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임대사업은 일반인들에게 그리 보편화된 임대행위는 아니다. 특히 외국인 임대의 핵심은 바로 ‘깔세’라고 불리는 독특한 임대료 지급방식이 적용되는데, 이 또한 일반적으로 매달 꼬박꼬박 받는 임대료와는 차별화돼 있는 것이 특징이다.
깔세란 보증금 없이 임대기간만큼의 월세를 한꺼번에 지불하는 임대료 지급방식을 말한다. 하지만 최근 1~2년새 베이비부머(1958~1974년)들의 은퇴가 본격화되면서 외국인 임대사업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목돈을 일시에 받을 수 있어 임대료 연체율이 낮고 내국인의 임대료 수준에 비해 높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임대 수익성이 좋은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외국인 임대사업이 기대했던 것만큼 반드시 황금알을 낳는다고 생각한다면 자칫 예기치 못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연예인들도 깔세 선호
흔히 깔세라고 하면 외국인 임대사업에만 한정하는 경우가 많지만 주택 이외 상가, 토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된다. 상가나 토지는 대부분 월 임대료 수준이 낮은 경우 적용되고 주택은 고급주택일수록 깔세 수요가 높게 형성된다.
최근 강남권에서 인기 연예인들을 위한 고급주택에서도 많이 나타나는데 대표적으로 청담동과 논현동 등에 있는 고급빌라에서 그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연예인들은 지속적으로 안정적인 수입에 의존하기보다는 시대별 인기에 따라 개인 수입에 큰 차이가 발생한다. 아파트나 주상복합보다는 고급빌라에 대한 수요가 높은데 가장 큰 이유는 입주민들이 많지 않고 주택이 고급화될수록 보안이 매우 철저하기 때문이다. 특히 대형 빌라단지는 아파트에 비해 유동인구가 매우 적고 내부 인테리어도 다양한 수납공간으로 활용도가 높기 때문이다. 풀옵션이 기본적으로 설치돼 있어 이전에 따른 번거로움이 크지 않다는 점도 연예인들이 선호하는 이유가 된다.
대체로 깔세 임대계약은 1년 단위로 이루어지는데 그 이유는 잦은 주거 이전 가능성이 있거나 임대보증금의 부담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는 점에 있다. 임대인 입장에서는 최초 풀옵션 설치비용에 따른 부담이 크기 때문에 고급주택의 깔세 임대 물량은 매우 제한적이라는 점도 임대료가 높게 형성되는 원인이라고 볼 수 있다.
주택 형태에 따라 임대료 수준은 천차만별
한남동 고급주택
일반적으로 ‘깔세’는 주변 월세 시세를 기준으로 산정한다. 대부분 회사나 국가에서 임대료를 지급하기 때문에 임대료 인상분에 대해 그다지 민감해 하지 않다는 점에서 임대료 수준은 높게 산정된다. 소형 오피스텔에서 대형 아파트·주상복합·빌라 등 공동주택의 경우는 주변 월세료보다 15~25% 높게 산정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내부 인테리어나 편의시설의 차이가 거의 없지만 조망권 및 풀옵션 여부에 따라 임대 가격의 차이가 나타난다.
공동주택의 수요가 많은 곳은 대사관, 금융기관 등이 몰려 있는 시청 도심을 중심으로 광화문, 동부이촌동 등이 전통적으로 선호도가 높고 대형 빌라의 경우는 외국인 거주비율이 높은 한남동과 프랑스인학교가 위치한 방배동 서래마을 등이 선호지역으로 꼽힌다. 방배동 330㎡(100평) 이상은 1100만~1300만원, 198㎡(60평)는 700만~800만원대다. 국내 최고급 외국인 임대단지인 한남동 유엔빌리지에는 월 2200만원짜리(330㎡·100평)도 있다.
몇 년 전부터 새롭게 떠오르는 지역으로 용산 일대 주상복합단지를 꼽을 수 있다. 남산 주변 신규주상복합아파트와 삼각지역 일대 주상복합아파트, 국립중앙박물관 옆에 위치한 용산시티파크과 용산파크타워 등에 외국인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남산SK리더스뷰 전용 143㎡는 월 360만원, 펜트하우스 전용 304㎡는 월 1200만원 수준이다. 남산 쌍용 플래티넘 306㎡ 렌트 가격은 월 1300만원 정도다. 남산트라팰리스의 경우 전용 182㎡의 월 임대료는 관리비를 제외하고 450만~500만원 수준이다. 특히 테헤란로에 위치한 대기업들이 외국인 채용을 늘리면서 삼성동, 역삼동 등에 위치한 아파트·오피스텔 또한 주목받고 있다. 반면 단독주택의 경우는 내부시설 및 조경, 주차, 가전·가구의 배치·구비 상태에 따라 큰 차이가 나타난다. 여기에 조망권과 주변 자연환경 등이 추가적인 가격 산정의 기준이 된다.
