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가 증시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정책을 발표하면서 배당주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밸류업 프로그램 가동과 함께 높은 배당수익률을 제공하는 기업들의 주가도 상승하는 추세다. 정부 정책에 맞춰 기업들도 배당금을 증가하는 추세라 그 어느 때보다 배당주 투자는 매력적인 옵션으로 떠오르고 있다. 배당금은 실제 주가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 3월 15일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30개 종목 가운데 삼성물산 주가가 종가 기준으로 가장 크게 움직였다. 이날 삼성물산 주가는 전날보다 9.78%(1만6700원) 내린 15만41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주가는 전날보다 1.64%(2800원) 낮은 16만8000원에 출발해 줄곧 낙폭을 키웠다. 이날 삼성물산 주주총회에서 결정된 배당액이 투자자들의 기대에 크게 미치지 못하자 매도세가 나온 것으로 보인다. 앞서 안다자산운용 등 행동주의 펀드 5곳이 삼성물산 주총을 앞두고 이사회에 보통주 주당 4500원, 우선주 주당 4550원 수준의 배당을 요구한 바 있다. 그러나 이날 주총에서 행동주의 펀드들이 표 대결에서 완패하며 배당금은 보통주 2550원, 우선주 2600원으로 결정됐다. 이에 주총장에서 소액주주들이 항의하기도 했다.
배당주는 주가의 상승뿐만 아니라 정기적인 배당금 수익을 통해 투자자에게 안정적인 수익을 제공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특히 경제적 자유를 이루고 싶어 하는 ‘파이어족’에게 배당주 투자는 중요한 연금 전략 중 하나로 자리 잡고 있다.
투자의 첫걸음은 우수한 배당주를 발굴하는 것이다. 성장 가능성이 크고, 동시에 높은 배당률을 자랑하는 종목들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종목들은 종종 ‘배당킹’ 또는 ‘배당 귀족주’로 불리기도 한다. 코스피200 지수에 포함된 종목 중 업종별로 살펴보면 통신주와 금융주는 배당수익률이 높은 편에 속하며, 특히 4대 금융지주를 포함한 은행주들은 분기별 배당을 시행해 투자자들에게 꾸준한 수익을 제공하고 있어 투자자들의 관심도 높은 편이다.
만약 직접적인 개별 종목 투자가 부담스러운 경우, 고배당 종목을 모은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최근에는 배당주와 저PBR주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관련 ETF의 거래량과 수익률이 상승하는 추세다.
효과적인 배당투자를 위해서는 배당액, 배당기준일, 배당금 지급일 등을 정확히 알고 있어야 한다. 배당 절차는 배당액 확정, 배당기준일 설정, 배당금 지급 순으로 진행된다. 주의할 점은 배당기준일에 주식을 보유하고 있어야만 배당금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배당기준일 2일 전까지 해당 주식을 매수해야 배당금 수령이 가능하다.
한편 배당투자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안정적인 수익을 위해 배당 성향이 높고, 지속해서 성장할 수 있는 기업을 선별하는 눈이 중요하다. 또한 배당투자는 시장변동성을 상쇄할 수 있는 안전장치 역할을 할 수 있어, 전반적인 포트폴리오의 위험을 낮추는 데도 이바지한다.
