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추가 금리 인상 여지를 강조하는 가운데 대형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금리 인하 전망을 내놓아 시장의 눈길을 끌고 있다. 은행들은 연간 투자 전망 보고서에서 내년 경기 침체 분위기를 감안할 때 미국 주식 위주로 투자하라는 조언도 내놓았다.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증시는 일본을 제외하면 투자 매력이 크지 않으며 유럽 증시 역시 경기 침체 압박 탓에 투자 매력이 상대적으로 낮을 것이라는 지적도 관심을 끄는 대목이다.
한편에서는 ‘리틀 버핏’ 빌 애크먼 퍼싱스퀘어캐피털 회장이 미국 국채 가격이 다시 떨어지면서 수익률이 또 오를 수 있다는 의견을 내 눈길을 끈다.
우선 월가의 대표적 약세론자로 꼽히는 마이크 윌슨 모건스탠리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미국 대표 주가 지수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이 내년 상저하고 흐름을 보일 것으로 최근 전망했다. 윌슨 CIO는 11월 말 고객 메모를 통해 “S&P500 지수가 앞으로 12개월 후 4500선을 기록할 것”이라면서 올해 말 전망치는 기존 전망과 같은 3900을 유지했다. 그는 “11월 초 뉴욕 증시 상승랠리는 약세장에서의 일시적 반등이며 올해를 통틀어 보면 7대 대형 기술주 상승에 기댄 것일 뿐”이라면서 “내년 초까지는 기업들 실적 압박이 이어질 것이고 중반부터 조금씩 개선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내년 미국 기업들 수익은 연간(전년 동기 대비) 약 7% 늘어나고 매출은 4~5% 증가할 것이라는 분석도 따랐다. 엘런 젠트너 모건스탠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전날 발간한 ‘2024년 전망 보고서’를 통해 미국 연준이 내년 6월에 처음으로 연방기금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봤다. 이어 같은해 9월 금리를 한 번 더 낮춘 후 4분기(10~12월)부터는 연방공개시장 위원회 정례회의 때마다 금리를 25bp(1bp=0.01%포인트)씩 인하할 것으로 내다봤다.
젠트너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고금리 기조가 오래 이어지면 내년 3분기부터 실제 성장률이 잠재성장률을 밑돌게 될 것”이라면서 “우리는 여전히 연준이 연착륙에 성공할 것이라고 보지만 성장세에 따른 침체 우려는 남아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세레나 탕 모건스탠리 연구원은 채권의 경우 연준 기준금리 인하 시점에 맞춰 내년 6월 이후 미국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연 3.95%선까지 떨어지는 등 하락세로 접어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밖에 모건스탠리 측은 아시아 증시에서는 일본에 투자할 만하다는 의견도 냈다. 11월 13일 기준 일본 토픽스 지수는 내년 말까지 약 11% 추가 상승할 여력이 있어 MSCI신흥국지수(약 6%)나 MSCI중국지수(7%)보다 수익성이 좋다는 분석에서다.
골드만삭스는 11월 말 보고서를 통해 모건스탠리보다는 미국 주식에 긍정적 전망을 내면서도 미국 연준 기준금리 인하에 대해선 보수적으로 예상했다. 데이비드 메리클 골드만삭스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연준이 내년 4분기가 돼서야 처음으로 금리를 25bp 인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스위스계 투자은행인 UBS는 연준이 더 빠른 시점인 내년 3월 첫 금리 인하에 나선 후 내년에만 총 275bp 인하할 것으로 내다봤다. 아렌드 캡테인 UBS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미국 물가가 빠르게 안정된 결과 내년 3월에는 실질금리가 매우 높아질 것인 반면 같은 해 2분기에는 경제 침체기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면서 “과거 30년간 일본을 제외한 주요 10개국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평균 320bp 인하했다는 점도 감안할 만하다”고 언급했다.
UBS 측은 내년 말 S&P500지수가 4600에 달할 것으로 보면서 대형 기술주 위주의 안정적인 투자를 권했다. 아시아뿐 아니라 유럽 증시도 내년 전망이 밝지 못한 탓에 뉴욕증시에 주목할 만하며 채권의 경우 미국 우량기업이 발행한 5년 내외 중기 회사채에 주목할 만하다는 의견도 냈다.
한편 지난 10월까지 뉴욕 증시를 들썩인 미국 국채와 관련한 투자 조언도 눈에 띈다. 미국 억만장자이자 헤지펀드 매니저인 빌 애크먼은 앞서 10월 말 사회연결망(SNS)인 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국채 쇼트 포지션을 모두 청산했다”며 “현재의 장기 금리 수준에서 쇼트 포지션을 유지하기엔 리스크가 너무 크다”고 밝혔다. 미국 국채 가격이 계속 하락할 것으로 보기 어렵고 반등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앞서 애크먼은 지난 8월 자신이 30년물 국채를 공매도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쇼트 포지션이나 공매도는 해당 주식이나 국채 가격 하락에 베팅하는 경우다.
‘월가의 채권왕’으로 불리는 빌 그로스와 제프리 건들락도 미국 국채 가격 반등을 점치면서 채권에 투자하려는 경우 단기·중기물 위주로 투자할 만하다는 입장이다.
국채를 비롯한 채권은 가격이 오르면 수익률이 떨어지는 식으로 가격과 수익률이 반대로 움직인다. 이런 가운데 미국 재무부는 지난달 국채 입찰 규모를 밝혔다. 재무부는 올해 11월~내년 1월 말까지 석달 간 2년물과 5년물은 매달 30억달러, 3년물은 20억달러, 7년물은 10억달러 씩 입찰 규모를 늘릴 계획이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재무부는 국채 발행을 통해 올해 4분기 총 7760억달러, 내년 1분기 8160억달러를 조달할 예정이다.
앞서 7월 말 재무부는 올해 3분기에 국채 발행 등을 통해 1조700억달러를 조달할 계획이라고 밝혔는데 이는 5월에 내놓은 예상치보다 2740억달러 늘어난 수준이어서 국채 대란을 촉발한 바 있다. 국채 발행이 늘어난다는 것은 채권 시장에서 국채 공급이 증가하고 이에 따라 국채 가격이 하락(=국채금리 상승)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편 회사채와 관련해 미국 대형 상업은행인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월가 펀드 매니저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내놓아 눈길을 끌었다. 펀드 매니저들은 올해 9~10월에 장기 채권 비중을 줄였고 현금 비중도 줄였다.
투자 등급 채권의 경우 BBB·A·BB등급 순으로 선호도가 높았고, 만기는 5~10년물을 상대적으로 선호했다. 흥미로운 대목은 정크본드 투자자들도 투자 등급 채권에 투자하는 비중이 11월 조사 당시 47%를 기록해 2018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점이다. 경기 침체 우려에 대비해 채권 수익률이 매력적이라는 이유다. 정크본드 투자자들은 BB·B·BBB등급 회사채 순으로 선호했다.
펀드 매니저들은 투자 등급·정크본드 모두 업종별로 보면 에너지 부문을 선호한 반면 산업·통신 부문은 비중을 줄였다. 이들은 내년 미국 경제가 경미한 경기 침체(mild recession)를 겪을 것이라는 점,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장기화에 따른 중동 지정학 리스크, 미국 상업용 부동산 부채 디폴트 리스크를 시장 우려 사항으로 꼽았다. 뱅크오브아메리카 설문조사는 지난 11월 6~9일 보험사·헤지펀드·연기금·은행 등의 펀드 매니저 91명을 대상으로 이뤄진 결과다.
[김인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