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onomist] `그레고리 맨큐` 하버드대 교수, “자유시장경제는 지속 가능한 번영 유일한 길”
입력 : 2012.03.26 17:49:10
수정 : 2012.04.25 15:11:28
“자유시장경제는 지속 가능한 번영을 위한 유일한 방법이다. 다만 성장을 위해 불평등을 어느 정도까지 감수해야 할지 있는 그대로 유권자들에게 말해야 한다.” <맨큐의 경제학> 저자로 유명한 그레고리 맨큐 하버드대 교수(54)는 자본주의 위기의 책임을 부자들에게만 물을 수 없고 시장자율을 중시하는 자본주의의 기본을 지키는 틀 안에서 해결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지난 2월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2012 MBN 포럼’ 참석 차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한 맨큐 교수는 “결점에도 불구하고 자유시장경제는 번영을 위한 유일한 길”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소득불평등이나 부의 편중과 같은 자본주의 시스템에 대한 반감은 두 가지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했다. 하나는 거시경제적인 안정성을 만들어내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교육이다. 맨큐 교수는 “기술 발전의 혜택이 고도로 숙련된 노동자들에게 편향돼 있다”며 “모든 이가 충분히 교육받도록 사회가 어떤 종류의 교육기관을 만들어낼지 고민해야 하고, 너무 높지 않은 최저임금을 유지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만약 밋 롬니 공화당 대선 예비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장 등 공직을 맡을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 그는 “아마도 아니다(Probably Not)”고 잘라 말했다. 이는 롬니 후보가 당선되면 맨큐 교수가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장이 될 것이라고 보는 세간의 추측을 부정하는 것이다.
당신은 블로그 활동으로도 유명하다. 시간은 어떻게 내나. <
난 늘 쉬지 않고 일한다. 수업 준비를 하느라 책과 자료 연구하는 데도 시간을 쓰지만 블로깅을 하고, 뉴욕타임스에 칼럼을 기고하고, 책도 쓴다. 밋 롬니 후보를 돕는 데도 시간을 쪼갠다. 다행히 하버드대는 교수들에게 재량 시간을 많이 줘서 크게 부담스럽게 느낀 적은 없다. 블로그는 하루에 한 시간 이내로 하고, 책 쓰기에 훨씬 더 많은 시간을 보낸다.
롬니 후보가 사모펀드 CEO시절 15%의 낮은 자본이득세율을 냈던 것이 문제되고 있는데.
역사적으로 자본이득세율(tax rate on capital gains)은 일반소득세율(tax on ordinary income)보다 낮았다. 지금 최고 자본이득세율은 15%, 최고 일반소득세율은 35%다. 물론 어려운 문제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주택 보조금 등 각종 세금 혜택과 공제를 없애 세원(tax base)을 폭넓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이다. 세원이 넓어지면 경상소득세율도 낮아질 것이다.
부유층에 대한 증세를 핵심으로 하는 버핏세는 어떻게 생각하나.
최근 미국에서는 소득불평등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경제적으로 어려우니 정치적인 희생양을 찾는 것 같다. 버핏세는 이치에 잘 맞는다고 생각하지 않는다(The Buffet tax does not make a lot of sense). 물론 미국 세금제도는 많이 불완전하고 폭넓게 손질할 필요가 있다. 버핏세는 그러나 또 다른 층의 세금을 만들어 징세 시스템을 오히려 복잡하게 만들고, 향후 세제개혁에서 나아가야할 길이 아니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제로금리정책이 언제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나
벤 버냉키 FRB의장은 오랜 친구다. 1985년 내가 경제학 박사 학위를 마칠 때 첫 직장을 제의했던 분이다. 요즘 버냉키 의장이 경제학자나 정치인들로부터 비판을 많이 받는 것 같은데, 많은 부분에서 그가 하는 일은 옳다. 2014년까지 제로금리를 유지하겠다는 정책으로 인해 장기적으로 위험자산을 관리하고, 미래 기대치를 관리할 수 있다. 제로금리정책과 거듭된 양적완화는 결국 경기침체와 싸우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다. 이들 정책은 쉽지 않은 상황에서 쓸 수 있는 것인데, 얼마나 더 유지될지는 본질적으로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이 시점에서 판단하기 어렵다.
