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열패밀리>에 등장하는 럭셔리한 ‘정가원’의 외관은 송도 국제도시 국제업무단지 내에 위치한 ‘잭 니클라우스 골프클럽’이다. / <시크릿 가든> 등장인물인 오스카(윤상현)의 침실.
대한민국 안방극장에서 예나 지금이나 빼놓을 수 없는 소재는 바로 ‘재벌’이다. 백마 탄 왕자님을 만나 단번에 인생역전하는 여주인공의 이야기를 그린 신데렐라 스토리는 물론 재벌들의 삶을 극 전면에 내놓은 드라마까지…. 재벌은 빠지지 않는 드라마 단골 소재다.
최근만 해도 연말 연초를 뜨겁게 달군 SBS 드라마 '시크릿 가든'에서 사회지도층으로 분한 현빈의 대저택이 방송을 통해 공개돼 관심을 모았다. 끝나기가 무섭게 MBC 드라마 '로열패밀리', SBS 드라마 '마이더스' 등이 흥행하고 있다. 안방극장은 온통 재벌가 열풍이다.
극중 재벌로 등장하는 인물들의 럭셔리한 삶은 그 자체로 시청자들의 보기 좋은 눈요깃감이자 대리만족 매개가 된다. 그 중에서도 시청자들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는 것은 바로 ‘그들이 사는’ 으리으리한 저택이다. 모든 시설을 완벽하게 갖추고 늘 새 집처럼 깔끔한 궁전 같은 저택에서의 삶을 누구나 한번쯤 꿈꿔볼 만하다.
이같이 드라마 속에 등장하는 재벌가의 모습을 차별화된 화면으로 보여주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저택 선정이 중요하다. 통상적인 재벌 저택의 느낌을 충족시키는 것은 물론 드라마 속 캐릭터나 분위기와 어우러지는지에 대한 여부가 장소 섭외의 성패를 가른다.
SBS 드라마 '시크릿 가든'에서 CEO 김주원(현빈 분)과 한류스타 오스카(윤상현 분)가 살았던 그림 같은 대저택은 경기도 여주군에 위치한 건강식품 기업 ‘마임’의 기업연수원 ‘마임 비전 빌리지’라는 사실이 알려져 화제를 모았다. 총면적 33만㎡(약 10만평)에 달하는 이국적인 분위기의 이곳은 드라마 속에서 ‘까도남’ 현빈의 부를 상징함은 물론 그의 캐릭터와 절묘하게 어우러지는 연출로 눈길을 끌었다.
일찍이 이곳은 다수의 드라마와 CF에서 배경으로 활용돼 유명세를 탔다. 드라마 '겨울연가'에서 ‘욘사마’ 배용준의 별장으로 활용돼 ‘한류급’ 명소로 자리매김했던 것은 대표적이다. 그밖에도 '그 여자네 집', '완전한 사랑', '가을에 만난 남자' 등이 이곳을 배경으로 촬영됐다. 최지우·유지태 주연의 '스타의 연인' 역시 이곳에서 촬영되는 등 드라마 단골 촬영지로 유명하다. 멀지 않아 새로운 드라마를 통해 다시 만나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 본다.
'로열패밀리'의 저택은 골프클럽하우스와 실버타운
기존 드라마 속 재벌들의 기를 꺾어놓고 있는 MBC 드라마 '로열패밀리'는 국내 굴지의 재벌 기업 JK 패밀리 속에서 벌어지는 암투와 복수를 그리고 있다. 초재벌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만큼 극중 배경이 되고 있는 ‘정가원’은 건축 외관에서부터 럭셔리한 자태를 뽐낸다.
이 건물의 외관은 송도 국제도시 국제업무단지 내에 위치한 ‘잭 니클라우스 골프클럽’에서 촬영된다. 국내 최초의 도심형 프리미엄 골프클럽으로 평가받고 있는 이곳은 세계적 건축가인 메흐르다드 야즈다니(Mehrdad Yazdani)가 설계했다. 정가원은 JK 가족 구성원 각각의 욕망과 비밀을 담고 있는 거대한 저택인 만큼 제작진은 극중 캐릭터 분위기와의 어울림을 감안해 양평, 함양 등지의 후보 클럽하우스 대신 이곳을 최종 낙점했다.
