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특별 인터뷰]한국, 4%만 성장해도 고마운 일 투자 저수익률 이젠 당연한 시대…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
입력 : 2012.10.05 17:55:19
수정 : 2012.10.26 15:40:35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은 증권가에서 소문난 영국 신사다. 런던에서 오래 근무했기에 늘 깔끔한 정장 차림으로 사람들을 만난다. 게다가 훤칠한 키에 군살이라곤 보이지 않는 미끈한 몸매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그보다는 타고난 겸손과 변함없는 환한 웃음이 그를 진짜 신사로 꼽는 이유이다.
그의 영국 이름은 제임스다. 불가능한 미션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는 제임스 본드의 능력을 닮고 싶어 붙였다고 한다. 거기에 걸맞게 유 사장은 가는 곳마다 뛰어난 성과를 거뒀다. 한국투자증권에선 2007년 사장 취임 후 5년 동안 매경 증권인상 대상을 세 번이나 탔을 정도로 자타가 실력을 인정하고 있다. 그런데도 그는 오히려 스스로를 더 낮춘다. 그게 그의 진짜 매력이다.
그런 이미지 때문에 이번에도 말끔한 정장 차림을 기대했는데 증권가의 심각한 분위기를 대변하는 듯 유 사장은 와이셔츠 차림으로 업무를 처리하다 조경엽국장과의 인터뷰에 응했다. 한국투자증권은 그래도 낫지 않으냐는 질문에 그는 “도토리 키 재기다. 증권사들이 다들 힘들다”고 말문을 열었다.
실제 증권업계는 요즘 수수료 제로 캠페인이 나올 정도로 치열한 경쟁을 하는 중이다. 저가 온라인 증권사가 활발하게 영업을 펼치고 있는 데다 대기업 집단이나 은행까지 틈만 나면 비집고 들어오니 버티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막강한 자금력을 믿고 움직이는 은행계 증권사들의 영향에 대해 물었다.
유 사장은 “시장 플레이어가 늘어나 모두가 조금씩 힘들어졌지만 우리는 상대적으로 밥그릇을 빼앗기지 않았다”는 말로 한국투자증권의 경쟁력을 설명했다.
“대기업 집단이나 은행 계열 증권사가 들어온 것 자체로는 (한국투자증권은) 충격이 크지 않다. 그러나 방카슈랑스가 시행되면서 은행권이 펀드 판매 수수료 등으로 연간 1조5000억원에서 2조원 정도를 챙겨가고 있다. 그만큼 은행권으로 돈이 빠져 나가기 때문에 업계 전체가 받는 충격은 크다.”
유 사장은 은행 계열 증권사들은 신용경색에 따른 리스크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지만 여타 증권사는 그렇지 못하다고 털어놓았다.
“은행 계열은 흑자도산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유동성 리스크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다. 그러나 우리는 그것까지 감안해야 한다. 채권 관련 영업은 아무래도 보수적으로 하게 된다.”
1등 증권사의 비결은
증권업계 전체가 어렵다고 하는 와중에도 한국금융지주는 지난 회계연도(2012년 3월 말 결산 기준)에 2706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이 가운데 2146억원을 한국투자증권이 올렸다. 증권사의 이익만 따져도 삼성그룹의 삼성증권이나 자산 규모가 훨씬 큰 KDB대우증권보다도 더 많다.
그런데도 업계 전체가 힘들다며 엄살을 부릴 만큼 유 사장은 철저히 겸손 모드를 유지하고 있다. 경쟁사 CEO들마저 그를 질시하지 않은 것도 그래서다.
여건이 만만치 않은데도 한국투자증권이 안정적으로 이익을 내고 있는 것은 영업 전반에 걸쳐 골고루 수익을 낼 기반을 갖췄기 때문이다.
