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이 오르면 보통은 신난다. 그런데 지수가 ‘너무’ 오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늦게 올라타기엔 찜찜하고, 그렇다고 완전히 내려오긴 아깝다. 결국 투자자들은 한 발을 빼서 어딘가에 돈을 세워둔다. 문제는 그 ‘어딘가’가 예전처럼 단순한 예금이 아니라는 점이다.
2026년 1월, 파킹형 ETF에 뭉칫돈이 몰린 건 바로 그 미묘한 심리의 결과다. 새해가 되고 1월 초 불과 7거래일 동안 KODEX 머니마켓액티브에 9310억원이 순유입됐고, RISE 단기특수은행채액티브와 KODEX 26-12 금융채 액티브에도 각각 수 천억원이 들어왔다. 지수가 치솟을 수록 ‘숨 고르기용 주차장’ 수요가 커졌다는 뜻이다.
이 장면은 더 큰 흐름 위에 있다. 국내 ETF 시장 자체가 300조 시대로 진입했다. 2026년 1월 5일을 기점으로 국내 ETF 순자산이 처음 300조원을 넘어섰다. 2020년 52조원 수준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가파른 성장세다. 투자자들의 거래 습관이 ‘주식처럼 사고파는 ETF’로 이동하면서, 이제 ETF는 공격형(주식·테마)뿐 아니라 방어형(현금성·단기금리)에서도 존재감이 커졌다.
‘파킹형 ETF’의 성장은 그 방어형 수요가 만든 가장 현실적인 해답이다. 돈은 대기하지만, 놀게 두긴 싫다. 예금은 편하지만 기회가 왔을 때 다시 옮기는 동작이 번거롭고, 파킹통장은 금리가 좋아도 한도가 작거나 조건이 붙는다. 반면 파킹형 ETF는 증권계좌 안에서 주식처럼 매수·매도가 가능하다. 게다가 구조상 하루 단위로 수익이 반영되도록 설계돼 있어, ‘하루만 맡겨도 이자가 쌓인다’는 문장이 과장이 아니다.
파킹형 ETF가 뜬 이유를 가장 직관적으로 이해하는 방법은 ‘대안’과 나란히 놓는 것이다. 대안은 크게 파킹통장, CMA, MMF다.
파킹통장은 ‘예금자보호’라는 결정적 장점이 있다(조건 충족 시). 하지만 금리 우대가 있어도 한도가 걸리거나 우대조건이 붙는 경우가 흔하다. 즉, 큰돈을 장기간 넣어두기엔 설계 자체가 ‘리테일 소액’에 맞춰진 상품이 많다.
CMA는 증권사 계좌 안에서 현금성 운용을 가능하게 해 파킹형 ETF와 생활 반경이 겹친다. 다만 상품 구조는 제각각이고, 무엇보다 ‘예금자보호가 되느냐’ 가 핵심이다.
CMA 역시 예금자보호법에 따라 보호되지 않는다. 투자자 입장에선 ‘현금성’이라고 뭉뚱그릴 게 아니라, 내가 가진 CMA가 RP형인지, 발행어음형인지, MMF형인지에 따라 리스크가 달라진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MMF는 전통적인 단기자금 운용처다. 다만 MMF는 펀드 구조라 매매·환매 체감이 ETF보다 느리게 느껴질 수 있고, 증권계좌 안에서 주식처럼 ‘즉시 매도’가 된다는 감각은 ETF가 더 강하다.
이러한 단기 파킹형 상품 중 파킹형 ETF의 자리는 어디일까. 정리하면 이렇다.
1. ‘주식 살 준비를 하면서’ 돈을 굴리고 싶다면: 파킹형 ETF
2. ‘예금자보호가 최우선’이고 금액이 크지 않다면: 파킹통장
3. ‘증권사 계좌 내 현금관리’를 원하되 구조를 잘 이해한다면: CMA/발행어음/기타
4. ‘전통적 현금성 펀드’를 선호한다면: MMF
그리고 이 모든 판단의 바닥에는 ‘기준금리’가 있다. KOFR 30일 평균이 약 2.57%인 환경에서 파킹형 ETF는 대체로 그 근방에서 ‘세후·비용 차감 후 얼마나 더 깔끔하게 남기느냐’ 경쟁을 한다.
