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LUXMEN 기업인상 | 김동녕 한세예스24 홀딩스 회장…위기일수록 더 진취적으로 나가야 한다
입력 : 2013.10.15 14:32:10
올해 매일경제 LUXMEN 기업인상 수상자로 선정된 김동녕 한세예스24홀딩스 회장은 지난 9월 대통령을 직접 안내하는 영예를 안았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번에 베트남을 국빈방문하면서 호찌민 외곽의 한세베트남 공장을 찾았다. 박 대통령이 대기업 현지법인을 제쳐놓고 한세를 찾은 것은 이 회사가 베트남 경제발전에 기여한 게 그만큼 컸기 때문이다.
한세실업 현지공장은 어마어마한 규모를 자랑한다. 호찌민시 북서쪽 구치공장 하나만도 A매치 규격 축구장 40개를 합친 넓이다. 캄보디아 방면 떠닌공장이 축구장 20여개 넓이이고, 호찌민시 서남쪽 띠엔장공장은 32개 넓이나 된다.
세 공장에서 고용하고 있는 베트남 근로자만 1만8000명에 달한다. 현재 진행 중인 띠엔장공장 확장 공사가 끝나는 내년 하반기가 되면 전체 고용인원은 2만3000명 정도로 늘어난다.
게다가 한세는 베트남에 연간 2억 4000만 달러 정도의 무역흑자를 안겨주는 알짜기업이기도 하다. 달러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베트남 정부로선 더없이 착한 외국기업이다. 이 나라와 관계를 증진하려는 정부로 볼 때 민간외교 일등공신이라고 할 수 있다.
판매 쪽에서 한세는 매년 미국사람 2명당 1벌 꼴로 옷을 수출해 한국의 위상을 높이고 있다. GAP이나 나이키, 에어로포스테일, A&F, DKNY, 타깃, 월마트, K마트, Kohl’s, May’s 등 세계적 유통업체가 대부분 고객이다.
김 회장은 와튼 스쿨 출신답게 M&A에서도 잇달아 성공해 다른 기업들의 벤치마킹 대상이 됐다. 2003년엔 예스24를 인수해 바로 흑자로 돌리고 국내 1위 도서판매업체로 키웠다. 2011년엔 아동복업체 드림스코를 인수해 정상화했다. 드림스코는 올해 흑자전환했고 인수 당시 20개였던 중국 점포를 80개로 늘렸다. 피인수회사 임직원을 최대한 존중해 상승효과를 이끌어낸 것이다.
올해 한세예스24홀딩스 계열 회사들은 1조6000억원대 매출을 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1982년 한세실업 창업 이후 계속돼 온 흑자 기록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사회기여에도 적극적이다.
지난 1999년 임진강 유역 대홍수로 파주 연천 일대에서 대규모 수재민이 발생했을 때는 청바지 1만벌을 쾌척했다. 당시의 매출 규모를 감안하자면 통 큰 결단이었다.
한세는 특히 외국 유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고 외국 이재민을 지원하면서 한국을 알리는데 주력하고 있다. 올해 역시 중국·베트남·인도네시아·필리핀 등 4개국 유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하는 등 15년째 외국 유학생을 지원하고 있다. 아이티 대지진이나 쓰촨성 지진 때 구호금품을 지원한 것은 물론이고 베트남이나 인도네시아 과테말라 등지에 장학금과 의류를 기부하고 있다.
또한 국내 대학생들에겐 꿈을 심어주는 데 주력하고 있다. 매년 대학생 해외봉사단을 조직해 학생들이 봉사활동을 하면서 외국을 익히고 올바른 국가관과 넓은 꿈을 키워가도록 돕고 있다.
학생 · 경영자의 멘토
김 회장은 자수성가 기업인의 롤모델이다. 와튼 스쿨 졸업 직후인 1972년 무역회사를 차려 시어즈나 K-마트 등과 거래하며 승승장구하던 그는 1979년 오일쇼크 때 자금난으로 쓰라린 실패를 경험했다. 그게 약이 되어 3년 뒤 한세실업을 세운 이후엔 돌다리도 두드리는 경영을 하고 있다. ‘한 걸음 늦게 가자’가 그의 좌우명이다. 회사의 최대한을 투자하는 게 아니라 일정 수준의 여유를 갖고 가자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무조건 일주일에 하루는 쉰다. 글로벌 CEO가 된 그는 열린 마음으로 사람을 대한다. 중견그룹 회장이지만 직원들과 허물없이 대화를 나눈다. 매주 직원들과 여의도 공원을 걸으며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시간이 허락하는 한 강연에도 적극 나선다. 연간 절반 정도를 해외에서 보낼 정도로 바쁜 일정을 쪼개 대학 강단에도 서고 경제단체가 요청하면 경영 노하우를 나눠준다. 지난 여름엔 서울대 창업콘서트에서 대학생들에게 사업자로 나서볼 것을 권했고 능률협회 세미나에선 기업인들에게 경영 노하우를 전수했다. 성공한 기업인을 넘어 사회의 멘토가 된 것이다.
김 회장은 글로벌 위기가 진행되고 있지만 위기관리 한다며 위축되지 말라고 강조했다. “미국경제는 아주 좋아졌다. 이머징 마켓의 문제가 있을 뿐이다. 이런 위기에서 위축되지 않는 게 중요하다. 더 진취적이고 전투적으로 나가야 한다.”
김 회장이 위기 때 위축되지 말라고 조언하는 것은 자신의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오일쇼크나 아시아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까지 결국은 모두 지나간다. 중요한 것은 이 난국을 이겨내겠다는 마음가짐과 미래를 준비하는 자세다. 위기가 지나고 난 뒤엔 반드시 그 전과 달라져야 한다.”
그러면서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는 적극 지지하지만 대기업 의존 정책은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창조경제는 기업으로선 가장 중요한 일이다. 하지 말래도 안할 수 없는 게 창조경제다. 그러나 정부가 대기업에 의존해 경제 살리기를 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대기업의 고용창출지수는 계속 줄어든다. 겉으로 3만명 채용했다고 하더라도 무슨 소용인가. 뒤로 3만5000명을 줄이면 합해서 5000명의 일자리가 날아간다.” 한국에선 대기업이 투자한다고 고용이 늘지 않을 것이기에 실제 고용이 일어날 부분에 투자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내가 보기엔 의료나 IT 교육 등에서 고용 창출이 가능할 것 같다. 그 중에서도 의료산업이 가장 확실하다. 정부가 도와줘야 한다. 태국엔 지금 한해 150만명이나 되는 외국인 환자가 다녀간다. 싱가포르도 그렇고. MB정부에서 도와주려고 했으나 (이익단체 반대로) 대형병원은 외국인 환자를 5%까지만 받을 수 있다. 그러니 서울대병원 등 대형병원이 환자들에게 과잉진료를 한다. 외국인을 받게 되면 그 만큼 과잉진료가 줄어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