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미국 증시에서 상승률이 가장 높은 대형주는 엔비디아였으며 다음으로는 비만치료제 ‘마운자로’를 개발하고 있는 일라이릴리였다. 일라이릴리는 미국 헬스케어 업종 부동의 1위였던 존슨앤드존슨을 넘어 시총 1위에 등극했으며 덴마크 회사 노보노디스크 역시 LVMH를 꺾으며 유럽 증시 내 시총 1위를 차지했다. 성장 업종에 대한 희소성 프리미엄이 있는 유럽 증시에서 신생 헬스케어 회사가 전통의 명품 회사를 제친 것이다.
올 4분기 증시에서 바이오 업종이 다시 한번 빛을 볼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해외 증시에서 비만치료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앞으로 국제 헬스케어 학회도 다수 포진돼 있어 신약 개발 모멘텀이 주목받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국내에서 8월 액티브 바이오 및 헬스케어 상장지수펀드(ETF) 2종이 나란히 상장되면서 관련 업종·테마에 대한 관심을 환기하고 있다. 관련 ETF에 자금이 유입되면 결국 보유 종목의 주가가 올라가 업종 전체에 대한 온기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기대다. 다만 일부 중소형 바이오 종목들은 이미 큰 폭의 주가 상승으로 밸류에이션 부담과 변동성이 커진 만큼 집중투자보다는 분산투자의 묘가 필요한 시점이다.
상반기 한국 증시를 이끌었던 주도주 2차전지의 모멘텀이 둔화되고 있다는 점도 바이오 투자 모멘텀을 키우는 요인이다. 변준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4년 연속 주도력을 보인 이후 5, 6년 차 주가는 평균적으로 하락했다”며 “2~3년의 인플레이션 기간 동안 주도력이 있었던 업종의 비중을 줄이고 주도력이 없었던 업종의 비중을 늘릴 시점이다”라고 말했다. 그동안 코스닥에서 2차전지, 엔터, IT, 로봇 관련주들의 주가는 급등했지만 바이오 업종의 주가는 크게 움직이지 않았다. 업종 키 맞추기 차원에서 바이오 업종들의 주가가 4분기부터 본격적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9월까지는 의료 AI와 일부 신약 임상시험 재료가 있는 소수의 종목만 오르는 양상을 보였다. 또한 신종 호흡기 질환의 주기를 볼 때 2000년 이후 사스부터 코로나19까지 5~6년 단위로 글로벌 신종 호흡기 질환이 주기적으로 발생했다. 이러한 시기에는 헬스케어 종목들이 시장을 크게 앞서는 성과를 보였다. 중장기적 관점에서 글로벌 고령화 역시 고려해야 할 요인이다. 올여름 전 세계를 강타했던 폭염도 헬스케어 섹터에 대한 관심을 키울 것으로 보인다. WHO는 폭염을 인류 건강에 가장 위험한 자연재해 중 하나로 규정했는데 이상고온이 지속될 경우 온열 질환, 심혈관계 질환 증가는 물론 감염병 질환의 발생률을 높이기 때문이다. 이나예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지구온난화로 의료서비스 수요 증가가 불가피한 만큼 제약·바이오 기업의 사회적 가치와 미래 성장성에 주목해야 한다”며 “ 저소득 국가의 백신 자립도를 높여줄 SK바이오사이언스와 알레르기 신약 후보를 개발하는 지아이이노베이션 등이 성장 잠재력이 높다”고 내다봤다. 2027년까지 의약품 시장 성장을 견인할 주요 질환 치료제군 중 가장 높은 성장성을 보일 치료제군은 비만치료제로서 연평균 성장률이 연간 35%를 웃돌 전망이다. 특히 비만치료제는 보험 급여 확대를 위해 단순 비만 환자 대상에서 심혈관계 질환, 관절 질환, 수면 무호흡증 등 비만과 관계가 높은 만성 대사 질환으로 적응증을 확대하는 임상에서 유효성을 보이고 있어 확장성도 크다.
다만 제약·바이오주는 실적이 나오지 않은 상태에선 주가가 떠오르다가 막상 실적이 나온 상태에선 주가가 크게 움직이지 않을 수도 있는 측면이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8월 초 국내외 제약사들 실적 발표 후 하반기 실적 모멘텀이 예상되는 기업들 중심으로 기대감이 주가에 반영됐으나 주가 상승이 지속되지 못했다. 제약주들이 잠시 반등했지만 모멘텀이 약했고 의료AI 관련주 등 소수의 중소형주들만 큰 폭의 주가 상승을 보였다.