극중 김인숙(염정아 분)이 사장으로 취임한 JK클럽은 경기도 분당에 위치한 럭셔리 시니어 리빙 타운 ‘더 헤리티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사장 취임식이 열린 대연회장은 물론 현진(차예련 분)의 수영복 자태로 화제를 모은 실내수영장 등 상류층만을 위한 사교클럽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둥근 돔형 천장에 원형 중앙 라운지. 마치 유럽의 궁궐을 연상케 하는 이곳은 김인숙을 비롯해 시어머니인 공순호(김영애 분) 회장, 김인숙과 경쟁 구도를 달리고 있는 손윗동서 임윤서(전미선 분) 등이 각각의 경호원을 대동하고 다니는 장면이 종종 전파를 타 JK그룹의 위용을 짐작케 한다. 특급 호텔 뺨치는 럭셔리한 시설물에 반한 일부 시청자들의 촬영 장소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JK클럽 외에도 <로열패밀리>에 등장하는 실버타운이 또 있다. 한지훈(지성 분)이 차분하게 생각을 정리하는 정가원의 일각으로 종종 등장하는 이곳은 서울 종로구 무악동에 위치한 유럽풍 실버타운 ‘골든팰리스’다. 골든팰리스는 세란병원이 운영하는 우리나라 최초의 실버타운이다.
또 한지훈과 김인숙이 감금당했던 장소는 바로 ‘알펜시아 리조트’다. 두 사람의 키스신이 CCTV에 잡혔던 장소는 알펜시아 27홀 멤버십 컨트리클럽의 ‘알펜시아에스테이트’라는 고급빌라. 국내 최초로 골프코스 위에 빌라를 조성해 카트를 타고 바로 페어웨이 진입이 가능한 럭셔리한 구조를 갖췄다.
스토리와 등장인물 고려한 장소 선택
<마이더스>의 고풍스런 한옥집. 충북 청원군 내수읍 형동리에 위치한 ‘운보의 집’이다. 지난해 인기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에서는 김탁구(윤시윤 분) 생모의 집으로 등장했다.
SBS 드라마 '마이더스'에서 김도현(장혁 분)은 유인혜(김희애 분)로부터 토사구팽 당하기 전 로펌에 입사하면서 럭셔리한 집을 사택으로 선물받는다. 이곳은 서울 광진구 자양동 소재 스타시티 내에 위치한 ‘더 클래식 500’에서 촬영된 것으로 실제 이 건물은 프리미엄 시니어 타워로 지어진 건물이다. 건국대에서 운영하고 있는 이 건물은 60세 이상의 액티브한 시니어들을 위해 도심 속에 지어진 미래형 복합 문화 주거공간이다. 건강하고 여유로운 라이프를 위한 로열 커뮤니티를 지향한다. 세계적 권위의 Jerde Partnership Design의 설계공학을 통해 건물 외관의 이미지와 건물 내부의 인테리어가 일체화했으며 웅장하고 세련된 느낌이 인상적이다.
극중 유인혜의 아버지 유필상(김성겸 분)의 고풍스런 한옥집은 충북 청원군 내수읍 형동리에 위치한 ‘운보의 집’이다. 제작진은 극중 유필상이 수조 원대의 자산가임에도 소박한 인물로 그려지는 만큼 화려한 저택 대신 예스러운 멋을 살리기 위해 운보의 집을 촬영지로 택했다. 운보 김기창 화백이 71세 되던 해인 1984년 완공해 작고할 때까지 살았던 이곳은 낮은 산으로 둘러싸여 포근하고 안락한 이미지를 더한다. 약 8만3000㎡의 대지에는 운보의 집을 비롯해 운보미술관, 수석공원, 조각공원, 연못과 정원, 운보의 묘 등이 있다. 지난해 KBS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에서 김탁구(윤시윤 분) 생모의 집으로 등장해 화제를 모았다.
