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20평대 맞아요? 30평대 같네.”
요즘 견본주택에 가보면 ‘집을 이렇게 잘 지을 수 있나’ 하고 깜짝 놀라게 된다.
2베이가 주류를 이루던 전용면적 59㎡가 3베이를 넘어 이제는 4베이가 기본이다. 발코니를 확장하면 사실상 옛날 전용면적 84㎡ 아파트와 별반 차이가 없다. 수납공간이나 주부만의 공간인 맘스 오피스, 주방 일을 하며 자녀 공부를 봐주는 스터디룸 정도로 쓰이던 ‘알파룸’도 본격적인 방으로 진화하고 있다. 전용면적 59㎡에 ‘4베이-4룸’이 가능해진 것이다. 지난해 11월 입주한 ‘김포한강신도시 반도유보라2차’는 전용면적 59㎡의 안방 화장실에도 창문을 내 4.5베이를 선보이기도 했다.
아파트 소비자의 안목이 높아지면서 건설사들이 새로운 평면을 선보이는 노력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서울·수도권에서 신규 분양한 아파트 단지 중 평균 주택형은 2006년 4.3개에서 올해는 8.2개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소형에도 4베이 기본
소비자가 햇볕이 잘 드는 것을 선호하면서 이제 전용면적 60㎡ 미만 소형에도 4베이는 기본이다. 전면 발코니 쪽에 거실과 방 3개를 배치해 채광을 극대화한 것이다. 전용면적 84㎡ 중형에서는 4베이, 4.5베이는 물론 ‘ㄱ’자로 설계해 5베이를 적용한 아파트도 나왔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4베이를 적용하면 서비스 공간이 훨씬 넓어지고 발코니까지 확장하면 전용면적이 최대 절반가량 넓어진다”며 “방 크기가 줄어드는 단점이 있지만 남향과 채광 선호도가 아파트를 고르는 기준 중 하나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베이확장형은 평면이 길수록 발코니 면적도 넓어 확장에 따른 이득이 크다”며 “반면 긴 평면에 비해 폭이 좁아지기 때문에 방의 크기가 줄고 동선이 협소해지는 단점도 있다”고 말했다.
천안 불당신도시에서 분양하는 ‘천안불당 지웰 더샵’은 전용면적 112㎡의 모든 가구 안방에 별도 발코니를 설치했다. 발코니는 약 8㎡ 넓이로 웬만한 방보다 크다. 안방 발코니에서는 5만㎡ 규모 중앙공원이 내려다보인다. 마치 뉴욕 맨해튼의 고급 아파트에서 센트럴파크를 내려다보는 기분이 든다. 테라스에서 푸른 공원을 내려다보며 와인 한 잔 하고 싶은 생각이 절로 든다.
‘한 지붕 두 가족’ 가구분리형
한 아파트에서 두 가구가 거주할 수 있는 가구분리형(부분임대형) 평면도 인기다. 아파트 일부 공간을 나눠 출입문을 따로 설치하고 현관, 주방, 화장실 등도 별도로 마련해 임대를 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투룸(방2+거실+화장실+주방)과 원룸(방1+화장실+주방) 형태가 대표적이다. ‘흑석뉴타운 센트레빌2차’는 전용면적 84㎡ 34가구가 가구분리형인데 같은 단지의 일반적인 84㎡보다 집값이 3000만원가량 비싸다.
당초 미분양 대형 아파트 물량을 해소하기 위해 등장한 가구분리형은 이제는 당당히 분양시장의 주요 트렌드 중 하나로 자리를 잡았다. 그동안 신축주택에만 가구분리형을 넣을 수 있었지만 지난해 정부가 리모델링 단지에 가구분리형 평면을 허용하면서 리모델링 단지에도 얼마든지 가구분리형 가구가 들어설 수 있다. 분리된 공간은 필요에 따라 언제든지 다시 합칠 수 있는 것도 매력이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가구분리형 아파트는 자금이 부족한 실수요자는 물론 금리인하로 마땅한 수입원이 없는 은퇴생활자에게도 각광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제는 ‘1층 프리미엄’
아파트 1층은 로열층에 비해 인기가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내부 노출로 인한 사생활 침해나 범죄 피해 우려 등으로 수요자에게 찬밥신세였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1층 가구에 복층 구조로 지하층을 주고 지하 연결 통로를 통해 전용 주차공간과 마당으로 연결되는 독립 동선을 제공해 마치 단독주택에 사는 것과 같은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게 했다. 복층형은 층고가 높아 개방감이 탁월하고 전용면적이 2배까지 늘어나는 게 장점이다.
