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당주의 계절 투자법 A to Z| 배당수익률 높다고 무조건 유리한 것 아냐, 종목 고를 자신 없다면 펀드 가입이 무난
홍혜진 기자
입력 : 2019.11.29 14:37:12
수정 : 2019.11.30 07:55:24
배당주가 주목받는 계절이 무르익었다. 배당 확대 기조와 맞물려 분기배당, 반기배당을 실시하는 기업이 늘었지만 여전히 상장사 대다수가 연말배당을 실시하는 까닭에 올해도 ‘찬바람 불면 배당주’ 공식이 깨지지 않고 있다. 특히 주주친화 기조가 강해지는 흐름을 고려하면 배당투자 매력이 전년보다 커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어 시장 관심이 높다.
▶배당은 주식회사의 ‘품질보증’
배당은 흔히 ‘품질보증’과 비교된다. 좋은 물건을 파는 기업은 비용을 들여 품질보증제도를 시행하는 경우가 많다. 판매한 제품이 일정 기간 안에 고장나면 보상을 지급하겠다는 약속으로, 제품에 대한 자신감으로도 해석된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상품 구매에 있어 안전장치로 기능한다. 품질보증제도는 한번 실시했다가 어느 순간 철회하기도 어렵다. 투자자의 신뢰를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배당도 이와 유사한 역할을 한다. 배당은 아무 기업이나 마구 지급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제품에 자신이 있는 기업이 품질보증제도를 활용하는 것처럼 자사 전망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회사가 배당을 꾸준히 지급할 수 있다.
배당은 회사가 벌어들인 이익 일부를 주주들에게 지급하는 일종의 주주환원이다. 따라서 회사 수익이 줄면 배당을 삭감하게 된다. 이 경우 후폭풍이 적지 않다. 통상 배당을 늘릴 때 주가가 상승하는 정도보다 배당을 줄일 때 주가 하락폭이 더 크다. 불확실한 미래이익보다 당장 현금소득으로 들어오는 배당을 선호하는 심리가 원인으로 꼽힌다. 어쨌든 회사로서는 사정이 좋을 때 배당을 늘리기는 쉬워도 다시 줄이기는 어려운 셈이다.
결국 기업은 향후 수익전망이 웬만큼 좋지 않고서야 배당을 섣불리 늘리지 않는다. 어느 기업이 높은 배당을 지급한다면 적어도 그만큼 이익을 내고 있다는 증거다. 그러므로 배당투자를 하는 것만으로 상대적으로 우량주에 투자하는 결과가 된다. 이 같은 정보가 시장에 누적되면서 투자자들은 배당의 지속성 및 증가 여부를 투자 지표로 삼게 됐다.
▶배당주, 왜 주목받나
투자자들이 이 같은 이유에서 배당에 주목해 온 것은 하루이틀 일이 아니다. 최근 배당이 투자 수단으로 유독 부각되는 원인으로는 올 들어 더욱 깊어진 저금리 기조가 꼽힌다.
올해 들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올 초 2.25~2.50%였던 기준금리를 세 차례에 걸쳐 1.50~1.75%로 내렸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올 초 1.75%였던 기준금리는 한국은행의 두 차례에 걸친 금리 인하를 통해 1.25%로 내려왔다. 1.25%는 역대 최저 기준금리와 같은 수준이다. 과거 한은은 2016년 6월 기준금리를 1.25%로 내린 뒤 유지하다가 2017년 11월 1.50%로 올린 바 있다.
기준금리에 연동되는 예·적금 금리도 덩달아 떨어지면서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제공하는 배당주로 시선이 쏠리게 됐다. 배당주는 통상 배당수익률이 연 3~ 4%가 넘는 종목을 일컫는다. 배당수익률은 주당 배당금을 주가로 나눈 수치로, 현재 주가로 주식을 매수할 경우 배당만으로 올릴 수 있는 수익의 정도를 의미한다. 주가 변동을 논외로 하면 같은 금액을 투자했을 때 예금이자보다 주당 배당금이 상대적으로 더 커진 것이다.