유 사장은 지난 2007년 취임 이후 브로커리지(위탁영업)와 기업금융 및 파생상품, 자산관리 등 회사의 3대 영업부문을 고르게 발전시키는 데 주력했다. 특히 업계에 자산관리 영업 붐이 불 때에도 상대적으로 강점을 갖고 있던 자산관리에 집중하기보다는 취약한 리테일과 리서치 부문을 끌어올려 회사의 전 부문이 고르게 발전하는 전략을 택했다. 그게 고객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는 고객에게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회사도 성장한다는 생각을 리서치에까지 적용했다. ‘고객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살아 있는 리서치’를 주문한 것도 그래서다.
이를 위해 유 사장은 시장에서 인정받고 열심히 일한 애널리스트에게 합당한 보상을 해주는 리서치 평가 시스템을 도입했다. 또 도·소매 영업 성과와 리서치를 연계시켜 고객과 영업 모두에 도움이 되는 양질의 리서치 자료를 내도록 했다. 사장이 이끌면서 리서치는 단기간에 업계 최고 수준으로 올라갔고 리서치가 살아나자 소매영업도 탄력을 받아 올라갔다.
계열 자산운용사들도 전체 성과를 올리는 데 기여했다.
“계열의 두 회사(한국투자신탁운용과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모두 확실히 시장을 점유하고 있다. 운용사들은 시장이 좋건 나쁘건 자산 규모에 대해 꼬박꼬박 수수료가 들어오니 안정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다. 증권사는 유통물량에 대해 수수료가 들어오기 때문에 시장이 위축되면 그만큼 어려워진다.”
인력 투자는 평소에, 대접은 가족처럼
유 사장은 업황 자체가 어렵지만 지금도 인력은 계속 충원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2~3년 후 호황을 예상해서 미리 뽑고 있다. 공격적으로 하는 것은 아니다. 다른 회사들이 (공격적으로) 점포를 늘릴 때 우리는 보수적으로 경영을 했다. 한투와 동원증권을 합병하면서 중복되는 점포나 효율이 떨어지는 점포를 줄였다. 다른 회사들이 공격적으로 나설 때도 우리는 효율을 따지면서 점포수를 115개에서 120개 사이에서 운영해왔다.”
잘나갈 때 보수적으로 했기에 지금은 업황이 어렵다고 해도 경영의 효율성을 따지며 줄이기보다는 시장 여건이 나아질 때를 대비해 미리 좋은 인재를 확보하고 있다는 것이다.
“신입직원도 예년처럼 그대로 뽑고 있다. 사람에 대한 투자는 장기 전략에 따라 하고 있다. 일시적으로 사람이 필요하다고 막 뽑으면 나중에 부담이 된다. 차근차근 뽑아서 제대로 교육하면 부담이 없을 뿐 아니라 진짜 필요할 때 실력을 발휘할 수 있다.”
유 사장은 이렇게 시간을 갖고 최고의 인재를 뽑아 최고의 성과를 내면 최고의 대우를 해주는 ‘선순환 경영’ 철학을 갖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적어도 한국투자증권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무조건 행복해야 한다는 원칙도 갖고 있다.
직원들 모두가 마음이 설렐 정도로 출근하고 싶은 회사, 집으로 돌아갈 때 편한 마음으로 갈 수 있는 회사를 지향하고 있다. 그렇게 먼저 마음을 연 사장과 그에 호응한 직원들이 합쳐져 1등 증권사를 만들어낸 것이다.
오르지 못할 나무 쳐다보지도 마라
런던에서 7년이나 근무하면서 한국 하루 주식거래량의 5% 가까이를 혼자 처리한 기록까지 세운 그는 금융기관의 해외진출에 대해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구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선진국 시장에선 우리 상품을 팔거나 우리 고객이 있어야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한국 주식과 한국 채권을 가지고 외국인 투자자를 대상으로 영업을 하는 데는 우리가 강점이 있다. 또 해외 펀드를 운용하거나 판매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 정도까지가 할 수 있는 범주란다. 그러니 안 될 것은 꿈도 꾸지 말라고 했다. 예를 들어 홍콩은 이웃이지만 선진국 시장이라고 했다. 우리가 섣불리 나설 영역은 아니란 것. 대신 개도국 진출은 가능하다는 게 그의 견해다.
