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룸투자자문은 지난해 몇몇 자문사가 구조조정에 들어갈 만큼 업계 전반이 어려운 가운데 33.9%라는 수익률로 경쟁자들을 놀라게 하며 수익률 1위를 차지했다. 올해도 국내 증시가 저조한 국면을 이어가고 있지만 이룸은 여전히 시장 평균보다 상당히 양호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그 비결은 무엇일까.
엄청난 수익률 때문에 호화로울 것으로 기대하고 찾아간 이룸투자자문의 사무실은 수수하기 그지없었다. 대표와 7명의 직원 등 식구가 단출하기는 했으나 그저 옷과 책을 두는 작은 방이 있을 뿐 사장실조차 제대로 두지 않으려는 자세가 대단했다. 조세훈 이룸투자자문 대표는 직원들 자리 중간에 있는 책상에서 일한다. 대표의 앞뒤로 직원들이 둘러앉아 있으니 처음 이 사무실을 찾는 이는 그가 대표인지조차 헷갈릴 정도다.
조 대표는 형식보다 실력으로 승부를 걸겠다며 말문을 열었다.
“금융업의 공식은 외형으로 신뢰를 사는 것이라고 한다. 사무실이 번듯해 보여야 돈을 맡긴다는 것이다. 우리는 처음부터 실적으로 보여주자고 했다. 외관보다 실적으로 신뢰를 쌓자고 했다. 사무실이 작으니 회의는 앉은 자리에서 한다. 단지 목소리가 조금 커질 뿐이다. 투자할 종목도 그렇게 토의를 해서 정하고 있다.”
작지만 다부진 회사로 키우려는 자세를 이 회사 임직원들은 ‘이룸의 다짐’으로 적어놓고 매일 새긴다. 첫 번째가 ‘우리는 최고의 투자회사를 만들고 있다’이고 두 번째는 ‘고객을 부자로 만들어야 우리도 부자가 된다’이다.
그 정신은 운용실적에 반영되고 있다. 그러기 위해 이들은 회사 규모에 비해 엄청나게 많은 리서치 자료로 기반을 다졌다.
“현재 400여 종목을 커버하고 있다. 인원에 비해 종목이 많은 편이다. 이를 위해 영업 담당 직원조차 두지 않았다. 관리를 총괄하는 직원 1명 빼고는 모두가 리서치를 한다. 회계 업무도 외주를 주었다.”
조 대표를 포함해 7명이 리서치를 한다는 얘기다. 이렇게 조사한 종목 가운데 현재 투자하고 있는 종목은 30여개 정도. 개별 펀드 포트폴리오엔 20여 종목을 편입하고 있다. 다른 운용사들보다 종목을 압축했다고 할 수 있다.
주식투자는 기다리는 것
종목당 투자 기간은 거의 1년 이상이며 2~3년은 보통이라고 했다. 주가가 과도하게 오를 경우는 예외이다. 조 대표는 이처럼 투자기간을 길게 가져가는 이유를 가치가 제대로 반영될 때를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펀드매니저는 족집게가 아니다. 가치가 금방 반영되지 않으니 기다림이 필요하다. 주식이 싼 것은 투자자들이 외면하고 있다는 것인데 그런 투자자들의 시각이 바뀌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서 기다려야 한다.”
조 대표는 일반 투자자들도 당연히 기다려야 하며, 그러려면 투자할 돈도 기다릴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6개월 정도 운용해달라고 한다? 그런 돈은 주식투자에 맞지 않다. 수익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우리 펀드가 특정 종목에 투자한 뒤 2~3년 보유하듯 투자자도 2~3년은 기다릴 수 있어야 한다. 지금 주가가 가치에 비해 싸다고 할 때 그 가치가 언제 반영될지는 누구도 모른다. 종종 그 시간이 오래 걸릴 수도 있다.”
당연히 이룸의 고객들은 호흡이 길다. 이 회사가 출범할 무렵 투자했다가 4년이 지난 요즘 4년씩 재계약하는 고객이 많다고 했다. 이제까지의 성적이나 인지도 등을 생각하면 운용사로 전환해 훨씬 많은 자금을 끌어들일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조 대표는 수익률을 유지하기 위해 펀드 규모가 커지는 것을 경계한다고 했다.
“규모를 생각하지 말자고 했다. 수익률은 자산 규모에 반비례한다. 펀드가 커지면 운용사나 펀드매니저는 유명해질지 모르나 자금을 맡긴 투자자들의 기댓값은 떨어진다. 이미 몇몇 회사들이 그런 모습을 보여줬다.”
30억원 투자자금 마다한 까닭은
이런 점에서 조 대표는 많은 운용사들이 펀드 규모를 확대하는 데만 주력하고 성과보수를 받지 않는 것을 비판적으로 보고 있다.
“성과보수 대신 기본보수만 받는다면 수익률보다 자산 규모에 집중하게 된다. 운용업계가 규모에 매달리면 결국 투자자들에게 손해다.”