중국 위안화에 대한 입장은 어떤가. 중국은 ‘환율 조작국(Big, Bad Manipulator)’인가.
중국 정부가 국제 외환시장에 개입하는 것은 맞지만 ‘조작국’이라고 하고 싶진 않다. 너무 가치판단적인 표현이다(Too judgemental). 위안화가 실제 미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비해 위안화 관련 논의는 과열돼 있다. 지난 2년간 그랬듯 어려운 시기를 지날 때마다 원인을 ‘크고 잘하는’ 외국인에게 돌리려는 경향이 있다. 1980년대가 일본이었다면 지금은 중국이다. 중국이 환율을 좀 더 자유롭게 놔 둘 필요가 있지만 미국 의회가 이를 너무 강요하는 건 생산적이지 못하다(Counterproductive). 미국의 수출업자들이 타격을 입지만 소비자에게는 좋은 점도 많다. 오히려 중국에 대해서는 특허권과 지적재산권(IP·Intellectual Property) 보호가 더 중요하다. 미국의 주요 수출품은 바로 영화, 소프트웨어, 책 등 콘텐츠다.환율이나 관세로 중국에 제재를 가하기보다 중국 내 미국 기업, 학계의 특허권 보호에 힘쓰는 것이 옳다. 내가 만약 의회에 있었다면 IP 보호에 더 신경을 썼을 것이다.
학생들에게 사인해주는 맨큐
올해 중국 경제 성장 전망은.
중국은 아마도 예전과 같은 고도성장은 못하고 ‘평균으로의 회귀’ 현상을 겪을 것이다. 성장률은 좀 떨어지겠지만 그래도 평균 수준 이상 성장률은 유지할 것이다.
올해 미국과 유럽 경제 전망은.
미국 같은 경우 지지부진하긴 하지만 위기를 조금씩 헤쳐 나가고 있고 성장도 이뤄지고 있다. 돌발상황이 있을 수 있겠지만 서서히 회복세를 보일 것이다. 올해 세계 경제의 와일드카드(예측 불가능한 요인)는 유럽인데, 독일·프랑스 등 부자 국가들이 정치적 통일을 위해 경제적 희생을 계속 감내할지 의문이다. 유로존은 정치적인 목적에서 시작됐고, 비용을 치르면서도 지속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할 것으로 본다. 그리스는 다른 나라보다 20~30% 비용이 더 높은 고비용 구조에서 경상수지 적자가 오랫동안 지속돼와 누가 메워주는 역할을 할지가 문제인데, 유로 기준 명목임금을 떨어뜨리니 반대 시위가 확산되고 있으며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 사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난해 11월 수십 명의 하버드대 학생들이 수업에서 나가버린 사건이 있었는데 당신의 첫 반응은. 나갔던 학생들은 돌아왔나.
혼재된 감정을 느꼈다. 학생들이 매우 개인적인 수준에서 공공의 이슈에 참여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학점이나 이력서에만 신경 쓰는 것이 학교 교육의 전부가 아니다. 어떤 종류의 사회를 원하는지, 사회에서 기대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질문을 던지는 것이 필요하다. 1학년 수백 명을 매년 가르치는데, 우연히 그날 수업이 소득불평등(income inequality)에 대한 것이었다. 학생들이 어떤 사회를 원하는지에 대해 생각한다는데 심정적 동조를 느꼈다(Heartened). 내가 당시 처음 한 말은 “다시 수업하자”였다. 한 학생은 15분 후 돌아왔고 다들 결국 수업으로 돌아와 수강 철회는 없었다. 하버드대 학생들은 교육을 진지하게 여기고 기회를 최대한 살리고 싶어 하는 학생들이다. 그들의 부모는 1년에 5만 달러나 수업료로 내지 않나.
