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AI의 챗GPT가 평정한 생성형 AI에 구글이 제미나이3를 내놓자 빅테크들의 주가 향방이 바뀌었다. 엔비디아 주가는 다소 부진한 상황에서 구글은 마이크로소프트를 제치고 미국 시총 3위까지 올라갔다.
2025년 11월 들어 미국의 빅테크들이 전반적으로 주가가 박스권에 갇혀 있는 상황에서 알파벳(구글 모회사)는 월초 270달러에서 월말 320달러까지 상승했다. 이 같은 주가 상승 배경엔 구글의 AI 전략에 대한 신뢰 회복이 있다. AI 경쟁이 GPU 공급량이나 단기 매출보다, 장기적인 서비스 결합력과 비용 효율성으로 이동하는 국면에서 알파벳의 강점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글로벌 생성형 AI 챗봇 중 챗GPT는약 81.8%의 점유율로 압도적인 1위를 기록 중이다. 그 뒤를 퍼플렉시티가 11.1%, 마이크로소프트(코파일럿)가 3.1%,구글 제미나이가 약 3.0%로 뒤따르고 있어 제미나이는 후발주자라고 할 수 있다. 2025년 11월 기준 챗GPT 웹사이트의 월간 방문자 수는 약 62억 회를 기록했으며 제미나이의 경우 약 13억 회로 추정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글의 제미나이3가 증시를 흔든 이유는 구글이라는 플랫폼과 자체칩 TPU가 가진 위력 때문이다. 후발주자였던 구글의 반격은 AI 검색, 클라우드, 모바일·유튜브 생태계 전반에서 멀티모달·에이전트형 AI를 전면 배치하는 전략으로 나타나고 있다.
구글은 자체 칩인 TPU 기반으로 전세대 대비 컴퓨팅 성능 4.7배, 에너지 효율 67% 개선을 달성하고, AI하이퍼컴퓨터(Hypercomputer) 아키텍처로 수만 개 TPU를 하나의 초거대 슈퍼컴퓨터처럼 운용함으로써 학습·추론 비용 절감과 지연 시간 최소화를 동시에 추구한다. 이는 엔비디아 GPU와 외부 클라우드에 의존하는 오픈AI, 멀티클라우드 전략을 택한 앤트로픽과 대비되는 구글만의 비용우위·규모의 경제를 달성할 수 있다.
또 제미나이3를 통해 칩(TPU)-클라우드 인프라-운영 플랫폼-자체 프론티어 모델까지 수직 계열화 전략과 동시에 엔드 투 엔드 AI 생태계를 보유하게 됐다. 박세라 대신증권 연구원은 “제미나이 3의 출시는 단순히 새로운 모델의 추가가 아니라, 모델·인프라·검색·플랫폼·업무툴이 연결된 ‘구글식 통합 AI 스택’의 본격 가동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향후 AI 산업의 경쟁 기준은 모델 성능에서 엔드투엔드 운영체제로서의 완결성과 경제성 전환시키는 촉매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현재 미국 내 AI는 구글, 오픈 AI, 앤트로픽의 AI 빅 3 구도로 재편되고 있으며, 각자의 생태계 및 기술 우위를 기반으로 AI 플랫폼 경쟁을 본격화하고 있다. 구글은 제미나이3 + TPU + 구글Cloud +워크스페이스 및 플랫폼(유튜브 등)을 하나의 통합 스택으로 제공해 AI 프론티어 모델과 인프라 업무툴 간 연결을 극대화하고 있다.
