 허드슨 강에 비상착륙을 시도했다.
당시 관제탑은 가까운 공항에 착륙할 것을 권유했지만, 기장은 이미 엔진이 꺼져 공항까지 가기엔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과감하게 강에 불시착을 시도했다. 그리고 기적적으로 승객과 승무원을 합쳐 155명 전원이 무사히 탈출할 수 있었다. 설렌버거 기장이 고장 난 비행기의 상황을 직시하지 않았다면 무리하게 공항까지 가려 했을 것이고 비참한 결과를 맞이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위기의 순간 현실을 직시한 리더의 능력이 155명의 생명을 살린 것이다. 만약 노키아, 코닥, 슈인에 설렌버거 기장과 같은 의사결정 과정이 있었다면 변화하는 시장의 현실을 직시하고 과감한 결정을 했을지 모를 일이다.
그렇다면 망해가는 기업만을 바라본 핑켈스타인 부학장이 생각하는 성공은 무엇일까? “성공은 목표를 세우고 모든 수단을 사용해 가려고 하는 것입니다. 높은 기준을 세워 최선을 다해 다양한 경로로 향하는 것을 말합니다. 우리가 가진 장점을 활용해 창업을 하거나 사람을 발전시키는 데 도움을 주는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핑켈스타인은 여러 산업이 전환기를 겪는 지금이 많은 기회를 창출한다고 진단했다. 그 예로 유사 콜택시인 ‘우버’를 이야기했다. 스마트폰에 입력만 하면 기사의 이름과 택시의 신용 등급, 운송비용까지 산정되어 정보를 미리 제공하고 택시가 찾아온다. 정작 급할 때 찾기 어려운 일반 택시와는 확연히 차별화가 이뤄지는 것이다. 승객이 기사를 평가하는 것은 물론 기사도 고객을 평가한다. 고객을 평가한다는 게 말이 되는가 싶지만, 이를 통해 택시 산업 자체에 일대 사고전환이 이뤄지는 것이 사실이다.
핑켈스타인은 TV산업에도 상상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과거 TV는 흑백이었으며 커다란 상자 모양이었다. 그런데 요즘은 컬러TV에서 HD TV, 풀HD TV를 넘어 스마트폰이나 아이패드, 태블릿으로 TV를 시청하고 있다. 그래서 핑켈스타인은 결론을 내린다.
“대단한 기회가 우리 앞에 존재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창업을 고민하는 사람에게 지금이 좋은 기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