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계속 12만~13만원대에서 움직이지 않던 현대차 주가는 한국 주력산업 주식종목의 퇴조를 나타내는 상징과 같았다. 전기차에 밀리고 있는 내연기관 위주 생산,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노조 리스크, 신흥국 판매 부진 등 현대차는 호재보다는 악재가 훨씬 많았고 올해 3월 글로벌 폭락장에서 7만원대까지 떨어지자 현대차에 대한 비관론은 깊어졌다.
그러나 최근 석 달 사이 현대차를 바라보는 시각은 크게 달라졌다. 수소차 모멘텀, 신차 효과 기대를 뛰어넘는 판매량으로 인한 실적 개선 가능성 때문이다. 올 4월만 해도 증권사들의 현대차 목표주가는 10만5000~16만원이었는데 최근 목표가는 20만~25만원 수준까지 올라왔다. 주가 역시 18만원대로 4월에 비하면 150% 가까이 올랐다.
현대차가 리드하는 상황에서 다른 자동차 종목 및 부품주들도 주가가 상승하고 있다. 무엇보다 지난 2분기 코로나19의 영향에도 불구하고 양호한 실적을 기록했는데 3분기부터는 영업이익도 전년 대비 증가로 전환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친환경 규제가 강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수소차 사업도 성장 기대감을 높이고 있고 정부의 그린뉴딜 정책 수혜 효과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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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시스로 대당 공헌이익 는 현대차
특히 현대차는 지난 2분기 제네시스 G80, GV80, 팰리세이드, 그랜저 등 고부가가치 차량 판매가 늘어나며 대당 공헌이익(차량 한 대를 추가로 팔 때 늘어나는 영업이익)이 늘어났다. 과거 국내외에서 상대적으로 단가가 낮은 차를 많이 팔았던 현대차가 이제는 고급 차량을 많이 판매하며 이익률을 높이는 쪽으로 갔다는 것이다. 강성진 KB증권 연구원은 “현대차 대당 공헌이익은 2018년 466만원에서 2019년 541만원, 2020년 640만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차 효과도 이어지고 있다. 7월 초 싼타페 페이스리프트, 3분기 투싼 풀체인지, 제네시스 G70 페이스리프트, 4분기 GV70 내수 신차 출시 모멘텀이 이어지는 데다 미국에서도 GV80, G80 론칭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기아차 또한 개별소비세 인하로 높은 트림 수요 증가와 동일차량 내 믹스 개선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장문수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국내 카니발, 미국 K5, 쏘렌토가 하반기 출시돼 신차 효과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하며 텔루라이드 미국 생산능력 연 10만 대 확대와 신차 출시로 미국 시장의 믹스, 볼륨 개선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3월 현대차와 기아차의 글로벌 도매판매량은 150만 대로 전년 동기에 비해선 2.6% 감소했으나 전 분기 대비해선 41%가 늘었다. 현대차의 글로벌 판매량은 80만1000대, 기아차는 69만9000대다. 출하량으로 보면 현대차의 글로벌 출하량은 98만8000대, 기아차는 64만2000대다. 전체적으로 전년 대비 7% 줄어들었지만 전 분기와 비교해선 37.2%다.
▶완성차 업계서 유일하게 3분기 판매 증가
글로벌 주요 완성차 업계에선 현대차그룹만 유일하게 지난 3분기 1% 판매 증가를 기록했다. 글로벌 자동차 산업 평균 판매는 9% 감소했다. 포드, BMW, 폭스바겐이 3분기 10%가량 전년 대비 감소했으며 닛산은 30%가 넘게 글로벌 판매량이 줄어들었다.
현대차그룹은 4분기 들어서는 신형 싼타페와 쏘렌토 투입으로 다른 카메이커와는 차별화된 흐름을 지속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자동차 산업수요는 9월 들어서 빠르게 상승하기 시작했는데 대부분 대형 SUV나 픽업트럭으로 집중되는 양상을 보인다. 이 때문에 대형 SUV 신차 라인업 보유에 따라서 판매회복속도가 다르게 나타나는데 기아차의 경우 특히 강세를 보였다.
유지웅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차와 기아차 인센티브는 9월 각각 2361달러와 3009달러를 기록해 전월 대비 추가 하락이 계속되고 있다”며 “사실상 할인판매가 없는 대형 SUV 투입량이 늘어나 다른 세그먼트에서도 할인폭이 축소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기아차는 텔루라이드 시트부품 수급 이슈가 해소돼 8월부터 본격 생산설비 증설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이베스트투자증권에 따르면 올 3분기 현대차의 평균 인센티브는 전년 대비 10% 감소했고 기아차의 평균 딜러 인센티브는 2% 감소했다. 이는 각각 3000억원, 1000억원가량의 비용 축소 효과로 이어질 전망이다.