경제성 측면에서는 구글이 칩(TPU) 부터 서비스까지 수직 계열화했기 때문에 훨씬 경제적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구글의 안드로이드 생태계는 약 39억 대의 기기에 제미나이를 기본 장착해 기존 구글 어시스턴트를 대체했으며, 앱 개발자에게 API 접근성을 높여 모바일 생태계를 장악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또한 B2B 영역에서는 구글 클라우드와 워크스페이스(Workspace)는 통합되었으며, 구글독스나 지메일 등의 업무 도구에 AI(Gemini)를 적용해 기업용 AI 운영체제로서 영향력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특히 구글의 텐서처리장치(TPU)는 구글 클라우드의 AI 인프라 경쟁력의 핵심으로, 최신 버전인 TPU v5e·v5p는 엔비디아 GPU 대비 특정 AI 워크로드에서 비용 효율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TPU는 구글 내부 활용 단계를 넘어 외부 고객 판매로 본격 확장되고 있다. 이는 TPU생태계가 사내 인프라를 넘어 확장형 플랫폼으로 전환되는 분기점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최근 공식적으로 앤트로픽과 TPU 100만개 규모의 공급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추가 고객사 확보를 통한 계단식 수요 증대가 예상된다.
TPU 수요가 커지면서 자연스럽게 공급망 전반의 기업들도 시장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TPU 밸류체인에서 가장 주목받았던 회사는 설계·제조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맡고 있는 반도체회사 브로드컴이다. 브로드컴은 구글 TPU 프로젝트에서 고속 인터커넥트, 네트워크 스위치, 커스텀 ASIC 설계 지원 등 핵심 기술을 공급하는 파트너다. 특히 TPU는 대규모 데이터센터 내에서 수천 개의 칩을 병렬로 연결해 학습과 추론을 수행하는 구조인 만큼, 칩 간 초고속 데이터 전송이 필수적이다. 이 과정에서 브로드컴의 네트워크·커스텀 실리콘 역량이 직접적인 매출로 연결된다.
시장에서는 구글 TPU 물량 증가가 브로드컴의 ‘커스텀 AI 반도체’ 사업확대를 상징하는 사례로 평가한다. 브로드컴은 전통적으로 통신·네트워크 반도체 비중이 높았지만, 최근에는 하이퍼스케일러 전용 ASIC 설계 비중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TPU는 단일 고객 기반이지만, 대규모·장기 프로젝트라는 점에서 브로드컴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수익원이 된다. 구글 TPU 세대가 업그레이드될수록 설계 난이도와 시스템 복잡성이 높아지고, 이는 브로드컴의 부가가치 확대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도 가능하다. 다만 브로드컴이 누릴 TPU 효과는 엔비디아처럼 단번에 회사 실적을 끌어올리는 초고속 성장과는 결이 다른 측면이 있다. 외부 판매가 없는 만큼 매출이 분기마다 크게 튀지 않고, 특정 고객 의존도가 높다는 점은 한계로 지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는 TPU 프로젝트를 브로드컴이 AI 시대에 ‘하이퍼스케일러 맞춤형 반도체 공급자’로 자리잡았음을 보여주는 대표 사례로 보고 있다.
이외 TPU 밸류체인 가장 앞단에는 설계 파트너가 있다. 구글 TPU는 구글이 자체 아키텍처를 설계하지만, 실제 칩 구현 과정에서는 시놉시스(Synopsys)와 케이던스(Cadence) 등 EDA(전자설계자동화) 업체의 도구 사용 비중이 절대적이다. 고대역폭 메모리(HBM) 인터페이스 및 AI용 매트릭스 연산 최적화 설계에 필요한 IP를 제공하는 암(Arm) 역시 밸류체인의 중요한 축으로 꼽힌다.
제조 공정에서는 파운드리사 TSMC가 단일 핵심 벤더다. TPU v5p는 5나노 기반으로 알려져 있으며, 구글은 3나노 테스트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첨단 공정이 적용되면서 TSMC의 패키징 기술인 CoWoS 용량도 TPU 수요 증가의 직접적인 수혜로 평가된다.
패키징 단계에서는 ASE·SPIL과 더불어, 최근에는 미국 패키징 내재화를 지원하는 앰코테크놀로지(Amkor)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 구글은 미국 애리조나 TSMC 공장과 연계한 공급망 구축을 추진하며 패키징 다변화 전략을 병행 중이다.
