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용자금만 4억원에 4년간 수익률 1000%!”
재테크족들에게는 그야말로 꿈같은 얘기다. ‘개미’로 불리는 개인투자자들이 하루 종일 주식과 씨름을 해도 이익을 유지하기 어려운 게 현실인데 이처럼 엄청난 수익을 거뒀다는 게 믿겨지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엄청난 수익률을 기록한 이가 있다. 재테크 커뮤니티 ‘현명한투자자들의모임(이하 현투카페)’의 조길명 씨(닉네임 느린거북)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특히 그는 다른 전업투자자들과 달리 직장을 다니며 주식투자를 하는 이른바 ‘투잡 투자자’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4년 만에 투자원금을 10배로 불리며 개미들의 우상으로 떠오르고 있는 조길명 씨. 그만의 주식투자 비법을 직접 들어봤다.
우연히 산 책 한 권으로 주식투자 시작
커뮤니티 회원들 사이에서 ‘회계달인’으로 불리는 조길명 씨는 사실 주식투자를 업으로 삼는 전업투자자가 아니다. 오히려 재테크에 관심을 갖는 평범한 직장인에 가깝다. 실제 그는 개인투자자로 높은 관심을 받고 있지만 여전히 직장을 다니고 있다. 하지만 그의 주식투자 규모를 살펴보면 평범한 직장인들은 엄두도 못 낼 정도의 자금을 운용하고 있다.
2007년 겨울 50만원의 종잣돈으로 주식을 시작한 그는 현재 투자원금 4000만원으로 약 4억원대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수익률로만 치면 1000%라는 경이적인 수치를 기록하고 있는 셈이다.
“다른 투자자들보다 수익률이 높은 건 운이 좋아서죠. 제가 주식투자를 시작하던 때가 2007년 겨울인데 그때 주식시장이 최고의 활황기였기 때문입니다. 처음 투자금이던 50만원이 잠깐 동안에 400만원 넘게 늘어났죠. 하지만 2008년 여름 금융위기가 찾아오면서 이익의 대부분을 날렸고 그때부터 제대로 된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평범한 직장인이었던 조씨가 주식투자에 눈길을 주기 시작한 것은 서점의 책 한권이 계기가 됐다. 직장이 멀어 출퇴근 때마다 책을 읽었던 그는 2007년 겨울, 서점에서 ‘워런버핏의 가치투자전략’이란 책을 보고 주식투자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저평가된 가치주를 헐값에 사서 제값에 판다는 워런버핏의 ‘가치투자’는 주식에 문외한이었던 저에게도 상당히 합리적으로 보였습니다. 그때부터 주식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인터넷 카페 등을 통해 정보와 교류를 하기 시작했죠.”
빠른 투자결정과 직장생활 경험으로 수익률 높여
조길명 씨가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 주목받게 된 때는 2008년 중순 이후다. 그가 발굴한 ‘태평양물산’과 ‘백산’이 코스닥시장에서 이른바 대박을 냈기 때문이다.
“저는 현장 탐방을 중요시합니다. 다른 종목들보다 백산에 애착을 보이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 재무제표를 통해 기업의 장부가치를 알 수 있다면 현장 탐방은 기업의 성장가치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좋은 방법입니다. 백산의 경우는 5번 넘게 방문했죠.”
그는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배경으로 자신이 읽은 ‘가치투자전략’을 그대로 따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른바 가치투자에서 중요시하는 가치의 경우 장부가격은 물론 성장성까지 모두가 따라줘야 제대로 된 가치주라고 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가치주 분석만이 높은 수익률의 배경은 아니라는 게 조씨의 설명이다. 그는 “개인투자자들의 최대 장점은 빠른 결정과 전문분야가 있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한발 빠른 투자결정과 직장생활을 통해 알 수 있는 전문지식이 바로 수익의 원동력이라는 설명이다.
“제 투자방식은 ‘선(先)투자·후(後)분석’에 가깝습니다. 커뮤니티 활동을 통해 투자대상기업에 대해 알게 되면 먼저 원금의 5% 정도를 먼저 투자하는 방식이죠. 이후에 기업분석에 들어갑니다. 이 과정에서 확신이 서면 집중투자에 나섭니다. 반면 확신이 들지 않으면 곧바로 회수에 나서죠. 개인투자자들이 대형기관투자자들에 비해 유리한 점은 이처럼 빠른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점입니다.”
조씨는 주가수익률(PER) 역시 투자결정의 큰 변수라고 강조했다. 그는 “주가수익률이 낮으면 이른바 저평가된 가치주라고 할 수 있죠. 코스닥 시장에는 이런 종목들이 굉장히 많은데, 이중 모멘텀과 실제로 가치가 증가하고 있는 종목에 투자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인맥과 회계지식이 주식투자의 기본
이처럼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조씨는 대체 어떤 방법으로 주식투자에 나섰을까. 그는 가장 먼저 ‘회계공부’에 나섰다고 말했다.
실제 그는 주식투자 초기 승승장구하다 금융위기가 오면서 대부분을 날린 바 있다. 이때부터 본격적인 회계공부에 나서 지금은 전업투자자들 사이에서 ‘회계달인’이라고 불릴 정도다. 특히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굴지의 대기업 회계 오류를 발견해 주식담당자에게 알린 일은 투자자들 사이에서 유명한 일화다.
“주식투자 초기 제대로 된 투자를 위해 회계공부를 시작했습니다. 회사가 멀어 출근에만 1시간 30분 정도가 소요됐는데, 이때 PMP를 통해 공인회계사들의 동영상 강의를 1년 가까이 봤죠. 집에서는 회계원리와 재무회계 등의 책을 사서 스스로 공부했어요. 그렇게 시간이 흐르니 낯설었던 재무제표가 친근하게 느껴지더군요.”
재테크 커뮤니티에 가입해 활동하는 것 역시 개인투자자들이 할 수 있는 최고의 안전장치라고 그는 강조한다. 자신이 투자하려는 대상과 투자 근거를 커뮤니티에 올리면 커뮤니티 회원들이 이에 대해 철저하게 검증에 나서기 때문이다. 특히 정보가 제한된 개인투자자들에게 커뮤니티는 새로운 투자정보를 접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창구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재테크 커뮤니티는 개인이 투자하려는 회사에 대해 검증할 수 있고 새로운 투자정보에 대해서도 접할 수 있는 일거양득의 장소에요. 하지만 요즘에는 커뮤니티들이 변질된 곳도 많으니 신중하게 선택해야 합니다.”
10억원 되면 전업투자자로 변신 계획
조길명 씨의 투자목표는 10억원이다. 그는 “운용자금이 10억원 정도 되면 직장을 그만두고 전업투자자로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재까지는 운용자금이 적어 직장을 그만둘 경우 생활에 지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란 게 그의 설명이다.
“현재 운용하고 있는 자금도 적은 규모는 아니지만 그래도 투자에 실패할 경우 직장이 없으면 가정이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최소 10억원 정도의 운용자금을 확보할 때까지 계속 직장생활을 할 생각이죠.”
직장과 주식투자를 동시에 하고 있는 조길명 씨. ‘느린거북’이라는 자신의 닉네임처럼 한 발 한 발 목표에 다가가는 그의 모습에서 이솝우화의 ‘토끼와 거북이’의 교훈이 느껴진다.
[서종열 / 스포츠서울닷컴 기자 snikerse@media.sportsseoul.com│사진 = 정기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