단독주택의 경우 각종 파티가 가능하고 거실과 침실이 구분돼야 한다는 점 또한 중요하기 때문에 외국인 임대를 목적으로 한다면 대체로 신규 리모델링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특히 단독주택은 높은 임대료 수준으로 인해 외국인의 사회적 지위나 신분 등을 볼 때 상류층인 경우가 일반적이다.
2010년 부동산정보업체 유엔알컨설팅의 조사에 따르면 몇 해 전 서울시가 고액연봉을 받는 주한외국인 153명에게 선호하는 주거지역을 조사한 결과 한남동이 22.7%로 가장 높았다. 이어 이태원동(19.5%), 연희동(18.85%), 성북동(17.2%)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연희동은 연면적 231㎡(대지면적 298㎡)인 단독주택의 경우 임대료가 월 600만원 정도다. 이태원동은 연면적 314㎡(대지면적 463㎡)인 단독주택의 경우 월 800만원 수준의 임대 시세가 형성되고 있다.
외국인 임대는 대체로 깔세로 이루어진다?
용산시티파크
외국인들이 깔세를 선호하는 가장 큰 이유는 실제 임대료를 제외한 과중한 임대보증금의 부담에서 자유로워지기 위해서다.
깔세를 받으면 일시적으로 목돈이 생기기 때문에 매우 좋을 듯 보이지만 실제 임대인 입장에서는 보증금이 수반되는 임대 형태를 선호한다. 주택이 파손되거나 예기치 못한 추가비용이 발생할 수도 있고 계약 만료 이후 임대료를 연체할 수도 있다는 점에 대한 대비책이기도 하다.
현실적으로 보증금 없이 완전히 깔세 임대를 하는 지역은 주로 외국인 거주비율이 높은 이태원과 한남동이다. 특히 이 지역의 경우는 미군부대가 인접해 있어 보증금이 없는 조건으로 높은 임대료를 요구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반면 강남지역, 광화문, 마포 일대는 완전한 깔세 임대 비중이 낮고 대체로 일정한 임대보증금을 요구하고 있는데 대체로 10~15개월치의 월 임대료를 보증금으로 책정한다. 예를 들어 월 임대료가 1000만원이라고 가정한다면 임대보증금은 1억~1억5000만원이 필요하다.
여기에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사항은 관리비 산정 부분이다. 해외 사례를 볼 때 관리비 부담은 일반적으로 집주인에게 있다.
우리나라는 대체로 임차인들이 실제 발생된 관리비용을 부담하는데 외국인 임대의 경우도 관리비 부담을 집주인에게 전가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만약 1년치 깔세를 받는다면 별도로 1년치 관리비도 함께 받는다. 그렇다면 만약 관리비가 예상보다 많이 발생할 수도 있을까. 대체로 3.3㎡당 2만5000~3만원의 관리로 산정되기 때문에 만약 임대면적이 330㎡(100평)이라면 월 250만~300만원을 기준으로 해서 연간 관리비를 3000만~3600만원을 별도로 한꺼번에 받게 되는 셈이다. 실제 부족할 경우는 많지 않지만 수시로 요구하는 개·보수 요청으로 인해 임대인 입장에서는 적지 않은 고통을 감수해야 한다는 점은 알아두어야 한다.
외국인 임대의 핵심은 꼼꼼한 임대계약서 작성
서래마을 고급빌라
일반 임대와 달리 성공적인 외국인 임대 행위를 위해서는 여러 가지 체크포인트가 필요하다. 우선적으로 임대계약서를 세심하게 작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대부분 주택임대차계약은 영문계약서나 한글·영문 혼용계약서를 사용한다. 그에 따라 각종 계약 분쟁의 여지가 발생할 수 있고 계약 해지조건과 의무거주 기간 등을 명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계약 해지 시에는 몇 개월 전 사전 통보조항과 잔여기간에 대해 선불된 임대료의 환불사항도 명문화해야 한다. 대체로 외국인은 개인명의가 아닌 소속회사 또는 단체의 명의로 계약하고, 그에 따라 채권보전을 위해 임대주택에 대한 1순위 근저당권자를 요구할 수 있다.
