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릭스·차이나펀드와 함께 대표적인 ‘미운오리’였던 베트남 펀드가 변했다. ‘눈물의 펀드’ ‘반토막 펀드’란 불명예를 뒤로하고 베트남 펀드는 올 상반기 눈에 띄는 상승세를 보였다. 덕분에 막대한 마이너스 수익률에 시름하던 초창기 투자자들도 한숨 돌릴 수 있게 됐다.
이러한 펀드의 회복세는 지난해부터 살아나기 시작한 베트남 내수의 영향으로 올 들어 호찌민 증시 VN지수가 17% 가까이 상승한 덕분이다. 닐슨에 따르면 지난해 베트남 소비재 시장은 전년대비 23%의 성장세를 기록해 인도(18.8%)와 중국(13%)을 앞질렀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1100에서 200까지 곤두박질쳤던 VN지수는 올 상반기 뚜렷한 회복세를 보였다.
베트남 VN지수는 지난해 말 413.73에서 지난 6월 7일 527.97포인트를 기록하며 가파르게 상승했다. 이후 버냉키 쇼크로 잠시 주춤한 모습을 보인 주가는 470대 초반까지 떨어졌지만 이후 7월 15일 기준 494.1포인트까지 회복했다.
이에 따라 베트남 펀드 수익률은 크게 개선됐다. 연초 이후 주요 베트남 펀드는 모두 10%를 훌쩍 웃도는 수익률을 보이고 있다. 순자산이 1060억원으로 가장 규모가 큰 ‘한국투자베트남적립식1(주혼)’의 경우 연초 이후 12.81%의 수익률을 기록했고 ‘동양베트남적립식자H(주혼)A펀드’의 경우 27.52%로 가장 높은 수익률을 거두고 있다.
지난 2011년 반토막 난 펀드 수익에 운용보수를 받지 않겠다고 선언하며 개방형 전환을 결정했던 ‘한국월드와이드베트남혼합2’도 연초 후 수익률 13.29%로 양호한 실적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최근 2년간 수익률까지는 대부분 20% 이상 플러스로 올라섰다.
신뢰 회복 역부족 환매 지속
상반기 베트남 펀드의 수익률은 맑았지만 아직까지 ‘반토막 펀드’의 오명은 지우기 쉽지 않은 모양새다. 지난 5월 31일 기준 7월 15일까지 설정액 10억원 이상인 베트남 펀드는 모두 수억~수십억씩 줄어들었다.
베트남 펀드의 자금이탈은 사실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해 역시 베트남 펀드는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했지만 대부분 줄환매에 시달렸다. ‘동양베트남민영화혼합1’은 작년 한 해 271억원에 달하는 자금이 이탈했고, ‘미래에셋베트남증권투자회사1’과 ‘한국투자베트남적립식증권투자신탁1’에서도 각각 136억원, 131억원가량의 자금이 빠져나갔다.
폐쇄형을 개방형으로 전환해 원금 손실 회복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운용사 취지가 무색하게 투자자들은 손실 폭이 커질 것을 우려해 ‘발 빼기’에 나선 것이다.
이러한 투자자들의 움직임은 과거 막대한 마이너스 계좌를 안겨준 해외펀드에 대한 트라우마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작년과 올해 베트남 펀드의 수익률은 양호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설정 이후 수익률을 살펴보면 미래에셋베트남1(주혼)종류A와 동양베트남적립식자H(주혼)A 두 개를 제외하고 모두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설정액이 가장 큰 한국투자베트남적립식 1(주혼)을 포함해 40% 이상 손실로 거의 반토막에 가까운 수익률을 거두고 있는 상품도 3개나 된다.
VN지수 역시 500에 가까워졌지만 외환위기 이전 1000포인트 이상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원금회복의 기대에는 턱없이 모자를 수밖에 없다. 버냉키 쇼크 이후 최근 한 달간은 대부분 펀드들이 마이너스 수익률을 거두고 있다는 점도 펀드 환매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현재 베트남 펀드는 과연 신규 투자처로서 적절할까?
다수의 전문가들은 현재로서 베트남 시장은 좋은 흐름을 보이고 있지만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배성진 현대증권 연구원은 이에 대해 “베트남은 환율 급락, 금리 급등, 물가 상승 등으로 자산가치의 극심한 저평가 현상을 겪었다”며 “최근 경기회복 국면에 접어들어 향후 2~3년은 좋은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단 그는 “베트남 시장 자체는 긍정적으로 평가하지만 시가총액 규모가 작고 상장 주식 수도 적어 변동성이 크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며 “이미 베트남 펀드에 장기 투자해 손실을 많이 보고 있는 투자자라면 일부를 지금 환매하는 전략도 추천할 만하다”고 조언했다.
윤항진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올해 주가가 많이 상승했지만 베트남 경제 회복세를 감안하면 향후 주가가 추가로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라고 분석했다. 단 그는 “정부의 정책이나 규제 완화 등이 시행되면 탄력을 받을 수 있겠지만 이런 것들이 경제지표에 나타날지는 미지수”라며 “VN지수 500선을 중심으로 50∼100포인트가량 밴드를 갖고 움직일 것”이라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