1층 필로티 공간을 활용한 ‘베이 확장형’, 개별가구당 2개 층 평면을 이용하는 ‘복층형’, 내 집 앞 주차가 가능한 ‘타운하우스형’, 가구 내 정원과 테라스를 누릴 수 있는 ‘중정형’ 등 네 가지 타입이 1층 프리미엄을 가능하게 하는 평면형이다.
GS건설이 지난해 ‘동탄 센트럴자이’에 적용한 정원이 딸린 테라스형 저층부 가구는 141 대 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할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삼성물산도 저층부 아파트에 ‘동서남북 테라스 하우스’라는 새로운 개념의 아파트 디자인을 선보였다. 기존 테라스 하우스가 남형 전면으로만 테라스를 두는 방식이었다면 동서남북 테라스는 정면, 뒷면, 측면으로 각각 개별 테라스를 둬 용도에 맞는 외부 공간을 제공한다. 전면 테라스는 텃밭이나 원예, 측면은 운동과 휴식, 뒷면은 취미와 조리활동에 유용하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지난해 6월 분양한 ‘래미안 위례신도시’에 적용한 테라스 하우스가 최고 379 대 1의 청약경쟁률을 기록하는 등 고객에게 좋은 반응을 얻은 바 있다”고 말했다.
계성종합건설은 전주에 분양하는 ‘전주 건지산 이지움’의 1층을 독특하게 설계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일반적으로 지하층에 만드는 커뮤니티센터를 지상 1층 높이에 조성해 지상층과 맞닿게 하고 높은 층고의 필로티를 세워 1층 가구는 기존 아파트의 약 3층 높이로 지었다. 특히 아파트 1층의 층고가 3m에 달해 쾌적한 실내 환경을 느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입주민 사생활과 안전까지 배려하는 세심함을 더했다.
안방 화장실에 창문을 내 전용면적 59㎡에 4.5베이를 적용한 김포한강신도시 반도유보라 안방 모습. <사진제공:반도건설>
건설사 ‘신평면 전쟁’
건설사들의 ‘신평면 전쟁’은 대형 건설사와 중소형 건설사를 가리지 않고 벌어지고 있다. 천편일률적인 설계가 아닌 소비자 요구가 반영된 맞춤 설계로 차별성을 강화하려는 전략이다. 가장 대표적인 게 기존 정사각형이 아닌 직사각형으로 설계해 확대된 공간을 활용하거나 아파트 거실 쪽 공간인 ‘베이’를 늘리는 것이다. 이를 이용하면 빈 공간을 적극적으로 쓰면서 체감 공간이 넓어지는 효과가 있다.
현대건설은 위례신도시에 분양한 ‘위례 송파힐스테이트’에 디럭스형, 다이닝스위트형, 마스터스위트형 등 세 가지 신평면을 도입했다. 거실과 주방, 수납공간을 확장한 게 특징이다.
삼성물산도 새로운 평면인 ‘스마트사이징’을 선보였다. 공간을 더 넓게 쓸 수 있도록 베이 수를 늘렸다. GS건설은 경기 김포에 분양한 ‘한강 센트럴자이’에 신평면을 도입했다. 주방, 거실, 안방 옆에 알파룸을 제공해 자녀놀이방, 서재, 주부를 위한 주방공간 등으로 활용할 수 있다.
포스코건설은 소비자 수요에 맞춘 신평면 11종을 개발하고 저작권 등록을 마쳤다. 가족 구성원들의 개별 공간에 대한 요구를 반영해 알파룸, 취미실 서재 등 기능을 한층 강화한 게 장점이다.
GS건설 관계자는 “공간을 활용하는 신평면을 도입하면 소비자 입장에서 약 6㎡ 이상이 늘어나는 느낌을 받는다”며 “소비자 라이프스타일에 맞춰가는 설계가 트렌드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계속 신평면을 적극 개발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중견 건설사인 에이스건설도 중소형 신평면 3종을 개발해 저작권 등록까지 마쳤다. 전용면적 64·74·84㎡ 중소형을 최적 주거공간으로 구현하기 위해 특화 평면설계를 적용한 것이다. 거실과 침실이 전면에 배치되는 4베이로 구성하고, 안방을 제외한 침실에는 비내력벽을 적용해 입주자 취향에 따라 통합 또는 분리 사용할 수 있게 했다. 전용면적 84㎡에는 별도 다용도실까지 설계해 자녀공부방이나 서재로 활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