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위치한 나인원한남이 역대 최고 매매가를 경신해 200억원에 거래되며 초고가 아파트 시장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나인원한남 전용 273.94㎡ 1층은 지난 6월 200억원에 거래됐다. 이 거래액은 2006년 실거래 가격이 공개되기 시작한 이후 역대 최고 매매가다.
종전 최고 매매가는 서울 서초구 연립주택인 ‘트라움하우스 5차’로 전용 273.64㎡가 2021년 10월 185억원에 손바뀜된 바 있다. 아파트 중엔 한남동 전용면적 268.67㎡가 2023년 8월 180억원에 거래됐다. 만약 범위를 오피스텔까지 넓히면 송파구 신천동 롯데월드타워에 있는 ‘시그니엘 레지던스’483.96㎡(68층)이 2023년 11월 240억원에 팔렸다.
국토교통부가 공개한 2024년 공동주택 공시가격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위치한 더펜트하우스청담(PH129)이 국내에서 공시가격이 가장 비싼 아파트로 조사됐다. 이 아파트는 4년 연속 공시가격 1위 아성을 지키고 있다. 이 아파트 전용 407.71㎡의 2024년 공시가격은 164억원이다. 2023년 공시가격은 162억원이었는데 1년 만에 2억6000만원 올랐다.
총 29가구인 PH129에서 전용 407㎡는 맨 위층(20층) 단 2가구에 불과하다. 나머지 27가구(전용273㎡는) 최근 실거래가가 지난 2022년 4월 145억원이다. 이 아파트엔 연예인 장동건·고소영 부부와 유명 입시학원 강사 현우진, 골프선수 박인비 등 유명인 다수가 사는 곳으로 알려졌다. PH129는 지난 2020년 8월 준공된 이후 전국 공동주택 공시가격 1위를 놓치지 않고 있다. 이 아파트는 2022년 4월 전용 332㎡(16층)가 145억원, 2024년 3월 동일 면적(6층)이 103억원에 거래됐다.
2024년 공동주택 공시가격 2위는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위치한 에테르노청담으로 이번 연도 처음 이름을 올렸다. 2024년 초 입주를 시작한 이 아파트는 PH129와 마찬가지로 29가구로 구성됐다. 고급 아파트들이 29가구로 지어진 이유는 분양가 상한제 규제를 피하기 위해서다. 투기과열지구에서 공동주택을 지을 때 30가구 이상으로 지으면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아 분양가를 높이기 어렵다. 이에 30가구 미만으로 지어 분상제와 함께 공개 청약 규제도 피한 것으로 분석된다.
에테르노청담 가장 꼭대기층(19층)에 단 한 가구뿐인 전용 464㎡ 펜트하우스 공시가격이 128억6000만원으로 산정됐다. 이 아파트는 프리츠커상 수상자인 스페인 건축가 라파엘 모네오가 설계했다. 분양가는 국내 최고가 수준인 3.3㎡당 2억원 안팎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아파트는 한강변에 위치하고 있어 전 세대가 북쪽으로 한강 조망이 가능하다. 이곳은 유명 연예인들이 거주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가수 아이유는 이 아파트의 전용 244㎡를 130억원에, 배우 송중기는 150억원에 분양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공동주택 공시가격 3위는 용산구 한남동 나인원한남(전용면적 244㎡)이 차지했다. 이 아파트는 2023년 2위에서 순위가 한 단계 내려왔다. 공시가격은 106억7000만원으로 산정됐다. 세계적 조경디자이너 사사키 요우지가 조성한 산책로와 국내 최대 규모 클럽하우스 등으로 유명하다. 이 단지는 과거 용산기지에 주둔하던 미군들이 거주하던 한남 외인아파트 부지를 개발해 만들어졌다. 미군기지 이전에 따라 이 외인아파트 부지를 국방부가 이전받아 민간 개발을 위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소유권이 넘어갔다. 이후 2016년 5월 이 땅을 대신증권이 지분 100%를 가진 자회사 대신 F&I가 매입해 고급 아파트 나인원한남이 탄생했다. 이 단지는 2018년 분양 당시 ‘임대 후 분양’ 방식으로 공급됐다.