전문가들은 배당수익률과 시중금리 격차가 장기적으로 더 벌어질 것으로 바라본다. 배당주에 대한 관심이 한철에 그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의 배경이다.
KB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4년 안에 국채 10년물 금리가 제로(0%) 수준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고령화와 성장률 저하 흐름이 명확해지고 있다는 게 이 같은 판단의 이유다. 구체적인 진입 시기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견해가 갈리지만 일본과 유로존(EU) 등 이미 제로금리에 들어선 지역과 우리나라가 같은 길을 가고 있다는 데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 이 같은 전망대로라면 채권과 예금 등 안전자산 투자에서 기대할 수 있는 인컴수익은 점점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한편 국내 기업 배당수익률은 최근 수년간 상승일로다. 지난해까지 1%대에 머물던 코스피 배당수익률은 올해 5월 들어 2%를 넘어섰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상장사 배당금 총액은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증가했다. 지난 2013년 14조원이었다가 2015년 20조원을 넘어선 뒤 지난해 31조원까지 올라섰다.
지난해부터 본격화된 스튜어드십 코드도 배당 상승 움직임을 이끌고 있다. 국민연금이 지난해 7월 기관투자가 의결권행사 지침인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고 주주행동주의가 확산되면서 국내 상장사들은 낮은 배당을 고집하기가 어렵게 됐다. 지주회사 체제가 자리 잡으면서 대주주가 배당을 늘리는 데 적극적으로 나설 유인도 생겨났다. 앞서 과거에는 엘리엇 등 외국계 행동주의 투자자들이 기업의 지배구조를 흔들며 배당확대를 요구하기도 했다.
▶코스피 고배당 기업은?
코스피 평균 배당수익률은 2%대지만 종목별로 살펴보면 고배당을 지급하는 회사도 적지 않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지난 12일 종가와 올해 예상 주당배당금을 기준으로 산출한 결과에 따르면 쌍용양회의 올해 예상 배당수익률은 7.09%로 산출됐다. 지난해 배당수익률은 5.88%였다. 이어 두산의 예상 배당수익률은 6.98%였다.
전통의 배당강자 금융지주는 올해도 고배당을 지급할 것으로 예상됐다. 기업은행이 5.72%, 하나금융지주가 5.71%, DGB금융지주가 5.42%, 우리금융지주 5.32%, JB금융지주 4.95%, KB금융 4.9%, BNK금융지주 4.81%, 신한지주 4.12% 등 순이다. 증권사도 올해 적잖은 금액을 배당으로 지급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배당수익률이 4.67%였던 메리츠종금증권은 올해 5.23%로 증가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NH투자증권은 4.97% 배당수익률이 예상된다.
통신주 배당수익률도 올해 선전할 것이라는 데 무게가 쏠린다. 올해 예상되는 통신사별 배당수익률은 SK텔레콤 4.09%, KT 3.98%, LG 유플러스 2.95%로 모두 지난해보다 배당수익률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됐다. 의결권이 없는 대신 보통주보다 높은 배당을 주는 우선주도 배당투자 매력이 높다. 두산(7.87%), 대신증권(7.02%) 우선주가 지난해 7%가 넘는 배당수익률을 나타냈고, 삼성화재(6.81%), SK이노베이션(6.65%), 부국증권(6.53%) NH투자증권(6.02%) 우선주 배당수익률은 6%를 웃돌았다.
단순히 배당수익률 자체가 높은 종목보다는 주당배당금이 증가세인 종목을 주의 깊게 봐야 한다는 조언도 있다. 김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배당투자의 맹점은 주가가 하락하면 배당수익률이 올라 투자 의미가 퇴색될 수 있다는 것”이라며 “이 같은 오류를 줄이기 위해서 주당배당금(DPS)이 매년 높아지는 종목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지난 2017년부터 2년 연속으로 DPS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는 종목으로는 쌍용양회, JB금융지주, 삼성증권, 롯데정밀화학, 한국금융지주, GS건설 등이 있다.
