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영을 누리던 송파나루의 과거는 추억이 됐지만 석촌호수는 여전히 서울 도심의 유일한 호수공원으로 사랑받는 곳이다. 올 초 새롭게 단장한 석촌호수 주변이 제2롯데월드, 잠실5단지·미성·장미 아파트 재건축 등의 호재를 안고 젊음의 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서울의 몽마르트, 카페거리가 들썩
우선 송파구는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2월까지 4개월간 석촌호수(송파나루공원) 경관 개선사업을 마무리했다. 2001년 개선사업 이후 대변신이라 할 만큼 테마를 더했다. 사업의 핵심은 ‘빛’, 기존 조명과 색감이 다른 조명을 사용해 호수 곳곳에 빛을 부여했다. 기존 나트륨등 대신 234등주(燈柱)의 백색계열 메탈등을 설치해 자연의 색감을 살렸다.
석촌호수 동호변에는 200여 개의 LED등이 은은한 빛을 연출하고, 동호와 서호를 가르는 송파대로변엔 ‘빛의 소나무’가 조성됐다. 호수교 하부에 조성된 ‘빛의 물결’은 다리 아래 물길에 272개의 조명이, 4개의 파이프 스피커에선 메아리를 닮은 소리가 흘러 산책에 나선 이들을 반기고 있다. 여기에 송파구가 ‘간판이 아름다운 거리 3차 사업구간’으로 석촌호수길을 지정, 주변 점포 79개 간판을 정비하며 무질서한 간판과 돌출간판이 자취를 감췄다. 또 다소 허름하고 무질서하던 호수변 휴게실과 화장실 시설을 민간이 참여하는 BTO(Build-Transfer-Operation) 방식을 도입해 새롭게 정비했다. 기존 3곳의 시설 중 현재 2곳이 이탈리안 레스토랑 ‘더 다이닝 호수(The Dining HOSOO)’와 카페 ‘빠삐용(Papillon)’으로 리모델링 돼 성업 중이다. 덕분에 석촌호수는 주변 아파트 단지 주민의 운동코스이자 젊은층의 데이트코스로 빠르게 안착했다.
찾는 이들이 많으면 먹고 마시는 즐길거리가 새롭게 등장하는 법. 석촌호수는 최근 동호와 서호 주변에 카페가 들어서며 한국의 작은 몽마르트로 변신을 꿈꾸고 있다. 주로 주상복합건물의 1층에 자리한 카페는 전면에 호수가 바라다 보이고 밤에는 빛을 테마로 한 야경이 펼쳐진다. 아직 많은 수는 아니지만 카페마다 테라스 혹은 야외벤치를 놓아 자연을 즐길 수 있게 꾸며 놨다. 사실 이러한 거리조성은 송파구가 주도하며 호재를 연출했다. 시예산으로 2009년부터 ‘석촌호수길 디자인서울거리 조성사업(카페거리)’을 시작한 송파구는 현재 예산 부족으로 잠시 사업 완성을 미뤄둔 상황. 전국의 여타 카페거리와 비교해 탁월한 자연환경과 롯데월드 등으로 연계된 교통, 문화시설 이용 등 주변의 장점이 성공 키워드인 셈이다.
송파구 관계자는 “풍성한 녹지를 조성하고 카페 전면에 데크를 설치해 편안하고 아늑한 느낌을 연출할 것”이라며 “사업이 속개되면 2014년에 마무리 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현재 석촌호수 카페거리에는 13곳의 카페와 레스토랑, 15곳의 음식점, 4곳의 주점 등이 운영되고 있다. 하루 종일 붐비는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는 여성과 커플 이용객이 많다. 자가용 이용 고객을 위해 발렛파킹 서비스도 한다. 야간에는 20~30대 이용객이 오후에 비해 두세 배가량 늘어난다. 대형 음식점에는 40~50대와 가족 이용객이 많다.
아직 카페거리가 완전히 자리 잡은 것은 아니지만 이용하는 이들이 늘면서 상가 권리금도 높아졌다. 대형 카페의 경우 권리금만 2억~3억원이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장경철 이사는 “잠실은 지하상권은 안정돼 있고 지상상권은 이제 시작”이라며 “석촌호수길은 주변 재정비사업으로 호재를 맞았고, 제2롯데월드 착공허가로 겹호재를 맞았다”고 이야기했다. “특히 제2롯데월드로 인해 투자자금이 몰리면 지상상권의 중심이 될 카페거리가 활성화될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어쩌면 지금이 투자의 적기”라고 덧붙였다.