“개도국 시장은 여전히 리스크가 크고 시장 규모는 작기 때문에 글로벌 IB들이 거의 다루지 않고 있다. 그곳에선 우리가 최대 IB 노릇을 할 수 있다. 그곳에 먼저 나가서 1~3위 정도를 확실히 하고, 20~30년 뒤 그 나라들이 한국 정도로 커지면 한국의 한국투자증권 같은 자회사가 생기는 것이다.”
그는 한국의 제도나 경제 규모상 금융으로 세계 1등을 하기는 어렵다고 보았다.
“제조업은 눈에 잡히는 물건을 팔기에 가능하다. 최고의 물건을 만들면 된다. 물건을 들고 가든 브로슈어를 들고 가든 성능이 숫자로 나오고 또 제품을 써보면 안다. 그러나 금융은 다르다. 삼성전자가 세계 최고 기업이라고 해도 삼성전자 주식을 갖고 가서 보여줄 수가 없다. 말로 설명해서 신뢰를 사야 하는데 이것이 쉽지 않다.”
기본적으로 금융이 네트워크 비즈니스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삼성 TV는 대리점을 열어 팔면 되지만 주식은 네트워크 비즈니스라서 삼성전자 주식이라도 그곳 증권사에 먼저 문의하게 된다는 것. 당연히 세계 12~13위 수준의 경제에서 세계 1등 증권사가 나올 수 없다는 것이다. 그가 개도국을 겨냥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후진국이 선진국에서 리테일 영업을 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선진국 증권사는 후진국에서 리테일 영업을 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많은 회사들이 무조건 선진국에 사무소를 여는 것은 타당치 않다고 지적했다.
“런던에 있을 때 10개 이상의 증권사가 현지사무소를 열었다. 그게 증권사 입장에선 무리하게 한 것은 아니지만 가서 할 일이 없는데 간 곳이 많다.”
중국 역시 마찬가지라고 했다.
“중국 진출은 라이선스 개방이 되지 않아 어렵다. 외국인 지분율을 49%까지만 허용해 중국인 최대주주를 두도록 하고 있다. 게다가 글로벌 메이저가 다 들어가 있다. 중국 시장이 이미 우리 시장의 5배나 되는 데다 예측이 불가능하고 규제가 심해 활발하게 할 수 없다.”
해외법인이나 현지사무소의 실태를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그는 그래서 마스터플랜을 가지고 나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우리의 한계를 안다는 게 서글플 수도 있으나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는 것. “그동안 마스터플랜을 가지고 해외에 나간 곳은 한 곳도 없다. 2007년 사장 취임 후 마스터플랜을 만들고 진출하기 시작했다. 인도네시아와 카자흐스탄 등에 간 것도 그렇게 한 것이다. 이 플랜이 먹혀들고 있어서 그대로 할 것이다. 다만 속도조절을 할 뿐이다. 경제위기가 오면 좀 늦추고….”
개인, 기대수익률 낮춰야
유 사장은 경제여건이 바뀐 만큼 개인투자자들도 인식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적정 성장률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한국은 이제 4%만 성장해도 좋다고 반갑게 받아들여야 한다. 그런데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두 자리 성장과 두 자리 금리의 기억에 사로잡혀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을 추구한다. 상품이 무엇이든 하이 리스크를 택해야 하이 리턴이 가능하다. 미디엄 리스크는 미디엄 리턴, 로 리스크는 로 리턴이 나온다. 앞으로는 제로 리턴까지도 생각해야 한다. 투자자의 선호를 미디엄 리스크 이하로 낮춰야 한다.”
당연히 상품의 선택이 바뀌어야 하며 그런 환경에 맞게 다양한 상품이 나와야 한다고 했다.
“이제는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일본에선 1~2% 금리에도 행복해한다. 투자자는 (홈런이 아닌) 단타를 노려야 한다. 주식을 자주 사고팔고 하라는 얘기가 아니라 적게 먹으려 해야 한다는 얘기다. 금융기관들은 거기에 맞는 상품을 만들어야 한다. 변한 환경에 맞는 좋은 상품을 만들어야 한다.”