파킹형 ETF를 한 문장으로 정의하면 이렇다. ‘현금처럼 쓰기 위해, 초단기 금리 자산을 ETF 포장지에 담은 상품’ 핵심은 ‘현금’이 아니라 ‘현금성’이다. 즉, 원금이 법적으로 보장되는 예금이 아니라 시장에서 거래되는 ETF이기 때문에 가격은 아주 미세하게라도 움직일 수 있다. 다만 움직임의 방향과 폭을 ‘금리 수익’ 중심으로 제한하기 위해 기초자산을 초단기·우량 중심으로 구성한다.
국내에서 가장 대표적인 머니마켓형 파킹 ETF로 꼽히는 KODEX 머니마켓액티브는 2026년 1월 16일 기준 순자산 7조 7604억원을 기록했다. 총 보수는 0.05% 수준이다. 같은 날 기준 TIGER 머니마켓액티브도 4조원대로 성장했다, 이 숫자는 단순한 인기 투표가 아니다. “대기자금이 ETF로 이동해도 시장 충격이 적은가”를 보여주는 실탄이기도 하다. 머니마켓형이 ‘초단기 채권+CP·CD’ 바구니라면, KOFR형은 결이 다르다. KOFR는 국내 무위험 지표금리로, Repo(환매조건부채권) 거래 기반의 금리 흐름을 대표한다. KOFR 공식 사이트를 보면 2026년 1월 16일 기준 KOFR 30일 평균이 2.56578%로 공시돼 있다. KOFR형 ETF들은 이 지표금리 흐름을 추종해 ‘가격 변동은 최소화하고, 금리 수익을 쌓는’ 쪽에 더 가깝다.
CD금리형은 은행 자금조달금리(91일 CD) 흐름을 기반으로 한다. RISE CD금리액티브(합성)는 2026년 1월 16일 기준 순자산 1조 2600억원 수준이다. 금리만 놓고 보면 KOFR·CD·머니마켓은 서로 가까운 듯하지만, 시장 국면에 따라 미세한 스프레드가 벌어진다. 결국 투자자 입장에선 “나는 금리의 어떤 부분(Repo, CD, CP)을 사고 있나”를 이해하는 게 먼저다.
파킹형 ETF를 둘러싼 경쟁은 화려한 테마 경쟁이 아니다. 대체로 승부는 “얼마나 안정적으로, 얼마나 조금이라도 더” 얻는가다. 그래서 같은 파킹이라도 상품별 운용전략은 의외로 디테일하다.
머니마켓형(액티브)은 편입 자산의 만기·신용·유동성을 조합해 벤치마크 대비 초과수익을 노린다.
단, 파킹의 본질은 공격이 아니라 방어이기 때문에 ‘과한 알파’를 추구하긴 어렵다. 오히려 운용사는 스프레드가 조금이라도 높은 우량 단기물을 찾아내거나, 만기 구조를 촘촘히 깔아 유동성을 높이는 쪽에 집중한다.
KOFR형은 지표금리 추종이 핵심이어서, 구조상 ‘크게 틀어질 여지’가 적다. 대신 합성 구조(스왑 등)를 쓰는 경우 거래상대방·담보 관리의 안정성이 중요해진다. CD금리형 역시 합성 구조가 흔해 ‘내가 CD를 직접 들고 있는가’라기보다 ‘CD금리 흐름을 계약 구조로 받아오는가’에 가깝다. 초단기 우량채(특수 은행채·금융채 등)는 머니마켓과 KOFR의 중간쯤이다. 예컨대 RISE 단기특수은행채액티브는 ‘특수은행채’라는 비교적 우량한 단기채를 중심으로 금리를 쌓는다. 다만 여기서부터는 ‘우량채라도 채권은 채권’이어서 시장 금리가 급하게 흔들리면 아주 미세한 가격 변동이 나타날 수 있다. 그 미세한 흔들림을 감내할 만큼의 추가 수익을 원하는 투자자에게 맞는 상품이다.
