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기간 국내 증시가 박스권 등락을 거듭하는 모습에 지친 투자자 A씨는 해외증시로 눈을 돌렸다.
그는 지난 2011년 재정위기를 넘기고 경기가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는 유럽증시가 유망하다고 판단해 지난해 4월부터 ‘JP모간유럽대표증권’ 펀드에 투자하기 시작했다. A씨의 예상은 적중했다. 유럽 경제대국 독일의 대표 주가지수 DAX30은 지난해 4월 7913.71에서 지난 3월 1만1966.17로 51.2%나 급등세를 나타냈다. 흐뭇한 표정으로 1년이 지난 지금 펀드 수익률을 조회해본 그는 충격에 휩싸였다. 수익률이 -2.8%를 기록한 것이다. 해당 펀드는 환노출형으로 유로화 약세로 인한 환차손이 유럽증시 강세를 상쇄했기 때문이다.
A씨처럼 해외증시에 주목하는 투자자들이 늘어나면서 환율 움직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선진국 간 환율전쟁이 격화되며 달러, 유로, 엔 등의 주요국 환율이 요동침에 따라 환차손익도 그만큼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달러 전망 중립 유로·엔화 자산 환헤지 전략 필요
전문가들은 환율전쟁 틈바구니에서 유로화와 일본 엔화 가치가 떨어질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미국은 금리 인상시기가 임박한 반면 유럽과 일본은 통화완화 정책을 구사하며 차별화된 모습”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지난 2008년 이후 세 차례 양적완화를 통해 돈을 풀었지만 양적완화를 중단하고 금리인상을 통해 그간 풀린 돈을 회수하는 움직임을 곧 나타낼 전망이다. 이에 따라 ‘귀해진’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는 반면 기타 유로화나 엔화 등의 통화는 상대적으로 약세를 보일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러한 유로화와 엔화의 약세는 A씨와 같은 유럽 투자자는 물론 일본 투자자들에게 환헤지의 필요성을 일깨워준다. A씨가 동일펀드지만 환헤지가 된 상품에 가입했을 경우 수익률은 17.5%로 환헤지 여부에 따라 연 20%가량의 수익률 격차가 벌어진 셈이다.
이런 까닭에 환테크족이라면 유로나 엔화 등의 보유 자산에 대해서는 환위험을 헤지하는 것이 낫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유로, 엔과 달리 향후 달러 방향성에 대한 전망은 중립적이다.
외환시장 관계자는 “한국 경상수지 흑자가 연일 확대되는 등 외부 달러 유입이 많다”며 “전반적 달러강세에도 원화 약세폭이 제한되는 이유”라고 말했다. 전 세계적으로 달러 강세 현상이 나타나고 있지만 막대한 한국 경상수지, 이에 따른 달러 공급으로 인해 원화 대비 달러 강세는 제한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원달러 환율이 방향성을 띠고 움직이기보다는 당분간 국내외 정책 변화 및 달러 수급에 따라 출렁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환헤지 선진국 주식형펀드에 관심을 가져보자
환테크와 선진국 증시를 바라보는 관점은 동일하다. 선진국 환율변동과 증시 상승세의 이유가 같기 때문이다. 바로 양적완화(QE)가 키워드다. 미국, 일본, 유럽 등 주요 선진국들이 자국 경기부양을 위해 막대한 돈을 시장에 풀어놓은 탓에 값어치가 떨어진 해당국 통화는 약세를 보임과 동시에 돈이 해당국 증시로 밀려들면서 주가가 강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2013년 말 대비 주요 선진국 지수 상승폭을 살펴보면 지난 3월 말 기준 미국 S&P 11.9%, 일본 니케이 17.9%, 독일 DAX 25.3% 등이다. 선진국 해외 주식형 펀드의 수익률도 그만큼 높을 수밖에 없다. 일본, 유럽 증시에 투자할 경우 환헤지된 펀드에 가입하라는 조언도 곁들여졌다.
한 외국계은행 외환딜러는 “양적완화를 펼칠 경우 해당국 증시는 상승하고 통화는 약세를 보인다”며 “유럽, 일본 증시 투자는 환헤지가 유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외펀드 투자시 증시가 상승한 효과가 해당국 통화 약세에 따른 환차손으로 상쇄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환헤지를 하는 편이 낫다는 이야기다.
다만 미국증시 투자의 경우 환헤지 여부는 신중해져야 한다. 유럽, 일본과 달리 미국은 양적완화를 중단하고 금리인상 기조로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아울러 유럽, 일본 중앙은행 정책기조에도 촉각을 곤두세워야 한다.
전승지 연구원은 “해당국가 중앙은행이 추가 양적완화를 지속할지 여부에 따라 환율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시장의 양적완화 기대에 유럽, 일본 등의 중앙은행이 부응하지 않을 경우 유로화, 엔화 등이 약세를 접고 강세로 전환할 수 있고 이에 따른 실망감으로 해당국 증시가 하락할 리스크를 경계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달러 방향성 투자, KOSEF가 제격
전반적인 달러 강세 트렌드에도 최근 환율 변동성은 극심한 상황이다. 이러한 환변동성을 제대로 활용할 경우 새로운 투자 기회를 엿볼 수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월간 기준 원달러 환율 최고가와 최저가의 차이는 지난해 6월 15.1원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11월과 12월에 각각 45.6원, 41.0원이었으며 지난 3월에는 42.1원에 달했다.
