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반포에 사는 주부 김영숙 씨(55)는 주한 미군 기지가 경기 평택으로 이전한다는 기사를 보고 외국인 대상 임대사업을 할 목적으로 평택 팽성읍 안정리 ‘캠프 험프리스’ 주변을 돌아봤다.
김씨는 이 일대 공인중개소 시세판이 모두 영어로 돼 있는 것을 보고 마치 이태원을 옮겨놓은 것 같은 느낌이 들어 깜짝 놀랐다. 김씨는 평택에 전용면적 108.9㎡ 규모 아파트를 2억5000만원에 계약했다. 현재 미군에게 한 달에 145만원 월세를 받고 있다. 집값 70%를 연 3.8% 금리로 대출받아 매달 55만원 이자를 내고 있다.
은행 이자를 빼더라도 수익률은 연 14%에 달한다. 미군 주택수당은 매년 5%꼴로 오르기 때문에 수익률도 따라서 꾸준히 오를 가능성이 높다. 김씨는 안정리 주변에 대규모 외국인 렌트 아파트가 들어선다는 소식을 듣고 한 채를 더 구입할 예정이다.
“Welcome USAG Humphreys, English Speaking One-Stop Service.”(험프리 미군 기지 환영, 영어 가능 원스톱 서비스)
경기 평택시 팽성읍 안정리에 있는 일명 ‘평택 로데오거리’에 있는 공인중개소에는 영어 간판이 현란하다. A공인중개소 관계자는 “1억~2억원대 적은 금액으로 미군을 대상으로 한 임대를 하려는 투자자 문의가 하루 10통 이상 온다”며 “특히 평택 최초 미군 임대 특화 아파트까지 분양하면서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평택에 인구유입 요인은
안정리에는 용산, 동두천 등 전국 50여 개 미군기지 중 90%가 이전해 확장되는 ‘K-6 캠프 험프리스’가 2016년 들어설 예정이다. 총 면적 1465만㎡로 여의도의 5.4배나 된다.
캠프 험프리스 이전과 함께 평택에 미군 대상 임대시장이 활짝 열렸다. 고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입소문에 수익형 부동산 투자상품들이 성황리에 분양되고 있다. 평택시에 따르면 미군 기지가 완전히 이전하는 2016년에는 군인을 비롯한 군무원, 관련업체 직원 등 미군 관련 인구만 8만명 이상이 유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평택시 관계자는 “현재 40만여 명인 인구가 이 같은 개발 호재에 힘입어 5년 뒤 두 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로데오거리에 있는 P공인중개소 관계자는 “미군 수요만으로도 6400여 가구가 부족한 실정”이라며 “이런 틈새시장을 노려 아파트, 오피스텔, 레지던스 등 고수익을 올릴 수 있는 외국인 임대시장이 활짝 열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평택 삼성전자, LG산업단지, 고덕국제화신도시, KTX 신설 등 확실한 호재도 평택 부동산 가격 상승을 이끌고 있다는 분석이다. 교통 개발 호재가 생기면 부동산은 후광 효과를 크게 입는다. 내년 개통 예정인 수서발(發) KTX와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가 대표적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수서~평택 간 KTX 노선에서 신설되는 역인 수서, 동탄, 평택, 지제역 인근 집값이 상승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KTX역 2개가 들어서고 GTX까지 개발되는 평택 지역이 가장 큰 수혜를 입을 것으로 기대된다. KTX가 개통되면 평택에서 서울·수서까지 20여 분 밖에 걸리지 않아 서울 접근성이 한층 좋아진다. 평택은 호남선과 경부선을 갈아타는 환승역 역할을 하게 되며 이를 위해 광역 환승센터도 준비 중이어서 수도권 서남부 교통 중심지로 발돋움할 전망이다.
삼성전자가 100조원 이상을 투자해 조성하는 고덕삼성산업단지를 비롯해 LG전자 등도 산업단지 이전이 예정돼 있어 개발 호재가 풍부하다. 2020년 국토해양부 기본계획에 따르면 평택에는 모두 22개, 총 면적 3300㎡ 규모 산업단지가 들어서고, 인구는 120만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렌트 분양 전문대행사인 미라클KJ의 김기열 대표는 “최근 평택에 들어오는 겹호재들이 알려지고 언론에 많이 보도되면서 현장에 문의전화가 많이 온다”고 말했다.
건설사들은 평택에 미군 등을 대상으로 하는 렌트 특화 아파트, 오피스텔, 레지던스 등을 잇달아 분양하고 있다. 특히 외국인이 생활하기 편하게 실내를 설계하고, 각종 생활편의시설 등을 조성하는 게 특징이다. 입지가 좋더라도 실제 사용자인 외국인이 쓰기에 익숙하지 않은 형태의 불편한 내부와 상권이 형성돼 있다면 공실이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 임대 주택을 분양받을 때 주의할 점은 외국인 생활패턴과 집의 형태가 맞아야 하고 생활하는 데 불편함이 없어야 한다는 점이다.