다른 저평가 섹터와 달리 전통적인 고배당 주식으로 분류되는 이동통신 3사의 주가는 세를 보이는 모습이다. 통신 3사의 주가는 지난 1월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이후 기대감으로 일시적 반등을 경험했으나, 이후 상승분을 대부분 상쇄하며 주주환원 여력의 한계와 규제 위험이 여전히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올해 초부터 외국인 투자가의 관심이 집중된 가운데 지난 3월 15일 종가 기준 SK텔레콤은 약 5.9% 상승했지만, LG유플러스는 소폭하락했고 KT는 11.1% 상승하는 등의 희비가 엇갈렸다. 통신업 종목이 평균 배당수익률이 높게 나타났음에도 금융업 지수 대비 낮은 상승률을 기록하면서 투자 매력도가 낮다고 평가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에도 통신주들은 외국인 주주들의 요구에 따라 높은 배당 성향과 자사주 매입을 진행해왔으나, 현재의 주주환원 비율 상승 추세에서 추가 주주환원 확대가 어려운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통상 통신사들은 창출된 이익을 기반으로 설비투자 집행과 인수·합병을 추진하고 배당을 준다. 지난해 통신사들의 이익이 줄면서 설비투자가 감소했지만, 올해는 이익 감소 흐름에 설비투자 감축도 한계가 있을 것이란 의견이 주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오는 2025년엔 신성장 사업에 대한 투자로 설비투자가 다시 증가세로 전환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한다. 2026년에 들어서면 현금 흐름이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통신주에 대한 저PBR 수혜 기대가 커지고 있지만 옥석 가리기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김홍식 하나증권 연구원은 “단순 지표상으로는 KT와 LG유플러스의 PBR은 각각 0.5배에 불과하고, SK텔레콤에서 분할한 SK스퀘어는 저조한 이익으로 배당금 지급이 불투명한데도 PBR이 0.4배라는 이유로 주가가 한 달 새 30%나 올랐다”라며 “기업 실적 흐름과 기대 배당수익률 등 주가 간에 괴리가 심해진 상태라 경계감을 가질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반면 주주환원율이 90%에 달하는 SK텔레콤은 PBR이 0.9배로 낮지 않아 소외되면서 주가 상승률이 높지 않았다”라고 덧붙였다. 이와 달리 주주환원 측면에서 SK텔레콤이 밸류업 수혜주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SK텔레콤은 통신 업종 내 주주환원에 가장 적극적인 데다 배당수익률이 3사 중에 6.6%로 가장 높고 추가적인 자사주 매입 및 소각 여지도 있다는 주장이다.
2023년 기준, 국내 은행주의 평균 주주환원율은 35%로, 국내 기업 평균(29%)보다 상당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4대 금융지주(KB금융지주, 신한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는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을 통한 주주환원율 제고를 추진하며 투자자들의 관심도도 증가하고 있다.
KB금융지주는 37.5%의 주주환원율로 업계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2023년 주당배당금은 3060원을 책정하고, 3200억원 상당의 자사주 매입과 소각을 진행하기도 했다. 신한금융지주는 2023년 주주환원율이 36%다. 지난해 신한금융지주는 자사주 4859억원어치를 매입·소각했다. 신한금융지주는 중장기 주주환원율을 40%로 높일 방침이다. 이를 위해 올해 현금배당 균등화를 실시한다. 또한 5월 8일까지 자사주 1500억원을 매입 소각한다. 하나금융지주는 지난해 주주환원율이 32.7%다. 지난해 하나금융지주는 주당배당금 3400원을 지급하고, 자사주 1500억원을 매입·소각했다. 여기서 나아가 중장기 주주환원율 목표를 50%로 잡았다. 우선 하나금융은 자사주 3000억원을 오는 8월 7일까지 매입·소각한다.
우리금융지주는 지난해 주주환원율이 33.7%다. 올해 우리금융은 자사주 1366억원을 소각키로 했는데, 이는 지난해(1000억원) 대비 40% 확대된 규모다. 구체적으로 보면 우리금융지주는 3월 14일 예금보험공사 지분 1.24%를 시간 외 대량매매 방식으로 매입한 후, 이를 즉시 전량 소각한다.
한편 증권가에서 올해 은행주의 가장 큰 위험으로 지목하고 있는 2021년 판매된 홍콩H지수 기반 ELS의 원금 손실에도 불구하고 그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올해 홍콩H지수가 하락하면서 은행이 2021년 판매한 홍콩H지수 ELS에서도 원금 손실이 대거 발생했다. 업계에서는 배상 규모를 KB금융지주 1조원, 신한금융지주 3000억원, 하나금융지주 2000억원, 우리금융지주 50억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ELS 배상은) 일회성 요인인 만큼 은행주 주주환원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KB금융지주도 2023년 연간 대손충당금 적립액이 3조원으로, ELS 손실 배상액 상당 부분은 충당금 감소로 상쇄할 수 있다”라고 분석했다.