그는 성과보수가 투자자에게 이익이라고 했다. 20%의 이익을 내 그것의 10%를 성과보수로 주더라도 고객 입장에선 18%의 수익률을 거두는 것이니 엄청나게 높은 성과라는 것이다. 그런 만큼 (수익률이 낮아) 성과보수를 받지 못하는 게 오히려 고객에게 미안하다는 것이다.
“지난해엔 30% 이상의 수익을 올렸다. 이렇게 이익을 내고 성과보수 받는 게 시장평균 수익률을 내고 성과보수 받지 않는 것보다 훨씬 나은 게 아닌가.”
그래서 그는 정당한 성과보수를 고집한다.
“얼마 전 어느 기업이 30억원 맡길 테니 성과보수를 낮춰달라고 해서 돌려보냈다. 다른 회사들은 다 낮춰주는 데 왜 그러냐기에 ‘그렇게 해준 곳의 수익률에 만족하지 못해 여기로 온 게 아니냐. 우리는 그런(수익률이 낮은) 회사가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규모는 작더라도 좋은 고객만을 상대하겠다고 한다. 높은 수익률을 내주고 거기에 상응해 성과보수를 낼 수 있는 고객만 받을 것이란 얘기다.
“고객 입장에선 (보수를) 1~2% 더 내도 그게 좋다. 성과보수보다 기본보수를 극대화하려는 전략은 문제가 있다. 자금 규모가 너무 커지면 운용에 불리하다. 운용 규모가 1조원이 넘는다면 포트폴리오에 종목을 많이 넣을 수밖에 없다. 운용자산의 3분의 1로 제한한다고 하더라도 한 종목당 300억원이나 투자해야 한다. 그 정도 물량을 사려면 사는 동안 주가가 이미 오르고 반대로 팔려고 하면 다 팔기도 전에 급락한다. 탁월한 수익을 내기 어렵다.”
그런 것을 방지하려고 운용자산을 제한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투자자들에게 절세상품 등에 현혹되지 말 것도 당부했다.
“나도 연금저축 들어본 적이 있다. 5년을 넘게 들었는데 나중에 보니 연수익률이 3%도 안됐다. 이런 상품에 고객들의 돈이 너무 많이 들어가 있다.”
대부분의 금융기관들이 이런 상품을 파는 데 주력하고 있다. 그렇다면 투자자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기업가치 커질 종목 찾는 게 비결
조 대표는 “운용사들이 그동안 신뢰를 얻는 데 실패했다”면서 그래도 자금은 전문가에게 맡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잘하는 사람에게 맡겨야 한다. 좋은 투자자에게 맡기는 게 그래도 낫다. 그러려면 일시적으로 수익률이 좋은 회사보다 장기적으로 좋은 수익률을 내는 회사와 펀드를 찾아야 한다. 굳이 직접 하려면 공부를 엄청 많이 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직접 하는 것을 권하지 않는다.”
조 대표는 요즘 언론에 자주 등장하는 가치투자 전문가들을 모두 존중한다. 다만 어떤 가치에 주목하느냐에 따라 색깔은 다르다고 했다.
“이룸투자자문은 장기 성장가치에 주목하고 있다. 비즈니스 모델이 좋은 회사를 찾는다. 이때 불확실한 가치를 평가해 제거하는 안목이 중요하다. 그런 회사들을 가려내고 장기 성장형 종목을 찾는 데 주력한다.”
그런 점에서 다음 분기 실적은 물론이고 1~3년 정도 실적 역시 크게 연연하지 않는다고 했다.“5년이고 10년, 15년 가면서 기업가치가 커질 종목을 찾는다. 그러기 위해선 어떤 사업을 하고 있고 장기전망이 어떤 상품을 생산하는지, 그 내에서 경쟁력은 어떤지를 본다. 그런 종목의 핵심가치를 읽는 능력이 필요하다.”
구체적인 사례도 들었다.
“우리는 현대차보다는 모비스와 글로비스에 주목했고 삼성그룹에선 SDI나 삼성전기보다 전자가 중심에 있다고 봤다. 태평양(아모레퍼시픽) 같은 회사도 좋게 봤다.”
다만 장기 성장가치가 큰 기업은 단순히 PBR이나 PER만으로 평가할 것은 아니라고 했다. “최근엔 새로운 환경에서 잘할 기업도 찾고 있다. 그런 기업으로 SM이나 메디톡스 오스템임플란트 등에 투자했다. 게임빌이나 컴투스 등의 PER는 시장평균보다 싸지 않은데도 투자했다. 성장가치를 보면 비싸지 않다고 보았다. 한세실업이나 영원무역도 마찬가지다. 자문회사 설립 이후 시장에서 높은 성과를 낼 만한 종목들을 시장에서 주목받기 전에 찾아내 투자하는 게 핵심이다.”
정보·기사 맹신하지 말라
그에게 투자자들을 위한 조언을 부탁했다.
