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년 9월 주가연계증권(ELS)에 가입한 40대 직장인 이 모 씨는 최근 증권사로부터 한 통의 문자메시지를 받고 활짝 웃었다. 4000만원을 투자했는데 6개월 만에 조기 상환돼 100만원(수익률 2.5%)가량 수익이 발생했다는 내용이었다. 이씨는 “6개월 만에 기준금리의 2배에 달하는 수익을 올렸다”면서 “국내외 증시가 전반적으로 상승해 있는 현재 상황에서 ELS만한 중위험·중수익 상품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올 들어 ELS 발행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두 배 이상 급증하면서 ‘국민 재테크 상품’이란 명성을 되찾고 있다. 기준금리 1.25%인 저금리 상황에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전후 글로벌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중위험·중수익’을 찾아 헤매는 투자자들이 다시 ELS로 몰리는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지난해 2월 홍콩 항셍중국기업지수(H지수) 폭락으로 4조원이 넘는 지수형 ELS가 원금손실 구간에 접어들면서 냉각됐던 ELS 투자심리가 완연히 되살아났다는 평가다. 다만 전문가들은 ELS가 박스권 장세에서 중위험·중수익 상품으로서 매력은 있지만, 갑작스런 이벤트가 발생해 지수가 급락할 경우 수십%에 달하는 손실이 발생할 수도 있는 만큼 가입 시점과 기초자산을 최대한 분산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투자자 다시 ELS 관심…
2월 발행액 사상최대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1~2월 두 달 동안 ELS 누적발행액은 11조8216억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5조7551억원과 비교하면 두 배가 조금 넘는 숫자다. 특히 지난 2월 ELS 발행액은 7조원을 넘기면서 2월 기준으로는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1년 전인 지난해 2월 발행액 2조8333억원과 비교하면 2.5배 수준으로 늘었고, 연간 ELS 발행액이 가장 많았던 2015년 2월의 6조6515억원보다도 10%가량 많은 것이다. 앞서 지난 1월 ELS 발행액도 4조6385억원으로 퇴직연금용 ELS 발행 수요가 몰리는 12월을 제외하면 15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바 있다.
투자자들이 ELS에 다시 몰리는 것은 작년 하반기 이후 미국·유럽·일본·중국 등 글로벌 증시가 전반적으로 완만한 상승세를 나타내면서 ELS가 연 5~6% 수준의 수익을 꼬박꼬박 내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1~2월 ELS 총 상환액은 14조736억원이다.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공모 상품 기준 상환된 ELS의 평균 수익률은 6.3%, 평균 상환기간은 1년 1개월이다. 최창규 NH투자증권 파생상품 담당 연구원은 “미국, 유럽 등 선진국 증시의 반등이 ELS 시장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서 “선진국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1~2년 전 발행됐던 지수형 ELS에서 수익이 나면서 투자심리가 회복됐다”고 설명했다. ELS 상환액과 발행액은 동시에 증가하고 있다. 이는 연간 6% 수준의 수익을 지급받은 ELS 투자자 상당수가 ELS에 재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발행액이 상환액보다는 적다는 점에서 신규 투자자의 진입은 제한적이다. 특히 개인과 달리 기관투자가는 상대적으로 여전히 신중한 태도를 가진 것으로 파악된다. 1~2월 발행액 가운데 주로 개인들이 가입하는 공모상품 비중이 74%, 기관투자가용 사모 비중은 26%다. 2015년의 경우 공모 60%, 사모 40%였다.
올해 1~2월 발행된 ELS의 기초자산으로는 유럽 대표 우량종목 50개로 구성된 유로스톡스50지수가 35%로 가장 많이 활용됐다. 이어 코스피200지수(29%), 홍콩 항셍지수(21%), 일본 닛케이225지수(10%), 홍콩 H지수(5%)순이다. 현 시점에서 ELS 투자에 대한 전문가들의 조언은 다소 엇갈린다. 글로벌 지수가 전반적으로 올라가 향후 시장 방향성을 예단하기 힘든 상황에서 ELS가 연 6% 중위험·중수익을 추구할 수 있는 투자 대안이란 의견이 우세하다. 다만 일각에서는 미국 다우지수가 연일 최고점을 경신하는 등 글로벌 지수가 전반적으로 높아진 상황에서 갑작스런 시장 하락 이벤트가 발생할 경우 손실 위험이 크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조재영 NH투자증권 프리미어블루강남센터 PB는 “현재 지수대가 전반적으로 높아서 새로 투자하기 부담스러워 하는 투자자들이 중위험·중수익 상품군 가운데 그래도 ELS가 가장 무난하게 수익을 낼 수 있다고 보고 투자를 늘리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조기상환 추구 도마뱀형 ELS 인기…
해외주식 ELS는 연 10% 추구
증권사들은 투자자들의 불안 심리를 잠재우기 위해 비교적 안전하게 설계된 ELS 상품을 판매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NH투자증권과 신한금융투자는 기초자산인 지수가 발행 시점 대비 40% 이상 급락하지 않으면 6개월 만에 2.5~3% 수익으로 조기 상환될 확률을 높인 일명 ‘리자드(Lizard·도마뱀)형’ ELS를 작년 5월 출시해 8개월 만에 각각 1조원 이상 팔았다. 일반적 형태의 ‘스텝다운형(가입기간이 지날수록 수익상환 조건이 낮아지는 구조)’ ELS는 기초자산인 주가지수가 만기 3년 동안 가입시점보다 보통 80% 밑으로 떨어지지만 않으면 미리 약속한 연 5~7% 수준의 수익률을 지급한다. 리자드형 ELS는 기존 수익조건에 가입 1년 후 지수가 가입시점 대비 60% 수준 밑으로 떨어지지만 않으면 연 2.5~3%의 수익으로 조기 상환해 준다는 조건이 추가로 붙는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1년 만에 약속된 수익의 절반이라도 비교적 안전하게 챙길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ELS 분석 전문업체 ‘ELS리서치’에 따르면 리자드 조건이 추가됐을 경우 ELS의 손실확률이 일반형 ELS 대비 40% 수준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형 ELS 손실확률은 7.3%인 반면, 리자드형 ELS는 2.8%였다.
