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2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경내 만찬장에 별안간 피자로봇이 등장했다. ‘대한민국 중소기업인대회’ 만찬 식탁에 올릴 피자를 만들기 위함이었다. 임재원 고피자 대표가 자체 개발한 조리로봇인 ‘고봇(GOBOT)’과 ‘고븐(GOVEN)’은 빠르고 정교한 속도로 피자를 구워냈다. 피자를 굽는 과정을 지켜본 윤석열 대통령은 “해외 사업 현황은 어떤가?” 등의 질문을 던지며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이날 서빙된 메뉴는 한국적인 맛의 ‘K-불고기 피자’와 인도인의 입맛을 사로잡은 ‘인도 탄두리 치킨 피자’였다. 국내는 물론 해외 시장 공략에 성공한 고피자의 강점을 메뉴에서 드러냈다. 특히 인도에서 고속 성장 중인 고피자의 현지 대표 인기 메뉴 ‘인도 탄두리 치킨 피자’를 국내에서 처음 선보이는 자리였다. 현장 반응도 뜨거웠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포함한 참여 기업인들은 고봇과 고븐을 둘러보며 고피자의 뛰어난 푸드테크 기술에 관심을 보였으며, 고피자의 빠른 제조 속도와 피자 맛에 놀랐다는 후문이다.
‘혼자 먹을 건데, 피자는 왜 이렇게 크고 비싼 걸까?’
고피자는 카이스트 출신 30대 최고경영자(CEO)인 임재원 대표가 2016년 서울 여의도 야시장 푸드트럭으로 시작한 푸드테크 기업이다. 자취생이었던 임 대표는 어느 날 피자를 먹으려다 3만원에 육박하는 커다란 피자들을 둘러보고 햄버거집으로 발길을 돌렸다고 한다. 햄버거를 먹으며 들었던 생각은 ‘피자를 맥도날드처럼 먹고 싶다’였다. 고피자의 시작이었다.
사회초년생이었던 임 대표는 피자집에서 주말 아르바이트를 하며 공부했다. 피자가 즉석식이 되지 못하는 이유는 바로 ‘시간’이었다. 비싸고 느리고 혼자서는 먹기 힘든 피자를 즉석식처럼 부담 없이 편리하게 즐기기 위해서는 빠르게 구워야 했다. 실제 고피자의 주방은 여느 피자집과는 다르다. 도우 성형, 토핑 올리기, 피자 굽기 등 다양한 과정을 거쳐야 하는 주방에 직원은 대부분 1명뿐이다. 미리 초벌된 수타 파베이크 도우를 토핑 테이블에 올리면 인공지능이 어떤 재료를 얼마나 올려야 할지 알려준다. 토핑 작업이 완료되면 피자는 컨베이어 형식의 자동화덕 안으로 들어간다. 피자가 구워지는 데 걸리는 시간은 3분 내외다. 일반 화덕에서처럼 골고루 구워지도록 삽을 돌려줄 필요도 없다. 피자가 다 구워지면 로봇팔이 피자를 자르고 메뉴에 맞는 소스를 뿌리는 동시에 다른 음식이 준비되는 동안 식지 않도록 온열 장치로 맛을 지킨다. 똑똑하게 완성된 피자의 가격은 4900원부터 시작한다.
이러한 자동화를 위해서는 다양한 기술이 가미된다. 먼저 화덕을 소형화 및 자동화해 300도가 넘는 직화로 1시간에 100판을 구워내는 고피자만의 특허받은 오븐인 ‘고븐’과 초벌된 형태의 반죽인 ‘파베이크 도우’가 탄생했다. 2017년 특허 등록을 완료한 고븐은 기존 피자 오븐과 화덕의 장점을 결합해 3분 안에 피자 조리가 가능한 자동 화덕이다. 고피자 관계자는 “일반 피자 오븐이 시간당 60~100판 생산할 수 있는 것과 달리 고븐 2.0(GOVEN2.0)의 경우 시간당 약 140판의 피자 조리가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도우를 만드는 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피자인 만큼 관련 프로세스 개선을 위해 파베이크 도우를 개발했다. 이는 빵 반죽을 70~80%만 구운 후 급속 냉동한 것으로 오븐 등에 일정 시간 동안 추가 가열해 섭취하는 베이커리 방식을 의미한다.