TPU의 성능을 좌우하는 HBM 공급사도 밸류체인 핵심으로 한국 반도체 회사가 가장 많은 수혜를 누릴 수 있는 부분이다. 고대역폭 메모리는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공급한다. 특히 HBM이 고성능 추론 중심으로 활용되면서 HBM3E 채택 비중이 확대되고 있다. 업계는 “구글이 2026년 TPU v6 출시를 준비하면서 12레이어 HBM 수요가 가파르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그동안 오픈AI의 과감한 투자를 둘러싼 AI 버블론이 구글 제미나이 등장으로 완화되면서 AI 생태계 확장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그 과정에서 레거시 반도체(범용반도체) 공급 비중이 높은 삼성전자가 직접 수혜자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구글 TPU(텐서처리장치)로 인해 AI 산업계에 엔비디아 GPU(그래픽처리장치) 공급망 의존도가 점차 축소될 경우 엔비디아 퀄테스트 통과여부와 관계없이 새로운 메모리 수요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삼성전자는 구글 TPU 설계와 생산을 담당하는 브로드컴에 메모리를 공급하는 점유율 1위 업체이기도 하다.
기판·인터포저 등 후방 밸류체인에서는 삼성전기·대덕전자 등이 포함된다. 이수페타시스는 텐서처리장치(TPU)에 들어가는 산업용 회로기판(PCB)를 공급하는 회사다. 2025년 11월 들어 구글 TPU 기대효과로 주가가 큰 폭으로 뛰었다. 양승수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실제로 이수페타시스가 6월부터 TPU 7세대향으로 신규 공급하는 물량은 연초 계획 대비 약 두 배 이상 확대된 것으로 파악된다”며 “현재 평균판매단가 기준 TPU 100만 개 출하가 이수페타시스 약 1000억원 이상의 신규 매출을 창출한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AI 칩 전력 소모 증가에 따라 전원관리 반도체(PMIC)를 공급하는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 열 관리 솔루션 기업 버티브(Vertiv) 역시 간접 수혜 범주로 분류된다.
구글의 밸류체인에 투자하는 방법은 국내나 미국 증시에서 개별종목을 직접 투자할 수 있지만 만약 연금계좌를 통해 투자하고 싶다면 국내 상장 ETF나 펀드를 골라야 한다. 현재로서 구글의 밸류체인에 가장 밀접한 투자를 할 수 있는 ETF는 한국투자신탁운용에서 나온 ‘ACE 구글밸류체인액티브’ ETF다.
현재 구글은 자체 인공지능(AI) 칩인 TPU를 통해 엔비디아와 차별화된 생태계를 확장하고 있다. 이러한 밸류체인과 투자 네트워크가 이 ETF의 포트폴리오에 반영돼 있다.
이 ETF는 구글의 주문형 반도체(ASIC) 핵심 파트너인 브로드컴,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사인 삼성전자를 비롯해 구글이 새롭게 발굴하는 수익모델인 헬스케어·정밀 의료 등 산업 전반의 구조적 성장 가능성에 투자할 수 있는 상품이다. 주요 구성 종목은 ▲구글(21.46%) ▲브로드컴(17.64%) ▲셀레스티카(7.31%) ▲마이크론 테크놀로지(4.32%) ▲루멘텀 홀딩스(4.31%) ▲삼성전자(4.25%) 등이다. 김원재 한국투자신탁운용 글로벌주식운용부 책임은 “ACE 구글밸류체인액티브 ETF는 경쟁이 치열한 GPU 중심 투자에서 벗어나 독자적 영역에서 성장하는 기업들을 선별해 투자 기회를 제공하는 점이 강점”이라며 “향후에도 시의적절한 리밸런싱을 통해 포트폴리오에 산업 변화를 적극 반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제림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84호 (2026년 1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