“남들이 좋다고 할 때 들어갔다가 나쁘다고 할 때 나오는 게 제일 큰 리스크다. 절대로 남의 말만 듣고 투자하지 말라. 펀드매니저가 좋다거나 애널리스트가 추천한 종목, 신문기사에 나온 종목 등이 그렇다. 정보가 애널리스트나 펀드매니저 신문기자를 거쳐 올 때쯤이면 알 사람은 다 알았다고 할 수 있다. 스스로 판단해야 한다. 그런 정보는 사실만 확인하고 의존하지는 말아야 한다.”
중개업자 역시 수수료가 목표인 만큼 믿을 게 아니라고 했다. 투자를 하려면 스스로 따지는 능력이 필요하다는 것. 또 주식이 부동산에 비해 훨씬 편하고 좋은 투자수단인데 투자자들이 그 장점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다고 했다.
“집은 덩어리가 너무 크고 일단 투자하면 상황이 바뀌어도 쉽게 수정할 수 없다. 게다가 세금문제도 있다. 그에 비해 주식은 상황 변화에 훨씬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투자수단이다. 이룸투자자문의 경우 20여 종목으로 가기 때문에 (상황변화에) 훨씬 쉽게 대처하고 있다. 투자자들이 실패하는 것은 자신의 능력을 과신하고 몰빵해서 주식의 이점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조 대표나 직원들은 주식투자의 장점을 살리기 위해 수시로 기업을 방문한다. 다만 실적만을 확인하러 가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애널리스트들이라고 회사의 비즈니스 모델을 다 아는 게 아니므로 직접 찾아간다. 회사에 가선 먼저 성장을 지속할 비즈니스 모델을 갖고 있는지 확인하고 이어 믿을 만한 회사인지도 본다. 경영진이나 직원들을 면담해 자료를 직접 확인하는 측면도 있다. 남들처럼 실적 간보려고 가는 것은 아니다. 다음 분기 실적이 어떨지는 관심이 없다. 3년 5년이 지난 뒤에도 계속 성장할 것인지, 경쟁력이 더 강화될 것인지를 본다.”
IT 자동차 헬스케어 신재생에너지 등 관심
최근 경기흐름에 대해 조 대표는 글로벌 경기 둔화가 지속되고 있고 그에 따라 중국 경기가 둔화되는 영향도 함께 받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결론적으로 시클리컬 업종(경기에 영향을 받는 업종)은 둔화될 것이다. IT나 자동차 업종이 그래도 상대적으로 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의 산업 중 글로벌 시장에서 브랜드 가치가 강화되고 있는 업종이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성장을 지속할 산업으로 헬스케어나 콘텐츠, 신재생에너지 등에도 관심을 갖고 있다. 메디톡스는 팔았지만 오스템임플란트엔 계속 관심을 갖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노령화는 우리만이 아니라 중국이나 인도도 겪을 것이다. 오스템임플란트는 수요가 늘어날 산업에서 점유율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조 대표는 올해는 아주 높은 수익률보다는 시장 대비 플러스의 수익률을 내는 데 만족할 것이라고 했다.
“작년엔 거의 1위를 계속했다. 지금은 상위 30% 이내를 유지하고 있다. 그동안 중소형주가 많이 올라 조심스러웠다. 작년에 45%이던 것을 올해는 25%로 낮췄다가 다시 올릴 계획이다. 시장은 연초 대비 8%가량 빠졌다. 이룸투자자문은 연초 10%대 수익률을 올렸으나 최근 3%선으로 줄었다. 그래도 시장 대비 초과 수익률은 6~7%는 된다. 연 15%의 초과수익을 내는 게 목표다.”
경제적 불확실성에 따른 위험은 이미 시장에 반영됐고 업종이나 종목 선택으로 충분히 초과수익을 낼 수 있다는 게 그의 믿음이다.
“경제적 위험은 시장이 이미 반영하고 있다. 글로벌 경기가 부진하니 시장이 강력하게 성장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초과수익을 내기에는 여전히 양호한 상황이다. 업종이나 종목으로 초과수익을 얼마든지 낼 수 있다.”
예상되는 국내의 유동성 리스크 역시 종목으로 대비한다고 했다.
“현재 은행주와 건설주엔 전혀 투자하지 않고 있다. 경기순환주 비중도 매우 낮다. 상대적으로 많은 부분을 성장산업에 투자하고 있다. 모든 산업에 투자하지는 않는다. 꾸준히 성장할 산업이나 기업에 주목하면 기회는 여전히 많다.
조세훈 대표
1988년 동원증권(현 한국투자증권)에 입사해 국제부와 홍콩사무소 등에서 기초를 닦았다. 검소하며 내실에 치중하는 자세는 과거 동원증권 스타일 같다. 99년 현대투신에서 나폴레옹 펀드를 맡아 운용을 시작했고 2001년 3월 신한BNP파리바로 옮겨 주식운용본부장과 CIO를 역임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8년 9월 이룸투자자문을 세워 독립했다. 2011년 한 해를 빼고는 계속 높은 수익률을 유지해 주가를 올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