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티던 주택담보대출 금리 드디어 떨어진다… 코픽스 10년來 최저, 2%대로 단기적으론 혼합형 금리가 유리
문일호 기자
입력 : 2020.04.29 15:52:11
수정 : 2020.04.29 15:52:32
서울 신도림동에 사는 김 모 씨(45)는 최근 아파트를 구입하면서 주택담보대출(주담대) 2억원을 지난 4월 17일, KB국민은행으로부터 받았다. 이자는 물론 원금도 함께 갚는 원리금 균등 상환방식으로, 대출 기간은 10년이다. 김 씨의 신용등급은 비교적 우량한 3등급으로, 변동금리 2.47%를 적용받았다.
김 씨는 막연하게 제로금리 시대이기 때문에 대출 이자 부담이 과거보다 낮아질 것으로 어렴풋하게 예측했지만 2%대를 받을 줄은 몰랐다. 김 씨는 “은행으로부터 좋은 조건에 주담대를 받았는데 최근 금리가 떨어졌기 때문이라는 말을 들었다”며 “작년 말과 비교하면 월 이자 부담이 6만원 이상 줄었다”고 말했다. 김 씨가 작년 12월 18일 같은 조건의 대출을 받았다면 적용될 금리(국민은행 변동형 최저금리 기준)는 연 2.84%였다. 1월 18일에 이 금리는 2.81%였는데 2월과 3월 18일에 각각 2.75%, 2.64%로 계속 낮아졌다.
초저금리 시대로 인해 수신금리가 낮아지면서 벌어진 현상이다. 이에 따라 월 이자 부담은 작년 47만3333원에서 올해 4월에 41만1666원까지 내려갔다. 김 씨의 말처럼 월 이자 부담이 6만1667원이나 감소한 것이다.
각종 부동산 규제로 대출 자체를 받기는 까다로워졌지만 일단 대출을 받으면 낮은 금리를 적용받아 이자 부담이 작아지고 있어 서민들의 주담대 관심이 최근 급상승하고 있다. 그동안 개인 신용도 관리를 잘해왔고, 특히 15억원 이하 아파트를 구입해 주담대를 쓸 경우엔 유리한 시대라는 얘기다. 15억원을 초과하는 초고가아파트에 대해선 각종 규제가 적용되기 때문에 은행 대출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유의해야 한다. 다만 김 씨처럼 신규 대출자는 물론 대출 갱신자들도 은행별로 금리가 차이가 나기 때문에 ‘주담대 갈아타기’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4월 9일 임시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0.75%로 동결했다.
▶한때 대출자 이자 부담 증가
막상 최초 주택 구입자가 대출 설명을 받을 때 가장 황당한 것은 대출 종류가 크게 세 가지로 나눠져 있고 각종 영어가 난무하며 알아듣기 힘들다는 사실이다. 너무 ‘멘붕’에 빠지지 말고 차근차근 짚어보면 그리 어렵지 않다. 대출금리 종류는 변동금리 방식, 고정금리 방식, 혼합금리 방식이 있다. 전통적인 고정금리 방식은 거의 사라지고 사실상 혼합형을 고정형으로 보기 때문에 크게 보면 변동형과 혼합형으로 구분된다.
한국은행이 지난 3월 기준금리를 0.75%로 종전보다 0.5%포인트 낮췄지만 주요 은행 혼합형 주담대 금리는 소폭 올랐다. 여기서 혼합형이란 고정금리를 5년 동안 적용한 뒤 변동금리로 전환하는 상품이다. 4월 첫 주 신한은행의 혼합형 주담대 금리는 2.81~3.82%로 지난 3월 첫 주보다 0.26%포인트 올랐다. 같은 기준으로 KB국민은행은 2.31~3.81%로, 0.06%포인트 상승했다. 하나은행과 우리은행 주담대 금리는 각각 0.18%포인트와 0.14%포인트 높아졌다.
