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도로를 포함한 광역교통망은 주변 지역 부동산 가격을 뒤흔드는 최대 변수다. 굵직한 교통 개발계획이 발표되면 부동산 가격을 형성하는 입지와 건물 가치 중에서 입지 가치가 대폭 상승하기 때문이다.
개발 업계에선 철도가 뚫리면 단계적으로 부동산 가격이 상승한다고 판단한다. 일반적으로는 착공과 개통에 맞춘 두 번의 시기가 가장 큰 가격 상승기다. 실제로 신분당선 수지구청역 역세권 단지인 용인시 수지구 풍덕천동 ‘신정마을 7단지’ 가격 추이를 살펴보면 이 같은 경향을 뚜렷이 확인할 수 있다. 이곳 전용면적 84㎡ 매매가는 착공 이후 1년(2010년 10월~2011년 10월)간 10%가량 상승했다. 또 2016년 1월 개통에 임박해서는 직전 한 달(2015년 12월~2016년 1월)간 약 5% 올랐다. 이 같은 관점에서 개통 예정인 신규 지하철·철도 노선이나 신설 역을 살펴보고, 해당 지역에 미칠 영향을 분석해보는 것은 의미가 있다.
특히 2024년은 ‘철도의 해’라고 할 만큼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미칠 주요 철도망들이 줄줄이 등장할 예정이다. 전국에서 개통될 예정인 철도 노선만 무려 17개에 달한다. 2002년 이후 가장 많다.
가장 먼저 이야기할 노선은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다. 개발계획 단계부터 부동산 시장을 들끓게 했던 GTX-A노선이 2024년 개통한다. 사업 진행 속도가 가장 빠른 삼성~동탄(39.5㎞) 구간이 내년 3월, 운정~서울역(42.6㎞) 구간이 내년 하반기에 개통될 예정이다. 서울역~삼성역은 2028년 하반기 이후에나 개통될 것으로 점쳐진다.
GTX는 최고 시속 180㎞로 지하철(시속 80㎞)의 2배 이상이다. 이 노선이 개통되면 화성 동탄에서 삼성역까지 20분, 파주 운정에서 삼성역까지 23분이면 도달할 수 있다.
GTX-A노선은 속도와 노선 범위 등을 고려할 때 서울·수도권 부동산 시장 전반에 메가톤급 영향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그중에서도 특히 북쪽 끝과 남쪽 끝인 파주 운정 신도시와 화성 동탄신도시가 가장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동탄·운정·킨텍스 등의 택지지구 내 단지들은 최근 몇 년 동안 GTX 착공과 함께 시세가 급등했다.
다만 2023년에는 금리 인상의 직격탄을 심하게 받았다. 그러나 최근엔 전반적인 집값 하락 둔화와 함께 GTX-A 개통까지 다가오며 일부 반등 거래가 이어지고 있다. 운정역 바로 인근에 위치한 ‘운정신도시아이파크’ 전용면적 84.9㎡는 2021년 6월 9억5000만원에 신고가를 기록했지만 2023년 1월에는 6억2000만원으로 3억원 이상 급락했다. 이후 거래가 늘며 7억~8억원까지 실거래가가 오르고 있다. 동탄역 인근 ‘동탄역시범더샵센트럴시티’ 전용면적 84.8㎡는 2021년 8월 14억8000만원까지 오른 후 2023년 초 10억원까지 떨어졌지만 최근엔 11억~12억원까지 다시 반등했다. 이들 외에도 연신내와 용인, 성남, 수서 등 이 노선이 지나가는 지역은 부동산 가치가 대폭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GTX-A의 요금이 얼마로 책정될지다. 철도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GTX-A 개통식에 맞춰 요금 체계를 공개할 방침이다. 국토교통부는 수도권에서 전철이나 버스를 탈 때 환승 할인이 가능하도록 GTX 요금 체계를 구상하고 있다.