최근 증권가에서 가장 ‘핫’한 상품인 리츠도 배당투자 수단으로 주목받는다. 리츠는 다수 투자자로부터 모집한 자금을 부동산에 투자하고 수익을 배당하는 부동산투자회사를 말한다. 리츠는 상장돼 주식처럼 거래할 수 있어 만기까지 자금이 묶이는 부동산 펀드에 비해 환금성이 높다는 장점이 있다. 높은 배당수익에 더해 주가 상승에 따른 시세 차익까지 얻을 수 있다는 매력이 부각되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뜨겁다. 국내 상장된 리츠 네 개의 배당수익률은 신한알파리츠를 제외하고 모두 4%를 웃돈다.
신규 리츠 상장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이리츠코크렙, 신한알파리츠가 상장됐고, 지난 10월 롯데그룹이 롯데리츠를 상장시켰다. 농협자산운용의 NH프라임리츠는 연내 상장이 예정돼 있다. 이지스자산운용도 내년 리츠를 상장할 계획이다.
▶해외와 비교하면 여전히 배당 인색… 왜?
한국 기업이 배당을 늘리는 추세라지만 아직 해외 주요국과 비교하면 현저히 낮다.
블룸버그가 모건스탠리인터네셔널(MSCI) 각국별 지수 기준으로 산출한 국가별 배당성향 통계를 보면 한국 기업의 배당성향은 26.7%로 전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 배당성향은 당기순이익 중 현금으로 지급된 배당금의 비율로, 기업이 주주에게 배당금으로 돌려주는 순이익 비율을 뜻한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바에 따르면 올해 8월 말 기준 글로벌 상장사들의 배당성향 평균치가 49.7%로 나타났다. 선진국 평균이 51.2%, 신흥국 평균이 42%였다. 국가별로 보면 미국(47.6%), 영국(75.9%), 프랑스(60.1%)는 물론, 일본(35.2%), 중국(34.4%), 싱가포르(56%), 브라질(57.2%) 등보다도 낮다.
전문가들은 국내 기업들이 배당에 인색한 것은 상장사 가운데 제조업 기업이 많아 투자를 위한 유보 자금이 상대적으로 많이 필요하기 때문으로 분석한다. 뿐만 아니라 소유와 지배가 분리돼 있지 않은 경영적 특성 등 불투명한 지배구조도 낮은 배당률에 한몫했다. 지배구조가 허술하게 짜여있는 기업의 경우 대주주가 배당 외에도 회계 빈틈을 공략해 회사 자금을 가져갈 여지가 많다. 대주주가 주주총회에서 배당을 늘리자고 적극적으로 주장할 유인이 낮아 저배당 구조가 유지됐던 셈이다.
▶배당수익률, 고고익선?
배당수익률이 높다고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다. 지나치게 높은 배당의 뒤에는 모종의 사정이 존재할 수 있다. 소로스가 인수했던 서울증권, 론스타가 인수했던 외환은행, 금호그룹이 인수했던 대우건설 등은 인수합병(M&A) 직후 거액의 대규모 배당에 나선 바 있다.
이밖에 기업이 벌어들인 이익 가운데 재투자를 포기할 정도로 높은 금액을 배당에 할애하는 경우도 바람직하지 않다. 기업은 이익 중에서 향후 기업을 운영하고 성장시키는 데 필요한 재투자분을 제외하고 남은 금액에서 배당을 지급하는데, 재투자를 포기해가면서 배당을 지급한다면 기업 성장 가능성이 희박하기 때문이다.
가장 좋은 경우는 이미 많은 투자가 이뤄져 재투자 부담이 크지 않은 기업이 최대한 많은 배당을 지급하는 경우다. 기업이 성장기를 지나 안정기에 접어든 경우가 여기 해당한다. 금융, 통신, 유틸리티 종목이 이 같은 사례로 자주 언급된다.
배당과 유사한 주주친화 정책으로 자사주 매입이 있다. 자사주를 사들이면 유통주식 수가 줄어들어 주식의 내재가치가 상승하는데, 이는 주주에게 내재가치 상승분을 배당으로 지급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실질적으로 배당의 효과를 내는 셈이다. 당장 현금이 지급되는 것은 아니지만 나중에 주식을 매도할 때 시세차익을 통해 상승분을 보전 받게 된다.