이처럼 혼합형 주담대 금리가 오른 것은 이 금리 결정 방식 때문이다. 혼합형 주담대의 경우 은행 등 금융회사가 발행하는 금융채 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한다. 가산금리는 차주별 신용등급이나 부도율 등을 따져 결정되는 사실상 고정값이다. 하지만 금융채 금리는 날마다 변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금융채 금리가 한때 급등했다. 경제위기 우려가 커지자 기관투자자들이 채권을 싸게 팔아 현금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채권 가격이 내린다는 것은 금리가 오른다는 뜻이다. 최고등급인 AAA등급 5년물 금융채 금리는 2월 말 1.333%였지만 3월 말엔 1.559%로 올랐다. 경기 침체 극복을 위해 기준금리를 내렸는데 정작 차주(돈 빌리는 사람)들의 원리금상환 부담이 높아지는 이례적 상황이 나온 것이다. 결국 채권 시장에서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극도의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나타나면서 금융채도 안전자산의 지위를 지키지 못한 셈이다. 이에 따라 혼합형 주담대를 받은 사람들은 이자 부담이 증가하기도 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채권 금리가 오르면서 이에 연동되는 혼합형 주담대 금리도 한때 강세를 띠었다”며 “이 같은 현상은 코로나19가 진정되는 국면에서 자연스럽게 해소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10년 만에 최저치 기록한 코픽스… 하락하는 변동형 주담대 금리
혼합형이 이처럼 시장금리에 연동된다면 변동형 금리는 코픽스(COFIX)에 따라 변한다. 은행들은 코픽스에 대출자의 신용도를 반영한 가산금리를 더해 대출 금리를 정한다. 이처럼 변동형 대출 금리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는 은행연합회가 국내 주요 8개 은행들의 자금조달 관련 정보를 기초로 산출하는 자금조달비용지수다.
코픽스는 ‘신규취급액기준 코픽스’, ‘신잔액기준 코픽스’ 등으로 구분 공시되는데 주로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 금리가 상대적으로 낮아 더 많이 사용된다. 은행연합회에선 매월 15일(은행 영업일 기준) 직전월의 코픽스를 공시하며, 각 은행들은 이를 반영한 코픽스 금리를 그 다음날부터 한 달간 적용한다.
코픽스는 은행이 실제 취급한 예·적금, 은행채 등 수신상품 금리가 인상 또는 인하될 때 이를 반영해 상승 또는 하락한다.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해당월 중 신규로 조달한 자금을 대상으로 산출됨에 따라 상대적으로 시장금리 변동이 신속히 반영되는 특징이 있다. 이에 반해 신잔액 기준 코픽스는 은행이 월말 보유하고 있는 대출 재원으로 활용 가능한 전체 자금의 가중평균금리를 뜻하기 때문에 시장금리 변동이 서서히 반영된다. 최근 주담대 금리가 사상 최저 수준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는 코픽스가 사상 최저치를 찍었기 때문이다.
지난 4월 16일 전국은행연합회는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가 2월보다 0.17%포인트 내려간 1.26%라고 공시했다. 평소(매달 15일 공시)보다 공시가 하루 밀린 것은 4월 15일에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총선)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 공시에 따라 코픽스는 2010년 2월 코픽스를 발표하기 시작한 이래 10여 년 만에 최저치를 찍었다. 하락 폭도 2012년 7월에 0.22%포인트 떨어진 이후 7년 8개월 만에 가장 컸다. 신잔액 기준 코픽스도 각각 전월 대비 0.06%포인트 내려가며 1.66%와 1.38%를 기록했다. 이 코픽스 역시 올 들어 꾸준히 하락세다.
▶국민은행이 가장 낮은 금리 적용
은행들은 4월 17일부터 적용되는 3월 기준 코픽스 연동 주담대 금리를 인하하면서 변동형 주담대 대출자의 부담이 줄었다.
KB국민은행은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 연동 주담대 금리를 기존 연 2.64~4.14%에서 2.47~3.97%로, 신잔액 기준 코픽스 연동 주담대 금리는 2.80~4.30%에서 2.74~4.24%로 각각 내렸다.
우리은행도 각각 연 2.83~3.83%에서 2.66~3.66%로, 2.84~3.84%에서 2.78~3.78%로 각각 인하했다. 변동금리형 주담대 금리가 하락하면서 이미 더 낮은 수준으로 떨어진 고정금리(혼합)형 주담대 금리와의 격차도 줄어들고 있다.
우리은행의 주담대 5년 고정혼합 금리는 연 2.47~3.47%로,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 연동 변동금리형 주담대 금리와 단 0.19%포인트에 그친다. 국민은행의 혼합형 주담대 고정금리는 연 2.23~3.73%로 변동금리와 0.24~0.51%포인트 차이를 보이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금리 인하세로 고정금리가 변동금리보다 낮게 유지되던 역전현상이 완화되는 모습”이라며 “단기적으론 국민은행의 혼합형 주담대를 택하는 것이 이자 부담이 가장 작다”고 밝혔다.
