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들어서도 부동산 바닥 논란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부동산 시장에는 아직도 찬바람이 불지만 전세 대란이 지속되고 있고 아파트 거래량도 꾸준히 늘고 있다.
국토해양부의 2010년 11월 전국 아파트 실거래 건수는 총 5만3558건으로 전월 대비 29.5% 늘었다. 2010년 들어 월간 거래량 중 최고치인 데다 2009년 10월 거래량 5만5000여 건 이후 가장 많다. 계절상 비수기인 점을 감안할 때 금융규제 강화 이전 수준까지 거래량이 회복된 점은 상당히 고무적이라는 평가다. 김규정 부동산114 본부장은 “전국 월간 실거래량이 5만 건을 넘은 것은 국토부가 실거래 통계를 발표하기 시작한 2006년 12월과 2009년 가을뿐이었다”며 “거래량 증가 추세로 미뤄보자면 거의 바닥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서울 강남권 거래가 크게 늘었다. 서울 강남3구의 거래량은 전월 대비 2배 가까이 늘며 지난해 2월 이후 처음 1000건을 넘어섰다. 2009년 9월 이후 최고 거래량이다.
그렇다면 활황기에 부동산 시장 상승세를 주도했던 강남 재건축 단지들이 새해에도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을까. 강남 주요 재건축 단지별 분위기를 살펴봤다.
개포주공1단지
첫째 강남 재건축 대표단지인 개포주공아파트는 2010년 재건축 단지 중 3.3㎡(1평)당 매매가격이 가장 비싼 단지로 꼽혔다. 3단지가 6542만원으로 가장 비쌌고 1단지가 6372만원, 4단지가 6251만원으로 뒤를 이었다. 2단지는 5953만원으로 4위를 기록했다. 실제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회복세가 완연한 분위기다. 낮은 용적률, 높은 개발예상이익으로 여전히 투자 매력이 높다는 견해가 많다.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가격이 한풀 꺾였으나 지금은 추가 하락 여지가 없다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부동산정보업체 닥터아파트에 따르면 개포주공1단지 36㎡의 경우 2007년 12월 매매가가 6억5000만원에서 금융위기로 2008년 말 5억5000만원까지 추락했다. 하지만 이후 회복세가 완연하다. 2009년 들어 재건축 단지가 회복세를 보이면서 7억500만원으로 올랐고 2010년 말에도 가격은 7억원 수준이다. 비록 가격은 주춤하지만 2010년 10월 14건, 11월 20건으로 거래가 늘고 있다.
김주철 닥터아파트 리서치팀장은 “2010년 연말 들어 개포주공 거래가 늘었는데 최근 매수세로 돌아서면서 추가 상승 여지가 높다”고 보고 있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사장도 “개포주공은 다른 재건축단지보다 사업성이 우수해 2011년 재건축시장의 진앙지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렇다면 개포주공아파트 재건축은 잘 진행될 수 있을까. 개포주공 단지는 조합설립 인가를 받거나 안전진단을 통과한 상태로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하지만 최근 재건축 마스터플랜이 수립되면서 기대감이 커졌다.
