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츠로 부평 새 아파트 평당 1000만원 밑으로 투자한다고? 주유소·물류센터·해외 부동산 등 대상 다양
홍장원 기자
입력 : 2020.10.30 11:05:49
수정 : 2020.10.30 11:06:26
정부의 연이은 대책으로 투자처로의 부동산 시장이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특히 다주택자를 상대로 취득세와 보유세를 크게 높이면서 집을 보유한 사람이 투자 목적으로 집을 한 채 더 사는 결정을 내리기가 어려워졌다.
그렇다고 해서 뾰족하게 다른 투자처가 나오는 것도 아니다. ‘틈새시장’으로 각광받았던 아파텔 등 오피스텔 시장도 ‘주거 목적의 오피스텔은 주택으로 간주한다’는 정부의 방침이 나온 이후 급격히 투자 매력을 잃고 있다. 도시형 생활주택 등 소형주택 역시 ‘주택으로 간주’되는 ‘원죄’ 때문에 사겠다는 사람이 별로 나오지 않고 있다. 주택으로 편입되지 않는 ‘생활형 숙박시설’ 등 일부 상품이 빈틈을 노리고 있지만 완공 이후 임대가 잘 나갈 수 있을지 걱정되기는 마찬가지다. 상가투자가 대안이 될 수 있지만 ‘코로나19’ 여파로 무너진 상권을 생각하면 선뜻 손이 가지 않는다. 실물경제 회복까지 꽤 시간이 걸린다는 분석과 함께 ‘월세가 꼬박꼬박 나올 수 있을까’ 하는 우려가 앞선다. ‘착한 건물주’ 운동을 비롯해 월세 인하 열풍이 부는 것도 투자처를 고르는 입장에서는 ‘리스크’로 다가온다. 결국 이것저것 생각하면 부동산 섹터에서 투자할 물건이 별로 떠오르지 않는 게 현실이다.
그래서 최근 들어 부동산 상품을 금융과 붙여 만든 ‘리츠(REITs)’를 권하는 전문가들이 늘고 있다. 대표적인 부동산 간접 투자 상품인 리츠는 공모를 통해 일반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모아 자금을 부동산과 부동산 관련 유가 증권에 투자한 뒤 여기서 거둔 운용 수익을 투자자들에게 배당하는 상품을 말한다. 한마디로 십시일반 돈을 모아 이 돈으로 덩치 있는 부동산 상품을 산 뒤 여기서 나오는 월세를 갈라먹는 구조다. 리츠가 투자한 상품을 매각하면 펀드가 청산되는데, 이때 투자한 부동산 시세가 올라있으면 여기서도 또 한 번 수익을 가져갈 수 있다. 한마디로 부동산과 자본시장의 결합이 낳은 자식이다.
▶주가 하락한 지금이 리츠 투자 적기 年수익률 6% 넘어
리츠의 가장 큰 장점은 일반인이 투자하기 힘든 부동산 상품을 매우 소액으로 투자할 수 있다는 점이다. 최소 커피 한 잔 값인 5000원으로 해외 정부청사 건물, 도심 초우량건물의 지분 일부를 가져갈 수 있다. 기존에는 주로 상업용 건물이 주로 투자대상이었다. 예를 들어 2018년 6월 상장한 이리츠코크렙은 NC백화점 야탑점, 뉴코아 일산점과 평촌점에 투자한다. 같은 해 8월 상장한 신한알파리츠는 용산더프라임 등 우량자산에 돈을 태웠다. 2019년 10월에 상장한 롯데리츠는 롯데백화점 강남점, 구리점, 광주점, 창원점 등에 투자한 상품이다. NH프라임리츠는 서울스퀘어, 강남N타워, 삼성물산 서초사옥과 삼성SDS를 투자 대상으로 삼았다.
최근에는 주유소, 물류센터 등 다양한 분야로 투자 대상을 넓히고 있다. 코람코에너지리츠는 국내 최초 주유소 기반 리츠인데 올 8월 31일 코스피에 상장했다. SK네트웍스로부터 인수한 직영 주유소 187개가 기초자산이다. 현대오일뱅크와 SK네트웍스가 최소 10년간 임차해 운용한다. 주유소 부지에는 자동차 정비소와 편의점, 드라이브 스루 음식점 등을 추가로 유치한다. 부지 활용도를 극대화해 수익을 만들어내는 구조다.
같은 달 상장한 제이알글로벌리츠는 벨기에 브뤼셀 중심업무지구 내 펜타곤 지역에 자리한 오피스빌딩 ‘파이낸스타워’에 투자한다. 국내 최초 해외 부동산 공모리츠다. 신용도 높은 벨기에 건강관리청이 2034년까지 중도해지 옵션 없이 임차 계약을 했다.
미래에셋맵스리츠는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광교센트럴푸르지오시티 상업시설이 기초자산이다. 롯데쇼핑이 이곳에서 롯데아울렛과 롯데시네마를 운영하고 있다. 계약 만기 시기는 2035년 9월. 향후 물류창고, 데이터센터, 오피스 등 다양한 자산을 편입할 예정이다. 시작은 리테일 리츠로 출발했지만 복합형 리츠로 성장이 기대된다는 얘기다.
