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9년 와인 비즈니스에 뛰어든 카스텔 그룹은 현재 유럽 최대의 와인회사로 성장했다. 전 세계를 통틀어도 3위를 차지하고 있다. 게다가 아직도 아주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수백 년 역사의 와이너리들이 수두룩하고 세계적 재벌들이 앞을 다퉈가며 와인산업에 뛰어드는 가운데 카스텔이 두각을 나타낸 비결은 무엇일까. 새 와인 슬링스톤 론칭 차 한국을 찾은 장-마르크 리스네 카스텔 재팬 사장으로부터 그 비결을 들었다.
“소비자들이 구매하지 않는 제품은 생산할 의미가 없다는 게 우리 회장님(피에르 카스텔)의 생각이다.”
장-마르크 리스네 사장은 이 한마디로 카스텔의 성공비결을 요약했다. 대부분의 프랑스 와이너리가 자기만의 독특한 와인을 만든 뒤 소비자들이 따라줄 것을 요구하고 있는데 반해 카스텔은 정반대로 철저히 소비자에게 다가가 그들이 원하는 제품을 만들었다.
현재 카스텔은 5000여종의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프랑스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보르도 와이너리 바롱 드 레스탁은 물론이고 생줄리앙의 그랑 크뤼인 샤또 베이슈벨이나 생떼밀리옹의 그랑 크뤼인 샤또 몽라벨 등을 소유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부르고뉴나 랑그독 르와르 등 프랑스 전역에서 와인을 생산하고 있고 멀리 아프리카에서도 일부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와인업계 후발주자인 카스텔이 단기간에 성공한 전략을 리스네 사장은 세 가지로 요약했다.
“첫째 우리에겐 좋은 물건이 있다. 품질관리가 최우선이다. 둘째 소비자에게 좋은 가격을 제시한다. 아무리 좋은 물건이라도 가격이 비싸선 곤란하다. 셋째 조직망이다. 우리는 전 세계에 퍼진 조직망을 통해 퀄리티 컨트롤을 철저히 한다. 일본의 경우 품질에서 아주 까다로운 나라인데 그만큼 검증된 제품으로 마케팅을 했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다.”
세계 각지에 지사 세워 소비자 연구
리스네 사장은 특히 현지에서 소비자의 입맛을 연구하고 있다며 카스텔의 전략을 소개했다.
“우리는 제품에 맞게 마케팅 계획을 수립할 뿐 아니라 현지 시장에 맞춰 다시 마케팅 계획을 세운다. 시장의 요구에 부응해 와이너리를 인수하기도 한다. 요즘 이슈가 되는 환경보호를 위해 생산라인에서도 신경을 쓰고 있다.”
리스네 사장은 카스텔의 대표적인 지역 전문가다. 1985년부터 일본에서 근무한 그는 이름보다 성을 앞에 적은 명함을 들고 다닐 정도다. 카스텔이 어떤 정신으로 현지화를 지향하는지 보여주는 사례이다.
카스텔은 한국 시장을 연구하려고 2005년 10월에 유럽회사로선 처음으로 한국사무소도 열었다. 그만큼 장기 비전을 갖고 사업을 한다는 얘기다.
“한국 시장의 특성에 맞는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한국지사를 열었다. 품질에 문제가 있을 때 가장 빨리 현지에서 대응하는 것도 지사가 하는 일이다.”
리스네 사장의 설명이다. 이번에 론칭한 슬링스톤도 이런 현지화 전략에서 나온 작품이다. 현지화 덕분에 카스텔은 유럽 금융위기의 한파마저 피할 수 있었다고 한다. 현재 카스텔은 전체 매출의 3분의 1 정도를 아시아 시장에서 올리고 있다.
“우리는 다양한 카테고리에 다양한 가격대의 와인을 갖고 있다. 또 중저가 와인에 강점을 갖고 있다. 그렇기에 유럽 위기 때 피해가 적었다. 중고가 비중이 큰 업체였다면 피해가 컸을 것이다. 특히 아시아에 일찍 자리를 잡아 덕을 봤다. 중국이란 큰 시장이 있었기에 글로벌 금융위기 와중에도 수요가 계속 늘어나 가격을 올릴 수 있었다. 4~5년 전부터 중국 시장이 급성장해 유럽위기를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됐다. 작은 업체들 중엔 문을 닫는 곳도 적지 않았는데 우리는 자금이 어려운 곳 중에서 유용한 곳들을 골라서 인수했다. 덕분에 유럽 위기에도 불구하고 성장세를 계속 유지하고 있다.”
생줄리앙의 샤또 베이슈벨은 이번 금융위기 때 인수한 와이너리 가운데 하나다. 규모가 커지면서 카스텔은 현재 연간 4억5000만 병 정도를 생산하고 있다. 보르도엔 오크통만도 4만개나 된다고 했다.
