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투자시장에서 가장 핫한 금융상품이 바로 ‘ELB(Equity-Linked Bonds)·DLB(Derivatives-Linked Bonds)’다. 이름을 생소하게 느낄 사람도 있을 것이다. 지난해 자본시장통합법 개정에 따라 이름을 바꾸어 재탄생했기 때문이다. 원래 이름은 ‘원금보장형 지수연계증권(ELS)’과 ‘원금보장형 파생결합증권(DLS)’이었다. 주식보다 채권에 가까운 상품구조상 Securities가 아닌 Bond로 구분된 것이다. 이름이 바뀐 후에는 은행에서도 판매가 가능해져 투자자들의 접근성도 높아졌다.
ELS(Equity-Linked Securities)와 DLS(Derivatives-Linked Securities)는 파생결합증권으로 구분된다. 주식, 원자재, 금리, 지수 등 다양한 기초자산과 연계해 미리 정한 조건에 따라 약속한 투자 수익을 지급한다. ELB와 DLB 역시 기초 자산 변동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되더라도 원금을 보장하고 거기에 수익을 얹어주는 것이다.
개명 후 인기는 가파르게 상승했다. 상품 자체에서 풍기는 이미지가 안정적으로 변한 덕에 원금 손실을 꺼리는 보수적인 성향의 슈퍼리치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원금보장에 더해 최대 12% 이익을 추구하는 상품구조가, 낮은 금리에 실망한 투자자들의 구미를 당긴 것이다.
한 증권사가 판매한 2년 만기 ELB는 23.5% 수익률을 올리는 등 롱쇼트전략을 통해 연 7~8%의 수익을 내는 상품들이 속속 등장하며 입소문도 퍼져나갔다.
신한금융투자증권 관계자는 “투자환경이 불안하고 금리가 극도로 떨어진 상황에서 안정성과 5~7%의 중수익이 가능하다는 얘기가 퍼지며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진 상태”라며 “다만 원금이 보장되는 만큼 ELS나 DLS보다는 수익률이 평균적으로 낮다”고 말했다.
판매기간 짧고 1년 이상 장기투자 해야
ELB·DLB에 투자하기 위해서는 먼저 상품구조를 아는 것이 필요하다. 기초자산이 무엇인가에 따라 상품의 수익률과 가입기간은 달라질 수 있다. 예컨대 주가지수연동상품일 경우 코스피200지수의 상승률에 따라 지급하는 금리의 기준을 정하기도 하고, 하락할 것을 예측해 하락률에 따라 금리를 산정하기도 한다.
시판된 상품 중에 최고수익률이 높은 편인 삼성증권의 ‘DLB 32회’를 예로 들어 살펴보면 이 상품은 일정 기준을 충족하면 최대 연 12.25%의 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 기준 일자의 달러당 원화 가치가 최종 기준 가격과 비교했을 때 하락할 경우(환율은 상승)에만 이자를 지급한다. 하락폭이 기준에서 벗어날 경우 1%의 이자만 보장한다.
ELS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고수익을 낼 수 있는 지정구간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한꺼번에 많은 수익을 내는 것은 조금 어려울 수 있다. 상품별로 만기는 3개월짜리도 있지만 대다수 1년 이상의 중기 이상 상품들이 많아서 단기 투자상품보다는 중장기 전략을 세우는 투자자들에게 적합하다.
최소 가입금액은 보통 100만원 이상 고액자산가를 대상으로 한 상품의 경우 1000만원 이상으로 제한하기도 한다. 일정금액을 모집해 운용하기 때문에 상품별로 다르지만 판매기간은 일주일 이내로 짧은 편이다. 두 상품 중에는 변동성이 큰 환율, 유가, 원자재 등 주가지수를 제외한 현물에 투자하는 DLB가 대체적으로 ELB보다 기대수익률은 높은 편이나 예측이 힘들다는 단점도 있다.
기대수익률 맹신 금물!
자산가치 변화 예측이 핵심
ELB·DLB 투자로 높은 수익률을 얻기 위해서는 주가나 원화가치 환율 변화 등 기초자산의 가치 변화를 예측하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만기가 비교적 짧은 상품에 가입하는 것이 정확한 예측을 위해 유리할 수 있다.
또한 상품별로 내건 최대수익률을 맹신할 경우 실망감만 떠안을 수 있다. 실제로 시판된 상품에 표기된 최고수익률이 그대로 실현되는 일은 그리 흔치 않다.
한 증권사PB는 이에 대해 “상품에 표시하는 최고수익률을 환급받는 경우는 지극히 제한적”이라며 “예측이 맞지 않아 예금금리보다 못한 1%의 수익만 얻는 일도 다반사인 만큼 투자 포트폴리오의 일부만 분산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또한 ELB·DLB는 회사채와 같아 증권사 등 발행사가 흔들리면 원금을 보장받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가능성은 적지만 동양그룹 사태의 피해자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투자 전 수익률과 발행사의 신용등급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
롱쇼트전략지수 ELB 개인가입 가능해져
최근 ‘잭팟’을 터뜨리며 유명세를 탄 롱쇼트전략지수 ELB는 그동안 기관 및 일반법인 등 전문투자자의 요건을 갖춘 투자자들의 전유물이었다. 상품 구조가 어렵다는 이유로 금융당국이 가입 대상을 기관이나 법인 등 전문투자자나 가입금액 50억원 이상인 투자자로 제한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4월부터 일반 개인투자자들도 롱쇼트전략지수 ELB에 투자할 수 있도록 허용되었다.
공모가 아닌 사모 형태로 운용되며 최저 가입금액은 약 3억~5억원으로 높은 편이다. 롱쇼트 전략은 주가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는 주식을 사고(Long), 하락할 것으로 보이는 주식을 공매도(Short)해 하락장에서도 일정한 이익을 거두는 방식으로 해외 헤지펀드들이 주로 사용하는 투자기법이다.
롱쇼트전략지수 ELB는 보통 2년 만기의 구조로 만들어지는데 고객의 투자 원금은 대부분 채권이나 양도성 예금증서 같은 안전자산에 투자한다. 증권사는 고객 돈과 같은 규모의 자체자금을 투자자문사에 맡긴다.
투자자문사들이 주식 시장의 상황에 관계없이 약 7~10% 수익을 목표로 롱쇼트 전략을 통해 운용하는 방식이다. 기본적인 연 2% 정도의 채권투자 수익을 보장받을 수 있고 2년 후 5% 정도의 손실이 나더라도 원금이 보장되는 구조다. 투자자문사들은 -5%에 도달하면 운용을 종료하고 만기 시 원금을 돌려준다. 단 중도 해지 시에는 환매시점의 수익률로 돈을 돌려주기 때문에 원금 손실의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