자본주의 위기론에 대한 생각은.
자유시장경제가 어려울 때마다 근본적으로 잘못된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이 있어왔다.이는 카를 마르크스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는 것이다. 자유시장경제가 성공하지 못하고 우리 모두 망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경제사를 보면 결점에도 불구하고, 자유시장경제는 번영을 만들어내는 시스템이다. 대안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어떤 규제가 더 나은지 등에 대해서는 정책결정자들이 고민하고 있지만. 한국과 북한의 상황이 자본주의의 혜택을 자연스럽게 입증한다. 다 같은 사람들이고 출발점도 같았으나, 50년이 지난 지금 두 나라의 상황은 완전히 다르다. 자유시장경제는 지속 가능한 방법으로 번영을 이끌어내는 유일한 길이다(I think, really, the free market economy is the only way to create prosperity in sustainable way.)
자본주의에 대한 반감을 해소할 방법은 없을까
자본주의에 대한 반감은 크게 두 가지에서 비롯된다. 첫째는 경기순환이다. 경기하락(downturn)이 오면 시스템에 대한 걱정이 앞선다. 이때 거시경제적인 관점에서 갖가지 통화·재정정책을 쓴다. 정책결정자들은 우리가 모르는 변수가 왜 이렇게 많으냐고 불평하지만, 거시경제적인 안정성을 만들어내는 것이 한 가지 해결책이다(I think creating macroeconomic stability is one thing.) 두 번째는 소득불균형인데 이를 해결할 방법은 ‘교육’밖에 없다. 기술 발전의 혜택이 고숙련 노동자들에게 편향돼 고숙련 노동자와 저숙련 노동자간의 차이가 크다. 기술 발전 자체를 저해하는 것은 좋은 생각이 아니다.
모든 이가 교육을 충분히 받을 수 있도록 사회가 어떤 종류의 교육기관들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저숙련 근로자들이나 젊은이들의 실업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으로 교육을 강화하고 단기적으로는 너무 높지 않은 최저임금을 유지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가 한국에서는 문제가 되고 있다.
자유무역은 여러 위대한 경제학자들이 추천해온 경제 발전 방법이지만 대중은 이에 대해 회의적이다. 협정을 맺으면 반드시 손해 보는 쪽이 있고 이익을 보는 쪽이 있는 ‘제로섬 게임’이라고 인식한다. 자유무역으로 커진 ‘경제적 파이’ 로 모두가 이익을 볼 수 있다는 것에 회의적이라는 얘기다. 경제에 대한 공부와 이해가 필요하다. 다른 방식으로 경제와 무역을 이해하기 시작하고, 어떻게 경제가 기능하는지 알면 생각이 달라지지 않을까.
롬니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공직을 맡을 것인가.
아마 아닐 것이다(Probably not). 나는 하버드대 교수로 남아있는 것을 원한다. 보스턴 날씨가 추운 것을 빼면 하버드대 교수는 최고의 직업이다. 하버드대는 교수들에게 다른 관심사를 좇을 수 있는 자유 시간을 많이 준다. 조지 W 부시 대통령 때 2년간 공직에 있어봤는데 다시는 힘든 생활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 롬니는 똑똑하고 진지하고 단호하며(smart, earnest, resolute), 다른 사람의 말을 잘 들어주는 사람이다.
롬니 후보와 인연은 어떻게 시작됐나.
부시 정부에서 2년간 일하고 학교로 돌아왔던 2005년 주지사였던 롬니가 나를 주지사 저택으로 점심 때 초대했다. 조언을 듣고자 했고 나를 알기 위해 초대한 것이었다. 그가 당선된다면 좋은 대통령이 될 것이다.
맨큐의 책
<맨큐의 경제학> 책 덕분에 한국에서도 인기가 높다. 한국 학생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맨큐의 경제학>은 처음 쓰는 데 4년이 걸렸고 이제는 3년에 한 번씩 수개월에 걸쳐 개정판 작업을 한다. 한국 학생들에게는 교육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라고 말하고 싶다. 교육은 개인의 성공을 위해 꼭 필요한 것이고, 사회의 발전을 위해서도 마찬가지다.
