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vs 마이크로소프트 시총 1위 쟁탈전… 웨어러블 시장 성장 vs 클라우드 신사업 호황
김제림 기자
입력 : 2019.12.03 11:04:29
수정 : 2019.12.03 11:04:56
지난해 11월 마이크로소프트는 애플을 제치고 미국 시총 1위를 탈환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클라우드 사업 성장으로 주가상승에 가속도가 붙은 형세였지만 애플은 달랐다. 오랫동안 미국 시총 1위를 차지한 애플은 미·중 무역 분쟁의 타격으로 주가가 내리막길이었다. 작년 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에서 만든 애플 제품에 10%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는 발언과 함께 신형 아이폰 부진까지 겹쳐 주가가 고점 대비 20% 넘게 떨어진 것이다.
그러던 애플이 일 년 만에 다시 마이크로소프트를 따라잡았다. 애플은 아이폰 11의 판매호조에 따라 시총 1조2000억달러까지 넘보고 있다. 10월 25일 미국 국방부의 100억달러 규모 클라우드 컴퓨팅 사업 업체로 아마존 대신 마이크로소프트를 선택했지만 마이크로소프트의 시총이 애플 시총을 다시 따라잡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시장은 사업의 성장이 이미 몇 년째 지속되고 예견되어 온 클라우드 사업보다는 새로운 재료에 목말라했기 때문이다.
그 계기가 된 것은 아이폰 11과 웨어러블이었다. 11월 14일 기준 애플의 시총은 1조11870억달러(주가 262.64달러)이며 마이크로소프트는 1조1310억달러(주가 148.06달러)다. 시총 1,2위의 계속되는 신고가 갱신 덕에 미국 다우존스 지수와 나스닥 지수는 다른 기업들의 주가 상승이 크게 두드러지지 않는 상황에서도 연일 최고점을 찍고 있다. 초대형주 2개 종목이 시장을 끌고 가는 모양새다.
▶실리콘밸리의 영원한 라이벌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
1970년 비슷한 시기에 설립된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는 실리콘밸리의 오랜 라이벌 기업이었다. 애플이 전 CEO였던 스티브 잡스로 대변되는 창조성과 혁신에 방점이 찍힌다면 마이크로소프트는 빌 게이츠의 캐릭터에서 보듯 정석적인 운영체제(OS)로 알려져 있다. 탄탄한 성장을 해왔던 마이크로소프트와 달리 애플은 부침이 많은 기업이기도 했다. 스티브 잡스가 이사회에서 쫓겨나고 1990년대에는 잠시 부도 위기까지 몰렸지만 아이폰으로 애플은 실리콘밸리의 대명사가 됐다. 2010년 처음으로 마이크로소프트의 시총을 넘어선 이벤트는 이제 디지털기기의 상징이 노트북이나 퍼스널컴퓨터(PC)가 아닌 모바일 디바이스로 바뀌었다는 것을 입증하는 사건이기도 했다. 그리고 지난해 8월 미국 기업 사상 최초로 1조달러 시총을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잠자는 공룡’이었던 마이크로소프트의 뒷심도 만만치 않았다. 2014년 사티아 나델라 최고경영자(CEO)의 취임 후 마이크로소프트는 OS 위주의 경영전략을 버리고 클라우드와 인공지능에 집중했다. 사업 부문 비중을 보면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가 확연히 차이난다. 먼저 애플 매출에서 아이폰이 차지하는 비중은 60%다. 이 때문에 아이폰 신제품이 나올 때마다 애플의 주가는 휘청거린다. 반면 마이크로소프트는 윈도 등 OS 사업부문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0%대다.
사업부문의 균형으로 보면 마이크로소프트가 한 수 위지만 신사업 측면에서는 애플도 만만치 않다. 마이크로소프트가 클라우드로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다면 최근 애플은 웨어러블을 통해 생태계와 소프트웨어에 모멘텀을 더하고 있는 상황이다.
▶웨어러블, 애플 도약의 새로운 한 축
특히 3분기 실적을 보면 애플의 또다른 성장산업인 웨어러블의 저력을 확인할 수 있다. 올해 3분기(애플 회계기준 2019년 4분기) 애플은 매출 640억달러를 기록했는데 이는 전분기 대비 19% 늘었고 전년 대비 2% 늘어난 성적이다. 시장의 컨센서스를 상회한 실적에 애플 주가는 10월 31일 실적발표일 후 계속 우상향해왔다. 영업이익 역시 156억달러로 전분기 대비 35% 늘었다. 제품별로 보면 아이폰은 334억달러로 전년대비 9% 감소했으나 아이패드는 47억달러로 17% 늘어났고 맥컴퓨터는 70억달러로 전년대비 5% 감소했다.
