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2019년이 1달여밖에 안 남았다. 올 한해 투자시장은 다양한 대·내외 변수를 거치며 여러 번의 굴곡을 지나친 바 있다. 일본의 수출 보복 조치와 남북관계 불확실성, 미중 무역 갈등, 홍콩 시위 등 대내외 악재로 증시는 편할 날이 없었다.
정부의 강력한 규제로 점철된 부동산 시장은 대전지역이 의외의 다크호스로 떠올랐고 서울은 광진구와 강남구 지역의 새 아파트 중심으로 시세변동이 눈에 띄었지만 이외 지역의 경우 크게 수익을 거두기는 힘든 한 해였다.
불확실성이 커진 경제 환경에 안전자산선호현상이 뚜렷해지며 금·은·암호화폐 등의 가격이 폭등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사상 최저수준의 금리환경에 예·적금으로 재미를 보기 힘들어지자 ‘중위험 중수익’ 파생상품에 큰손들의 뭉칫돈이 몰리기도 했지만 DLF 사태와 사모펀드 환매중지라는 직격탄을 맞기도 했다. 그러나 쉽지 않은 환경에서도 쏠쏠한 수익을 내는 투자처는 있기 마련이다. 송년호를 맞아 한발 빠르게 주식·펀드·부동산 등 투자부문별 2019 재테크 손익계산서를 작성해봤다.
▶다시 ‘박스피’로 돌아간 주식시장
2020년엔 올해보다 긍정적 전망
올 한해 주식시장은 한마디로 ‘박스피로의 회귀’라고 정의할 수 있다. 미중 무역전쟁 등 국내외 정치경제 이슈가 지속되며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아 단기적으로 출렁거렸을 뿐 큰 변동성은 없었다.
올 초 2010포인트로 시작한 코스피지수는 11월 18일 기준 코스피지수 2158.51을 기록해 연초 대비 7.4% 상승에 그쳤다. 그나마 11월 들어 추세상승이 이어져 상승폭이 커졌다. 현재까지(11월 18일 기준) 코스피 고점은 2252였으며 저점은 1891로 약 360포인트라는 가두리 안에 갇혀서 움직였다.
코스닥시장은 보다 상황이 좋지 않았다. 올 초 669.37로 시작한 코스닥지수는 지난 18일 기준 670.59로 마감돼 연초 대비 1포인트 오르는 데 그쳤다.
올 한 해 실망스러운 성적표를 받은 주식시장은 내년은 보다 개선된 장밋빛 전망을 드리우고 있다. 국내 주요 증권사들은 미중 무역협상의 합의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선 레이스가 본격화되면 상대적 저평가 상태인 국내 증시가 상승세로 돌아설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글로벌 저금리 흐름과 통화량 증가세도 주식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할 것이란 예측이다. 코스피지수가 최대 2500까지 오를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국내 주요 증권사들의 코스피지수 등락 전망치는 1830선에서 2500선까지 넓게 퍼져 있다. 가장 낙관적인 전망치를 내놓은 증권사는 메리츠종금증권으로 코스피 시장 진폭을 2000~2500으로 내다보고 있다.
반대로 신중론도 있다. 국내 경제 성장률이 둔화되고 있어 미국 증시 호황 등이 사라진다면 국내 증시도 하강 곡선을 그릴 것이란 주장이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내년 국내 증시는 실적 바닥론이 이어지며 연초에 상승하지만, 하반기로 갈수록 경기 둔화 우려 및 글로벌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상고하저(上高下低)’ 양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3월 10만 명 넘게 1순위 청약을 신청해 평균 경쟁률 74.5 대 1을 기록한 대전 서구 ‘대전 아이파크시티’ 견본주택.
▶해외주식형 국내주식형의 5배 수익
러시아, 중국, 미국 펀드 고공행진
부진한 주식시장으로 국내주식형 펀드 역시 좋지 않은 성적표를 거뒀다. 국내주식형 펀드의 연초 이후 평균수익률은 3.91%에 그쳤다. 펀드매니저들이 종목을 선별해 투자하는 액티브펀드 평균수익률은 1.32%에 그쳐 지수에 연동되는 인덱스펀드 수익률(5.44%)에 한참 미치지 못했다. 지수의 변동성이 적은 환경에서는 상대적으로 인덱스에 비해 액티브펀드의 수익성이 높다는 통설도 소용없는 한 해였다. 인덱스펀드 중에서는 코스피200에 연동되는 상품들의 평균수익률이 8.96%로 가장 높아 대형주 위주로 시장이 흘러간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상대적으로 대체투자 관련 펀드는 연초 대비 5.35%의 수익률을 기록하며 선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반적으로 부진한 수익률 속에서도 IT펀드(23.82%)와 4차 산업(14.58%)은 상대적으로 선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국내 양대 포털 업체인 카카오와 네이버 주가가 연중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상승세를 기록한 덕이 크다. 양사의 상승폭은 코스피 대형주 가운데서 주가 상승률이 가장 높은 수준이다.