혼합형이 꼭 유리한 것만은 아니다. 최근 1년 동안이야 혼합형 금리가 변동형보다 낮은 현상이 지속되고 있지만 그 이전에는 혼합형이 더 높았다.
최근 이처럼 혼합형 금리가 변동형보다 낮은 현상이 다소 이례적 현상이라는 뜻이다. 금리 반응 속도가 빠른 변동형 금리가 최근 빠르게 내려가면서 다시 혼합형이 높아질 가능성도 높다는 것이다.
일부 시중은행에선 과거 높은 금리를 적용한 고정금리를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그대로 유지하는 차주(돈을 빌린 사람)도 적지 않다.
박 모 씨(51)가 대표적 사례로, 그는 과거 주택담보인정비율(LTV) 70%를 적용받아 주담대를 쓰고 있는데 이 비율이 40%로 낮아지면서 곤란을 겪고 있다. 차액만큼 은행 빚을 갚아야 ‘주담대 갈아타기’로 이자 부담을 낮출 수 있지만 단기 자금이 부족해 과거 고정금리를 그대로 써야 하는 실정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주담대에서도 상식이 파괴되는 시대”라며 “일부 안타까운 사례를 제외하면 금리가 계속 인하되는 변동형 금리로 갈아타려는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데 이 추세라면 한때 큰 인기를 끌었던 서민형 안심전환대출 금리 수준까지 따라잡을 기세”라고 덧붙였다.
서울의 한 대형 은행에서 시민이 주택담보대출을 상담하고 있다.
▶상식 파괴되는 주담대 시장
1%대도 나오나
한국은행이 최근 기준금리를 연 1.25%에서 0.75%로 0.50%포인트 인하하면서 초저금리 시대를 연 가운데 코로나19 사태까지 겪으면서 금융 시장에서 그동안의 상식이 파괴되고 있는 실정이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가 기준금리를 연 1~1.25%에서 0~0.25%까지 내린 것이 주된 배경이 됐다. 이에 따라 현재 2~3%대 주담대 시대를 지나 1%대 주담대 등장도 가능하다는 의견이 솔솔 나오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지난해 신청자격 상한과 수요예측 실패 등으로 논란을 빚으며 ‘서민형 안심전환대출’을 추진했던 금융당국으로서는 다소 머쓱한 상황을 맞게 됐다. 연 1.85~2.20% 고정금리인 안심전환대출보다 시중은행 변동금리가 더 낮아질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현재 시중은행 중에서 가장 낮은 주담대 금리는 국민은행의 혼합형 최저금리인 2.23%다. 물론 각종 까다로운 조건을 갖춰야 적용받을 수 있는 수치이긴 하나, 서민형 안심전환대출의 최고치(2.20%)와 0.03%포인트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
이에 따라 지난해 서민형 안심전환대출로 갈아탄 대출자들의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서민형 안심전환대출은 기존 변동금리·준고정금리(고정금리와 변동금리 혼합형) 대출자가 연 1.85~2.20%의 고정금리 조건으로 갈아탈 수 있는 대출상품이다.
금융위원회가 지난해 9월 진행한 서민형 안심전환대출에는 63만 가구가 몰려 한도인 20조원을 훌쩍 넘는 74조원가량의 신청이 접수됐다. 당시 고정금리 대출자와 형평성 논란, 무주택자·서울 주민에 대한 역차별 논란, 수요 예측 실패 등으로 이슈가 됐다.
하지만 안심전환대출은 불과 6개월 만에 변동금리와 큰 차이 없는 상품이 될 처지에 놓였다. 처음부터 원금과 이자를 함께 갚아야 하는 것에 대한 부담, 기준금리 0%대에 따른 유례없는 초저금리 시대라는 점에서 안심전환대출 신청자들이 중도에 해지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실제 2015년 안심전환대출 시행 다음해인 2016년 변동금리가 안심전환대출 금리보다 낮아지면서 중도 해지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안심전환대출의 경우 대출액 3억원, 20년 만기 기준 금리 2.15%를 적용하면 월 154만원을 차주가 부담해야 한다. 이 정도 부담이라면 시중은행에서 혼합형 주담대(최저 기준)를 통해 부담해야 하는 월 상환금과 몇 만원 차이가 나지 않는다.
금융권 관계자는 “20년 동안 금리가 어떻게 변할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에 안심전환대출은 안정성 측면에서 탁월하다”면서도 “하지만 초저금리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데다 안심전환대출보다 더 낮은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이 등장할 가능성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