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뜨거운 지방 부동산 순환매 장세 오나… 서울 “오를 만큼 올랐다” 비규제지역 매물 찾기, 취득세 중과 면제 공시가 1억 매물 ‘싹쓸이’ 조짐
홍장원 기자
입력 : 2021.02.01 16:34:54
수정 : 2021.02.01 17:02:42
‘올해 뇌관은 지방이다. 규제를 피한 투자수요가 지방으로 몰릴 수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이 꼽는 올해 투자 트렌드다. 실제 새해에도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높은 상황이다. 그러면서 수도권은 1.5%, 서울은 1% 각각 오른다고 예측했다. 수도권보다 비수도권, 지방이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한 것이다. 상승 폭이 완만했던 지방 아파트를 중심으로 매수세가 강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미 가격이 많이 오른 부산·대전·대구 등 광역시는 물론이고 지방 소도시까지 돌아가며 오르는 장세가 연출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공시가격 1억원 이하 아파트는 다주택 취득세 중과 요건을 피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투기 수요까지 몰릴 수 있다고 말한다.
지방 부동산 시세를 보는 관점은 매우 우호적이다. 월간 KB주택가격동향 시계열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전국 KB부동산 매매가격 전망지수는 124.5였다. 2013년 4월 관련 조사가 시작된 이래 가장 높은 수치다. 이 지수는 현지 부동산 중개업소의 향후 3개월 이내 아파트값 전망을 토대로 한다. 이를 수치화해 100 이상이면 상승, 100 미만이면 하락 의견이 많다는 것을 뜻한다. 지난해 12월 이 수치는 서울 124.2, 경기 128.4, 인천 123.3, 수도권 126.2로, 11월 대비 많게는 10포인트나 뛰었다. 올해도 수도권 아파트값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수치는 지방에서도 매우 뜨겁다. 지방 5개 광역시(부산·대구·광주·대전·울산)의 경우 지난해 11월 역대 최고치인 130.1을 찍고 12월에 122.8을 찍었다. 지난 12월 기준 11월에 비해 소폭 낮아졌지만 올해 5개 광역시를 바라보는 관점이 여전히 뜨겁다는 것을 보여준다. 수도권과 광역시를 제외한 기타 지방은 이 수치가 지난해 12월 122.7을 기록했다. 처음으로 120을 넘었다. 역대 최고치다. 경북(131.4), 충남(124.7), 전북(121.7) 등 전망지수가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울산 시내 전경
지난해 12월 전국 KB 주택 매수우위지수가 103.4를 기록해 2002년 2월 이후 18년 만에 처음으로 기준점(100)을 넘어선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지수는 0∼200 범위 내에서 지수가 100을 초과하면 ‘매수자가 많다’는 걸 의미한다. 그동안 서울·수도권 등지에서는 압도적으로 지수가 100을 넘었다. 하지만 여전히 침체기를 겪고 있던 지방에서 평균치를 다 깎아먹었기 때문에 기준점인 100을 넘기가 쉽지 않았다. 서울·수도권 상승을 점치는 목소리가 여전한 가운데 이 지수가 100을 넘었다는 것은 지방 매수우위지수가 치솟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 지방 5대 광역시 매수우위지수는 지난해 11월 역대 최고치인 106.5을 찍었다. 12월에도 106.4를 기록했다.
지방의 경우 경남(106.6), 충남(96.3), 전북(77.7) 등이 매수우위지수 최고치를 찍었다. 기타 지방 평균치는 최고치인 97.0까지 올랐다. 기타 지방의 매수우위지수가 90선을 기록한 것은 2011년 이후 9년 만에 처음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 싼 아파트인 공시가격 1억원 이하의 아파트에 투기 수요가 몰리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일종의 틈새시장을 노리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해 7·10 부동산 대책을 통해 다주택자 취득세율을 대폭 강화했다. 조정대상지역에서 2주택자가 주택을 추가로 살 땐 8%의 취득세를 내야 한다. 3주택자부터는 12%의 취득세를 물어야 한다. 비조정대상지역에서 집을 살 때는 취득세는 2번째 주택까지는 기존대로 1∼3% 수준이지만, 3번째 주택부터 8%, 4번째 주택부터 12%를 내야 한다.
하지만 공시가격이 1억원을 넘지 않는 주택은 취득세 중과 예외다. 예전처럼 1%의 취득세만 내면 된다. 그래서 투기 수요는 주로 공시가격 1억원 미만 주공아파트 등에 쏠린다. 예를 들어 경남 창원시 성산구 가음동 ‘은아아파트’ 전용 50㎡는 7·10 대책이 나오기 직전 시세가 1억7000만∼1억8000만원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시세가 2억9000만원까지 급등했다.