김현준 ELS리서치 객원연구원은 “리자드형 ELS는 중저위험·중저수익을 추구하는 보수적인 투자자들에게 매우 적합한 상품”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연 10% 안팎의 좀 더 높은 수익을 노리는 투자자라면 해외종목형 ELS에도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올해 1~2월 해외종목을 기초자산으로 한 ELS 발행액은 총 4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2월 해외종목 ELS 발행액은 10억원이었다. 아직 절대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1년 사이 4배나 발행이 늘어난 것은 해외종목 ELS에 대한 투자자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지수형 ELS의 연간 제시수익률이 5~7%인 반면 해외종목형 ELS는 8~ 13%로 기대수익률이 두 배가량 높다.
키움증권이 지난 2월 말 미국 애플과 페이스북을 기초자산으로 발행한 ‘제73회 글로벌100조클럽 ELS’의 경우 만기 3년 동안 애플과 페이스북 두 종목의 주가가 현재보다 40% 이상 하락하지 않으면 연 11.6%의 수익을 지급하는 구조다.
해외종목 기초자산 ELS는 현재까지 104억원어치가 상환됐는데, 평균 상환수익률은 8.9%다. 해외 주식 가운데 기초자산으로 많이 활용된 종목은 애플(136억원), 페이스북(35억원), 오라클(16억원), 길리어드사이언스(12억원), 암젠(6억원), 마이크로소프트(5억원), 테슬라(4억원)순이다. 주로 미국에 상장된 정보기술(IT)이나 바이오 업종 우량주가 대부분이다.
고강인 키움증권 금융상품영업팀장은 “종목형 ELS는 아무래도 지수형 ELS보다 투자위험이 더 큰 것은 분명히 인식하고 투자해야 한다”면서 “다만 미국 주식의 경우 시가총액 규모가 워낙 크고 가격 변동폭이 상대적으로 적어 국내종목형보다는 안전하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만기 1년 앞둔 H지수
ELS 투자자 대응 어떻게
ELS 투자심리가 살아났지만 고민이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다.
지난해 2월 H지수 폭락으로 원금손실구간(Knock-In·녹인)으로 진입한 약 4조원 규모의 ELS가 1년 후부터 집중적으로 만기되기 때문이다. 투자자 입장에선 현재 시점에서 중도환매를 통해 손실폭을 줄일지, 만기 수익상환을 기대하고 1년의 기회비용을 더 지불할지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원금손실구간에 접어든 공모 발행 ELS 잔액은 2조4800억원이다. 원금손실구간에 진입한 H지수 전체 약 4조원 가운데 60%다. 문제가 된 ELS는 내년 3월 7일부터 만기가 도래하기 시작해 같은 해 5월 말까지 3개월간 집중돼 있다.
지난 2015년 3~5월 H지수가 1만4000 ~1만5000까지 급등했는데, 이 당시 발행된 ELS들이 대거 원금손실구간에 들어간 탓이다. 최근 H지수가 오르면서 원금손실구간에 접어든 ELS의 평가손실은 최대 마이너스(-) 30% 수준이다. 작년 초 평가손이 최대 -50%까지 커졌던 것과 비교하면 20%가량 줄어든 상태다.
파생상품 전문가들은 중도환매보다는 만기보유를 권장하고 있다. ELS는 만기 3년 동안 기초자산 가격이 발행 당시에 비해 40~50% 이상 하락하면 원금손실구간에 빠진다. 다만 이 경우에도 만기 때 발행가격 대비 80% 이상으로 기초자산 가격이 회복되면 원금은 물론 수익까지 받을 수 있다. 1년 후 만기 때 만약 지수가 지금보다 15% 정도 올라 1만2000선 가까이 되면 원금은 물론 3년간 약정된 수익 약 20%(연 7~8%)를 받을 수 있는 것이다.
H지수는 지난 3월 10일 기준 1만69를 기록했다. 현재 지수대가 만기까지 유지된다고 가정하면 원금손실구간에 접어들었던 ELS 100억원 정도는 수익상환 조건을 이미 충족했다.
H지수가 1만500까지 오르면 추가로 364억원, 1만1000까지 오르면 2630억원어치 ELS가 원금에 더해 수익까지 받을 수 있다.
또 H지수가 1만1500까지 오르면 1조1022억원, 1만2000까지 오르면 나머지 1조699억원까지 모두 손실을 면하고 수익상환이 가능해진다.
증시 전문가들은 올해 중국 기업들이 실적 개선과 국유기업 개혁 모멘텀을 기반으로 상승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고 있다.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ELS 기초자산으로 많이 활용되는 5개 해외지수별 주가수익비율(PER)은 H지수 8.2배, S&P500 18.2배, 니케이225 17.5배, 유로스톡스50 13.6배, 코스피200 9.6배다. H지수가 수익 대비 주가 수준이 가장 낮아 저평가 매력이 큰 셈이다.
천영록 ELS리서치 대표는 “ELS는 상품구조가 만기까지 가져갈 때 가장 유리하게 설계돼 있어 가급적 중도환매는 하지 않는 것이 좋다”면서 “만기 전에 중도 환매하면 원금의 3~5% 되는 높은 중도환매수수료를 내야 한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