당시 임대보증금은 33억원~48억원(월 임대료 70만원~250만원)이었고, 2년간 임대 후 3.3㎡당 평균 6100만원에 분양 전환됐다. 트로트 가수 장윤정씨와 남편 도경완씨가 2021년 50억원에 공동 분양받은 뒤 3년 거주 후 120억원에 팔아 70억원의 시세차익을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 한남더힐(전용 244㎡·98억9200만원)도 2023년 공시가격 순위 3위에서 2024년 한 계단 내려와 4위가 됐다. 이 단지는 매봉산 밑에 위치해 고도제한을 받아 저층 여러 동으로 구성됐다. 한남더힐이 위치한 이 부지엔 원래 단국대학교 한남동캠퍼스가 위치했다. 하지만 단국대 재정난이 심각해지며 부채를 갚기 위해 부지 매각에 나섰다. 결국 금호건설이 단국대 용인캠퍼스 신축공사와 함께 한남동 부지 고급 아파트 개발 사업을 수주해 대우건설과 이 단지를 공동 시공했다. 이 단지는 나인원한남에 앞서 분양가 상한제를 피하기 위해 먼저 임대 후 전환에 나섰다. 2019년 분양 당시 임대 보증금은 15억원~25억원, 월 임대료는 260만원~429만원 수준으로 산정됐다. 구광모 LG그룹 회장, 박용현 두산연강재단 이사장 등 재계 인사들이 다수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1가 아크로서울포레스트(전용 273㎡) 공시가격은 90억8700만원으로 5위에 올랐다. 이 단지가 위치한 지역은 뚝섬 지구단위구역으로 오세훈 서울시장 재임 당시 한강 르네상스 계획에 따라 상업용 대지로 조성됐다. 2017년 분양 당시 3.3㎡당 평균 4750만원으로 분양가가 책정돼 당시 기준 서울 역대 최고 분양가를 기록했다. 전용 264㎡ 분양가는 60억5650만원으로 책정됐다. 분양 당시 미분양이 발생했지만 꾸준히 팔려 2020년 분양이 완료됐다. 서울을 대표하는 공원 중 하나인 서울숲을 도보권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주변에 갤러리아 포레, 트리마제 등 고급 아파트들이 함께 위치하고 있다. 이 아파트 전용 159㎡는 2024년 6월 88억5000만원에 손바뀜됐다.
고가 주택 지도를 다시 쓸 신규 하이엔드 분양 단지들도 주목된다. 2024년 1월엔 서울 광진구에서 분양한 포제스한강이 역대 최고 분양가로 주목받았다. 3.3㎡당 분양가는 1억1500만원으로 전용 84㎡ 분양가는 32억원에 달한다. 포제스 한강은 전 가구 거실 한강조망을 필두로, 전면 커튼월 설계를 통한 개방감, 각종 명품 외산 마감재 및 가구 적용 등을 내세워 주목받았다. 한강을 배경으로 수영을 즐길 수 있는 실내 수영장 최고급 사우나, 슈퍼카 등 고급 차량을 보관할 수 있는 프라이빗 카 스튜디오 등 커뮤니티 시설도 장점으로 꼽힌다.
마찬가지로 3.3㎡당 분양가 1억원 안팎으로 강남구 논현동 ‘브라이튼 N40’도 떠오르는 하이엔드 주거시설로 주목 받는다. 세계적인 건축가인 ‘장 미셸 빌 모트’(Jean-Michel Wilmotte)가 단지 건축 및 조경 디자인을 설계하는 등 설계부터 차별화했다.