둘째, 외국인이 선호하는 주택 유형을 갖추는 것이 요구된다. 외국인은 우리나라와 다소 차이가 있는 주거패턴을 갖추고 있고, 그에 따른 라이프스타일이 주거생활에 나타난다. 대체적으로 아파트보다 빌라나 단독주택을 선호하는 이유 또한 여기에 있다. 이는 외국에서 아파트보다 타운하우스나 단독형 주택이 중상류층 이상이 거주하는 유형으로 자리 잡은 데서 쉽게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임대사업자라면 유지, 관리나 대중성 높은 중·대형 빌라에 투자하는 것이 유리하다. 최근 현대화된 전통한옥에 대한 주거관심이 높다는 점은 특이할 만한 주거트렌드로 보인다.
셋째, 단독주택일 경우 외국인 취향에 맞는 내부구조를 갖춰야 한다. 외국인은 거실 중심 위주의 생활에 익숙해 있다. 그러므로 넓은 거실과 편리한 화장실 이용, 분리된 주방 등이 필요하며 에어컨, 오븐렌지, 건조기, 세탁기 등 전자제품과 붙박이장 등이 기본적으로 제공돼 몸만 입주해서 편리하게 생활할 수 있어야 한다.
넷째, 계약해지에 따른 환율은 고정시키는 것이 유리하다. 사전계약해지로 임대료 환급 시 원화와 달러 중 어떠한 방식을 따를지 확정해야 한다. 따라서 환율변동에 따른 위험을 방어하기 위해 일반적으로 원화를 기준으로 환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다섯째, 투자성 있는 주거환경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외국인들은 동일한 지역에 모여 사는 것을 선호한다. 유럽인들은 평창동이나 성북동지역과 같은 단독주택 밀집지역을 선호하고 미군부대가 인접한 한남동이나 대학들이 밀집한 연희동에는 미국인들의 거주비율이 상대적으로 높다. 프랑스학교가 인접한 서초구 서래마을이나 방배동에는 프랑스인들의 선호도가 높다. 일본인들은 동부이촌동에 많이 모여 거주한다. 따라서 지역별 외국인들의 특성을 파악해 접근하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여섯째, 유지·관리비용 조건은 미리 결정해 사후 분쟁을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외국인대상 임대사업 중 가장 큰 문제는 수시로 발생하는 보수비용의 문제라고 볼 수 있다. 임대기간 중 거주하는 데 불편이 따르는 냉·난방 문제나 개·보수 상황 등이 발생하면 호텔에 묵는 비용을 지불하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고급 빌라보다는 단독주택에서 개·보수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마지막으로 실손보험 등에 가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외국인 임대주택에서 만약 화재, 범죄, 파손 등이 발생할 경우 이로 인해 거주 중인 외국인과 법률적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빈도가 높은 편은 아니지만 임대인 입장에서 실손보험을 통해 실제손해액 정도는 보전해주거나 필요 시 법적 분쟁 비용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충분히 고려해 볼 만하다.
외국인 임대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아니다
최근 임대사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외국인 임대가 마치 황금알을 낳는 거위처럼 비춰질 수 있다. 하지만 높은 임대료를 받는 만큼 그에 따른 문제점은 얼마든지 나타날 수 있다. 특히 가장 큰 문제는 세금인데 깔세 또한 월세 수입에 포함되기 때문에 매년 종합소득세신고를 하는 것이 원칙이다. 외국인 본인이 직접 세무서에 월세 수입을 신고하는 경우는 거의 없겠지만 만약 회사 임직원의 경우 회사 차원에서 지출 비용에 대해 법인세 신고를 할 경우 과세당국의 눈을 완전히 피하기는 어렵다. 만약 임대소득신고를 누락할 경우 누락된 부분에 대해 20~40%의 신고불성실가산세와 일기준으로 30/1만에 해당하는 납부불성실가산세를 동시에 부담할 수도 있다는 점을 알아두어야 할 것이다. 이미 언급한 바와 같이 예기치 못한 개·보수비용이 많이 발생하거나 파손 문제가 발생할 경우 분쟁의 소지가 될 수 있다. 공동주택의 경우 신규주택일 경우에는 큰 문제가 없겠지만 노후화될수록 임대선호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공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적지 않은 보수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
무엇보다 미군기지가 있는 용산의 경우 향후 평택으로 기지가 이전한다면 중소형 외국인임대 수요가 적지 않게 감소할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고 외국인 거주 밀집지역이 점차 확대된다는 점에서 투자지역에 대해서도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
매년 외국인들의 국내 거주 인구 비율은 증가하고 있고, 그에 따라 외국인 임대사업은 분명 관심의 대상이다. 무엇보다 성공적인 임대사업을 위해서는 꼼꼼한 사전조사와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성공의 열쇠가 될 것으로 판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