눈에 띄는 부분은 웨어러블 기기로 54% 늘었다. 서비스 역시 전년대비 18% 늘어난 125억달러를 기록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가이던스와 웨어러블 실적 개선 속도를 감안할 때 4분기 실적은 매출 882억달러 영업이익 238억달러를 예상한다”며 “아이폰 이외 성장 대안들이 계속 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직 신형 아이폰 매출이 제대로 반영되기 전의 실적이라 3분기 아이폰 매출은 부진했지만 아이폰을 제외한 합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7.3%가 올랐다. 조철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아이폰의 판매 감소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양호한 흐름을 보이고 있는 것은 애플의 투자 포인트가 수익성 높은 서비스 분야와 웨어러블로 다변화되고 있기 때문이다”라며 “다음 분기 가이던스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소폭 증가하는 것도 서비스 및 웨어러블 매출액 증가 영향 때문”이라고 말했다. 애플워치, 에어팟 등의 웨어러블 디바이스는 스마트폰, 태블릿과 더불어 하드웨어 측면의 애플 에코 시스템을 구축하고 수익성 좋은 다양한 서비스 매출을 늘리는 애플의 전략에도 합치한다. 아이폰 판매 성수기인 4분기에 접어들면 매출 및 이익이 더욱 상승할 것이란 예상도 가능하다.
특히 2020년에는 4종류의 아이폰을 출시하기 때문에 아이폰 물량이 2억원대를 상회할 가능성도 있다. 이종욱 삼성증권 연구원은 “상반기 중 400달러 수준의 4.7인치 아이폰의 출시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며 하반기에는 3종의 아이폰이 전량 5G 모델과 자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를 달고 출시할 것이다”라며 “상반기 신규 저가폰 출하량을 2800만 대, 하반기 3종 신제품 출하량을 6910만 대로 추정하는데 이를 바탕으로 2020년 아이폰 출하량은 전년 대비 10% 성장한 2억원 대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에어팟, 애플워치 등의 액세서리로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시너지
애플의 웨어러블 전략은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무선 소형 이어폰 ‘에어팟’의 인기에서 확인할 수 있다. 최근에는 프리미엄 버전인 에어팟 프로를 내놓았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애플의 간판 제품인 아이폰 판매가 예전만한 파괴력이 없는 가운데 에어팟 프로는 웨어러블 기기를 확장하려는 시도의 하나라고 분석했다.
시장조사업체 번스틴 리서치에 따르면 올 2분기 에어팟 매출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70% 증가하며 20억달러에 달한 것으로 추정된다. 사실상 올해 내놓은 제품 중 가장 성공한 제품이라고 할 수 있다. 가격 역시 에어팟 프로는 249달러로 수익성 측면에서도 효자상품이다.
특히 애플의 콘텐츠 전략 역시 애플의 잠재력에 대한 믿음을 키우는 요소다. 과거 아이폰의 부진 때도 iOS를 기반으로 한 애플의 폐쇄적인 생태계의 위력이 굳건하기 때문에 애플의 장기적 성장은 큰 무리가 없을 것이란 예측이 많았다. 최근 애플은 애플TV를 출시해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등의 스트리밍 업체와의 경쟁에도 뛰어들어 콘텐츠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월 4.99달러로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 중에선 가장 낮은 가격에 서비스를 출시했다. 여기에 애플뉴스 플러스 역시 콘텐츠 확대의 일환이다. 텍스처 인수를 통해서 애플뉴스 플러스를 출범했으며 300여 종의 전문지를 구독하게 한 서비스를 내놓았다.
애플의 액세서리와 웨어러블 전략은 소프트웨어와 생태계를 확장하는 동시에 하드웨어(아이폰) 판매를 촉진하는 효과도 있다. 웨어러블로 들어온 생태계는 하드웨어를 추가시킬 인센티브를 늘리기 때문이다. 애플 역시 아이폰 판매 호조를 통해 웨어러블 판매를 더 늘리는 전략을 쓸 수도 있다.
에어팟 프로
▶PC 아닌 클라우드가 신사업
마이크로소프트는 도스와 윈도우를 개발해 1990년대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했다. 기존 PC운영체제 중심의 사업구조를 클라우드 중심으로 성공적으로 변화시켜 연간 매출액 1000억 달러를 돌파하며 시총 1위로 올라왔다.