의결권은 없지만 본주 대비 가격이 낮고 배당을 더 많이 받을 수 있는 우선주에 대한 매력도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 3월 14일까지 코스피 시장 주요 우선주로 구성된 코스피 우선주 지수는 올해 들어 전날까지 11.86% 오르며 같은 기간 코스피 수익률(1.44%)을 8.24%포인트 웃돌았다. 우선주를 발행한 상장사 대부분이 올해 보통주보다 높은 우선주 수익률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배당을 노리고 투자한다면 보통주 대비 우선주 투자가 유리한 측면이 있다. 본주 대비 가격이 낮게 형성되어 있어 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방안으로 주주환원 강화를 주문하면서 배당수익률 확대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본주와 우선주의 차이, 즉 괴리율이 높을수록 주주환원 확대에 따른 우선주 상승효과가 두드러질 수 있다. 현재 보통주와 우선주 괴리율이 가장 큰 종목은 솔루스첨단소재1우다. 괴리율은 78.2%다. 이어 ▲아모레퍼시픽우 69.1% ▲두산퓨얼셀1우 68.7% ▲코리아써우 63.2% ▲BYC우 63.2% ▲아모레G우 62.4% ▲넥센타이어1우B 60.7% 등이다.
배당수익률이 높아도 괴리율이 높지 않다면 주가 상승 기대치는 크지 않을 수 있다. 대신증권우의 지난해 말 기준 배당수익률은 9.17%인데 괴리율은 8.7%다. 보통주와 우선주간 주가 차이가 크지 않다는 의미다. 유안타증권은 이날 보통주 종가가 2725원, 우선주 종가는 2780원으로 오히려 우선주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단순히 괴리율만 볼 게 아니라 추가 주주환원 확대 가능성을 같이 봐야 한다는 분석도 있다.
대신증권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의 기업 밸류업 정책에 따라 주주가치 제고 정책을 펼칠 확률이 높은 기업은 20곳이다. 이 중 우선주가 있고 괴리율이 20% 이상 벌어진 곳은 ▲LG전자우(55.3%, 이하 괴리율) ▲현대차우( 3 6%) ▲S-Oi l 우(33.3%) ▲LG우(32.7%) ▲SK우(19.9%) 등으로 나타났다.
괴리율이 높은 현대차를 살펴보면 지난해 중간배당 포함 주당 1만1400원의 배당을 시행했다. 현대차우는 주당 1만1450원이었다. 배당금은 비슷했지만, 우선주 가격이 더 저렴해 배당수익률은 보통주 5.6%, 우선주 10.09%로 큰 차이를 보였다. 지난해 말 기준 현대차 종가는 20만3500원, 현대차우 종가는 11만3500원으로 괴리율(보통주와 우선주 간 주가 차)은 44.2%였다. 우선주가 보통주보다 44.2% 저렴하다는 의미다.
현대차는 재무구조가 탄탄하고 현금이 많다는 점 때문에 올해도 추가 주주환원이 기대되는 대표 기업으로 꼽힌다. 우선주의 높은 배당수익률에 저평가 매력이 주목받자 주가도 크게 올랐다. 올해 현대차우의 수익률은 40.09%로 같은 기간 보통주 수익률(22.11%)을 2배가량 앞질렀다. 괴리율도 현재 36%로 좁혀지기도 했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현대차는 지난 3년간 실적과 주주환원 목표치를 충족하면서 투자자들의 신뢰를 축적했다”라며 “우선주 괴리율은 단기간 내에 20% 내로 축소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지훈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63호 (2024년 4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