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주식시장은 2000포인트를 훌쩍 넘기면서 투자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한 의미 있는 해였다. 이러한 분위기가 2011년에도 그대로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하겠지만 많은 전문가와 투자 및 금융 관련 기관들의 예상이 그리 밝지만은 않다. 투자시장의 여러 악재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바닥까지 하락한 투자지표나 투자심리가 더 이상 내려갈 곳이 없다는 인식이 지배적인 가운데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해 기업들의 선방이 두드러졌다. 하지만 올해는 몇 가지 우려스러운 예상이 나오고 있다.
2011년 투자자들이 고려해야 할 3대 악재 중 첫 번째는 지정학적 리스크다. 북한과의 대치는 항상 투자의 부정적인 요소로 작용했다. 김정일의 건강 문제는 늘 주목 대상이다. 여기에 미국과 중국의 미묘한 힘겨루기까지 가세해 대북문제는 정치를 넘어 경제 및 투자를 아우를 만큼 그 영향력이 전방위적이다. 투자에서 가장 좋지 않은 악재는 ‘불확실성’이다. 이것이 자산관리 측면에서 북한의 내부 동향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2011년은 진정 투자시장의 진검을 가르는 원년
두 번째 악재는 미국 경제의 회복 여부와 중국의 긴축 정책 진행이다. 미국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경제회복을 위해 제로금리 수준의 저금리 정책과 8000억 달러 이상의 경기부양책을 썼지만 실제 주택시장이나 실업률 등 경제회복에 대한 각종 지표들은 여전히 우려할 만한 수준이다.
미국 노동부는 지난해 12월 비농업부문 취업자 수가 10만3000명 늘었다고 발표했지만 월가 예상치인 15만 명에는 훨씬 미치지 못하고 있고, 실업률은 9.4%를 기록하며 위기 논란에 불을 지피고 있다. 또 미국 내 대부분 주(州)가 부도 위기에 처해 있어 중앙정부 차원의 일사불란한 통화정책이나 경기회복 정책이 먹혀들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벤 버냉키 미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미국의 실업률이 제대로 회복되려면 앞으로도 최소 4~5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며 “양적완화 정책이 실제적인 통화량 증가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전 세계의 소비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미국의 힘겨운 상황에 유럽연합(EU)은 남유럽국가들의 재정위기로 맥을 못 추고 있고, 중국 역시 계속되는 부동산 시장 급등과 물가상승으로 은행들의 지급준비율을 인상하는 등 긴축정책을 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올해 세계 경제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중국 최고 비즈니스 스쿨인 베이징대 광화관리학원의 마이클 페티스 교수는 “중국 경제는 2011년이 고속 성장의 마지막 해이고 2012년부터 장기불황에 빠질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장기불황 중이라도 중국이기 때문에 5~6% 정도 성장하겠지만 실제 중국 인민들이 느끼는 경제 상황은 불황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페티스 교수가 내세운 주장의 근거는 중국 정부의 신규대출 7조5000억 위안(약 1275조원)이다. 투자에 의존한 경제성장에 자칫 일시적인 불황이라도 닥치면 시골에서 상경 중인 노동자들의 일자리 공급이 쉽지 않아 소비시장이 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미국의 침체도 한몫하고 있다.
미국 국민들이 소비를 줄이면 미국과의 무역 흑자 규모가 엄청난 중국은 경제성장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중국과 미국의 상황을 나열해 보면 2011년은 진정 투자시장의 진검승부를 가르는 원년이라고 할 수 있다.
세 번째 우려는 유럽 재정위기의 꼬리 물기다. 아일랜드와 그리스에 이어 스페인, 포르투갈을 비롯한 일부 동유럽 국가들의 국가 재정위기는 이젠 가벼운 잽이라 느껴질 만큼 영향력이 감소한 상태다. 하지만 올 초 유럽 채권시장에서 재정위기설의 중심에 있는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채권을 투자자들이 경쟁적으로 처분하며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스페인의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10년 만에 가장 높은 5.543%를 나타내고 있고, 포르투갈의 채권도 7.193%까지 올라가면서 역시 10년 만에 최고치를 보이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이 채권을 사들여 안정을 유지하기는 했지만 이들 나라의 채권 발행 여부에 따라 다시 유럽이 전 세계의 애물단지가 될 가능성도 높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특히 유럽 4위 경제 대국인 스페인의 재정위기는 유럽 경제의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는 독일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 그 심각성과 함께 향후 경제회복과 재정위기 극복 진행 상황을 투자 판단 요소로 삼아야 한다.
이 같은 부정적인 요소를 들춰내 새해 희망과 핑크빛 전망에 찬물을 끼얹을 생각은 없다. 다만 투자라는 것은 투자자들의 심리싸움이고 그러한 심리에 영향을 미칠 만한 뉴스를 간과해선 안 된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을 뿐이다.
1971년생 돼지띠들의 약 절반이 94세 이상 산다는 통계가 나올 만큼 평균수명이 늘고 있다. 그러므로 재테크나 투자에 둔감할 순 없다. 남보다 손실이 적은 것도 하나의 재테크라는 점을 명심하자. 투자의 분산과 함께 매수·매도 타이밍의 적절한 활용이 2011년 투자자들의 성패를 좌우하는 승부점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