현재 GTX-A의 요금 체계로는 수도권 통합요금제를 기반으로 거리에 따라 별도 요금을 추가 지불하는 방식이 거론되고 있다. GTX-A를 10㎞ 이하로 이용할 경우(평일 기준) 기본요금 1250원에 별도요금 1600원을 더해 기본운임은 2850원 정도로 예상된다.
여기에 추가요금 5㎞당 250원을 부과하는 방식이다. 이 기준으로 적용하면 킨텍스역에서 삼성역까지 37.4㎞를 GTX-A를 타고 가면 4350원이 나온다. 하루 왕복요금은 8700원으로, 한 달 동안 출퇴근을하면 17만4000원 정도의 교통비가 발생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대화역~삼성역 구간 도시철도(49.4㎞) 요금(1850원)과 비교하면 2.4배, 광역버스 요금(3100원)에 비하면 1.4배 수준이다. 그러나 2023년 지하철과 버스 요금이 20% 이상 뛰어 실제 개통 당시에는 킨텍스부터 삼성역까지 GTX-A 요금이 1만원을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많다.
GTX 운임이 통합 환승 할인에 포함되면서 다른 수도권 지하철·일반시내버스·광역버스 등 대중교통과 함께 이용할 시 환승 할인이 된다. 현행 제도처럼 GTX에서 하차한 후 30분 이내 4번까지 환승이 가능하다. 이 과정에서 기본운임은 대중교통 이용 수단 중 최고액을 한 번 내고 거리운임을 추가로 낸다. 예를 들어 경기버스(기본운임 1450원)→GTX(기본 운임 1250원)→수도권전철(1250원)로 세 차례 환승 이동하는 경우 경기버스 기본운임만 내고 나머지는 각 이동수단별 거리운임만 낸다. 특히 GTX-A와 앞으로 건설되는 B·C노선 간 환승은 무료다. 다만 SRT, KTX 등 고속철도와는 환승 할인이 연계되지 않는다.
일각에서는 GTX 사업이 성공하려면 요금제를 더 다양하게 만들고 출퇴근 시간대 할인 방안 등을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본에서는 수도권 통근열차 요금이 1만2000원에 달하지만, 이용자 부담을줄이기 위해 정부나 직장에서 교통비를 부담한다. 국토부도 비슷한 형태의 요금 할인 체계를 검토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도 경기도 화성 동탄역에서 열린 광역교통 국민간담회에서 “서민들 주머니 사정으로 GTX가 부담이 어느 정도 된다고 생각한다”며 “출퇴근 20%, 등하교 청년 30%, 저소득층과 어려운 서민은 약 53% 최대 할인율을 차등 적용하고 나머지는 중앙·지방정부 재정으로 분담해서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GTX 요금을 내년 상반기 도입되는 대중교통 요금 할인 정책 ‘K패스’에 포함하겠다고 공개 약속한 셈이다.
GTX-A를 제외하면 수도권에서 가장 주목받는 전철 노선은 별내선이다. 정확히는 지하철 8호선 연장선으로, 8호선 암사역부터 남양주 별내별가람역까지 잇는다.
이 노선은 남양주 일대 신도시에 거주하는 주민들에겐 꼭 필요하다. 남양주시에는 경의중앙선과 경춘선이 지나가지만 모두 가로 방향으로돼 있어 서울은 강북 지역만 연결이 가능했다. 별내선은 세로로 뚫리는 노선이기 때문에 서울 강동이나 송파, 나아가 강남 일대로 진입하는 데 큰 도움을 줄 전망이다. 실제로 현재 별내역에서 잠실역까지 지하철을 이용하면 50분가량 걸린다. 하지만 별내선이 뚫리면 소요 시간이 27분으로 줄어든다.
일각에선 별내선 개통과 함께 구리시의 가치가 올라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구리는 서울과 붙어 있다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교통 여건이 좋지 않아 저평가된 측면이 많았다. 실제로 별내선 3개 역사가 구리시를 관통한다.