이밖에 SBS 드라마 '대물'에서 정재계 인사들의 사교 중심지로 통했던 ‘헤리티지클럽’은 전남 담양의 다이너스티컨트리클럽의 클럽하우스다. KBS 드라마 '꽃보다 남자'에서 구준표(이민호 분)의 집으로 등장하기도 했으며 '아가씨를 부탁해'의 여주인공 강혜나(윤은혜 분)의 저택으로도 활용됐다.
평창동·한남동·성북동 여전히 인기…수도권 고급주택단지도 ‘눈독’
'시크릿 가든' 남주인공 모친 역할의 문분홍(박준금 분)이 살던 호화로우면서도 고풍스러운 저택 역시 그동안 다수의 드라마에 등장해 드라마 마니아들에게는 낯익은 장소다. MBC 드라마 '마이 프린세스'에서는 재벌3세 박해영(송승헌 분)의 집으로 등장하기도 했으며 SBS 드라마 '괜찮아 아빠 딸', KBS 드라마 '눈의 여왕'에도 촬영지로 활용됐다. 서울 평창동에 위치한 이 집은 한 대기업 간부의 집으로 드라마 촬영을 위해 종종 임대를 해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방영 중인 MBC 드라마 '반짝반짝 빛나는' 속 한정원(김현주 분)이 살던 집 역시 평창동의 고급 주택이다. 최근 극 전개상 출생의 비밀과 여주인공 사이의 뒤바뀐 운명이 수면 위로 떠오르며 가난한 집의 딸 황금란(이유리 분)이 이 저택에 입성해 주요 극중 배경으로 비춰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재벌 집의 대여료는 3개월에 1000만~2000만 원 수준. 서울의 대표적인 부촌인 평창동·성북동·한남동에 위치한 고급주택은 드라마 속 재벌집 섭외의 대표적인 루트다. 최근에는 경기도 파주 등지에 새로 생긴 고급주택 단지에도 섭외 요청이 많이 들어가고 있다. 더러 섭외에 곤란을 겪는 제작진을 위해(?) 인근 부동산 업자들이 중간에서 소개한 뒤 일정 금액을 수수료로 받아가는 풍토도 생겨나고 있다는 후문이다.
그동안 드라마 속에서 종종 활용됐던 장소 섭외는 상대적으로 그 어려움이 적다. 하지만 희소성이 떨어지는 점을 고려해 아예 거금을 들여 저택을 짓는 경우도 있다. 이는 주로 촬영지가 위치한 시·군과의 제작지원 협조 하에 이루어지는 전략적인 방식으로 드라마 종영 후에는 관광 명소로 활용되기도 한다.
2009년 여름을 뜨겁게 달군 SBS 드라마 '태양을 삼켜라' 속 장민호(전광렬 분)의 저택은 주요 촬영지였던 제주도에 직접 지은 세트다. 순수 제작비로만 무려 40억원이 투입돼 화제를 모았다. 제주도 서귀포시 위미리에 위치한 이 저택은 극중 장민호 캐릭터가 대부호인 만큼 성(城) 느낌으로 지어졌으며 단일세트로 치면 동양 최대 규모. 저택으로 정원에 연못은 물론이고 풀장도 포함돼 있다. 관광 명소로서의 접근성은 다소 떨어지지만 현재까지도 드라마 속 모습을 고스란히 유지하고 있어 제주도를 찾는 관광객들의 발길은 끊이지 않고 이어지고 있다.
또 MBC 드라마 '욕망의 불꽃'에서 대서양그룹 김태진 회장(이순재 분)이 요양차 머물던 별장은 드라마 촬영을 위해 울산 울주군 서생 간절곶에 지어진 세트다. 2층으로 된 이 별장 앞에는 분수가 자리하고 있으며 벽돌색과 흰색이 조화된 건물 외관은 르네상스 분위기를 풍긴다. 드라마 종영 후에 본격적으로 카페나 갤러리 등 복합문화공간으로 변신해 관광객들에게 개방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