반대로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코오롱생명과학 인보사 사태 등으로 얼룩진 헬스케어 섹터는 연초 이후 4.98% 수익률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해외주식형 펀드로 눈을 돌렸으면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한 해였다. 해외주식형 펀드의 연초 대비 평균수익률은 21.26%로 국내주식형 펀드 수익률의 5배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지역별로는 러시아(30.09%), 중국(26.59%), 북미(25.46%), 일본(15.9%) 등이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고 섹터별로는 IT(31.42%), 소비재(30.61%), 산업재(24.87%) 등이 훈풍을 타며 고공행진을 펼치고 있는 미국 증시의 수혜를 입어 연초 대비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반기 ‘금값’ 하던 금 시세
하반기 경제 불확실성 해소로 하락세
올 상반기 고공행진을 이어온 금 펀드의 수익률은 하반기 들어 주춤해졌다. 미중 무역협상에 대한 긍정적 기대감으로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가 줄어들자 하락세를 보인 것이다. 지난 17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총 설정액 10억원 이상인 국내 12개의 금 펀드는 최근 한 달(11월 15일 기준)간 평균 -2.30%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최근 3달간 수익률도 4.95%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5일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금은 1트로이온스당 1467.30달러에 마감했다. 11월 들어 약 3%가 하락한 수준이다. 연중 고점을 기록한 지난 9월 1550.30달러와 비교하면 2개월 동안 100달러가량 떨어진 셈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5일 금은 1g당 5만5050원에서 마감해 이달 약 2%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KRX 금시장에서 국내 금값은 올 8월 6만1300원을 기록한 바 있다.
미국의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가 커져 금을 비롯한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덜해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지만 증권가에서는 금에 대한 기대를 완전히 버리기는 힘들다는 견해가 나온다. 저성장에 대한 우려가 여전하고 마이너스 금리의 채권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여전히 금은 매력적인 자산이라는 설명이다. 최진영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지금 상황에서 봤을 때 내년 경기가 바닥에 접근했다고 자신하기 어렵다”면서 “미중 무역 갈등이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고 홍콩 사태, 브렉시트 등 이슈가 있어 금은 안전자산으로서 매력이 크다”고 전했다.
▶아파트 시가총액 상승률 대전 9%
서울은 광진구 연초 대비 8% 상승
올해 부동산 시장에서 가장 핫한 지역은 서울이 아닌 대전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대전지역 아파트 총 시가총액은 연초 대비 10월 말 기준 무려 9%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광역시별로 전국에서 단연 으뜸이다. 이러한 상승세는 최근까지 지속되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대전 주택종합(아파트·연립·단독) 기준 매매가격은 1~10월 4.38% 올라 전국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자치구별로 살펴봐도 유성구(6.45%), 서구(5.13%), 중구(5.10%) 등은 전국 시군구 기준 상승률 1~3위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종시에 가려져 한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대전은 부산, 대구, 광주가 오를 때 약세장을 유지하고 있다가 뒤늦게 상승한 케이스다. 신규 공급물량도 많지 않았고 광역시 중에서 상대적으로 아파트 가격이 저평가됐다는 점, 규제 이슈를 벗어났다는 요인이 가세해 수요가 몰린 것으로 보인다. 아파트 입주 물량 증가세가 다른 광역시에 비해 늦은 대전지역 집값 상승세는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다만 한 국토부 관계자는 “규제에는 빠졌지만 해당 지역의 시세변동에 대한 모니터링은 하고 있는 중”이라고 밝혀 묘한 여운을 남겼다.
한편 대전에 이어 시가총액 상승률 2위를 기록한 곳은 역시 서울로 나타났다. 서울은 올 초 대비 시가총액이 5.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치구별 아파트 매매 변동률을 살펴보면 광진구가 약 8%의 상승률로 1위를 기록했다.
주거환경이 좋은 광장동과 개발 호재가 있는 구의동 위주 아파트 매매가 변동이 눈에 띄었다. 이외에 분양가 상한제 등 정부규제에도 새 아파트 위주로 매매가 상승이 부각되고 있는 강남구(6.45%), 송파구(5.88%)가 각각 2·3위를 차지했고 영등포구(5.83%)가 그 뒤를 바짝 추격했다. 서울지역 아파트 매매가는 각종 정부 규제에도 꾸준한 가격상승을 기록했지만 추가적인 상승여력에 대해서는 전망이 갈리고 있다.
공급부족으로 새 아파트 위주의 상승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예측이 있는가 하면 강력한 정부규제로 브레이크가 걸릴 가능성이 높다는 견해가 팽팽히 맞서고 있다.
여경희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분양가상한제 본격 시행 후 주택공급 감소 우려가 커지면서 서울 아파트값은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6개월 유예기간을 두고 있기 때문에 파급효과를 쉽게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강도 높은 자금 출처 조사와 맞물려 매수심리가 다소 위축되는 분위기여서 아파트값 오름폭 확대는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