최근 달러 약세 속에서도 원화 대비 엔화 강세, 위안화 강세도 현대차 그룹 이익에 긍정적이다. 일본 업체는 엔화강세로 한국 업체와 주로 경쟁하는 미국과 유럽 지역에서의 가격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거기에다 중국 시장에서의 판매분 역시 위안화 강세에선 환이익으로 잡힐 수 있다.
편득현 NH투자증권 자산관리전략부 부부장은 “상반기 땐 주가가 부진했던 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 자동차3사의 내년도 영업익 전망이 49.8% 전년 동기 대비 상승으로 나오고 주가도 최근 호조를 보이고 있다”며 “경제회복 속도나 실적 전망에 따라 반도체, 자동차 등 경기민감주에 대한 투자자의 관심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회복세 접어든 글로벌 자동차 경기
증권가에선 9월부터 글로벌 자동차산업은 회복세에 들어섰다고 보고 있다. 9월을 기점으로 딜러들의 재고가 적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기 시작했으며 차량 인센티브도 하락하기 시작했다. JD파워에 따르면 9월 산업평균인센티브는 대당 3964달러로 2019년 7월 이후 처음으로 4000달러를 하회할 전망이다.
이재일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메이커는 9월부터 본격적인 증산을 시작할 계획으로 4분기는 판매 감소분을 만회하는 분기가 될 것”이라며 “올해 생산·판매 모두 4분기 중 가장 활발하게 일어날 것이며, 9월 판매 증가는 판매 개선세의 초입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전체 신차판매도 전년 동기 대비 6.2% 증가한 135만1643대를 기록했는데 이는 코로나19 확산 직전인 2월 이후 7개월 만에 처음으로 판매가 늘어난 것이다. 9월 계절조정연환산판매대수(SAAR)는 1634만 대를 기록해 지난 4월 이후 5개월 연속 상승세를 나타냈으며 코로나19 발생 직전의 97%까지 수요가 회복됐다.
▶부품사도 키 맞추기로 주가 탄력 기대
완성차뿐만 아니라 부품사들 역시 향후 회복이 기대되는 섹터다. 부품사들은 주가가 더 많이 빠지고 덜 오르는 모습을 보였는데 향후 키 맞추기에 나설 수도 있기 때문이다. 부품사의 기회요인은 생산증가와 중국 회복, 테슬라를 필두로 하는 신규 완성차 업체의 등장과 성장이다.
권순우 SK증권 연구원은 “완성차 그룹의 주가 레벨이 트레일링 주가순자산비율(PBR) 기준으로 과거 3년간 주가의 상위 85~90% 레벨에 위치해 있는데 부품사 업체들은 과거 3년간 주가의 평균 또는 평균 아래에 위치해 있다”면서 “만도, 현대모비스를 포함해서 밸류에이션 매력을 가지고 있는 에스엘, 세방전지, 성우하이텍, 평화정공, 서연이화, 화승알앤에이 등의 업체에 투자할 만하다”고 말했다.
상반기에는 출하량 감소에도 원가가 반영된 재고를 소진하면서 고정비 부담을 낮출 수 있었던 완성차와 달리 부품사는 생산량 감소의 타격이 그대로 실적 부진으로 연결됐는데 하반기는 출하량 증가로 수익성 개선이 예상된다. 신차 라인업이 확대돼 구형 모델 비중이 줄어든다는 점도 부품사 제품 믹스 개선에 긍정적이다.
현대 모비스는 출하량 감소와 차량운행 감소로 상반기 부진한 성과를 보였지만 하반기는 생산물량 증가 효과로 실적 개선이 예상된다.
권순우 SK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비용만 반영되던 전동화, 전장제품도 고가라인업 확대와 옵션채택률 증가, 전기차 판매 확대와 이후 전용플랫폼 출시로 점차 외형 확대와 수익성 개선에 기여할 전망이다”라고 말했다.
만도 역시 상반기 부진요인이었던 해외공장이 정상화가 기대되면서 하반기부터는 점진적인 차량 부품의 수익성 개선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중국 엔진법인의 지분확대가 결정된 상황에서 중국 산업수요가 회복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제네시스 G80
▶수소차 선두로 기대되는 모빌리티 주도권
비즈니스 모델의 확산도 현대차그룹의 모멘텀이라고 할 수 있다. 현대차그룹이 친환경차 대응을 위해 내재한 전기차 기술은 BEV(배터리만을 이용하는 순수전기차), FCEV(퓨어셀전기차, 수소연료전지차) 기술은 BEV 기반의 전력저장장치(ESS)와 수소 기반의 파워 플랜트 구축을 통한 분산전원(Distributed Energy Resource)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 여기에 국내외 그린 뉴딜 정책 진행에 따라 재생에너지의 단점을 보완하는 에너지 저장장치와 이를 그리드와 연결하기 위한 스마트 차징(Smart Charging) 생태계가 구축될 경우 OEM 업체들의 에너지 사업 확대의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전체 글로벌 수소차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19년 37%에서 2020년 47%로 늘어날 것으로 보여 수소차 시장 확대의 효과를 많이 볼 것으로 전망된다.