박합수 국민은행 PB 부동산팀장은 “현재 개포지구단위계획 확정 발표를 앞두고 가격에서 지지기반을 보이는 중이고 사업추진 상황에 따라 전고점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재건축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2012년 말 이주착공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입주까지 5~6년이 걸리는 점을 감안할 경우 40% 정도 수익률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된다”며 “개포단지는 대치, 도곡동 인근에서 먼저 재건축을 진행할 경우 이 지역 수요를 끌어당기는 랜드마크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거주가치가 뛰어나 노후에 대치, 도곡 주민들이 계속 거주하겠다는 의사를 보이는 지역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32개 단지로 구성된 대규모 재건축단지 ‘개포지구’ 중 어느 단지를 주목해야 할까. 단연 저층 재건축 아파트인 개포주공 1단지가 으뜸으로 꼽힌다. 사업 속도가 가장 빠르고 좋은 입지에도 6억~7억원선에서 투자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물론 1단지 시세에는 미래가치가 반영돼 있어 사업 진행 속도에 따라 수익성이 달라질 수 있다. 관망세가 지속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강남 재건축 시장을 이끌 테마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정태희 부동산써브 연구원은 “개포지구 재건축이 완성되면 도곡동과 연계돼 새로운 랜드마크로 자리잡을 것”이라며 “투자금이 상대적으로 저렴하기 때문에 용적률 상향 등 사업 진행 방향이 얼마나 빨리 결정되느냐에 따라 투자수요가 몰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치 은마, 안전진단 통과 약발 덜 먹혀
대치 은마아파트
둘째 대치 은마아파트다. 강남권 저층 재건축의 대표주자가 개포주공이라면 중층 재건축의 바로미터는 대치 은마아파트다. 다만 개포주공에 비해 최근 분위기는 주춤한 모습이다. 저층 재건축단지에 비해 재건축 사업 속도가 지지부진하면서 크게 주목받지 못할 전망이다. 2010년 3월 은마아파트는 정밀안전진단을 통과하면서 가격 상승 여지가 있었으나 부동산 시장이 전반적으로 침체된 상황에서 가격 반등 효과는 크지 않았다. 재건축 사업계획에 따르면 5605가구 정도로 지어질 예정인데, 중대형은 1400가구에 불과해 조합원들간 합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현재 4424가구 중 3024가구는 재건축 후에도 혜택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박합수 팀장은 “현재 용적률이 197%로 200%에 가까운 상황이고, 3종 주거지역으로 300%로 지어진다고 해서 나온 결론이므로 앞으로 개선 여지가 없어 보인다”며 “교육특구 가치는 있지만 개별 단지 사업성은 결코 좋지 않다. 조합원간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태희 연구원은 “재건축 개발 호재가 이미 시세에 반영돼 있고 재건축 방식과 사업 진행 속도 등에 따라 조합원들의 수익성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부분들이 결정되기까지는 관망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2010년 하반기 급매물이 다소 거래되면서 거래량이 늘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가격 상승폭은 크지 않았다. 102㎡의 경우 10억원을 넘나들던 매매가가 2008년 12월 8억5000만원으로 떨어졌다. 2009년 12월 10억을 다시 회복한 이후 2010년 말 9억5000만원 수준으로 다소 주춤한 분위기다. 박상언 유앤알컨설팅 사장은 “현재 시세가 바닥이라는 인식이 커지면서 일부 매도자들이 매도 호가를 높이고 있다. 투자수요보다 실거주하면서 매입하는 수요가 대부분이라 안정적인 흐름을 보일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압구정 현대, 서울시 기부채납 문제로 ‘발목’
셋째 한강변에 위치한 압구정 현대아파트다. 위 두 단지에 비해 입지가 결코 밀리지 않는다. 한강변 전략정비구역으로 지정된 이후 부유층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다. 하지만 걸림돌도 있다. 초고층 아파트로 탈바꿈하기 위해서는 전략정비구역의 25% 정도에 해당하는 부지를 서울시에 기부채납해야 한다는 문제에 봉착해 있다. 대다수 주민이 반대 입장이다.
재건축 추진 과정에서도 문제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선 재건축 법령 중 ‘소형평형의무비율’을 적용시 가장 작은 평형대 거주자들은 재건축 혜택을 받지 못해 조합원간 합의가 어렵다.