그는 현재 나와 있는 대표적인 미디엄 리스크 미디엄 리턴 상품으로 ELS를 꼽았다.
“횡보장이 전망되는 상황에선 ELS만큼 좋은 상품이 없다. 그러나 종목형은 위험하고 지수형은 괜찮다. 지수가 절반으로 꺾일 가능성은 낮기 때문이다.”
유 사장은 국내에 다양한 금융상품이 나오게 하는 것은 금융기관들의 몫이라고 했다. 그러기 위해선 자통법 등의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했다.
리스크를 떠안을 준비가 된 사람이라면 다양한 파생상품을 택할 수 있다고 했다. 또 해외로 눈을 돌리면 다양한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상품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브라질이나 중국 투자는 시도는 좋았는데 시기가 맞지 않았을 뿐이라며 앞으로도 그런 시도는 계속 이어져야 한다고 했다.
“브라질 국채는 환헤지를 하지 않는데 금리는 좋다. 투자자들은 이런 정도는 알고 들어갔을 것이라고 본다. 중국과 관련해선 금융위기 이전엔 누구나 중국밖에 없다고 했다. 그런 식의 투자가 잘못되지는 않았다. 망하지는 않을 것이니 길게 보면 된다.”
채권에 대해선 아직은 미국 채권보다 한국 채권이 좋다고 했다. 한국 원화가 강세로 간다는 게 장기적으로 뻔히 보이기 때문이라고. 또 금리가 내려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즉시연금 등으로 돈이 몰리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이라고 했다.
“즉시연금이 3%대 후반에서 4% 수준의 금리를 제시하는데 돈 있는 사람의 기대수익률이 그 정도에 불과하다. 연 5% 수익률이 적지 않은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세금 때문에 즉시연금에 돈이 몰리는 것에 대해 그는 “세금 노이로제에 걸린 것 같다”면서도 “투자자들의 눈높이가 낮아지는 것처럼 보인다”고 평가했다.
다만 스스로 노후를 대비하고 거기서 캐시플로가 나오도록 만들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세 가지 연금으로 3층 구조를 만들라고 한다. 세 가지 연금을 합한 평균 소득이 일할 때 소득의 3분의 2만 넘으면 노후가 안정적으로 보장된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 40% 정도만이 이 범주에 들어선다. 게다가 연금이 고갈될 위험도 있다.”
이런 면에서 즉시연금 등에 가입하는 것은 안전장치로서도 좋은 현상이라고 했다.
외국인, 한국에 대한 시각 개선돼
해외 근무 경험이 있고 최근에도 수시로 외국에 나가는 그가 보는 외국인의 시각은 어떨까.
“한국에 대한 외국인의 시각이 한 단계 레벨 업이 된 것은 맞다. 2008년 이후 한국은 상대적으로 너무 돋보인다. 올림픽에서도 그랬다. 펜싱과 승마는 유럽의 귀족 스포츠인데 거기서 금메달을 딸 정도로 업그레이드됐다. 무디스가 최근 신용등급을 올린 것도 그래서다. 완전히 달라진 수준이다.”
유 사장은 한국에 대한 외국인의 시각이 달라진 데는 한국 대표기업들의 공이 컸다고 한다. 다만 추가 발전을 위해선 글로벌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들은 현지화가 됐다. 그러나 전 세계를 상대로 영업을 하는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한국적 문화가 강하다. 글로벌 기업이라고, 해외에서 매출의 80~90%를 올린다고 하면서도 내부 문화는 여전히 한국적이다.