이러한 환변동성에 대응하며 투자할 수 있는 상품으로는 키움투자자산운용에서 운용중인 KOSEF미국달러선물과 KOSEF달러인버스선물이 있다.
KOSEF의 장점으로는 우선 원화 강세와 약세, 양방향 투자가 모두 가능하다는 점이 꼽힌다. KOSEF미국달러선물은 원화가 약세를 나타내며 원달러 환율이 상승세를 보일 때 수익이 난다. 반대로 원화가 강세를 보이며 환율이 하락세를 나타낼 때는 KOSEF달러인버스선물 가격은 오르도록 설계되어 있다.
키움투자자산운용 측은 “거래소에 상장돼 있는 미국달러선물을 기초로 설계돼 있어 환율변동을 추종한다”고 설명한다. 단순 외화예금 투자의 경우 원화가 약세를 보일 때에만 이득을 볼 수 있다는 점과 차별화되는 대목이다. 아울러 수수료도 저렴하다는 이점을 지닌다. KOSEF미국달러선물은 연 0.37%, KOSEF달러인버스선물은 연 0.49%다.
다만 모든 투자가 그렇듯 방향성에 대한 과신은 금물이다. ‘신도 모르는 것이 환율’이라는 외환시장 격언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환율 급등락에 기업 희비 엇갈려
환율전쟁 틈바구니에서 국내 기업들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특히 금리인상 기조로 접어든 미국과 양적완화정책을 고수하는 유럽, 일본 등 선진국 간 상이한 정책 결과물인 달러 강세, 유로화 약세, 엔화 약세라는 세 축에 따라 기업 실적이 좌우되고 있다. 유로화 약세로 피해를 보고 있는 대표 업종으로 타이어 기업들이 꼽히고 있다.
김진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타이어업체들이 경쟁상대인 유럽 타이어업체의 공격적인 가격인하와 유로화 가치하락이라는 이중고에 직면해 있다”고 진단했다. 유로화 약세에 따른 국내 타이어업체의 유럽지역 수익성 하락에 대한 시장 우려는 주가로 반영되는 중이다. 국내 타이어 1위 업체 한국타이어 주가는 지난해 말 5만2700원에서 지난 3월 말 4만5350원으로 13.9%나 하락했다.
엔화 약세는 자동차 기업들의 실적을 짓누르고 있다.
박영호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현대차는 원화 약세에도 불구하고 엔화가 더 약세를 보이는 등 경쟁 관계를 감안한 환율 여건이 좋지 않아 1분기 실적 부진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현대차 주가는 지난해 말 16만9000원에서 지난 3월 말 16만8500원으로 약보합세를 보이고 있다.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가 1915.59에서 2041.03으로 6.5% 올랐다는 점을 감안할 때 부진한 주가흐름이다.
반면 달러화 강세는 반도체 기업에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이승우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1분기 영업이익이 예상을 웃돈 것은 달러 강세 효과로 메모리 반도체 이익이 기대를 넘어섰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주가는 전년 말 132만7000원에서 지난 3월 말 144만1000원으로 8.6%가 오르는 모습이다.
수출업체 환헤지 기회…
수입업체, 결제통화 다변화
국내 기업들은 환율전쟁의 틈바구니에서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수출기업들은 원화 약세에 따른 환율 효과를 누리기 위해 선물환 매도 등 환헤지를 늘리고 있는 움직임이다.
석유화학업체 관계자는 “원화 약세는 환헤지하기 좋은 환경”이라며 “비싸진 달러를 미리 내다팔거나 외화차입을 늘리는 방향으로 대응중”이라고 말했다. 선물환 매도를 통해 ‘고환율’에 따른 이익을 누리는 한편 외화채권 발행 혹은 외화대출을 늘려 향후 원화가 강세 전환할 경우 원화 환산부채가 자연감소하는 효과를 얻는다는 설명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내기업 선물환 매도 규모는 지난해 2분기 160억달러에서 3분기 243억달러, 4분기 292억달러로 급증했다. 같은 기간 원달러 평균환율은 각각 1029.2, 1026.6, 1087.1로 높아졌다. 올해 1분기 원달러 평균이 1100.29로 지난해 4분기보다 더 높아졌음을 감안할 때 국내기업들의 선물환 매도 규모는 더 늘어났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수입업체들은 결제통화 비중 조정을 통해 환율전쟁에 대비하고 있는 모습이다. ‘비싼’ 달러 결제 비중을 줄이고 ‘저렴한’ 유로화, 엔화 결제 비중을 높이고 있는 것이다.
전체 수입결제 금액 중 달러화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1분기 85.1%에서 같은 해 4분기 83.8%로 1.3%포인트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엔화와 유로화 비중은 각각 4.9%에서 5.0%, 5.5%에서 5.8%로 늘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