그레고리 맨큐(Nicholas Gregory Mankiw)는 미국의 대표적 거시경제학자로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다. 1980년 프린스턴대 경제학과를 최우등(숨마쿰라우데)으로 졸업했으며,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에서 경제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MIT에서 강의했으며, 1985년 하버드대에서 경제학 부교수 자리를 제의받았다.
1987년 하버드대 정교수가 됐다. 2003년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의장으로 임명돼 학계를 떠났으나, 2005년 사임하고 돌아와 계속 하버드대 교수로 있다. 거시경제학, 미시경제학, 통계학, 경제학 원론 등 많은 과목을 강의해왔으며, 현재 하버드대 저학년을 대상으로 경제학 기초 코스인 ‘경제학 10’을 강의하고 있다. 전미경제연구소(NBER) 연구위원, 의회예산처(CBO) 자문교수, 교육평가원(ETS) 경제학 시험문제 개발위원회 위원 등을 겸임한 바 있다.
<새뮤얼슨의 ‘경제학(Economics)’>을 제치고 경제학 교과서의 새로운 고전 반열에 오른 <맨큐의 경제학(Principles of Economics)>을 출간하면서부터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1997년 출간된 이 책은 1999년 국내에도 번역·출간됐으며 17개 언어로 번역돼 전 세계에 100만부가 넘게 팔렸다.
<맨큐의 경제학>은 기존 경제학 입문서들과는 달리 복잡한 경제 문제들을 생생한 사례를 통해 설명해 세계 경제학도들의 열광적인 지지를 받아왔다. 이 책에서 맨큐 교수는 국가는 차입에도 불구하고 망하지 않는다고 언급했으나 글로벌 금융위기가 고조되는 현실에서 이를 어떻게 수정할지 지켜볼 일이다. 맨큐 교수는 밋 롬니 공화당 대선 예비후보의 ‘경제 브레인’ 역할을 하고 있어 최근 주목 받고 있다.
롬니가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승리한다면 올 연말 맨큐 교수가 기틀을 잡은 공화당의 경제 정책이 오바마 대통령의 경제 정책과 정면승부를 펼칠 것이기 때문이다. ‘월가의 탐욕’을 질타하는 99%의 저항이 거센 지금, 맨큐 교수의 하버드대 강의실도 편안할 수는 없다.
지난해 11월 학생 60여 명이 “맨큐 교수는 탐욕적 자본주의의 이론적 토대를 제공해왔다”고 항의하며 강의실을 박차고 나간 일명 ‘워크아웃(Walkout)’ 소동이 있었다.
당시 맨큐 교수는 이를 보고 “수업을 계속하자. 나갈 학생들은 나가도 좋다”며 담담하게 반응했다. 그는 자본주의 위기의 책임을 부자들에게만 물을 수는 없고, 시장 자율을 중시하는 자본주의의 기본을 지켜야 한다는 입장을 꾸준히 견지하고 있다. 신케인즈학파 학자로서 그의 주요 연구 업적은 가격경직성을 설명하는 메뉴 비용에 관한 것이다. 자유무역 옹호론자로서 미국 기업들의 해외 아웃소싱이 장기적으로 미국 경제성장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했으나, 미국의 더딘 경제회복이 해외시장 아웃소싱 때문이라고 주장한 정치인들의 공격을 받았다. 부정적인 외부효과를 세금으로 해소하자는 취지의 ‘피구세(Pigovian Tax)’를 옹호했다.
맨큐 교수는 블로그(gregmankiw.blogspot.com)를 매일 1시간가량 관리하면서 온라인 저널리즘에서도 명성을 떨치고 있다. 2011년 미국 경제학 교수들의 블로그 가운데 방문자수 기준 1위를 기록했다. 뉴욕타임스에도 자주 기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