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우 카카오 공동대표(46)는 직책을 따지지 않고 서로 이름을 부르며 자유롭게 소통하는 문화를 회사의 성공 이유로 꼽았다. 카카오는 스마트폰 무료 문자메시지 ‘카카오톡’의 운영사다.
이 대표는 지난 2월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2012 MBN 포럼’에서 연사로 나섰다. 그는 카카오톡이 성공한 이유로 수평식 조직문화를 들면서 “누구나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내고 자신의 책임을 완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수평식 조직문화는 카카오톡의 과거 PC 버전인 ‘카카오 아지트’에서 잘 드러난다.
카카오 아지트는 일종의 ‘비공개 카페’로, 이메일로 지인을 초청하며 가입한 사람만 비공개로 내용을 공유하도록 한다. 프로젝트가 생길 때마다 임시로 카페를 개설하고, 해당 프로젝트 관련 직원들이 카카오 아지트에 접속해 코멘트하면서 자유롭게 의견을 모을 수 있어 ‘수평적 관계’ 모델에 기반한다.
이 대표는 카카오를 ‘매우 유연한 조직’으로 표현했다. 지금은 사내 팀이 18개지만, 내일은 20개가 될 수 있고 10개도 될 수 있다. 유연하게 각기 다른 업무를 배정받을 때마다 그때그때 팀을 구성한다.
이 대표는 “수평식 조직에서 정보는 자유롭게 유입·유출된다”면서 “신뢰를 통해 헌신적으로 일하고 충돌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조했다. 그는 이어 “약 5년 전 김범수 창업자께서 회사를 만들면서 이 같은 조직 문화를 실험적으로 도입했는데, 지금 이상적인 모델에 상당히 근접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닫힌’ 수직적 문화와 ‘열린’ 수평적 문화의 차이를 설명하면서 마이크로소프트(MS)의 엔카타(Encarta) 백과사전 서비스와 위키피디아의 예를 들었다. MS는 1993년 엔카타를 시작하면서 거금을 투자했다. 백과사전업체 2곳을 인수해 권리를 확보한 후 CD 구매나 온라인을 통해 백과사전 서비스를 제공했으나, 결과는 참담한 실패로 드러나 서비스를 종료했다.
반면 인터넷 시대의 흐름을 꿰뚫었던 위키피디아는 누구든 정보를 올리고 수정할 수 있게 했다. 물론 전문가의 검증은 거친다.
이 대표는 “인터넷 시대에는 외부로 모든 것이 연결되고 끊임없이 정보를 확인하고 교류하면서 집단 지성의 가치가 늘어나는데 엔카타가 이를 간과했다면, 위키피디아는 열린 정보교류의 개념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최근 카카오는 카카오톡 가입자가 4200만명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2010년 3월19일 처음 선보인 지 2년도 안 돼 국내외 가입자가 4200만명을 넘어선 것이다. 매일 카카오톡으로 무료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사람은 2000만명이 넘으며 이들은 하루 평균 83건씩 메시지를 보낸다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이를 모두 합하면 하루 13억건 정도의 메시지가 카카오톡을 통해 오간다. 모바일 데이터를 이용해 공짜로 문자를 보낼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가운데 접속 수와 분당 이용률에서 압도적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해 국내 스마트폰 사용자의 95%가 카카오톡을 이용했다”고 소개했다. 카카오톡은 휴대폰 번호 기반으로 가입 절차나 로그인이 필요없다. 스마트폰 사용자가 무료 문자메시지, 사진, 동영상, 멀티미디어 메시지 등을 공유할 수 있으며, 지인 여러 명과 동시에 대화하는 그룹채팅을 모바일에서 처음으로 시도했다. 아이폰, 안드로이드폰, 블랙베리폰에서 사용할 수 있으며 상반기중 삼성전자 독자 모바일 플랫폼을 심은 바다폰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한국어, 영어, 스페인어, 일어를 지원한다.
수익 모델은 3가지로 기프티콘(모바일 상품권), 플러스친구(기업 친구), 이모티콘 서비스다.
휴대폰 번호 기반이지만, 이메일 주소를 추가로 입력하면 이메일을 로그인 아이디처럼 쓰게 해 이용자들이 휴대폰을 바꾸더라도 기존 주소록(친구 목록)을 백업할 수 있게 하고 있다.
조만간 사용자가 카카오톡을 다양하게 꾸밀 수 있는 ‘테마 기능’도 서비스에 공식적으로 적용할 예정이다. 테마 기능은 사용자가 모바일 메신저의 배경화면이나 각종 아이콘을 다양하게 꾸밀 수 있는 서비스로 국내 인터넷 사용자에게 유명한 싸이월드 배경화면 스킨 변경 등과 유사한 형태다. 카카오톡은 채팅방 기본 배경화면 색상 또는 사용자 자신이 가진 사진으로 바꿀 수 있는 서비스를 현재 제공하고 있다. 여기에 카카오톡은 단순 문자나 다자간 채팅 기능을 뛰어넘어 다양한 ‘플랫폼’으로 변신하고 있다. 오는 2분기내 네이버 뉴스캐스트와 같은 뉴스 서비스 채널을 만들기로 했다. 카카오톡 사용자들이 플러스 친구(추천되는 친구)로 오늘의 뉴스를 설정하면 하루 한번씩 메시지를 통해 뉴스 헤드라인 텍스트와 뉴스사이트의 링크(URL)를 받게 되는 것이다. 지난해 위치기반 모바일커머스 업체인 ‘로티플’을 인수하는 등 위치기반서비스(LBS)도 강화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