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11월 분양한 서울 강남구 대치동 ‘래미안 대치 청실’ 아파트.
이곳은 실수요자와 투자자의 높은 관심 속에 최고 58.67 대 1이라는 기록적인 경쟁률로 청약을 마무리했다. 1순위 3가구를 모집하는 114㎡B형에 무려 176명이 몰렸다. 평균 경쟁률 역시 25.44 대 1을 찍으며 특별공급 33가구를 제외한 129가구 모집에 총 3282건이 접수됐다.
12월 서울 서초구 서초동 ‘아크로리버 파크’도 최고 42.27 대 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하며 강남 재건축 일반분양 물량의 ‘분양불패’ 신화를 이어갔다. 3.3㎡당 3800만원 선의 높은 분양가로 진입장벽이 있다는 평가를 받았던 곳이지만 문제가 되지 않았다. 1·2순위 청약에 전체 일반분양 515가구 중 특별공급분을 제외한 386가구 모집에 1순위에서만 총 7227명이 청약을 접수해 평균 18.72 대 1의 경쟁률로 마감했다.
지난해 하반기 분양시장에서는 부동산 재테크의 꽃으로 불리는 ‘강남권 재건축’이 태풍의 눈으로 떠올랐다. 강남구 서초구 등 강남권 주요 사업장에서 나온 일반 분양 물량들이 특유의 희소성과 투자가치 덕분에 인기를 끌면서다.
이미 이들 물량에 적게는 2000만~3000만원에서 많게는 5000만원 가량의 프리미엄(웃돈)까지 붙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분위기를 이어받아 올해 역시 강남권 알짜 재건축·재개발 물량에 대한 관심이 뜨거울 것으로 예상된다. 부동산114가 조사한 결과 올해 공급되는 전국 재개발·재건축 물량은 각각 4만5729가구, 1만8082가구다. 재개발은 1만8973가구, 재건축은 7131가구가 일반분양된다.
이중 서울에서만 재개발 2만4752가구, 재건축 9216가구가 나온다. 일반물량 기준으로는 재개발 9083가구, 재건축 2978가구로 총 1만2061가구가 청약 접수를 받는다.
실제 공급 물량은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관리처분 인가 단계에 접어들어 올해 일반분양이 가능한 단지들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현재 관리처분 인가 단계인 재개발·재건축 단지는 총 2만7980가구로 지난 2005년 3만4488가구 이후 최대치다.
여기에 현재 사업시행인가 단계에 있는 단지 100곳 9만6659가구 중 일부도 분양 가능성이 있다. 사업시행인가 단계지만 선 이주가 진행된 6600가구 규모 송파 가락시영의 경우 내년 관리처분을 통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총 9510가구(일반분양 1500여 가구)에 달하는 막대한 물량이 공급될 수 있다는 얘기다. 강동구 고덕주공 일대도 매머드급 규모를 자랑하는 2단지(2600가구)와 3단지(2580가구)를 비롯해 6단지(880가구), 7단지(890)가구가 모두 2011~2012년 사업시행인가를 받고 현재 관리처분인가만 남겨둔 상태라 분양이 가시화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올해 재개발·재건축 물량 역시 강남 3구 물량이 핵심이라고 입을 모은다. 앞으로 재개발·재건축 일반분양 외에는 강남권에 신규공급 될 수 있는 물량이 사실상 없기 때문이다. 강남의 주거 여건에 ‘희소성’까지 더해지면서 투자가치는 충분하다는 평가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지난해처럼 2014년 재건축·재개발 시장도 강북권과 강남권, 기타지역권이 뚜렷하게 갈려 양극화가 심해질 것”이라며 “강북권과 기타지역권은 침체 상황을 뚜렷하게 반전시킬 요인이 없는 반면 강남권의 희소성 가치는 더욱 부각될 수밖에 없어 강남 재건축의 일반물량 투자 열풍이 올해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남수 신한은행 부동산팀장 역시 “최근 강남권에서 나오는 재건축 일반 분양 물량을 살펴보면 과거보다 집값이 크게 하락한 주변 단지 수준에 분양가가 결정되고 있어 진입장벽이 많이 낮아졌다”며 “단기적인 시세 차익을 기대하는 건 어려울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강남 프리미엄’을 노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장 관심이 쏠리는 단지는 당초 지난해 12월 분양 예정이었지만 올해 초로 시기가 조정된 개나리6차 재건축 단지인 역삼동 ‘역삼자이’, 경복아파트를 재건축한 논현동 ‘논현 경복e편한세상’ 등이다. 각각 408가구, 368가구로 규모가 작지만 좋은 입지 덕분에 몇 안되는 일반물량에 대한 수요자들의 관심이 높다.
