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11~13일 사흘간 서울 코엑스에서 매일경제 주최로 열린 ‘서울머니쇼 2017’의 부동산 재테크 섹션에는 국가대표급 부동산 재테크 전문가들이 부동산 투자 전망과 팁을 쏟아냈다. 올해도 어김없이 객석을 꽉 채운 청중들은 식지 않은 부동산 투자 열기를 보여줬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수익형 부동산을 활용한 노후준비’를 주제로,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연구위원·이영진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임채우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전문위원은 ‘새 정부 출범 이후 주목한 부동산 시장 전망과 투자전략’을 주제로 얘기를 펼쳤다. 박합수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재건축·재개발 지분 투자와 분양물량 집중 분석’을,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은 ‘2017년 부동산 이곳이 알짜’라는 주제로 시장분석과 재테크 조언을 했다.
강북과 용산의 잠재력, 슈퍼부동산 고르기, 소형아파트 갭투자 등에 이들 부동산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지금은 강북 재개발이 ‘대세’
“강남 재건축 상승세는 올해 안에 끝날 가능성이 높다. 강북 재개발은 적어도 내년까지 상승세를 탈 것이다.”
서울머니쇼 첫날 강연을 맡은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딱 잘라 ‘강북재개발’을 주목했다. 고종완 원장은 지난해 서울머니쇼 강연에서 잠실, 수서, 삼성을 투자유망처로 꼽았고, 이후 상승세가 강북으로 확산될 것으로 전망했다. 1년 사이 투자 유망지역이 바뀐 것은, 그만큼 시장 상황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강북 대세론’은 ‘주택시장 10년 주기설’ ‘벌집순환모형’ 등 부동산 이론에 뿌리를 두고 있다. 10년 주기설은 주택시장이 5~6년 상승세를 탄 이후 4~5년은 하강국면을 맞이한다는 이론이고, 벌집순환모형은 이 경기 국면을 6개로 세분화한 것이다. 강남 재건축은 2012년 하반기부터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는데, 5년이 되는 올 하반기가 상승의 ‘끝물’이 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이와 달리 강북 재개발은 2013년 하반기부터 상승국면을 맞았기 때문에 상승세가 1년 더 지속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전통적으로 강남 주택 시장은 부동산 상승기에도 가장 먼저 오르고 하락기에도 가장 빨리, 많이 떨어지는 양상을 보여 왔다.
부동산 하강국면은 비단 10년 주기 이론 등 귀납법에만 의존한 것은 아니다. 부동산 시장의 선행지수라고 할 수 있는 주택거래량도 감소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1~4월 서울시에서 거래된 주택 수는 2만3677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만5844건보다 2000건 이상 적었다. 업계에서는 통상 주택 거래량은 가격 추이보다 1~2분기 선행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정책변수도 현재로선 강남 재건축에 녹록지 않을 전망이다. 재건축으로 조합원 1인당 얻는 개발이익이 3000만원을 넘을 시 정부가 개발이익의 최고 50%를 환수하는 제도인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는 올해 말 유예가 종료된다. 올해 정부가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를 유예 또는 폐지하지 않으면 내년 자동으로 부활하게 된다. 새로 출범한 문재인 정부가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를 유예 또는 폐지하지는 않을 것이란 데 많은 부동산 전문가들의 의견이 모이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도심 재생’과 ‘임대주택’에 방점이 찍힌 것으로 전해진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도 ‘강북 대세론’에 힘을 보탰다. 지난해 시행된 ‘11·3부동산대책’으로 강남·서초·송파·강동 등 강남4구와 과천의 분양권 전매가 금지된 것도 강남 재건축에는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중도금 대출규제에 따른 금리상승 등 투자 여건이 변화하면서 분양시장은 실수요자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박합수 전문위원은 “강북 지역은 분양 1년 6개월 후에는 전매를 할 수 있어 투자자들 관심이 높다”면서 “앞으로 서울 도심의 직주근접 가치가 오를 것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용산이 가장 유망’ 전문가들 한목소리
서울머니쇼에 참여한 부동산 전문가들은 최고의 투자처로 용산을 꼽았다. 스스로를 ‘용산 전도사’라고 말하는 박합수 전문위원은 “용산공원 개발 시 뉴욕 센트럴파크처럼 조망권과 사용가치가 극대화될 것”으로 자신했다. 용산 미군기지 이전 시 230만㎡ 규모의 용산 땅에 1조2000억원을 들여 대형공원이 조성될 예정이다.
