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1%대 시대가 열렸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기준금리 연 1.75%는 올해 물가상승률(1.9%)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자료에 따르면 1.75% 금리에서 자산을 두 배로 늘리려면 40년이란 시간이 걸린다. 예금만 가지고는 쉽사리 자산을 불리기 어려운 시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다.
금리수준이 낮아지면서 전통적인 투자 상품에 대한 관심이 시들한 반면 새롭게 떠오르는 것도 있다. 지난해 11월 첫선을 보인 상장지수증권(ETN, Exchange Traded Note)이 거래 규모를 빠르게 늘리며 라이징스타로 주목을 받고 있다.
하루 평균 거래대금이 13억원을 넘어섰고 개인투자자 비중도 60%에 달한다. ETN은 주식·해외지수·환율 등 다양한 기초지수 움직임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되고 주식처럼 상장돼 자유롭게 사고팔 수 있는 금융상품이다. 기존 금융상품의 단점을 보완한 중위험·중수익 상품을 제공하겠다는 목적으로 개발됐으며 거래소에서 자유롭게 매매되기 때문에 환금성이 좋은 편이다.
ETF와 닮은 듯 다른 한 끗 ‘추적오차’
ETN과 일반적으로 가장 많이 비교되는 상품이 상장지수펀드(ETF)다. 둘 다 특정 기초지수 등락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며, 한국거래소에 상장돼 주식처럼 장중에서 사고팔 수 있다. 상·하한가 범위도 15%로 똑같다. 두 상품의 가장 큰 차이점은 ETN이 증권사가 자신의 신용을 바탕으로 발행한 파생상품인 반면, ETF는 자산운용사가 해당 지수의 구성 종목을 직접 편입해 운용하는 펀드다. ETN의 가장 큰 장점은 증권사가 약속하는 증권이기 때문에 추적오차가 없다는 점이다. 운용하는 인력이나 구성자산, 환율 등에 따른 기초지수와의 추적오차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
과세체계도 ETF와 동일하다. ETN는 0.3%의 증권거래세가 면제된다. 매매 차익에 대해서는 배당소득세 15.4%가 부과되며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에도 포함된다. 다만 국내 지수를 활용한 ETN은 장내에서 매도하면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ETN은 소액으로 일반투자자가 접근하기 어려운 파생상품에 투자할 수 있고, 수수료가 비싼 해외 직접투자를 하지 않더라도 글로벌 우량주에 투자가 가능하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 3월 3일 자사주를 적극적으로 매입하는 미국 기업에 투자하는 상장지수증권(ETN)을 상장했다. 바이백(Buyback, 자사주 매입)을 테마로 하는 국내 첫 상장 상품으로서, 자사주 매입이 활발한 기업일수록 주가 흐름이 좋다는 점에 착안한 상품이다. 배당지수가 주로 주가 하락기에 상대적으로 좋은 성과를 내는 데 반해 S&P 바이백 지수는 S&P500 및 S&P 배당지수보다 지속적으로 높은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미국 기업은 주주가치를 높이는 수단으로 배당보다 자사주 매입을 선호하고 있다. 1980년부터 2013년까지 상장기업 가운데 배당금을 지급한 기업이 78%에서 40%로 하락한 반면 자사주를 매입한 기업은 28%에서 43%로 증가했다. 1998년 이후 기업들은 배당금에 사용하는 현금보다 자사주 매입에 사용하는 현금이 한 해를 제외하고 매년 넘어서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애플이다. 애플은 지난해 자사주 매입에 560억달러가량을 지출해 S&P500 지수에 편입된 기업 가운데 가장 큰 매입액을 기록했다. 이외에도 코카콜라, 보잉, 3M, HP, 골드만삭스, 사우스웨스트항공 등이 자사주 매입이 많은 기업이다. 배당이 직접적으로 주가와 상관이 없는 반면에, 자사주 매입을 지속적으로 할 경우, 주식수가 줄어드는 만큼 주당 이익금이 높아지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주가가 오르는 효과가 나타난다. 최근 5년간의 미국 증시의 상승의 이면에는 기업들의 적극적인 자사주 매입이 있다는 분석이 많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3월 9일 기준 미래에셋증권의 ‘미래에셋 미국 바이백 ETN(H)’(7억6200만원), 한국투자증권의 ‘TRUE 코스피 선물매도 풋매도 ETN’(3억2800만원), ‘TRUE 코스피 선물매수 콜매도 ETN’(2억1800만원) 순으로 일 평균 거래대금이 가장 많았다. 수익률은 유럽의 고배당 주식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삼성증권의 ‘Perfex유럽고배당주식ETN(H)’이 19%로 가장 높다.
향후에 출시 예정인 상품으로 신한금융투자가 4~5월에 금, 은, 구리, 원유 등의 원자재 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는 인버스 상품이 있다. 또한 NH투자증권은 ‘롱숏 전략(주식 매수와 공매도를 모두 활용)’을 응용하여 변동성이 낮은 종목을 공매도하는 ‘옥토 K알파 ETN(H)’이라는 상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 밖에도 한국투자증권은 시가총액 상위 5종목으로 구성된 ‘트루 빅5 ETN(H)’을 내놓는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SK하이닉스, 한국전력, 현대모비스 5개사의 주가를 지수화해 이를 추종하는 상품이며 시가총액 상위종목이 바뀌면 투자 종목을 재조정한다.
ETN의 최대 장점은 선물과 옵션, 원자재, 환율 등 평소에 투자하기 어려운 파생상품시장에 분산 투자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ETN은 발행회사가 투자기간 동안 기초지수의 수익을 지급할 것을 약속하므로 추적오차가 없다. 반면 증권사가 ETN 상품을 직접 운용하기 때문에 증권사의 신용이 중요하다. 또한 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투자자들이 유의해야 할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