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15일 브라질과 남아공 등의 환율이 하루에 1% 이상씩 솟구쳤다. 단기 낙폭이 크다는 반응에 따라 상승세로 돌아설 조짐을 보이던 인도증시의 센섹스지수는 이날 하루 3.75%나 하락하며 불안 심리를 확산시켰다. 같은 날 일본의 니케이 225가 0.75%, 중국 상하이종합지수가 0.65%씩 하락했다.
미국 연준의 부양책 축소가 임박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글로벌 시장이 요동을 치고 있다. 특히 이머징마켓이나 재정안정성이 취약한 나라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이런 상황에서 투자자들은 어떻게 움직이는 게 좋을까.
급변하는 글로벌 자산시장 트렌드
금융위기 발발 이후 글로벌 경제가 빠른 속도로 바뀌고 있는 것에 맞춰 글로벌 자산시장의 트렌드도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다. 침체나 저성장에서 벗어나려는 각국 중앙은행들의 양적완화가 이어지면서 저금리가 세계적 추세였던 2012년엔 안정적 이자수익을 추구하는 해외채권형 펀드로 자산이 몰렸다.
미국이나 일본 시장의 회복 기미가 감지되기 시작한 올 상반기엔 이자수익과 함께 자본이득을 얻을 수 있는 인컴펀드로 자금이 몰렸다. 하반기 초에는 미국의 경기회복을 반영해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 증시가 주목을 받았고 한국 코스피도 6월 하순 중기저점을 딛고 상승했다.
그러나 현재는 글로벌 시장 전체에 불확실성이 팽배한 상태다. 9월 미국 FOMC가 어떤 결정을 내리느냐에 따라 세계의 투자자금은 아프리카 누처럼 떼를 지어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이머징마켓의 리스크가 갑자기 불거질 수도 있다는 등 세계 자산시장은 지금 방향을 잡기가 어렵다. 국내 증시도 주요 증권사의 주가 예측치가 200포인트 이상씩 차이가 날 만큼 전망이 엇갈리는 양상이다.
양방향 투자 롱숏전략 눈길
이처럼 불확실한 장세에서 리스크를 줄이며 수익을 낼 수 있는 대표적 대안투자 상품으로 최근 ‘롱숏펀드’가 주목받고 있다. 롱숏펀드란 주가가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주식을 사서(Long) 보유하고, 주가가 내릴 것이라고 보이는 주식은 공매도(Short) 했다가 주가가 떨어졌을 때 사서 되갚는 전략을 쓰는 펀드를 말한다. 롱숏펀드는 박스권을 형성하며 등락을 거듭하고 있는 국내 주식시장에서도 타 전략 대비 높은 성과를 보여 관심을 모으고 있다.
박성현 미래에셋증권 펀드애널리스트는 “보유 주식이 상승해야만 수익이 나는 일반 펀드와 달리 이 펀드는 이 전략을 통해 시장 움직임과 상관없이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하고 있다”면서 “어떤 주식을 선택하느냐, 또 언제 트레이딩을 하느냐에 따라 성과의 차이가 나는 만큼 검증된 펀드를 선택하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롱숏전략은 최근 새롭게 알려진 게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 활약하는 헤지펀드들이 널리 쓰는 전략으로 한국형 헤지펀드 전략의 7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크다”고 덧붙였다.
감독당국은 사모로 설정해 공매도를 포함한 리스크 투자가 비교적 자유로운 헤지펀드와 달리 일반투자자를 대상으로 설정한 공모펀드에 대해선 개별주식에 대한 공매도 수준을 제한해 위험자산에 지나치게 노출되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고 있다. 한국형 헤지펀드의 최소 가입금액이 5억원이지만 공모펀드는 투자 금액 제한이 없고 환매도 자유로워 개인도 쉽게 이용할 수 있다.
롱숏펀드는 기존 주식이나 채권시장과의 상관관계가 낮아 분산효과가 높다. 국내 상장주식 관련 파생상품에 투자하므로 매매차익이 과세되지 않아 ‘절세’의 매력도 갖고 있다.