리스네 사장은 어떻게 소비자 취향에 맞는 제품을 생산하는지도 설명했다.
“카비네 소비뇽의 인기가 높아지면 거기에 맞춰서 제품의 변형도 하고 있다. 철저히 소비자의 욕구에 따른다. 다만 프랑스에선 메를로가 인기를 끌기에 거기에 맞춘 전략도 병행한다. 현재 프랑스에선 가볍고 매끄러운 느낌의 와인이 유행이다.”
아시아 지역 전문가인 그에게 한국과 일본 소비자나 시장의 차이를 물었다.
“일본에선 레스토랑 소비가 계속 증가하는 중이다. 반면에 한국에선 마트 등 숍 판매가 늘어나고 있다. 한국선 스파클링은 당도 높은 게 소비가 많다. 모스카토가 잘 나간다. 반면 일본에선 전통적인 드라이 와인의 소비가 많다. 일본 시장은 성숙해서 제품을 살 때 소비자들이 증정품에 흔들리지 않는다. 오프너를 공짜로 줘도 집에 있는데 왜 또 주냐고 한다. 반면에 한국에선 여전히 증정품에 관심을 둔다.”
더불어 그는 일본에선 최근 랑그독 와인의 선호가 늘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 소비자들에겐 아직은 생소한 지역이다. 일본 소비자들도 예전엔 보르도나 부르고뉴 와인을 많이 찾았으나 세상이 커진 만큼 다른 곳을 찾을 뿐 아니라 브랜드만 보지 않고 퀄리티 와인을 찾는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한편 리스네 사장은 일본 현지에서 볼 때 경제가 살아나고 있음을 느낀다고 했다.
“일본에선 아베가 집권한 뒤 경제가 나아지는 것 같다. 우선 증권시장이 살아 있다. 일본 소비자들도 그동안 집안에서 마시다가 이제는 레스토랑에 와서 와인을 마시고 있다. 그런 점을 보면 경제가 나아지는 것 같다. 빠른 속도는 아니지만 나아진다. 다만 아베 정부가 2014년에 5%인 부가세를 10%로 높일 계획을 밝혔는데 그렇게 되면 성장이 멈출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일부 소비자들 중에는 미리 사놓는 경향도 있다. 일각에선 집이나 자동차 등을 미리 바꾸려고 한다는 얘기도 있다.”
리스네 사장의 좋은 와인 고르는 법
와인을 어떤 장소에서 어떤 음식과 마실까를 먼저 생각한다. 와인은 (음식과의) 마리아주가 중요하다. 치즈라도 어떤 치즈인가에 따라 맛이 다르다. 와인 자체만 마셔도 좋으나 좋은 음식과 함께 즐겨야 더 좋다.
한국 음식을 보면 와인과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시라와도 잘 어울릴 것이다. 이번 방한 때 한국의 불고기와 시라를 매칭해봤는데 잘 어울렸다. 개인적으로는 생테스테프(보르도의 한 지역)의 와인을 좋아한다. 카비네 소비뇽과 오크통 숙성와인을 좋아하는데 시라도 좋아한다.
다윗의 와인 슬링스톤
카스텔은 이번에 슬링스톤을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한국에 론칭하고 이어 일본에도 론칭할 것이라고 했다. 슬링스톤 병의 레이블엔 돌을 던지는 다윗의 캐릭터가 그려져 있다.
또 레드와인엔 17:45, 화이트와인엔 17:47란 번호도 붙였다. 성경 구절을 따서 붙인 것이다.
“프랑스는 가톨릭 국가라서 성경의 이야기를 중요하게 여긴다. 다윗이 골리앗에게 던진 돌의 이름이 슬링스톤이다.”
리스네 사장의 설명이다. 그런 만큼 카스텔은 슬링스톤이 용기를 상징하며 승리를 가져다주는 믿음의 와인이란 의미를 담았다.
보르도 아펠레시옹의 이 와인은 오크통 숙성을 했는데 바디감이 있고 바닐라와 가죽, 커피향이 난다. 보르도 외곽지역에서 재배한 포도로 생산하는데 빈티지와 관계없이 품질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게 특징. 메를로를 중심으로 카비네 소비뇽과 카비네 프랑을 블렌딩했는데 비율은 메를로 60%에 카비네 쇼비뇽 30%, 카비네 프랑 10%이다. 알코올 도수는 보통 수준.
리스네 사장은 “가격 대비 품질이 우수한 와인으로 개발해 한국 소비자들이 좋아할 것이다. 가격은 낮으나 비싼 와인들과 견줘도 뒤지지 않을 것이다. 확실히 캐릭터가 있다. 부드러운 캐릭터의 와인이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