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클로드 비버(Jean-Calude Biver)는 스위스 시계 산업에서 뚜렷한 발자취를 남긴 인물이다. 오데마 피게(Audemars Piguet), 오메가(Omega), 블랑팡(Blancpain), 위블로(HUBLOT)까지 그가 거친 시계 브랜드들은 모두 성공스토리를 쓸 수 있었다.
1980년 당시 비버는 오데마 피게에 속해있었다. 뛰어난 능력을 인정받은 그는 오메가의 프로덕트 매니저로 스카우트된다. 그곳에서 다국적 브랜드의 문화와 경영방식을 습득한다.
그렇게 2년을 보낸 후 친구 자크 피게(Jacques Piguet)와 함께 블랑팡을 인수한다.
당시 쿼츠 시계가 시장에 등장한 후 많은 스위스 시계 제조업체들이 힘들어하고 있었다. 그 상황에서 비버는 “창사 이래 우리는 쿼츠 시계는 제조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며 블랑팡의 브랜드 철학을 고수한다. 이러한 그의 고집은 블랑팡이 전통을 간직한 명품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게 만든다.
10년간 블랑팡의 발전을 이끈 비버는 2004년 6월 위블로의 CEO로 취임한다. 그는 2005년 위블로의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모델로 평가받는 ‘빅뱅’을 탄생시켰다.
또한 다양한 스포츠마케팅을 펼치고 F1, FIFA, 맨체스터유나이티드 등과 파트너십을 체결한다. 많은 수집가들로부터 극찬을 받은 빅뱅의 출시와 비버의 선구자적인 마케팅 전략으로 위블로의 매출은 2004년 약 2600만 달러에서 2008년 약 3억 달러까지 가파르게 증가한다.
이러한 성공에 힘입어 비버는 2007년 Business Motres에서 ‘베스트 와치마케팅 매니저’와 ‘베스트 커뮤니케이터’로 선정된다. 또한 2010년에는 제9회 Luxury and Creation Award에서 심사위원상을 수상하고 세계적으로 워치 메이킹 역사에 큰 공로를 세운 이에게 수여되는 ‘Ga·a Prize’의 ‘모험적인 사업가 카테고리’에서 상을 받는다.
천재적인 마케터형 CEO로서 위블로의 성공을 이끌고 있는 비버는 부쩍 성장한 아시아 시장을 주시하고 있다.
그 중 특히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는 한국 명품시장 공략을 위해 방한한 비버를 만났다.
아시아 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하게 된 계기가 있나.
아시아는 이미 전 세계 시장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이렇게 중요한 시장을 위해 항상 준비해 왔다.
그 중 한국 시계시장만의 특색이나 매력이 있나.
한국은 매우 특별하고 차별화된 시장 구조를 가졌다. 소비계층이 젊고 이들이 전통과 미래를 함께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 활발한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정보가 실시간으로 공유되고 소비성향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트렌디하다. 쉽게 유행을 예측할 수 없는 시장이지만 시계 산업이 성숙단계로 가고 있다는 점은 틀림없다.
한국 시장에서 모바일 IT기기의 발달로 한동안 시들했던 시계가 최근에 다시 남성의 패션 아이콘으로 부상했다.
한국 시장의 경우 최근 몇 년간 명품시장이 급성장했다. 소비자들의 명품에 대한 이해도 또한 높아졌다고 생각한다. 삶의 질이 향상되고 소득수준이 늘어나면 사람들은 자신의 부를 과시하기 위한 ‘이야기(Story)’를 찾게 된다. 몇 년 전 일어난 한국의 와인 붐이 좋은 예라 볼 수 있는데 경기가 좋아지면 자연스럽게 고가를 구입하게 된다. 우리가 시계 산업을 확장하기에 더없이 좋은 시기라고 생각한다.
한국에 대한 평소 이미지는 어떠한가.
한국은 아름다운 전통과 세계적인 하이테크 기술을 지닌 미래가 공존하는 나라다. 이는 위블로의 브랜드 콘셉트인 퓨전(Fusion)과 매우 닮았다.
위블로의 브랜드 정체성은 무엇인가.
‘Art of Fusion(퓨전아트)’이다. 우리는 과거를 답습하지 않지만 과거 450년에 녹아있는 기술력, 아이디어, 콘셉트로 ‘내일’을 완성한다. 이것이 바로 우리를 ‘Art of Fusion’이라 부르는 이유다.
위블로를 애용하는 고객들의 취향에 대한 조사가 있었나?
우리의 고객들은 위블로의 퓨전 콘셉트를 그 누구보다 명확히 잘 알고 있었으며 다른 시계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재질과 디자인에 매료되어 있다. 위블로의 디자인 파트는 기존의 것과 확실히 다른 디자인을 전개해 나가고 있다.
우리의 제품은 마법과 같다. 디자인은 고객을 유혹해야 해야 하고 고객은 거기에 중독이 돼야 한다.
하이엔드 시계 브랜드의 조건으로 무엇을 꼽을 수 있나.
