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하게 판단하려면 타이머를 1년 후로 돌린 후 지금을 바라보면 될 것이다. 현재 시점에서 이를 판단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특히 최근에 서울 아파트값이 크게 뛰고 있기 때문에 요즘 집을 살까말까 고민하는 사람들은 지금 집을 사면 꼭지를 잡는 것이 아닌가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요즘 상담 내용도 이런 내용이 주류이다.
▶분양가상한제 시행하면 집값 꺾일까
2007년 분양가상한제를 시행한 이후 2008년부터 서울 아파트값이 꺾인 기억이 있다. 그리고 올해 11월부터 분양가상한제를 다시 시행하기 때문에 이제 집값이 꺾이는 시점이 아닌가 하는 두려움이 있다.
분양가상한제를 시행하면 주택 공급은 자연히 줄어들게 된다. 시장 가격보다 낮은 가격에 공급할 만한 개발자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2007년 분양가상한제 시행은 분양물량의 감소를 불러온 것이 아니라 그 반대로 분양물량의 일시적인 증가를 가져왔다. 2005년 분양가상한제 시행을 예고하고 2년의 유예기간을 주었기 때문에 밀어내기식 분양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2008년 이후 집값 상승세가 꺾인 것은 분양가상한제의 여파라기보다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고 상한제 유예를 틈탄 공급물량의 증가가 입주물량의 증가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집값을 결정하는 요소들
집값을 결정하는 요소는 사실 다양하다. 공급량 입주량 등 시장 내부적인 요소나 금리 통화량 등 외부적인 요인들이 있다.
집값이 꼭지인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과거에 집값이 꺾였던 시점의 공통점이나 특징들을 모아서 지금과 비교해보면 판단이 가능할 것이다.
과거 서울 수도권 집값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정점으로 꺾였고, 1991년 분당 일산 등 5대 신도시 입주시점에 정점을 찍고 꺾였다.
2008년 금융위기 때에는 바로 꺾였다기보다는 주춤하다가 2009년 재상승 후 2010년경 입주물량이 쏟아지면서 침체기로 들어섰다. 하지만 그 시기에 부산 대구 등 지방광역시의 집값은 그때부터 반등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에 전국 단위의 집값 변동의 특징을 잡기는 쉽지 않다. 결국 지역별로 판단해야 한다는 얘기이다.
▶세계적인 집값 변동 동조화 현상
집값이 꺾인 시기는 비단 우리나라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고 전 세계적으로 동조화되어 있다는 점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
미국이나 유럽도 1990년과 2008년에 집값이 정점을 찍고 꺾이기 시작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집값이 반등하는 시기는 국가별로 조금씩 다른 시기에 나타난다. 하지만 집값이 꺾이는 시기는 거의 동일하게 나타난다. 집값은 주택시장 내부적인 요인도 영향을 미치긴 하지만 결국은 전 세계적인 경기불황이나 위기 상황이 왔을 때 꺾인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대체로 정점과 정점을 연결해보면 17~18년 정도의 주기를 두고 집값 꼭지점을 맞이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물가 변동률과 동행하는 집값 변동률
지난 2015년부터 시작된 서울 아파트값 상승세는 2019년 11월 현재 국민은행 시세 통계로 보았을 때 약 30%가량 상승한 것으로 나타난다. 과거 1980년대 말이나 2001~2007년처럼 100% 상승한 것에 비하면 아직 누적 상승폭이 큰 것은 아니다. 하지만 최근 저물가 저성장 시대가 열린 것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상승폭인 것도 분명하다.
장기적인 통계로 보면 물가상승률과 집값 상승률은 크게 차이나지 않는다. 집값이 오르락내리락하지만 수십 년 이상의 장기 통계로 보면 결국 집값은 물가에 수렴하는 결과를 나타낸다. 집값이 꼭짓점이었던 2008년 이후 2009~2019년의 전국 집값 변동률은 25%가량 상승했고 같은 기간 중 서울 아파트값은 27% 상승한 것으로 나온다.
이 기간 중 소비자물가상승률이 22%인 점을 감안하면 현재 집값 상승률은 물가상승률을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전셋값 비율로 보는 집값 꼭지 여부
다른 지표들도 거품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자료가 있다. 예컨대 전세가·매매가의 비율로 정의되는 전셋값 비율을 보면 집값의 거품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 전세가가 오르면 전셋값 비율이 높아지고 매매가가 오르면 전셋값 비율은 낮아진다.
서울아파트 전셋값 비율은 2009년 1월 38.2%로 바닥을 친 후 계속 올라가 2016년 6월에 75.1%로 정점에 이르게 된다. 하지만 그 이후 매매가가 다시 상승해 2019년 10월 현재 전셋값 비율이 57.6%까지 낮아졌다.
지난 2년여 동안 전세가가 제자리걸음을 하고 매매가가 급등하면서 전셋값 비율이 낮아진 것이다. 서울 아파트 역대 전셋값 비율 평균이 55% 정도였던 점을 감안하면 아직 집값에 거품이 발생한 수준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
서울 대치동 은마아파트
▶청약경쟁률로 본 꼭짓점
청약경쟁률도 집값 꼭지 여부를 판단하는 중요한 자료 중 하나이다. 청약경쟁률이 높다는 것은 주택을 구매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는 유효 수요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 민간택지분양가상한제가 시행되면서 청약 대기 수요는 더 많이 늘어나는 추세이다.
강남권 아파트 일반분양에 당첨되기만 하면 10억~20억원의 시세차익을 거둘 수 있다는 기대를 가지고 있다. 분양가가 9억을 넘어서 중도금 집단대출이 되지도 않는 아파트에 현금 10억원 이상을 투자해야 분양받을 수 있는 데도 불구하고 청약 대기자가 적어도 수만 명이 넘는다. 이것은 아직 무주택인 구매 대기자가 많다는 말이다. 이들 유효 수요층이 집 구매를 미루고 있는 한 집값의 꼭지가 쉽게 오지 않는 것이다.
무주택자가 우선 분양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만들어진 청약제도가 무주택자의 주택 구입을 오히려 방해하고 지연시키는 것이다. 무주택자를 위한 청약제도가 가진 본래의 취지가 무색해지고 있다.
▶선호 주택 규모로 본 꼭지
선호되는 주택 규모의 추세를 보아도 꼭지점인지 아닌지 판단할 수 있다. 과거 20년전을 돌이켜보면 집값 상승장이 시작되던 2000~2001년 당시에는 소형평형 선호 추세였다. 또 집값 상승장이 한참 진행되던 2003~2005년에는 중형평형이 선호되었지만 상승장이 마무리되던 2007년~2008년에는 중대형평형이 가장 높은 가격대를 보였다.
최근에도 집값 상승장 초기인 2015~2017년에는 소형선호 추세였고 2018~2019년에는 중형이 선호 추세로 아직까지 유지되고 있다.
최근에 입주하는 물량은 소형면적이 많아지면서 중대형의 희소성이 서서히 높아지고 있다. 아마도 중대형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고 중대형 아파트의 공급이 늘어나는 시기가 집값의 꼭지일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그 시점은 2023~2024년일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