GS건설의 ‘역삼 자이’는 지하 3층, 지상 최대 31층 3개동 규모로 전용 59~114㎡ 총 408가구가 공급된다. 이중 일반분양 물량은 전용 114㎡ 86가구다.
역삼동 마지막 재건축 단지로 주목받고 있으며 편리한 교통과 탁월한 교육환경이 최고 강점으로 꼽힌다. 지하철 2호선 역삼역과 분당선 환승역 선릉역이 도보 거리에 있는데다 언주로, 테헤란로, 선릉로와 남부순환로, 동부간선도로, 서초·양재IC, 경부고속도로, 분당~내곡 간 고속화도로 등과 인접해 서울 어디로든 빠르게 이동할 수 있다. 도성초, 역삼중, 진선여중·여고 등을 도보로 통학할 수 있고 휘문고, 경기고 등 강남 명문 8학군과 대치동 학원가도 가까워 교육 여건은 최고 수준이다.
이미 역삼동 일대에 개나리, 진달래아파트를 재건축한 래미안, 푸르지오 등 대형 건설사 브랜드 아파트가 모여 있어 고가 신규 아파트군을 형성하는 점도 매력적이다.
대림산업의 ‘논현 경복e편한세상’은 총 376가구 중 49가구가 일반 공급된다.
올해 2월 지하철 9호선 삼정역이 개통을 앞두고 있어 강력한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삼정역이 개통될 경우 기존 분당선·지하철 9호선 환승역 선정릉역을 포함해 더블 역세권 단지가 된다.
가락시영 재건축은 인근에 지하철 8호선 송파역과 3·8호선 환승역 가락시장역이 가깝다. 남부순환로, 송파대로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어 교통여건이 좋고, 단지 주변에 저층 주택가, 탄천 유수지 등이 있어 거주환경도 쾌적한 편이다. 단지 규모가 워낙 크기 때문에 좋은 층·향의 일반분양이 나올 가능성이 높고 일대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할 수도 있어 투자성이 있다고 평가받는다.
최근 속도를 내는 ‘서초우성 3차 래미안’도 관심을 가져볼 만한 단지다. 3개동 276가구 규모로 강남 한복판에 위치해 입지는 이미 검증됐다. 단일 단지만 놓고 보면 규모가 작지만, 인근 우성 1·2차와 함께 래미안 브랜드 타운을 구축할 것으로 예상돼 눈길을 끈다. 특히 2014년 이후 재건축이 예정된 바로 옆 신동아, 무지개아파트까지 삼성물산이 수주할 경우 5000가구 규모의 래미안 랜드마크 대단지로 탈바꿈할 가능성이 높다.
강남권 재건축의 경우 입지와 생활여건 등은 모두 좋은 반응을 얻고 있지만 관건은 분양가다.
역삼 자이는 조합 측에서 3.3㎡당 3000만원 이상, 시공사인 GS건설이 3000만원 이하를 주장하고 있어 팽팽한 줄다리기가 벌어지고 있다. 현재 역삼자이 부지 인근의 아파트 시세는 3.3㎡당 3200만~3300만원 수준이다. 논현 경복e편한세상은 추가 분담금을 포함한 조합원 물량 시세가 전용 111㎡ 기준 8억3000만~8억9000만원 수준이라 일반 분양가도 3.3㎡당 4000만원 선에서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저렴한 분양가라고 평가하기는 어렵지만 실수요 목적으로는 나쁘지 않은 수준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권일 닥터아파트 리서치팀장은 “지난해 인기를 끈 재건축 일반분양 물량도 분양가가 높게 나온 편이었는데 좋은 성적으로 마감에 성공했다”며 “소비자들이 납득할 만한 수준에서 분양가가 나온다면 열기를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제도가 극적으로 폐지되면서 경제력이 있는 다주택자 수요들이 재건축 일반분양 시장에 관심을 가질 수 있다는 점도 전망을 밝게 한다.
내년에도 강남 재개발·재건축 일반분양 시장이 강세를 보일 경우 부동산 시장을 활성화하는데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재건축 일반분양 물량이 가격 방어 내지 상승을 선도하는 역할을 하면서 주변 아파트 값에도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