기술 개발에 힘쓰되 전통을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 장인정신이 깃든 핸드메이드 공정 과정이 차지하는 높은 비중과 함께 높은 품질을 유지하는 것이 하인엔드 브랜드가 갖추어야 할 조건이다.
위블로는 어떤 이들에게 어울리는 시계인가?
위블로는 소재, 디자인과 콘셉트에 있어 독창적인 브랜드다. 따라서 위블로를 첫 시계로 구매하라고 추천하고 싶지 않다. 위블로는 타 브랜드에서 찾지 못했던 매력을 찾는 고객들이 선호하는 브랜드라고 생각한다.
위블로를 애용하는 유명 인사가 많다. 몇몇을 소개한다면.
위블로 행사장에서 팬들에게 사인을 해주고 있는 우사인 볼트.
한국의 박지성과 마라도나 이외에도 NBA 마이애미 히트의 주요 선수인 드웨인 웨이드, 세계적인 육상선수 우사인 볼트,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등이 있다.
지금 착용하고 있는 시계는 무엇인가. 자세히 소개해 달라.
케시드럴 미닛 리피터 뚜르 비옹은 전통적인 무브먼트에 케이스는 카본으로 제작됐다. 450년의 오래된 무브먼트와 21세기의 재료인 카본의 만남은 시계의 퓨전아트를 완성하는 환상적인 위블로만의 DNA이다.
각종 대회에서 수상하는 등 탁월한 창조성과 경영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비결이 있나.
이 모든 것은 드림팀이라 부를 수 있는 오랫동안 함께해 온 동료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1974년부터 함께 해온 동료를 포함한 5명의 동료들은 모두 시계 산업의 전문가들이다. 젊은 사업가에게 찾아볼 수 없는 노련함과 연륜이 우리에겐 있다. 우리는 비즈니스가 무엇인지, 성공적인 비즈니스를 이끌어가기 위한 요건이 어떤 것인지 잘 알기 때문에 위블로를 성공시킬 수 있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나 F1과 맺은 제휴가 눈에 띄는데 유난히 스포츠 마케팅을 펼치는 이유는. 또 스포츠 마케팅이 가지는 강점이 있다면.
축구 경기장에는 세 가지 그룹의 사람들이 있다. 첫째, 지금 위블로를 살 수 있는 사람. 둘째, 지금 당장은 위블로를 살 수 없는 사람. 마지막으로 위블로를 사지 않을 사람.
나는 이 중에서 두 번째 그룹을 가장 좋아한다. 지금 당장 위블로를 살 수 있는 고객보다 나는 미래의 고객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두 번째 그룹에는 학생, 어린이들이 포함되어 있다. 그들은 10년 후, 20년 후 위블로의 고객이 될 수 있다. 월드컵과 파트너십을 맺은 것도 그러한 이유가 있었다. 기존의 럭셔리 시계 브랜드들이 시도하지 않았던 스포츠 마케팅을 위블로는 진행하고 있다. 축구와 F1 그리고 농구 등 우리는 이 모든 분야에서 최초가 되었다. 럭셔리한 스포츠라고 생각한 기존의 요트와 폴로에서 벗어나는 발상이 필요했다. 우리는 우리만의 마케팅 영역이 필요했고 아무도 생각하지 않았던 월드컵을 선택했다. 이것은 탁월한 선택이었다.
F1 수장 버니 애클레스턴의 강도 피해를 당한 모습을 담은 광고는 충격적이다. 자칫하면 하이엔드 브랜드 이미지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는 그러한 광고를 낸 이유는 무엇인가.
강도를 당한 F1 수장 버니의 사진을 활용한 위블로의 광고.
이 광고로 인해 오히려 위블로는 CNN의 인터뷰를 비롯한 많은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자신의 위블로 시계를 도난당한 버니 애클레스턴 회장의 아이디어로 이 광고가 진행될 수 있었으며 우리는 아주 재미있게 작업을 마쳤다. 하이엔드 브랜드라고 해서 꼭 정해진 광고의 틀이 있다고 생각하는가? 우리는 그 정해진 틀을 넘어 새로운 영역으로 도전하고 있다. 내겐 오랜 시간 쌓아온 노하우가 있기에 이번 광고가 성공적이었다고 판단한다.
위블로 CEO로서가 아닌 남자 비버에 묻는다. 남자에게 시계란 무엇인가.
무엇보다도 남자의 개성을 드러내는 아름다운 물건이다. 시계는 당신이 누구인지, 어떤 성공을 거뒀는지, 어떤 취향을 가진 어떤 타입의 사람인지를 보여준다. 이런 시계는 당신에게 시간을 알려주는 것보다 더 중요한 역할을 한다.
CEO 비버만의 경영철학은.
난 1975년부터 시계 산업에 몸담고 있지만 평범한 CEO는 아니다. 시계자체에 큰 관심과 열정을 가진 시계 콜렉터다.
내 속에 존재하는 수집가로서의 열정을 간직한 경영이 다른 사업가와의 차이이며 나의 철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