하지만 주택 시장을 주로 투자대상으로 삼았던 투자자 입장에서는 아무리 배당수익률을 높게 준들, 내가 잘 모르는 분야라고 생각하는 상업용 시설에 돈을 태운다는 게 망설여질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최근 나온 주거형 리츠 이지스레지던스리츠가 대안이 될 수 있다. 국내 최초 주거시설 기반 리츠다. 정비사업연계형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사업인 인천 부평더샵 3578가구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이지스 151호의 지분증권을 투자자산으로 한다. 한마디로 아파트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총 5678세대의 대단지 아파트인 부평더샵은 포스코건설이 시공을 맡았다. 오는 2022년 4월 준공 예정이다. 사업시행자는 인천도시공사다. 지하 2층~지상 49층 28개동으로 구성돼 있다. 지하철 1호선 급행 정차역인 동암역 인근에 위치해 있다. 2027년 개통 예정인 GTX-B노선도 인근에 있는 부평역과 연결될 예정이다.
▶부동산 상품 소액 투자 가능
이 리츠는 상당한 수준의 ‘안전마진’을 가진 상품으로 평가된다. 투자원금을 보전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이지스 측은 “이지스레지던스리츠에 투자하면 부평더샵을 3.3㎡당 985만원에 매입하는 것과 같은 수준이다. 주변 아파트 시세가 이미 3.3㎡당 1450만원인 점을 감안하면 지금보다 30% 넘게 집값이 떨어져도 투자원금을 회수할 수 있는 셈”이라고 설명한다.
투자수익률 달성도 이지스 측은 자신 있다고 설명한다. 이지스 측은 자산매각 예정시점을 2030년 6월 말로 예정한다. 지난해 10월 부평더샵 감정평가액으로 3.3㎡당 1309만원을 받아들었다. 연평균 주택가격 상승률 0.5%를 가정하면 매각 시 3.3㎡당 1379만원의 시세가 예정된다. 연 9%가량의 수익을 예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 주변 시세가 3.3㎡당 1400만원대인 데다, 외부 충격으로 집값이 크게 하락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충분히 목표 수익률을 달성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지스 측은 “기존 상가건물이나 빌딩, 쇼핑몰 등은 일반인들이 정확한 시가 분석을 하기 힘들지만 이 상품은 실물자산이 아파트여서 조금만 관심 있는 개인 투자자들도 향후 시세 전망을 간단히 확인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도 비슷한 상품을 내놨다. 이 회사는 10월 김포마송·파주운종3 주택개발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의 우선주 공모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공모 대상은 총 발행주식 151만 주의 30% 수준인 45만 주로 156억원 규모였다. 연 5.3%의 배당수익을 목표로 하는 비상장 우선주다. 최소 청약금액인 약 100만원만 있으면 누구나 청약할 수 있다.
주택개발리츠 사업은 LH가 민간사업자 공모를 통해 리츠를 설립할 민간컨소시엄을 선정한 후 주택건설용지를 리츠에 매각하고 리츠는 공동주택을 건설·분양해 분양수익 등을 배당·청산하는 구조다. 한마디로 내가 낸 돈으로 시행을 해 그 수익을 돌려받는 구조다. 소액으로 디벨로퍼 역할을 해볼 수 있는 셈이다. 김포마송·파주운정3 주택개발리츠는 2018년 4월 설립했다. 김포마송 B-6BL, 파주운정3 A-27BL 내 아파트 2개 단지(김포로얄하임, 운정어반프라임)에 대해 작년 8월 분양계약을 마쳤다.
현재 시공사인 대림산업의 책임준공과 LH의 매입확약을 통해 주택건설, 분양대금 납부 절차를 진행 중이다. 2022년 6월 배당·청산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10월 말 청약을 진행해 이목을 끌었다. LH 측은 “리츠 주식 공모를 통해 국민 누구나 소액으로 부동산에 간접투자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최근 연구결과에 따르면 국내 상장된 리츠의 연평균 예상 배당률은 6%대로 추정된다. 제이알글로벌리츠의 예상배당률이 7.3%로 가장 높다. 이리츠코크랩(6.7%), 이지스밸류리츠(6.5%), 롯데리츠(6.1%), 이지스레지던스리츠(5.6%), 신한알파리츠(4.4%) 등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기준 현금배당을 실시한 코스피 상장사의 평균 배당률인 2.30%를 크게 넘어선다. 하지만 올해 상장한 리츠 주가 대다수가 공모가에도 못 미치는 경우가 많아 이유에 관심이 집중된다. 주식 시장 반등세가 워낙 강해 상대적으로 소외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태홍 그로쓰힐자산운용 대표는 “주식 시장에 쏠리는 관심이 너무 커 다들 큰 폭의 수익률을 원하고 있다”며 “리츠 상품이 높게는 연 8%에 육박하는 수익률을 보장하고 있지만 변동성이 큰 시장에 가려져 그 가치가 잘 보이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투자자들이 기대하는 수익률이 너무 높아 리츠의 진가가 발휘되고 있지 않다는 얘기다. 라진성 KTB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정부의 지원이 이어지고 현금흐름이 확실한 리츠는 주목할 만한 투자상품으로 꼽을 만하다”고 설명했다.