여기에 도심에서 희소성 높은 테라스 설계, 각종 명품 외산 가구 및 마감재 활용, 웰니스 라운지·프라이빗 라운지·CEO 라운지 등으로 특화된 하이엔드 커뮤니티를 적용해 관심을 끌었다. 또 집안일 등 일상 서비스부터 비서 서비스까지 제공되는 호텔식 주거 서비스와 단지 외곽 및 내부·세대 내부 등에 걸친 3중 보안 시스템 등도 각광받은 요소다. 한편,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24년 표준지·표준주택 공시가격에 따르면 표준 단독주택 중 공시가격 1위는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의 한남동 자택이다. 이 단독주택의 2024년 공시가는 285억7000만원으로 전년 대비 1.9% 올랐다. 이 회장 자택은 표준 단독주택으로 편입된 2016년부터 9년째 공시가격 1위를 유지하고 있다.
2위는 이해욱 DL 회장의 강남구 삼성동 주택으로 공시가격은 전년보다 2.47% 오른 186억5000만원으로 산정됐다. 3위는 삼성그룹 호암재단이 용산구 이태원동에 보유한 삼성그룹의 영빈관인 승지원(171억7000만원), 4위는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이 보유한 용산구 이태원동 주택(167억5000만원)이다.
불황을 모르는 럭셔리 아파트 인기에 한강변 재건축 단지들은 ‘해외 설계사’ 유치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 아직 해외 설계사들이 국내 초고층 주거시설을 진행한 이력은 없어 향후 입주민들을 만족시킬 결과물을 낼지 주목된다.
대표적인 곳이 성수4지구다. 성수4지구는 지난 7월 13일 조합원 80% 동의하에 최고 77층 초고층 아파트를 추진하기로 했다. 조합원 92.4% 찬성으로 설계사는 ‘겐슬러-디에이그룹엔지니어링종합건축사사무소-한국종합건축사사무소’ 컨소시엄이 선정됐다. 세계 1위 겐슬러가 최초로 국내 주거건축 설계에 진출하게 된 것이다. 미국에 본사를 둔 세계 최대 건축설계사 중 하나인 겐슬러는 중국 상하이 타워(118층)·두바이 국제금융센터(60층 쌍둥이빌딩) 등을 설계했다.
재건축 최대어로 꼽히는 압구정 단지들도 해외 설계사와 협업에 적극나서는 모양새다. 압구정 2구역(최고 70층)은 디에이건축과 프랑스 설계사 ‘도미니크 페로 건축사(DPA)’ 컨소시엄을 설계사로 선정했다. DPA를 만든 도미니크 페로는 세계 건축 거장으로 꼽히는 인물로, 프랑스 국립도서관과 독일 베를린올림픽 벨로드롬 등의 설계를 담당했다.
압구정 3구역(최고 70층 추진)도 희림·나우동인·UN스튜디오(네덜란드) 컨소시엄을 설계사로 뽑았다. UN스튜디오는 세계적 건축가 벤 반베르켈이 설립한 곳으로, 독일 메르세데스-벤츠 박물관과 로테르담 에라스무스 다리 등을 설계했다. 국내에서는 갤러리아 명품관 설계로 유명하다.
여기에 압구정 4구역(50층 이상 초고층 추진) 설계사는 디에이건축·가람건축·칼리슨RTKL(미국) 컨소시엄이다. 칼리슨RTKL은 미국 아마존 본사 디자인에 참여했고, 국내에서는 더현대 서울 등을 설계했다.
시공권을 노리는 건설사가 유명 설계사를 앞세우는 경우도 심심찮게 등장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서초구 신반포2차 재건축(최고 49층) 시공 경쟁을 위해 유명 건축가 크리스티앙 드 포잠박과 함께 현장을 방문했다. 그는 건축 분야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프리츠커상을 프랑스 최초로 수상한 인물이다. 또 신반포12차 재건축을 따낸 롯데건설은 조합원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세계적 건축디자인 회사 ‘저디(JERDE)’를 내세웠다.
하지만 이런 해외 설계사 섭외가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도출할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해외 설계사 참여에 따라 비용이 급등할 수 있고, 이들이 국내 아파트 설계 경험이 없어 현실과 맞지 않는 설계가 나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유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