또 압구정 현대 주민들은 대부분 내부 리모델링을 마쳤다. 주차 외에는 불편함을 못 느껴 굳이 부담을 안으면서 재건축을 추진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압구정 현대는 재건축 입주까지 적어도 10년 이상 걸릴 전망이다. 정태희 연구원은 “재건축 사업이 진행된다 해도 완공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고 수익성도 불확실하기 때문에 선뜻 투자하기는 무리”라며 “2011년에도 투자수요가 급격히 늘어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가격 역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수준에서 크게 오르지 못했다. 압구정 현대 142㎡ 매매가는 2008년 12월 16억5000만원이었다가 2009년 18억원을 넘어선 뒤 2010년 말 다시 16억5000만원 수준으로 떨어졌다.
물론 전통적으로 대기수요가 풍부해 하락기에도 소폭 떨어지고 상승기에는 금세 회복하는 ‘탄력성 강한’ 단지이기도 하다. 박상언 사장은 “압구정 일대 아파트 단지는 다른 재건축 단지에 비해 가격 움직임이 둔감하다. 대부분 아파트들이 재건축 연한에 도달했으나 중대형 평형이 많아 현재로서도 주거 여건이 나쁘지 않기 때문”이라고 밝힌다.
넷째 잠실주공5단지도 분위기가 좋은 편이다. 잠실주공5단지는 1978년 준공해 올해로 32년 된 아파트다. 그동안 잠실주공5단지 주민들은 각종 시설이 오래돼 낡은 데다 구조적 결함 등이 많다며 재건축을 강력히 요구해왔다. 2003년 12월 재건축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2006년 안전진단 예비평가를 받았지만 유지보수 평가를 받아 사업이 추진되지 못했다. 그러다 2010년 7월 서울 송파구청의 안전진단 결과, 치명적인 결함은 없지만 노후·불량 건축물에 해당해 재건축이 가능하다는 ‘조건부 재건축’ 판정을 받았다. 재건축사업 시행 결정에 따라 송파구는 조합설립인가 절차를 진행하고 올해에는 사업시행인가 등 본격적인 재건축사업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최근에는 잠실 제2롯데월드가 건축허가를 받는 등 호재가 잇따르면서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2010년 10월 10억5000만원선에 거래되던 이 아파트 112㎡형은 2010년 말 들어 11억5000만원까지 뛰었다.
물론 여전히 투자는 조심해야 한다. 재건축추진위원회에 따르면 재건축이 될 경우 현재 15층, 3930가구에서 50~70층, 9800가구의 대단지로 바뀐다. 용적률은 현재 138%에서 법적 상한인 300%까지 올라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추진위원회 계획대로 초고층 재건축이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일정 비율 부지를 기부채납하더라도 서울시가 용적률을 대폭 올리기는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다만 멀리 보면 투자가치가 있다는 기대도 많다.
장경철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이사는 “제2롯데월드 개발과 맞물려 초고층 주거 랜드마크 역할이 기대되기 때문에 상당한 매수세 유입이 예상된다”며 “제2롯데월드 준공으로 파생되는 고용 증가, 외부 인구 유입 등으로 주변 매매, 전세 수요가 많아질 예정이라 투자가치는 괜찮은 편”이라고 강조했다.
강남 재건축 단지에 투자할 때 주의할 점은 없을까. 일단 재건축 투자시 대지지분 3.3㎡당 가격 수준을 분석해야 한다. 대지지분 비율은 조합원 감정평가 기준이 되므로 공급면적과 대지지분 3.3㎡당 가격 격차가 클 경우 추가부담금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강남 재건축 단지의 경우 5층 이하 저밀도 재건축 단지는 공급면적보다 대지지분 비율이 높아 공급면적 3.3㎡당 가격 수준이 대지지분 3.3㎡당 가격보다 낮다. 상대적으로 고층 아파트는 대지지분 비율이 낮아 대지지분 3.3㎡당가 수준이 공급면적보다 높다.
이와 함께 세제 등 여러 가지 변수를 복합적으로 살펴봐야 한다. 재건축은 주거환경 개선 사업이 아니라 투자상품이기 때문에 주변 시세가 오르지 않으면 개발 욕구가 꺾일 수 있다. 금리마저 상승하면 재건축에는 악재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