서울스퀘어
▶간접상품도 대안
어떤 리츠를 골라야 할지 판단이 잘 서지 않는다면 증권사들이 내놓는 간접상품도 대안이 될 수 있다. 대신증권은 최근 국내 상장된 리츠와 부동산 공모펀드에 투자하는 랩어카운트 ‘대신 밸런스 리츠펀드랩’을 출시했다. 이 상품은 저금리 시대에 장기적으로 배당수익을 추구하면서 대체투자자산으로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길 원하는 투자자를 위해 마련한 상품이라고 회사 측은 소개한다. 배당 성향이 높은 리츠와 부동산 공모펀드를 편입해 일정 수익을 담보하면서 매매를 통한 자본차익도 얻을 수 있는 구조다.
오피스, 상업시설, 임대주택 등 부동산 섹터별 성장성과 안정성을 고려해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정기적으로 리밸런싱한다. 대신증권 리서치센터 글로벌부동산팀이 발간하는 글로벌 부동산 시장 분석 리포트와 대신경제연구소가 제공하는 리츠 및 부동산 펀드퀀트 분석을 통해 투자처를 선정한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대신 밸런스 리츠펀드랩의 최소 가입금액은 1000만원으로 최소 가입기간은 1년이다. 중도해지시 추가수수료 부담이 없다. 일임수수료는 선취형의 경우 선취수수료 1%와 후취수수료 연 0.3%이고, 후취형은 후취수수료 연 0.7%다.
한화자산운용은 재간접리츠를 포함해 모든 상장리츠에 투자할 수 있는 공모펀드를 국내 최초로 출시했다. 한국 상장리츠에 투자하는 ‘K리츠플러스펀드’가 주인공이다. 재간접리츠를 포함해 모든 상장리츠에 투자할 수 있는 국내 최초의 공모펀드다. 자본시장법은 운용보수 중복 수치를 막기 위해 원칙적으론 공모펀드와 상장지수펀드(ETF)가 재간접리츠를 담지 못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한화운용의 펀드는 자산배분형펀드로 인가를 받아 재간접리츠도 담을 수 있게 됐다는 성명이다.
한화자산운용 측은 최근 리츠 주가가 지지부진한데 이때를 노려 리츠 펀드 투자를 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정부의 제도 역시 리츠 투자에 긍정적이라고 회사 측은 말한다. 한화자산운용 측은 “지금까지 리츠는 공모펀드로 투자해도 세제혜택 등이 적어서 활성화되는 데 한계가 있었다”며 “현재 정부가 부동산 직접투자에서 간접투자로 흐름을 전환시켜 부동산 가격 안정화를 꾀하기 위해 리츠 시장을 육성하고 있어 반사이익이 기대된다”고 설명한다. 또한 서울을 비롯한 실물 부동산 가격이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견조한 가격을 유지하고 있는데 리츠 주가는 부진해 지금 투자할 시기가 왔다는 설명이다. K리츠플러스펀드는 한국 리츠를 전체의 60~70% 비중으로 담을 예정이다. 나머지 30~40% 비중을 해외 리츠와 국내·외 인프라, 채권에 분배해 투자할 계획을 세웠다.
한편 한국투자증권이 미국의 리츠 기업이 쇼핑센터 중심과 물류센터 중심으로 양극화가 나타나고 있다는 진단을 내려 주목할 만하다. 코로나19로 쇼핑센터 중심의 리츠 기업들이 실적에 큰 타격을 입어 소매업체들을 임차인으로 입주시킨 리츠의 공실 위험이 증가했다는 것이다. 반면 소비 패턴이 온라인으로 넘어가는 가운데 물류 시설의 인기가 높아져 이를 확보한 리츠 기업은 인기가 많아지고 있다는 진단이다. 따라서 물류 창고를 보유한 인더스트리얼 리츠(Industrial REITs)가 수혜를 볼 것으로 한국투자증권은 전망했다.
김영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소비자 접점인 배송 마지막 단계 ‘라스트 마일(Last-Mile)’의 중요성이 커져 아마존과 같은 유통 공룡들이 교통이 편리하며 비용이 효율적인 대형 물류 시설에 대한 임대를 늘리고 있다”며 “올 연말 물류 창고에 전문화된 리츠 기업들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쇼핑센터 중심의 리츠 기업들은 실적에 큰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 연구원은 “경제활동 재개 영향으로 미국 쇼핑센터의 회복세가 나타나고 있지만 전년 대비 방문객 수가 20% 가까이 감소했다”며 “쇼핑센터 리츠 기업의 임대료 수취율은 4월부터 크게 하락했고 9월에도 80% 초반을 기록해 리테일 리츠 실적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