주요사업은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그리고 클라우드 전문 기업으로 3개 사업부문으로 나뉜다. 첫 번째 부문은 프로덕티비티와 비즈니스 프로세스(Productivity and Business Processes; P&BP) 부문으로 오피스와 링크드인 등이 주력 사업이다. 두 번째는 인텔리전트 클라우드(Intelligent Cloud; IC)로 서버와 애저 클라우드로 최근 성장성이 주목받고 있다. 세 번째 사업부문은 모어 퍼스널 컴퓨팅(More Personal Computing; MPC)으로 윈도우, 서피스, 게임, 검색포털 사업을 수행한다.
클라우드 시장은 AI(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등 4차 산업 핵심기술의 기반이 되는 필수 인프라라고 할 수 있다. 선제적이고 과감한 투자로 현재 아마존을 필두로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이 클라우드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2021년에는 3000억달러 규모로 지속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마이크로소프트의 애저(Azure)는 아마존의 AWS보다 4년 늦게 클라우드 시장에 진출해 시작은 늦었지만 매출액은 연평균 두 배씩 성장을 지속해왔다. ‘클라우드 퍼스트(Cloud First)’라는 슬로건 하에 전폭적인 투자가 있었기 때문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며 오피스와 연동되는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올해 3분기(마이크로소프트 회계기준 2020년 1분기)에 마이크로소프트는 전 사업 부문이 시장 기대치를 상회하는 실적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전년도보다 14% 늘어난 331억달러로 시장 예상치 322억달러를 상회했다.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27% 늘어난 126억9000만달러, 희석주당순이익(EPS)은 1.38달러였다.
사업부문별 실적을 보면 B&BP사업은 전년 대비 110억7000만달러로 전년 대비 13% 늘어났으며 MPC사업부는 전년 대비 4% 늘어난 111억달러를 기록했다. 가장 괄목한 성장을 보인 곳은 클라우드다. IC사업부는 108억5000만달러로 전년 대비 27% 늘어났다. 애저의 매출은 전년 대비 59% 늘어났다. 이 추세로 가면 다음 분기에는 클라우드 사업 부문이 규모 면에서도 마이크로소프트의 사업부 중 가장 많은 매출을 올리는 사업 부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애플워치 5
▶연간 30% 이상 성장하는 MS 클라우드 ‘애저’의 저력
애저뿐만 아니라 오피스 365 커머셜, 다이나믹스365 등을 포함하고 있는 커머셜 클라우드의 매출은 전년 대비 36% 성장하며 116억달러를 기록했다. 프리미엄 솔루션의 사용 증가 등으로 인해 애저를 포함한 전반적인 커머셜 클라우드의 수익성은 개선되며 마진율이 66%를 기록했다.
황승택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마이크로소프트는 하이브리드에 대한 경쟁력을 바탕으로 SAP, 오라클, VM웨어와의 협력은 회사의 시장 지배력을 더욱 높여줄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이다”라며 “마이크로소프트는 다음 분기 가이던스로 인텔리전트 클라우드 부문이 전년 대비 20~22% 성장할 것으로 제시했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마이크로소프트의 미국 방위산업 클라우드 프로젝트인 조인트 엔터프라이즈디펜스 인프라(Joint Enterprise Defense Infra, JEDI)를 수주한 것은 마이크로소프트가 아마존 클라우드의 독주를 끊을 수 있는 계기로 평가받고 있다. 제디 사업은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모든 군사 관련 기관이 정보를 공유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사업이다. 수주 규모는 10년간 100억달러 규모다.
아마존의 AWS 클라우드는 2013년 미국 중앙정보국(CIA) 핵심 인프라로 채택되어 왔고 그동안에도 펜타곤 계약을 꾸준히 수주해 이번 국방부 클라우드 사업도 수주가 유력했다. 아마존의 클라우드가 최고 보안 등급을 획득했지만 마이크로소프트가 이를 따라잡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마이크로소프트 애저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7월 마크 에스퍼 전 국방장관에게 사업자 선정을 전면 재검토하라고 지시한 바 있어 트럼프 대통령의 일종의 의중이 반영된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아마존의 CEO인 제프 베조스가 소유하고 있는 워싱턴포스트가 트럼프 대통령에 비판적인 논조를 유지하고 있어 트럼프 대통령은 ‘가짜뉴스’라고 수차례 비난한 바 있다. 최근에는 백악관과 연방기관에 워싱턴포스트 구독을 중지하기도 했다. 그렇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눈엣가시로 여거온 제프 베조스에 대한 보복조치로 아마존 대신 마이크로소프트를 제디 사업자로 선정했다는 후문이 나오는 것이다. 급등한 애플 주가에도 불구하고 두 기업의 밸류에이션은 비슷한 편이다. 애플의 주가순이익비율(PER)은 22배이며 시가배당률은 1.16%다.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PER는 28배이며 배당률은 1.38%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