장문수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테슬라가 영위하고 있는 VPP(Virtual Power Plant) 사업과 도요타 우븐시티 사례와 같이 핵심 보유 업체의 에너지 사업 확대는 에너지 전환 국면에서 전략적으로 활발하게 논의될 전망이다”라며 “이와 관련해 밸류 체인을 내재화한 업체들의 사업 재평가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충전 가능한 친환경차는 차세대 모빌리티의 핵심 축으로 커넥티드·자율주행·모빌리티 서비스 차량의 플랫폼 역할을 한다. 기존에는 현대차가 다른 글로벌 카메이커에 비해 친환경 차량으로의 전환이 다소 느리다는 지적을 받았으나 최근에는 모빌리티 경쟁력이 충분하다는 호평도 받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대표 전기차 차종인 아이오닉, 코나, 니로를 기반으로 안정적 판매를 보이고 있으며 2021년 E-GMP 출시에 따른 친환경차 사업성 확보도 기대할 만하다. 현대차그룹은 앱티브와의 합작사 모셔널을 통해 2022년 완전자율주행기술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소프트웨어 역량도 강화할 예정이다. 또한 자체 구독 플랫폼을 비롯한 모빌리티 업체 전략 투자를 통한 역량 확보를 지속하고 있다. 작년 12월 발표된 ‘현대자동차 2025 전략’에 따르면 현대차는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프로바이더’란 전략적 지향점 아래 스마트 모빌리티 디바이스·서비스 제공자로 사업구조를 전환하겠다고 발표했다. 통합 모빌리티 플랫폼 사업 확대를 통해 제조업에서 서비스 사업 기반을 확대한다는 계획도 내놓았다. 김귀연 흥국증권 연구원은 “향후 현대차는 친환경차, 자율주행 등 차세대 모빌리티 디바이스 기술을 비롯해 플랫폼 기반 서비스 사업 기반을 확보한 글로벌 업체로서의 입지가 기대된다”며 “이를 통해 향후 제조업, 서비스 사업 확대를 통한 사업구조 변화와 밸류 상승을 기대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외에서 자동차산업과 관련한 수요 진작 정책이 속속 나오고 있는데 전기차를 중심으로 세금, 보조금 혜택이 연장되고 있다. 한국정부도 2025년까지 누적 기준 전기차 113만 대, 수소차 20만 대 보급 목표를 제시했으며 이를 위해 2025년까지 총사업비 73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생산된 수소차들이 출고를 위해 공장을 빠져 나오고 있다.
▶ETF로 자동차 관련 기업 분산 투자해볼 만
자동차업종에 투자하되 분산투자 효과를 고려한다면 상장지수펀드(ETF)를 통한 투자가 대안이 될 수 있다.
KODEX 자동차 ETF는 KRX 자동차 인덱스를 추종하는 ETF다. 현대차 비중이 22.9%, 기아차 21.3%, 현대모비스가 17%를 차지해 현대차그룹 비중이 60%에 달한다. 그러나 한온시스템(12%)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8.7%) 만도(4.5%) 현대위아(2.4%) 금호타이어(2.1%) S&T모티브(1.5%) 한국테크놀로지그룹(1.4%) 등 부품사도 다수 포함되어 있어 저평가된 부품사들의 밸류에이션에 투자하기 적합하다. 최근 3개월 수익률은 40%(10월 12일 기준)이다.
TIGER 현대차그룹+펀더멘털 ETF는 현대차그룹의 자동차 관련 종목 외 다른 산업에도 투자하는 ETF다. 에프앤가이드가 산출하는 MKF 현대차그룹+FW 지수를 추종하며 공정거래위원회가 매월 발표하는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중 현대차그룹, 현대중공업그룹에 소속된 계열회사에 투자한다. 투자 비중을 보면 현대차(32%) 기아차(23%) 현대모비스(15%)로 현대차그룹 자동차 관련주가 70%를 차지하고 있으며 그 외 현대제철, 현대글로비스, 한국조선해양, 현대건설, 현대위아, 현대중공업지주 등이 투자 회사다. 3개월 수익률은 40%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