▶전문가가 알아서… 배당주 펀드도 고려
합리적인 배당주 투자를 위해서는 결국 배당수익률, 배당성향, 배당의 지속 가능성, 실적 등 면면을 고루 살펴야 한다. 쉽지는 않은 일이다. 직접 종목을 고르는 데 어려움을 느끼는 투자자라면 배당주 전반에 고루 분산투자할 수 있는 배당주 펀드에 관심을 둘 만하다. 배당주 펀드 가입을 고려하는 투자자라면 과거 수익률뿐 아니라 펀드별 배당수익률을 확인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배당주 펀드가 ‘이름값’을 잘 하고 있는지를 체크해야 한다는 얘기다.
지난 13일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설정액 500억원 이상인 국내주식형 배당주 펀드 가운데 배당수익률이 가장 높은 펀드는 삼성액티브자산운용의 삼성배당주장기펀드로 3.52%의 배당수익률을 나타냈다. 지난 9월 초 주가와 지난해 종목별 배당금을 기준으로 산출한 결과다. 분석을 위한 편입 종목 및 비율은 가장 최신 포트폴리오 구성 내역이 담긴 8월 운용보고서에 기반했다. 전체 배당주 펀드 배당수익률 평균치인 2.8%보다 0.72%포인트 높은 수치다.
삼성배당주장기펀드는 지난해 말에도 동종 펀드 가운데 가장 높은 배당수익률을 나타내 주목된다. 지난해 말 배당수익률은 3.5%로 올해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9월 기준 배당수익률에 비춰 봤을 때 올해도 지난해보다 높은 배당수익률을 실현할 여력이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최근 1년 수익률은 4.54%로 동종 펀드 평균을 소폭 웃도는 수준이다. 다만 장기 수익률은 돋보였다. 최근 3년간 배당주 펀드 평균수익률이 7.83%였던 한편 이 펀드는 13.4%의 수익을 냈다.
이 펀드는 9월 기준 삼성전자 우선주를 6.83%로 가장 많이 담고 있다. 이어 효성(5.64%), 삼성전자(3.14%), GS건설(2.88%), 현대자동차 우선주(2.87%), KT&G(2.75%), 쌍용양회(2.57%), 기업은행(2.56%), 청담러닝(2.31%), SK텔레콤(2.25%) 등 순이다. 배당수익률이 두 번째로 높은 펀드는 베어링자산운용의 베어링고배당펀드다.
평균 배당수익률이 3.21%를 나타냈다. 최근 1년 수익률은 5.21%, 3년 수익률은 13.54%로 삼성배당주장기펀드를 웃돈다.
이 펀드는 지난 8월 기준 삼성전자(13. 23%), 삼성전자 우선주(5.61%), 포스코(3.30%), SK하이닉스(3.18%), 현대자동차 우선주(3.1%), SK텔레콤(2.77%), SK이노베이션(2.09%), KT&G(2.06%) 등 순으로 담고 있다.
배당투자에 나설 때 배당수익률을 투자 지표로 삼는 것처럼 배당주 펀드 가입에 있어서도 펀드가 편입한 종목의 배당수익률을 살피는 것이 필수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배당주 펀드를 고려하는 투자자라면 으레 주가 변동성을 최소화하면서 안정적인 인컴 수익을 꾸준히 가져가는 것을 목표로 하는데, 배당수익률이 낮은 배당주 펀드는 편입 종목 주가 등락에 노출도가 높아 이 같은 목표에 어긋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배당주 펀드 가운데 일부는 코스피 평균 수준에 그치는 배당수익률을 나타내고 있어 무늬만 배당주 펀드라는 지적이다. 12일 기준 코스피 평균 배당수익률은 2.08%다.
자산운용사의 한 관계자는 “몇몇 배당주 펀드는 코스피 배당수익률과 엇비슷한 정도의 배당률로 배당주 펀드를 표방한다”며 “이 같은 펀드는 이름만 배당주 펀드로 사실상 ‘코스피 펀드’로 봐도 무방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