박성현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국내에 출시된 롱숏펀드들은 롱숏전략뿐 아니라 다른 투자전략도 구사한다. 시장 흐름에 따라 주식 편입비율을 탄력적으로 조정해 시장변화에 적극 대응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공모주 투자나 M&A 같은 시장 이벤트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전략으로 추가 투자기회를 찾기도 한다. 100% 롱숏전략이 가져올 수 있는 위험을 피하기 위해 50%, 혹은 70% 정도 채권 투자를 해서 안정적 수익을 가지고 가는 펀드도 있다. 이처럼 다양한 형태의 롱숏펀드가 있기에 투자자의 선택의 폭은 넓다. 이런 장점 때문에 5월 이후 월 5000억원 이상의 자금이 롱숏펀드로 유입되고 있다.
장세에 상관없이 절대수익을 추구한다는 점은 롱숏펀드의 큰 매력이다. 다만 오를 것이란 예상으로 사 놓은 주식이 떨어지거나 미리 팔아놓은 주식이 오르면 손해를 볼 수도 있기에 펀드매니저에 대한 꼼꼼한 분석이 필요하다.
손쉬운 부동산투자 리츠펀드
‘리츠펀드(REITs)’도 대안투자 상품으로 관심을 받고 있다. 해외 부동산에 직접 투자하기엔 자금이 부족하고 외국 방문도 어려운 투자자에게 고수익 해외 부동산에 투자할 수 있는 유용한 상품이기 때문이다.
리츠펀드는 부동산 중에서 상장 부동산이나 부동산 관련 주식에 투자해 배당이익과 자본이익을 추구하는데 적은 금액으로 오피스나 호텔, 상가, 주택 등 다양한 부동산포트폴리오에 분산 투자하는 장점이 있다.
일반투자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펀드로는 미국이나 호주 등을 중심으로 하는 글로벌 리츠와 일본, 홍콩 싱가포르 등을 중심으로 하는 아시아 리츠가 있다.
미국 부동산 시장은 S&P실러지수(주택가격지수)로 볼 때 현재 2006년 상반기 고점 대비 70% 수준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7월 말 발표된 5월 지수는 전년 동기대비 12.2%나 상승하는 등 완연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일본의 경우는 공격적 양적완화의 영향으로 올해 들어 12~23% 상승하는 등 두 지역 리츠 모두 지금까지 성과는 양호하다.
올 상반기 상승세가 가파르기 때문에 리츠 시장이 고점에 온 게 아니냐는 의문도 나오고 있으나 2009년 1월 이후 중기 추세로 보면 상승세는 여전히 유효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양적완화 축소 가능성 때문에 장기 금리가 올라가고 리츠의 배당 매력도 일시적으로 떨어졌다. 양적완화 종료나 금리인상 기조는 주식이나 채권 등 투자자산에 부정적이다. 그러나 적극적이고 급진적인 출구전략이 아니라면 리츠에 오히려 도움이 될 수도 있다는 게 미래에셋증권의 분석이다. 실적 회복기와 맞물려 임대료 상승으로 이어지면 현금흐름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홍콩 및 싱가포르 등은 정부규제에도 불구하고 초저금리에 따른 꾸준한 수요 회복으로 부동산 가격 상승이 지속되면서 최근 비교적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블룸버그유럽부동산지수 역시 최근 1년 동안 약 19% 상승하는 등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유럽지역의 약진도 눈에 띈다.
리츠펀드는 분산효과 이외에도 직접매입에 따른 중개비나 세금 등 각종 거래비용을 줄일 수 있고 환금성이 높다는 장점이 있다. 낮아지는 채권수익률을 보완하며 경기회복기에 인플레이션 헤지를 하면서 배당수익까지 누리는 이점도 있다.
다만 부동산과 주식의 성격을 동시에 갖고 있어 금리와 경기변동에 민감하며 순수 부동산 투자에 비해 주식시장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해외투자의 경우 절세효과가 없어 배당이나 자본이득 소득세율 15.4%가 적용되며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이 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