이창희 삼성증권 연구원은 “고피자의 파베이크 도우는 제조 후 약 6개월간 보관할 수 있으며, 생이스트 저온 발효 방식을 도입해 경쟁사의 1인용 피자 대비 맛이 뛰어난 것이 특징”이라며 “최근 5년간의 내부 R&D(연구개발)를 통해 출시된 ‘크리스피 빠삭 도우’는 프랜차이즈 기준 최고 수준의 도우로 평가되며 향후 성장이 기대되는 제품”이라고 밝혔다.
한편, 고피자는 2022년 9월 충청북도 음성군에 대지면적 2000평 규모의 ‘파베이크 도우 이노베이션 센터(월 100만 장 생산능력)’를 완공하고 가동을 시작했다. 공장의 약 90%의 생산 설비가 자동화로 운영되며, 파베이크 도우를 자체 생산해 모든 점포에 공급하고 있다. 이 외에도 고피자는 인공지능(AI) 기술을 가미한 ‘스마트 토핑 테이블’을 개발했다. 일명 고비스 AI(GOVIS AI)라고 불리는 시스템은 토핑에 대한 정보를 인식하고, 수집, 분류, 평점, 교육이 가능하다. 실제로 고피자는 GOVIS AI를 통해 전 세계 매장의 직원들을 교육하고, 토핑 정확도를 데이터베이스화해 보관 및 활용하는 데 사용한다. 마지막으로 피자로봇 ‘고봇 스테이션’은 피자를 자동으로 인식해 퀄리티를 체크하고, 자동으로 커팅 및 소스와 파우더를 뿌려주는 기계다. 시간당 60판의 피자 커팅과 보온 보관이 가능해진다.
국내 외식 시장의 경쟁은 어느 국가 못지않게 치열하다. 고피자는 이러한 국내 시장 공략과 함께 해외 시장 진출에 열을 올리고 있다. 고피자는 국내 시장 대비 경쟁 강도가 낮고, 피자 소비 연령대가 많은 성장 국가를 중심으로 해외 진출을 확대할 계획이다.
고피자는 지난 6월 26일, 가장 최근 진출한 인도네시아 시장에서의 3호점인 ‘몰오브인도네시아(MOI)점’을 오픈했다. 이로써 고피자는 해외 매장 55호점 돌파라는 쾌거를 이뤄냈으며, 연내 해외에서만 100호점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향해 순항하고 있다. 2019년 5월, 해외 진출의 전초기지로서 인도 시장의 잠재력과 가능성을 보고 인도의 실리콘밸리라 불리는 뱅갈루루에 1호점을 오픈하며 본격적인 글로벌 진출에 나선 이후, 올해 지난해보다 200% 이상 상승하며 꾸준한 매출 성장세를 보인다. 100% 자회사 구조를 통해 직영점만 출점하며 국내 외식 업체로서는 이례적인 행보를 보인 고피자 인도법인은 어느새 30호점을 돌파했다.