또 이 노선에 버스로 접근이 가능한 서울 고덕신도시도 일정 부분 수혜를 입을 수 있다는 분석이 많다. 이 노선은 원래 2023년 9월 개통이 예정돼 있었다. 하지만 여러 이유로 2024년 6월로 일정이 밀린 상태다.
서해선은 2018년 6월 소사~원시선이 가장 먼저 개통됐다. 그러다 2023년 6월 대곡~소사선이 뚫리면서 일산까지 노선이 연장됐고, 연말에는 원시역에서 남쪽으로 2정거장 아래인 송산역까지 또 길어진다. 현재 서해선 전철 운행 노선의 북쪽 끝이 일산이라면, 남쪽 끝은 화성 남양 신도시가 되는 셈이다.
2024년에는 서해선을 충남 홍성까지 잇는 홍성송산선이 개통된다. 당초 개통 예정 시기였던 2023년 12월보다 6개월 정도 밀릴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국토부는 지난해 ‘제4차 국가철도망 계획’에 반영된 사업 중 서해선~경부고속선 연결선의 사전타당성조사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서해선~경부고속선 연결선은 평택 청북면 부근 서해선과 화성 향남읍 부근 경부선까지 약 6.7㎞ 구간을 직결하는 사업으로 2028년 준공될 예정이다. 서해선 복선전철이 개통되고, 경부선고속철도 직결 공사까지 끝나면 서해선 KTX가 가능하다.
이 사업이 완료되면 평택, 아산, 당진, 홍성 등에서 서울까지의 이동 시간이 대폭 줄어들 전망이다. 서해선 안중역(2024년 10월 개통 예정)이 지나는 서평택 안중읍에서 서울역까지는 현재 버스, 전철 등을 이용해 1시간30분 이상 소요된다. 하지만 서해선과 경부선이 직결되면 환승 없이 30분대에 이동할 수 있고, 약 2시간이 걸리는 홍성~서울 구간도 40분대로 대폭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서해선이 중요한 것은 교통이 낙후된 것으로 유명한 경기·충청권 서해안 지대 가치를 재조명해주기 때문이다. 경기도 평택과 화성, 충남 당진과 홍성 등이 대표적인 수혜 지역으로 꼽힌다.
부전마산선은 수도권 철도는 아니지만 지방에선 꽤 의미가 있는 철도다. 경상남도 창원과 김해, 부산광역시를 잇는다. 지금도 이 세 도시를 연결하는 ‘경전선’은 있다. 하지만 밀양 삼랑진까지 올라갔다 내려가는 노선이어서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단점이 있었다.
부전마산선은 부산과 김해, 창원을 직선으로 이어 이 문제를 해결해준다. 창원중앙역에서 환승하면 마산역(경전선)에서 부전역까지 38분이면 도달 가능하다. 1시간 20분이 훌쩍 넘던 기존 노선과는 천지 차이인 셈이다. 비싼 요금(6200원 예상)이 문제지만, 마산에서 부산으로 철도로 출퇴근하는 것도 불가능하지 않다. 특히 이 노선이 지나가는 부산·창원·김해 세 도시의 인구만도 약 486만명이라 지역 주민들의 기대가 상당하다.
국토부는 마산~부전 구간에 KTX-이음 열차를 투입한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이렇게 되면 부전~울산 구간을 운영 중인 동해선 광역 철도와도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 최근 이슈인 부울경(부산·울산·경남) 클러스터를 탄생시킬 기반이 만들어지는 셈이다. 이 노선은 원래 2021년 개통될 예정이었지만 2020년 낙동강 구간에서 붕괴 사고가 일어나 일정이 밀렸다. 현재로선 2024년 상반기께 개통할 가능성이 높다.
이 밖에도 포항~동해(172.8㎞) 구간을 전철화해 개통하는 동해선도 영덕·울진 등 동부 해안가 지역의 접근성을 크게 개선한다. 또 대구도시철도 1호선은 안심역에서 하양역까지 구간이 연장된다.
손동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