공시가격 1억원 미만이라는 빈틈을 노린 것이다. 11월에만 34건의 거래가 성사됐을 정도다. 강원도 원주시 관설동 청솔8차아파트 전용면적 60㎡는 지난해 12월 42건의 매매 건수를 기록했다. 새해 들어서도 가파른 매매 랠리가 이어지고 있다. 외지인 투자자가 전세를 낀 싼 매물을 싹쓸이한다는 소문이 돌 정도다.
▶지방 분양 시장도 뜨거워
이미 지난해 말 수치를 보면 지방 부동산 랠리가 본격화됐다는 걸 알 수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집값은 5.36% 올라 9년 만에 최고로 뛰었다. 전셋값은 4.61% 올라 5년 만에 가장 크게 상승했다.
지난해 말 전국 집값은 7월 0.61% 상승으로 정점을 찍었다. 이후 0.47%, 0.42%, 0.32%로 3개월 연속 상승 폭을 줄였지만 전국적인 전세 불안 장세가 이어지며 11월 0.54%, 12월 0.90%로 다시 상승 폭이 커지는 분위기다.
특히 수도 이전 논의가 있었던 세종시는 집값 상승률이 무려 37.05%에 달했다. 대전(13.99%), 경기(9.14%), 울산(7.63%), 인천(6.81%), 부산(5.90%), 대구(5.85%) 등도 그야말로 불장이었다. 광역시·도 주택 전셋값 상승률 그래프도 사상 초유의 상승곡선을 그렸다. 세종이 무려 47.41%를 기록했다. 울산(11.97%), 대전(10.38%) 등도 높았다. 높아진 전세금은 집값을 밀어 올리는 핵심 변수 중 하나다.
특히 지난해 12월은 전국 주택종합 매매가격이 0.90%나 뛰어 2008년 6월(1.15%) 이후 12년 6개월 만에 최대 상승률을 기록했을 정도다. 지방(0.58→1.12%), 5대 광역시(1.01→1.79%), 8개도(0.29→ 0.68%) 등 수치가 대폭 상승한 것을 관심 있게 지켜봐야 한다.
특히 울산(2.54%), 부산(2.12%), 대구(1.59%) 등 상승률이 높았다. 오랜 기간 부동산 암흑기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제주(0.00%)가 하락을 멈추고 보합으로 전환한 것도 관심 있게 지켜볼 포인트다.
지난해 12월 전셋값이 5대 광역시(0.78 →1.56%), 8개도(0.38→ 0.59%) 모두 오른 점도 관전 포인트다. 전국적으로 전세난이 심화되고 있다는 뜻이다. 지난해 12월 세종시 전셋값은 무려 6.15%나 상승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저금리로 시중 유동성이 넘치는 데다 지방의 경우 수도권에 비해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다”며 “갭투자를 노린 투자수요가 지방 아파트를 주목해 순환매 장세가 나올 수 있다”고 진단한다.
세종시 아름동 일대 아파트단지 전경
이런 분위기는 청약 시장에도 반영되고 있다. 리얼투데이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에서 15만9824가구가 일반분양돼 440만4081명이 1순위 청약을 했다. 전국 평균 청약 경쟁률은 27.6대 1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집값 상승 폭이 가장 컸던 세종시는 평균 청약 경쟁률이 153.3대 1에 달해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2019년(42.1대 1)보다 대폭 뛰었다.
관심을 끄는 포인트는 지방 부동산에서 이전까지 잘 나오지 않던 분양 시장 성적표가 나오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울산에서 지난해 10월 분양한 ‘문수로 대공원 에일린의 뜰’ 1순위 평균 청약 경쟁률은 무려 309.8대 1이었다. 역대 울산 최고 청약 경쟁률을 찍었다.
부산 연제구 거제동 ‘쌍용 더 플래티넘 거제 아시아드’가 기록한 230.7대 1 경쟁률과 광주 광산구 쌍암동 ‘힐스테이트 첨단’에서 보인 228.7대 1도 놀랄 만한 수준이다. 이런 분위기가 확산되면 올해 중소도시까지 청약 열풍이 이어질 수 있다. 로또 분양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집값을 자극할 수 있다.