용산 국제업무지구 개발도 호재다. 용산 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은 지난 2013년 무산됐지만 무산된 지 5년이 지나는 내년부터 다시 추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외 용산에는 삼각지 결합개발지역, 캠프킴, 유엔사, 수송사 부지 개발 등도 예정돼 있다. 교통편도 개선된다. 신분당선이 2024년 용산까지 이어지면 강남 접근성이 획기적으로 개선될 전망이다. 박 위원은 “현재 진행 중인 한남2~5구역 재개발이 성공적으로 진행되면 정남향 배산임수의 서울 최고 재개발 지역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연구위원은 “서울 부동산은 교통망 확장으로 4대문 안·강남·여의도 등 3개 도심 접근성이 개선되면 가격이 오르는 구조”라면서 “용산은 3개 도심에 접근성이 뛰어난 데 비해 저평가돼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강북에서는 용산 외에도 마포, 서대문 등 투자성이 높게 평가되는 재개발 지역이 많다. 강북지역에서 재개발 속도가 가장 빠른 편인 마포에 대해 박 위원은 “마포는 지하철 등 교통망이 발달돼 있고 도심(CBD)과 여의도(YBD), 상암동DMC, 인천공항철도 접근성도 좋다”며 “이미 전용 84㎡ 아파트가 10억원에 육박하고 있지만 가격대 지지가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하철 2·3호선, 경의중앙선을 통한 도심 접근성을 갖춘 서대문에서는 북아현, 가재울 등 뉴타운이 유망주로 꼽혔다.
강남 재건축은 가격이 이미 많이 오른 탓에 단기에는 강북보다 추가 상승여력이 낮은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현재 재건축 단계, 입지 등 단지별로 상승여력에도 차별화를 보일 전망이다.
강남 주요 재건축 단지들은 서울시 35층 층수제한에 따라 사업성이 좌우될 것으로 분석된다.서울시는 ‘2030서울플랜’에 따라 일반 아파트 최고 층수를 35층으로 제한하고 있다. 강남에서도 ‘대장주 재건축’으로 꼽히는 대치동 은마아파트의 재건축추진준비위원회는 최고 49층을 목표로 재건축 사업을 추진하며 서울시와 충돌하고 있다. 박 위원은 “은마아파트와 같은 중층 재건축은 초고층화를 통해 건폐율을 줄이고 고급화해야 사업성이 확보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도 초고층 재건축이 숙제로 남아있다. 박 위원은 “잠실주공5단지가 지금 계획대로 역세권 4개동이 50층으로 조성되면 롯데월드타워와 더불어 잠실 핵심 랜드마크로 부상하며 인근 상권까지 촉진시킬 것”으로 전망했다.
강남4구에 속하지만 강동구의 재건축은 강남·서초·송파와는 조금 다른 양상을 띨 것으로 분석된다. 2만 가구 브랜드아파트 타운으로 조성되는 강동 고덕지구에 대해 박 위원은 “분양물량이 3800가구로 많기 때문에 실수요자 위주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하지만 고덕에 비해 교통·학군이 좋은 것으로 평가되는 둔촌주공에 대해선 “명문학군, 올림픽공원, 지하철 5·9호선 연장선 추진과 맞물려 강남지역 근무자 수요까지 흡수할 것”으로 예상했다.