건설사들도 외국인 렌트 주택을 지을 때 이런 점을 염두에 두고 건축한다. 슬래브 두께를 늘려 미군들이 특히 예민해하는 층간소음을 최소화하고, 2개 층 높이 필로티를 형성해 개방감과 편의성을 확보하기도 한다. 층고를 높여 키 큰 외국인에게 공간감과 개방감을 확대한 환경을 제공하기도 한다.
평소 운동이 생활화돼 있는 미군들은 조깅과 산책 등 간단한 운동을 할 수 있는 편의시설이 필요하다. 산책로나 피트니스센터가 단지 안에 있으면 좋고, 여유를 즐길 카페테리아, 독서실, 북카페 등이 있다면 외국인 렌트 단지로서 경쟁력이 있다.
외국인 근무지와 가까워야
입지도 중요하다. 외국인이 주로 근무하는 지역과 가까워야 한다. 특히 미군은 군부대에서 30분 이내에 있는 지역의 상품을 분양받는 것이 좋다.
이수건설은 아예 미군기지 이름인 ‘험프리스’를 단지명으로 한 ‘평택 브라운스톤 험프리스’를 분양한다.
평택 최초 미군 임대 특화 아파트로 벌써부터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지하 1층~지상 15층, 17개동, 전용면적 85~146㎡ 944가구 규모로 캠프 험프리스 정문까지 거리가 650m에 불과하다. 또 단지 옆 상업지역이 국제문화특구로 지정됨에 따라 ‘평택의 이태원’으로 변화될 것으로 기대돼 미군 주거 선호도가 가장 높을 것으로 보인다. 내부 설계도 미군 기호에 맞췄다. 슬래브 두께 210㎜의 국토부 표준 바닥구조를 적용해 층간소음을 최소화했다. 기존 미군이 사용하던 전자기기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집 안에 110V와 220V 콘센트를 혼용한 것도 눈길을 끈다. 투자자 쪽에서도 미군 주택과 직접 임대계약을 하고 임대료도 임대인 통장으로 입금해 주기 때문에 월세 미납과 공실로 인한 관리비 손실 등 염려가 없는 장점이 있다. 월 임대료도 계급별로 140만~200만원으로 높고, 일반적으로 1년치 선납(깔세)이라 목돈을 손에 쥘 수 있다. 수익률은 일반적인 수익형 부동산보다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오피스텔과 레지던스도 호황이다. 평택 파라디아, 케이너 빌리지, 힐탑 포레스트, 서정 스마트빌 듀오2차 등이 캠프 험프리스 인근에서 성공적으로 분양을 마치고, 현재 일부 잔여물량을 공급하고 있다.
파라다이스글로벌건설이 시공하고 대교디앤씨가 시행하는 평택 파라디아 오피스텔은 지하 6층~지상 13층, 전용면적 25~52㎡ 320실 규모로 캠프 험프리스가 들어서는 안정리에 위치하고 있어 미군과 미군무원 수요가 풍부하다.
분양가는 오피스텔이 3.3㎡당 590만원, 상가는 1층 기준 1900만~2400만원 선이다. 힐탑 포레스트 레지던스는 지하 2층~지상 15층, 1개동, 175가구(오피스텔 7실, 도시형생활주택 168가구) 규모 미군 전용 호텔식 레지던스다.
미군 측과 사전협의를 통해 미군 독신자 특성에 맞는 맞춤형 설계를 도입한 게 특징이다. 오피스텔은 전용면적 43~44㎡로 세 가지 타입으로 구성되며, 도시형생활주택은 전용면적 16~44㎡의 15개 타입으로 다양하게 마련된다.
케이너빌리지는 안정리에 위치한 단독주택으로 총 49가구 규모다. 미군 장교를 주 타깃으로 하며 1~2층 복층으로 구성된다. 현재 49가구 중 15가구는 준공이 완료돼 임대차 계약과 동시에 입주가 가능하다. 현재 전용면적 271㎡의 렌트비가 월 330만원에 형성돼 있다.
평택 서정리역 역세권에 에스원디엔씨가 분양하는 서정 스마트빌 듀오 2차는 327가구 규모 원룸형 아파트다. 실수요자 선호도가 높은 전용면적 24~51㎡ 규모 소형으로만 구성됐다. 특히 신혼부부들이 많이 찾는 투룸형도 갖추고 있다. 전용면적 43㎡ A~C 타입은 길게 설계된 화장실을 가구 중앙에 배치해 효율적인 공간 활용이 가능하다. 가구당 분양가격은 평균 8000만원대(3.3㎡당 600만원대)로 합리적인 분양가를 채택했으며, 대한주택보증의 분양 보증이 적용돼 투자 안정성도 높다. 권강수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이사는 “최근 1년 새 평택에서 오피스텔 등 외국인 전용 임대 상품 1800여 가구 분양했는데 95% 이상 계약이 완료됐다”며 “외국인 렌트는 세입자가 확정일자를 받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정부의 전·월세 임대소득 과세를 피해갈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투자자들이 평택으로 몰려들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