지난 7월 충청남도 서산 예천동에서 대우건설이 분양한 ‘서산 푸르지오 더 센트럴’ 사례를 주목할 만하다. 이 단지는 분양한 지 다섯 달이 지나도록 팔리지 않은 미분양 가구가 적지 않아 완판까지 험난한 일정이 예상됐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17일 정부가 발표한 조정대상지역 확대방안에서 서산이 빠졌다는 소문이 돌자마자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전체 861가구 중 남은 160여 가구가 정부 발표 일주일 만에 모두 팔려나갔다. 발표 당일 쏟아지는 문의전화로 견본주택 업무가 마비됐을 정도였다. 분양 관계자는 “인기가 없던 저층 매물 문의까지 폭주하며 하루에 수십 채 계약이 무더기로 진행됐다”며 “규제에 묶이지 않은 반사효과로 아파트 시세가 오를 거란 기대감이 서산 전체로 확산됐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도 올해 지방 부동산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박합수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지방도 상승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며 “조정대상지역에 포함된 부산 해운대구·수영구와 포항, 창원 성산구·의창구 등이 모두 집값이 상승세다”라고 말한다. 그는 “가덕도 신공항 호재가 있는 경남 거제는 조정지역 미포함 호재에 조선업 경기까지 살아나고 있어 올해 반등이 예상된다. 오랫동안 침체됐던 제주도도 바닥 다지기가 끝났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전국 모든 곳의 집값이 뛴다고 볼 수는 없지만 시세가 주춤한 곳보다는 강세를 보이는 데가 더 많다는 게 박 위원의 전망이다.
▶전문가들, 대전·울산·부산 주목
여기에 대전은 지난해 집값 상승률이 가장 높았던 세종시 영향으로 함께 상승세를 탈 가능성이 높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울산은 올해 대비 내년 공급 물량이 더 줄어들기 때문에 집값이 뛸 수 있다는 전망이다.
부동산 은둔고수 삼토시 역시 지방 부동산 시장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서울과 지방 부동산이 똑같은 파도를 타는 건 아니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지금까지 추이를 볼 때 서울과 광역시 매매지수 차이가 비정상적으로 벌어지면 다시 좁히는 과정이 반복됐다고 그는 말한다. 2017년 이후로 이 지수가 상당히 벌어진 상태라 광역시의 매력이 커졌다는 것이 삼토시의 판단이다. 그는 “광역시, 그중에서 부산이 가장 유망하다”며 “부산의 핵심지인 해운대구 동래구 연제구 수영구 남구 금정구를 눈여겨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빅데이터로 부동산 시세를 예측하는 ‘리치고’를 운영하는 김기원 데이터노우즈 대표 역시 올해 ‘지방 부동산 불장’을 예상하고 있다. 그는 올해 ‘지는 해’로 서울 부동산을, ‘뜨는 해’로 지방 부동산을 꼽는다.
김 대표는 “시중 풍부한 유동성과 투자 심리를 볼 때 당장 서울·수도권 상승장이 끝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며 “그러나 지금 서울 아파트를 사는 건 상투를 잡기 직전과 같다”고 말한다.
김 대표는 “지방 부동산과 서울 부동산은 절대 같은 사이클을 타지 않는다. 2008년 이후 서울·수도권 집값이 오랜 하락기에 들어갔을 때 지방에서는 시세가 오른 곳이 많았다”고 말한다. 반대로 최근 지방 부동산 다수 부동산 시세가 서울이 오를 때 철저하게 소외됐다. 지금 이런 곳을 ‘옥석 가리기’로 골라 ‘내 집 마련’에 나설 때라는 얘기다. 김 대표는 “수도권에서 내 집 마련을 하지 못해 좌절에 빠진 사람들은 입주 물량이 몰리는 인천에서 싸게 전세를 살며 지방 부동산에 투자해 ‘인플레이션 방어’에 나설 것을 권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다만 정부가 지방 각지를 돌며 규제의 칼날을 들이밀고 있는 점은 주의 깊게 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17일 지방을 포함한 전국 37곳을 새롭게 규제지역으로 지정했다. 그러면서 창원·천안·전주·파주·울산·부산·광주·대구 등 주요 과열 지역에 대한 실거래 조사와 중개사무소 현장 단속에 들어갔다.
이후 한국부동산원은 8개 지역의 주요 단지 중 단기간 실거래가가 급상승하거나 거래량이 급증하는 등 과열 양상을 보이는 곳에서 이상 거래 징후 건을 추려 최근 당사자에게 소명자료를 제출하라고 통보했다. 지금까지는 기획 조사는 주로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 시행했다. 하지만 지방 부동산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고 판단해 조사 범위를 지방까지 넓힌 것이다. 특히 공시가 1억원 이하 외지인 매수 사례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섣부르게 투자했다가 정부의 조사대상에 들어가면 낭패”라며 “지방 부동산 랠리가 기대만큼 강하지 않을 경우 자칫 투자금만 묶일 수도 있어 지역과 매물 선택에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