싱가포르 역시 인도와 더불어 빠른 성장을 이뤄내고 있다. 2020년 3월 첫 싱가포르 매장을 시작한 이래 현지 법인 설립을 통해 싱가포르에 직접 진출했으며, 현재 싱가포르 내 피자 프랜차이즈 업체 중 시장점유율 3위를 달성하며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했다. 올해 8월에는 세계공항 순위 1위를 차지할 만큼 명성이 높은 싱가포르 창이 국제공항 내에도 매장을 시작하는 등 구체적인 성과를 바탕으로 2024년까지 시장점유율 2위 도약을 목표로 하고 있다. 고피자는 이러한 국가별 성과를 기반으로 거래액과 매출액도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현재 해외 거래액은 월 10억원을 돌파했으며, 매출액도 전체 매출의 40%가 해외에서 발생하고 있다. 인도 및 싱가포르의 가파른 성장세에 힘입어 추가로 일본, 말레이시아, 대만, 태국 등에 진출을 앞두고 있으며 연내 해외에만 100호점을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최근 고피자는 중기부 ‘예비유니콘 특별보증’ 지원대상 기업으로 선정되는 등의 성과를 이어가고 있다. 고피자 관계자는 “임직원들의 노력과 전 세계 고객들의 사랑을 바탕으로 국내와 해외에서 균형 있는 성장을 이뤄가고 있다”라며, “국내 최초의 F&B 유니콘이 되기 위해 해외 시장에서 반드시 성공하겠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이창희 연구원은 “고피자 매출의 약 30%는 싱가포르, 인도 등 해외 국가에서 발생하고 있고 향후 미국을 포함해 글로벌 국가로 시장 진출을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라며 “외식 산업의 경우 맛에 대한 퀄리티 컨트롤이 중요한 만큼 해외에서의 매장 오퍼레이션 등 전반적인 관리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라고 조언했다.
고피자의 매력 중 하나는 기존 피자 맛에 한식을 가미한 여러 메뉴가 존재한다는 점이다. 불고기 피자, 양념치킨 피자 등이 대표적이다. 이 외에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해외 시장에서 비건식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는 만큼 비건 피자도 개발했다. 고피자는 동남아는 물론 세계 시장에서 한
국 문화에 관한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해외 진출에 속도를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고피자는 지난해 10월 총 250억원 규모의 시리즈C 투자 유치를 마쳤다. 미래에셋증권, GS벤처스, CJ인베스트먼트, 엔코어벤처스 등의 대기업 및 해외에 LP를 둔 신규 주주들을 비롯해 캡스톤파트너스, DS자산운용, 빅베이슨캐피탈 등 기존 주주들도 참여했다. 고피자의 현재까지 누적 투자 유치 금액은 총 450억원으로, 투자 후 기업가치는 1500억원을 인정받았다. 확보된 투자금으로 해외 성장세에 본격적으로 가속을 내고, 자체 개발한 푸드테크 기술의 상용화도 앞당길 계획이다.
임재원 고피자 대표는 당시 “어려운 투자 시장에서도 기존 주주의 후속 투자와 함께 명망 있는 신규 투자자로부터 회사의 성장성과 미래 가치를 인정받아 기쁘다”라며 “이번 시리즈C 투자 유치를 통해 고피자의 빠르고 유기적인 성장을 가속화하고 글로벌 사업의 성공을 이뤄내는 국가대표 브랜드로서 자리잡겠다”라고 밝혔다. 허준녕 GS벤처스 대표는 “고피자는 탄탄한 푸드테크 기술력을 바탕으로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을 만들며 해외로 적극적으로 확장하고 있는 글로벌 B2C 브랜드”라며 “고피자가 국내외에서 GS그룹과 여러모로 협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 투자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한편 고피자는 최근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에 동행한 방미 경제사절단 참여를 계기로 미국 현지의 글로벌 투자사로부터 1000만달러(약 130억원) 규모의 투자를 제안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현재 미국 투자사 외에도 다양한 글로벌 투자사들과 투자를 논의 중이다. 하지만 임 대표는 “한 번에 큰 금액을 투자받는 것보다는 회사 규모에 맞게 단계적으로 투자를 유치해나갈 생각”이라고 밝혔다. 고피자는 이번 투자 유치를 통해 내년 하반기 미국에 첫 파일럿 매장을 시작하고 피자의 본고장인 미국 시장 진출을 발판 삼아 북미·유럽 등으로 영토를 확장해가겠다는 목표다. 한편 고피자는 북미 시장 진출과 함께 2025년 이후 미국 상장을 계획하고 있다.
[박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