이제는 글로벌 기업이 돼야 한다. 금융기관은 특히 글로벌화 점수가 바닥이다. 내부조직의 글로벌화는 여전히 바닥 수준이다. 이것을 바꿔야 해외에서 영업을 할 수 있다. 한국식으로는 안 된다. 외국 기업들은 이사진을 역량 있는 사람들로 구성한다. 대기업의 CEO이면서 다른 기업의 사외이사를 하기도 한다. 그래서 쓴소리도 한다. 한국은 (사외이사에) 변호사나 교수, 전직 공무원 투성이다. 그래서 전문성이나 독립성이 떨어진다.”
증시 코스피 2000이 바닥?
그는 한국 주식시장을 어떻게 볼까. 유 사장은 한국 주식시장은 계단식으로 올라가는데 지금은 이머징 마켓의 제일 끝에 있다고 봤다. “1980년 1월 3일 100에서 시작해 1985년 말부터 올림픽 무렵 1000까지 갔다. 이후 10여 년간 500에서 1000 사이를 오갔다. 이제는 1000은 깨지지 않을 것 같다.”
이런 식으로 계단이 형성되고 있는데 시스템 위기가 해소되면 2000이 바닥이 될 것이라고 했다. 한국이 현재 상태로 가고 글로벌 경기만 풀린다면 그렇게 될 것이란 얘기다.
다만 한국경제 자체로 볼 때는 부동산 문제가 해결돼야 모든 문제가 풀린다고 했다.
“가계부채나 금융기관 익스포저 모두 부동산과 관련돼 있다. 그래서 정부도 고민한다. 거래가 안 되는 게 가장 큰 문제다. 거래가 되려면 심리적 안정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선 정부 정책이 분배가 아니라 성장으로 가야 한다.”
투자은행 아시아 톱5를 꿈꾼다
한국투자증권은 오랜 자산관리 노하우를 바탕으로 고객에게 이익을 안겨 주면서 회사가 성장하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유 사장이 저금리 추세가 자리를 잡을 것으로 보고 특정 자산에 올인하는 수직적 재테크보다는 여러 자산에 나눠서 투자하는 수평적 재테크 개념인 ‘올레길 투자’를 도입한 것도 그래서다. 위험을 관리하면서 적절한 정도의 수익을 챙기는 자산관리 방법이다.
글로벌 위기 국면에서 이런 전략이 주효했고 이를 믿는 고객들이 늘어나 한국투자증권의 자산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2010년 3월엔 신개념 자산관리 서비스인 아임유(I’mYou)를 내놨는데 독자적 분석 모델인 ‘KIS 투자시계’를 활용해 운용 리스크와 자산배분을 체계적으로 관리해준다.
올해 들어선 변동성이 높은 장세를 예상해 손실을 일정 수준에서 제한하면서 적정 수익을 추구하는 ‘중위험, 중수익’ 상품을 집중적으로 판매했다. 이렇게 개인고객의 자산을 지켜주는 돌아가는 전략이 1등 증권사를 낳은 셈이다.
유 사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손익 1등은 물론이고 전 부문에서 ‘시장 모두가 인정하는 마켓리더’로 단순한 최고를 넘어선 진정한 절대 강자가 되자”고 강조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추진한 전략의 첫 번째도 리테일 고객 기반을 강화하는 것이다.
국내의 안정적 기반을 바탕으로 한국투자증권은 금융 실크로드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회사는 2010년에 베트남 현지 증권사인 EPS증권 지분을 인수해 KIS Vietnam이라는 현지법인을 설립했고 중국 베이징에는 전요(眞友)우투자자문사를 설립한 바 있다. 올해는 KIS Vietnam의 경영을 안정시켜 2015년까지 베트남 5대 증권사로 육성할 방침이다. 또 중국 전요우투자자문사와 연계해 중국기업 IPO를 비롯한 투자은행 업무 등에 주력할 방침이다. 이외에 인도네시아나 러시아 등 이머징 자원부국들에 대한 진출도 꾸준히 타진하고 있다.
이처럼 국내외 양측의 성장을 통해 2015년까지 고객자산 100조원, 세전 순이익 1조원, 해외사업 수익비중 20%를 달성해 회사를 아시아 톱5 투자은행으로 만든다는 게 유 사장의 구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