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축 아파트 분양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발표한 민간아파트 분양가격 동향 자료에 따르면, 4월 말 기준 전국 아파트 ㎡당 평균 분양가는 568만3000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17.3% 뛰었다. 지난해 2월 이후 14개월 연속 상승세를 기록 중이다.
집값도 오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가격은 지난 3월 상승 전환한 뒤 최근(6월 둘째 주)까지 매주 오르고 있다. 상승폭도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최근 5주간 ‘0.03% → 0.05% → 0.06% → 0.09% → 0.1%’로 매주 상승률이 올라가고 있다. 최근 부동산R114 분석 결과 서울 전체 아파트의 매매가도 전고점의 95%까지 도달한 상황이다. 강남구와 용산구(99%), 서초구(98%) 등 시장 선도 지역은 조만간 전고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수요자들은 누구나 집을 살 때 시세보다 저렴하게 사길 원한다. 하지만 분양가격이 급등하고 있는 만큼 신축 분양으로 이를 실현하기는 쉽지 않다. 기존 주택 역시 급매물이 어느정도 소화되면서 호가가 오르고 있어 시세보다 저렴하게 아파트를 구매하는 것은, 적어도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주요 지역에선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분양가상한제(분상제)가 적용된 아파트가 최근 더욱 주목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분양가격과 시세가 오를수록 시세보다 저렴하게 분양가격이 책정되는 분상제 아파트의 가격적인 메리트는 더욱 돋보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분상제란 투기수요 억제와 실수요자 보호를 위해 주택 분양가를 일정 수준 이하로 설정하는 제도다. 아직 규제지역으로 남아 있는 강남·서초·송파·용산구 내 공동주택과 공공택지에서 공급되는 아파트 등에 의무 적용된다. 공급주체(건설사)의 이윤을 제한하기 때문에 보통 주변 시세보다 저렴하게 공급된다.
실제 분상제 아파트와 주변 아파트 시세의 차이는 상당하다. 지난 4월 분양한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엘리프 남위례역 에듀포레(성남복정1지구 B3블록)’는 전용 84㎡의 분양가격이 10억2490만~10억9720만원 수준이었다. 인근 위례신도시에 있는 ‘위례역 푸르지오(2017년 준공)’는 지난 3월 13억원에 거래된 바 있다. 주변 시세 대비 최소 2억원 이상 저렴하게 책정된 셈이다.
역시 지난 5월 성남시에서 공급된 공공분양 아파트 ‘엘리프 성남신촌(성남신촌 A2블록)’은 전용면적 59㎡ 분양가가 타입·층에 따라 최저 6억9110만원에서 최고 7억8870만원이었다. 인근에 있는 서울 강남구 세곡동 ‘강남신동아파밀리에1단지’의 전용 59㎡는 비슷한 시기 10억1000만원에 팔렸다. 엘리프 성남신촌은 분양가격이 지난 2021년 10월 사전청약 당시 추정분양가(6억8268만원)보다 약 1억원 올랐으나, 분상제적용으로 여전히 주변 시세보다 2억원 이상 저렴하게 공급된 바 있다.
분상제 아파트는 크게 민간분양과 공공분양으로 구분된다. 우선 민간 분양으론 서울 강남 지역에서 대거 분양이 계획돼 있다. 강남구에선 청담 르엘, 래미안 레벤투스, 디에이치 대치 에델루이 등 3곳, 서초구에선 래미안 원펜타스 등 8곳, 송파구에선 잠실 르엘 등 2곳이 올 하반기에서 내년 사이 공급될 전망이다. 용산구에서도 르엘 이촌과 아세아아파트 재건축이 예정돼 있다. 워낙 주변 시세가 비싸 ‘로또 아파트’로 통할 단지들이다.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펜타스’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아무리 로또 아파트라 해도 강남은 강남. 특히 신혼부부 등 실수요자들에게 수십억원의 분양가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정비사업으로 공급되는 단지들이라 일반분양 물량이 적어 가점이 낮거나 자녀 수가 적은 가구들에겐 ‘그림의 떡’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수도권 공공택지로 눈을 돌리면 기회의 문이 넓어진다. 6월에만 수도권에서 8개 단지, 8283가구가 청약 대기자들을 기다리고 있다. 공공택지에서 건설되는 아파트라 전물량이 일반분양된다. 특히 파주 운정3지구 A45블록(제일풍경채 운정), 화성 동탄2지구 C18블록(동탄역 대방엘리움 더시그니처), 과천지식정보타운 S2블록(과천 디에트르 퍼스티지), 고양 장항지구 M1블록(고양 장항 카이브 유보라) 등 4곳은 대규모 택지지구에서 공급되는 아파트라 당해지역 거주자뿐 아니라 서울 등 수도권 거주자들에게도 당첨의 기회가 주어진다. ‘전국구’ 청약 지역인 평택에서도 고덕국제신도시 A15블록(서한이다음 그레이튼), 평택브레인시티 6블록(평택 브레인시티 모아엘가)이 공급된다.
이 중 동탄역 대방엘리움 더시그니처(464가구)는 동탄2신도시에 남은 마지막 민간분양이다. 최근 GTX-A 노선이 개통한 동탄역을 도보로 이용할 수 있다. 과천지식정보타운에서 분양하는 마지막 민간분양 아파트인 과천 디에트르 퍼스티지(740가구)역시 수억원의 시세차익을 노릴 수 있는 단지로 꼽힌다. 제일풍경채 운정(520가구)은 GTX-A의 기점역인 운정역을 도보로 이용할 수 있는 역세권 단지다.