제2롯데월드 착공허가, 매수 문의 빗발
제2롯데월드 조감도
지상 123층, 지하 6층, 연면적 78만2492.25㎡의 초고층 스마트빌딩 제2롯데월드 착공허가는 카페거리뿐 아니라 잠실과 강남 상권의 일대 변혁(變革)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완공 목표는 2015년. 제2롯데월드는 1998년 최초 허가 이후 초고층 건립을 위해 2005년 555m로 지구단위계획이 결정, 지난 6월과 8월 건축·교통 통합심의 및 환경영향평가 등 제반절차를 완료했다. 사업부지 내에는 생태면적률을 30% 이상 확보해 친환경 녹지공간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송파구는 제2롯데월드가 완공되면 연간 280만 명의 관광객 유치가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완공 시까지 공사 중 연인원 약 400만 명 투입과 완공 후 상시고용 인원 약 2만여 명 등 일자리 창출과 약 6조원의 경제 유발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진행 상황이 장밋빛이니 당연히 매수 문의도 끊이지 않는다. 착공허가 발표 이후 잠실 일대 부동산 시장에는 나왔던 매물이 자취를 감췄다. 주변 부동산중개업소에서 확인한 결과, 잠실 엘스(1단지) 아파트 109㎡는 9억5000만~10억2000만원에 시세가 형성돼 있었다. 한 달 전 8억5000만~8억9000만원에 거래됐으니 1억원 이상 급등한 셈이다. 한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착공허가가 곧 난다는 소문이 돌면서 한 달 전부터 이미 올랐다”며 “주변의 잠실 트리지움도 비슷하다”고 상황을 전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잠실의 경우 제2롯데월드를 비롯해 법조타운, 지하철 9호선 등의 호재가 이어지며 재건축 추진 여부와 관계없이 집값이 올라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러한 호재는 상가 분야도 마찬가지. 장경철 이사는 “몰 문화가 정착된 잠실에 제2롯데월드는 지하와 실내 상권이 확실히 넓어지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덩달아 지상상권도 발전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롯데월드를 찾는 관광객이 신천역 상권을 비롯해 석촌호수 등의 지상상권을 찾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천, 화려한 부활을 꿈꾸는 재건축 배후 상권
석촌호수 카페거리
한때 제2의 압구정이라 불렸던 지하철 2호선 신천역 상권은 신세대와 주변 직장인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주말에 롯데월드와 석촌호수 주변 상권이 붐빈다면 신천역은 주중에 붐비는 곳이다. 유동인구가 젊은층이니 이들을 겨냥한 음식점과 호프, 액세서리 전문점이 주를 이루고 있다.
명동, 신촌 등과 함께 서울 10대 상권으로 인정받은 신천역 상권은 ‘신천역 먹자골목에 가게만 내면 먹고 살 수 있다’는 말이 돌 정도다. 도로변 상가와 인근 먹자골목에만 2000여 개의 점포가 있고, 새마을 시장 점포도 1000여 개에 달해 규모 면에서 다른 상권을 압도한다. 신천역 일대는 1970년 후반에 주공아파트가 들어서고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 1988년 서울 올림픽 개최, 롯데백화점, 롯데월드 등이 개관하며 발전하기 시작했다. 이 시기부터 젊은층이 잠실을 찾기 시작하면서 신천역 일대 유흥공간이 독자적인 상권으로 부각된다. 신천역 상권의 고정적인 배후 가구는 잠실주공아파트 1~3단지와 아시아선수촌단지였다. 잠실래미안, 갤러리아팰리스, 아시아선수촌아파트를 비롯해 잠실 1~7동, 삼전동, 석촌동, 방이동 근거리 거주인구만으로도 상권이 충분히 유지된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잠실본동에 위치한 금융기관과 증권사 등 상주인구를 합하면 고정수요가 강남역 상권 부럽지 않다. 그러한 이유로 재건축 단지 입주로 인한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받고 있다. 교통 여건 또한 뛰어나다. 지하철 2호선으로 잠실, 강남 방향 접근이 편하고 잠실역을 통해 분당, 천호동과 연결된다. 서울뿐 아니라 구리, 하남 등 수도권 외곽으로 운행하는 버스노선이 이곳을 거쳐 간다.
방이동 방이맛골 / 신천역 상권
신천역 상권의 최대 호재 또한 제2롯데월드. 젊은층이 자주 찾는 상권의 특성상 롯데월드를 찾은 이들을 자연스럽게 유입할 수 있을 것이라 예상된다. 그러기 위해선 현재 상권의 이미지를 어떻게 유지하고 특화시켜 나갈지가 관건이다. 상가 전문가들은 “직장인 중심의 먹자골목이 형성된 방이동 일대와 달리 신천역 상권은 보다 젊고 재미있는 방향으로 특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제2롯데월드가 완공되면 20대 중심에서 가족 중심으로 유동인구 변화도 기대된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안재형 기자 ssalo@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