▶‘슈퍼부동산’으로 갈아타라
이번 서울머니쇼에서도 전문가들은 주거성과 투자성이 모두 좋은 ‘슈퍼부동산’에 주목할 것을 주문했다. 고종완 원장은 “성장하는 지역의 대지지분이 높은 부동산을 고르되 임대수익률보다는 자본소득에 초점을 맞추라”고 조언했다. 타워팰리스 1단지 전용 164㎡는 2007년 33억4000만원에 달했지만 올해 4월에는 19억2000만원에 거래됐다. 주상복합 단지라 대지지분이 적은 데다, 준공 15년이 되며 건물 감가상각도 빨라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같은 기간 대지지분이 넓은 편인 재건축단지의 개포주공1단지 전용 58㎡는 13억3000만원에서 14억4800만원으로 가치가 상승했다.
성장지역임을 판단하려면 그 지역의 인구, 소득, 인프라, 행정계획 등 4가지 요건을 파악해야 한다. 고 원장은 광화문, 영등포·여의도, 강남 등 서울 3대 도심, 용산·삼각지 역세권, 삼성동 한전부지~잠실 종합운동장 등을 성장지역으로 분류했다.
고종완 원장이 아파트 투자 가치를 분석하는 ‘고종완의 살집팔집’ 서비스는 매경 홈페이지를 통해 이용할 수 있다. 세부 전략으로는 소형아파트 갭투자가 추천됐다.
이영진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은 “2006년부터 통계가 작성된 주택 실거래가에 따르면 전체 거래건수의 40%가량이 소형주택”이었다고 지적했다. 수익형 부동산으로 주로 투자되는 오피스텔은 비교적 대지지분이 낮고 감가상각 때문에 가치상승으로 어렵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영진 팀장은 “2013년 마포지역의 모 오피스텔이 1억9000만원, 인근의 나홀로아파트가 2억3500만원이었는데 이제는 각각 2억, 3억5000만원으로 격차가 벌어졌다”고 말했다.
김규정 NH투자증권 위원은 “1억원의 투자자금으로는 오피스텔, 섹션오피스, 소형아파트 갭투자를 할 수 있다”면서 “임대수입에 치중한다면 오피스·오피스텔을, 매각차액을 노린다면 소형아파트 갭투자가 유리하기 때문에 개인 투자성향에 따라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준석 센터장은 강남구 논현동 모 단지의 전용 35㎡ 아파트를 지목해 투자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직장인 임대수요가 높은 지역이라 임대료 상승이 아파트 가격 상승을 견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아파트 가격은 2007년 상반기 2억원대 초반에서 올해 5억원대로 두 배 넘게 올랐다. 고종완 원장은 도봉구 등 강북 지역의 대지지분이 많은 소형아파트를 추천했다.
▶2043년까지 가구 수 증가…
“인구절벽 공포는 과잉”
중장기적으로 서울을 비롯한 우리나라 부동산은 여전히 상승 여력이 큰 편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부동산 투자성은 그 지역의 인구구조와 소득수준에 큰 영향을 받는다.
임채우 KB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현재 우리나라의 주택 수가 인구수에 비해 적다는 점을 지적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우리나라의 인구 천 명당 주택 수는 383.0호, 서울은 366.8호다. 이는 일본 476.0호, 영국 434.6호. 미국 419.0호 등 OECD 선진국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다.
시중에 도는 인구절벽에 따른 부동산 붕괴론과는 달리 당분간 인구는 증가세를 유지할 것으로 분석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인구는 2031년까지 증가하고, 주택수요에 더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가구 수는 2043년까지 증가할 전망이다.
1·2인가구 증가가 관건이다. 우리나라의 1인가구 비율은 2017년 현재 전체가구의 28.5%지만, 2045년에는 36.3%로 늘어나고, 같은 기간 2인가구도 26.9%에서 35.0%로 증가할 것으로 분석된다.
경제성장률도 감안할 필요가 있다. 한국은행, IMF는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각각 2.6%, 2.7%로 예상했다. 고준석 센터장은 “중장기적으로 국민소득이 오른다고 봤을 때 부동산 가격은 오른다”면서 “지금 부동산 가격이 비싸다고 느껴지더라도 미래의 가격을 생각하면 투자할 부동산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