고양 장항 카이브 유보라는 고양 장항지구에서 유일하게 일산호수공원과 맞붙어 있어 최고 49층 높이에서 호수와 한강, 시티를 모두 조망하는 ‘뷰 프리미엄’이 기대되는 단지다. 가구수(일반분양 물량)도 1694가구로 풍부하다.
수원시 장안구 이목동 일대에 짓는 ‘북수원이목지구 디에트르 더 리체(Ⅰ·Ⅱ차)’도 6월 분양이 예정돼 있다. 북수원이목지구 디에트르 더 리체는 Ⅰ·Ⅱ차 통틀어 분양물량이 무려 2512가구로, 수원 거주자들에겐 신축 아파트를 마련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전 가구가 전용면적 84㎡ 이상으로 구성되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수원시는 최근 5년간 신규 민간분양 아파트 중 85㎡ 초과 타입 비중이 5%가 채 되지 않을 정도로 공급량이 적었다.
공공분양의 경우 정부의 자격 요건완화로 신혼부부 등 특별공급 대상자의 당첨 기회가 넓어졌다. 공공분양 특별공급은 지난 3월 청약제도 개편으로 ‘도시근로자 가구당 월평균 소득액의 200%’까지 청약할 수 있게 됐다. 3인 가구 기준으론 월소득 약 1401만원(4인 가구는 약 1650만원) 이하다. 부부합산 연소득이 2억원 가까이 되는 고소득 가구도 저렴한 공공분양에 당첨될 수 있게 된 것이다. 올해 공공분양이 더욱 주목받는 이유는 내년 이후 공급되는 물량이 예상보다 줄어들어서다. 국토교통부는 5월 ‘뉴홈(윤석열 정부 공공 분양)’ 사전청약 제도를 폐지한다고 밝혔다. 사전청약으로 조기 공급될 물량들이 사라져버리면서 청약대기자들의 시선은 올해 공급이 예정된 물량으로 쏠릴 수밖에 없게 됐다.
수도권에서는 하반기 8개 단지, 4158가구의 공공분양 아파트가 청약 대기자를 기다린다. 인천 계양 A2·A3블록, 수원 당수 A5블록, 의왕 월암 A1·A3(이상 9월), 파주 운정3 A20블록(10월), 성남 금토 A4블록, 의왕 청계2 A1블록(이상 11월) 등이다. 대부분 서울 등 대규모 일자리 지역으로의 접근성이 우수한 곳이다.
우선 9월에는 인천계양 A2·A3블록이 예정돼 있다. 3기신도시 공급의 마수걸이 분양이다. A2블록은 일반공급에서 소득구간을 보지 않는 전용 74㎡(178가구)와 84㎡(30가구)도 있다. 신혼희망타운(신희타)으로 공급될 A3블록은 지구계획상 유치원과 초등·중학교를 모두 품는 것이 강점이다.
파주 운정3 A20블록은 GTX-A 노선의 기점 역인 운정역을 도보로 이용할 수 있는 역세권 단지다. 지구개발계획상 고등학교를 블록 안에 두고 있으며 인근에 초등·중학교도 들어선다. 공급물량 612가구 중 선호도가 높은 전용 84㎡(463가구)가 대부분이다. 인천 계양과 파주 운정은 대규모 택지지구라 인천과 파주 거주자뿐 아니라 서울 등 수도권 거주자 모두에게 청약의 기회가 주어진다는 특징도 있다.
성남에선 판교제2테크노밸리를 품고 있는 성남 금토 A4(신혼희망타운 766가구)도 공급된다. 제3판교테크노밸리를 품고 있는 성남 금토지구는 완공 시 2판교와 3판교의 첨단 일자리가 단지를 둘러싸게 된다. 모든 가구가 전용 55㎡ 소형 평형으로만 구성되는 점은 아쉽다. 성남 금토 A4를 비롯해 수원 당수 A5블록, 의왕 월암 A1(전용 55㎡ 446가구)·A3(전용 55㎡ 424가구), 의왕 청계2 A1(전용 55㎡ 320가구) 등은 모두 신혼희망타운으로 분양된다. 당해지역 거주자에게 물량의 100%가 우선공급돼, 해당 지역 신혼부부들에겐 더없이 좋은 기회다.
공공분양은 주변 시세의 80%, 신혼희망타운은 70% 선에서 분양가가 책정된다. 8개 단지 모두 2021년 사전청약이 진행됐던 터라 추정 분양가가 이미 공개돼 있다. 공사비(기본형 건축비)가 당시보다는 많이 올라 실제 확정 분양가는 그보다 높겠으나, 여전히 매력적인 가격인 건 변함이 없다. 다만 실제 공급량은 이보다 적을 수밖에 없다. 각 단지별 공급물량은 과거 사전청약으로 공급된 물량까지 포함된 수치이기 때문이다. 올해 공급되는 공공분양은 모두 사전청약으로 일부 물량이 조기 공급된 곳들이다. 본청약 때까지 당첨자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 가구가 많을수록 실제 공급량은 더 크게 줄어든다.
양지영 ‘양지영R&C연구소’ 소장은 “분양가상한제 적용 아파트는 기반 시설이 체계적으로 갖춰지는 공공택지라 입주 이후 생활이 편리한 장점이 있다”며 “특히 주변 시세보다 저렴하게 분양가가 책정되므로 주변 시세가 떨어지더라도 상대적으로 타격이 크지 않다”고 말했다.
연규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