오히려 실적 모멘텀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에서 AI, 로봇, 바이오 같은 테마성 재료들의 교집합인 의료AI 주들에 수급이 몰렸기 때문이다. 과거엔 신약 개발이 바이오 기업들의 주된 주가 모멘텀이었다면 이제 개발기간이 길고 불확실성이 큰 신약보다는 당장 의료현장에서 활용 가능한 진단 솔루션을 제공하는 의료 AI에 시장의 수급이 몰린 것이다. 9월 11일 코스닥 시장에서 임상시험수탁기관(CRO) 기업인 드림씨아이에스는 전 거래일 대비 가격상승 제한폭(30%)까지 오르기도 했다. 이날 드림씨아이에스가 의료용 AI 진단 솔루션 기업과 함께 임상시험 결과를 예측하는 분석 솔루션 개발을 준비 중이라는 하나증권 보고서가 나오면서 가격이 급등한 것이다. 국내 AI진단 기업들은 올 초 생성형 AI의 적용 영역에 대한 관심이 커지자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의료 AI 산업은 전 세계적으로 스타트업이 주도했는데 2022년 금리 인상과 비상장 투자 유치 과정의 밸류에이션 부담 때문에 기업상장(IPO)이 막히자 이미 상장돼 있는 국내 기업 외 글로벌 기업들을 찾기 힘든 것이 장점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루닛이나 뷰로 등의 대표적인 의료AI 업체들은 의료영상 분석을 통한 임상의 사결정에 보조 솔루션을 제공한다. 다만 대부분의 의료AI 기업들이 아직 본격적인 매출이 일어나기 전이라 적자 상태를 지속하고 있어서 향후 자금 조달을 위한 유상증자 등의 이슈가 생길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김충현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국내 AI진단 기업 투자 시에는 해외 시장에서 꾸준히 성과를 내고 현금 소진에 대비한 재무전략을 마련한 기업을 선별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바이오 기업에 대한 투자는 단일소수 종목으로 압축할지 펀드나 ETF를 통해 분산투자를 할지로 나뉜다. 물론 파이프라인에 대한 확신이 있다면 단일소수종목 투자도 할 만하다. 제약·바이오 종목들은 신약 개발 모멘텀이 전해지면 강하게 주가가 반응하는 것이 특징이다. 9월 초 일동제약은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대사성 질환 신약 후보물질 ‘ID110521156’의 임상 1상 시험 계획을 승인받았다는 소식에 일동홀딩스와 함께 나란히 상한가까지 올랐다. 최근 비만과 당뇨병 치료 분야가 전 세계적으로 각광받고 있다는 이유로 임상시험 1상 성공도 아닌 시작만으로 상한가까지 갈 수 있는 재료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호재가 기대되는 개별 종목에 투자하려는 투자자가 많다.
그러나 고위험 고수익인 상황에서 임상 시작부터 성공까지 많은 시간과 불확실성을 견뎌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다수 종목에 분산투자하는 간접투자 방식이 마음 편한 투자가 될 수 있다. 삼성액티브자산운용에서 8월 출시한 ‘KoAct 바이오헬스케어액티브’는 주로 시가총액이 큰 대형 제약사들 비중이 높다. 9월 11일 기준 1개월 수익률은 0.8%다. ‘TIMEFOLIO K바이오액티브’는 모멘텀이 큰 중소형 바이오 주를 주로 담고 있다. 8월 17일 상장했는데 9월 12일까지 15.3%가 늘었다. 변동성이 크기는 하지만 주가 상승 폭이 컸던 종목들을 다수 담고 있어 바이오 투자자들의 성향에 맞는 ETF라고 할 수 있다. 패시브ETF는 TIGER헬스케어, TIGER200헬스케어, KBSTAR헬스케어, KODEX헬스케어, ARIRANG KRX300헬스케어 등이 있는데 주로 인덱스를 따라 대형주 위주를 담다 보니 구성 종목은 비슷한 편이다. TIGER200헬스케어는 코스피200 종목 내 헬스케어를 담다 보니 셀트리온, 유한양행, 삼성바이오로직스, SK바이오팜, 한미약품, SK바이오사이언스 등을 담고있다. KODEX헬스케어는 KRX300헬스케어 인덱스를 쓰다 보니 코스닥 종목까지 두루두루 담고 있어 루닛, 알테오젠, 메디톡스 등도 들어가 있다. 대표적 액티브펀드인 미래에셋한국헬스케어펀드는 6개월 수익률 22.6%, 1년 수익률은 15.9%다. 코스닥 비중이 68%로 올해 코스닥이 코스피보다 성과가 좋은 덕에 높은 수익률을 올렸다. DB바이오헬스케어 펀드는 9월 11일 기준 6개월 수익률 7.8%, 1년 수익률 3.1%를 기록하고 있다. 보유 주식은 셀트리온 그룹 주식 비중이 18%로 높은 편이며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전자, 유한양행, 레고켐바이오 등이 있다. 성장 가능성이 큰 종목 발굴에 집중하는 한편 변동성이 큰 헬스케어 섹터 특성을 고려해 전환사채(CB) 투자 등을 통해 변동성 완화를 추구한다. 바이오 기술을 활용한 모든 산업이 투자 영역이다.
김제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