파킹형 ETF를 처음 사는 투자자가 가장 헷갈려하는 건 ‘이자가 어떻게 들어오느냐’다. 예금은 통장에 이자가 찍힌다. 하지만 ETF는 두 가지 방식이 공존한다.
첫째, 가격에 수익이 누적되는 방식이다. 매일의 금리 수익이 ETF 기준가(NAV)와 시장가격에 아주 조금씩 반영되는 구조다.
둘째, 분배금(배당) 형태로 지급되는 방식이다. 월분배·연 1회 분배 등 지급 주기가 상품마다 다르다. 여기서 등장하는 것이 ‘분배락’이다. 분배금을 지급하는 ETF는 분배 기준일 이후 가격이 그만큼 조정될 수 있다. 파킹형이라고 해서 예외가 아니다. 파킹형 ETF에서도 분배 구조를 이해하지 못하면 체감 수익률이 왜곡될 수 있다.
세금은 더 중요하다. 파킹형 ETF는 성격상 채권·금리 수익이 핵심이기 때문에 과세 체감이 주식 ETF보다 더 크게 다가온다. 특히 달러 파킹에서 ‘국내 상장 vs 해외 상장’은 세후 수익률을 갈라놓을 수 있다.
예를 들어 TIGER 미국초단기(3개월 이하)국채 ETF는 국내 상장 ETF는 매매차익에 배당소득세 15.4%, 해외 상장 ETF는 매매차익에 양도소득세 22%가 적용된다. 세금은 ‘수익률을 깎는 비용’이자, 상품 선택의 전제조건이다. 또한 파킹형 ETF에서도 주식의 배당과 같이 현금을 지급받는 만큼 ‘분배락’에 주의해야 한다.
달러 파킹을 고민하는 투자자는 보통 두 부류다. 첫째, 미국 주식을 팔았고 다시 들어갈 타이밍을 기다리는 사람. 둘째, 원화 자산만 들고 있는 게 불안해 달러 노출을 유지하고 싶은 사람이다.
달러 파킹의 기본 재료는 SOFR(미국 무위험 지표금리)과 미국 초단기 국채다. 미국 재무부의 2026년 1월 초 수익률 곡선을 보면 단기 구간이 3%대 중후반에 걸쳐 있다. 이 숫자만 보면 원화 파킹보다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다. 게다가 iShares SGOV는 순자산 707억달러 규모로 커졌고, 30일 SEC Yield 3.63%를 제시한다. 이 상품은 달러로 주차할 때 세계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방식 중 하나라는 상징성이 있다. 국내 상장 달러 파킹형 ETF는 이 글로벌 구조를 ‘국내 거래시간’으로 가져왔다.
TIGER 미국달러SOFR금리액티브(합성)는 2026년 1월 16일 기준 순자산 5766억원 수준이다. TIGER 미국초단기(3개월 이하)국채는 4070억원 규모로 제시된다. 국내 주식처럼 장중 매매가 가능하다는 점, 그리고 연금계좌 편입·과세 체계가 해외 상장 ETF와 다를 수 있다는 점이 포인트다. 상품 특성상 달러 파킹의 결론은 금리가 아니라 환율이 좌우한다. 달러가 강해지면 금리 수익에 환차익이 더해질 수 있다. 반대로 달러가 약해지면, 그 금리 수익은 ‘환손실을 메우는 완충재’가 된다.
즉 달러 파킹은 “달러를 들고 있을 이유가 있는가”라는 질문이 선행돼야 한다. 단순히 “달러 금리가 더 높다”로 접근하면, 환율이 반대로 움직일 때 예상보다 체감 성과가 약해질 수 있다.
[박지훈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85호 (2026년 2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