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에 재건축 훈풍이 불고있다. 정부의 재건축 규제 완화에 힘입어 단지 규모에 관계없이 재건축 사업에 탄력이 붙으면서 1만 가구 이상이 정비사업 대상이 될 전망이다. 특히 송파구 대표 재건축 잠룡인 ‘3인방’이 움직이고 있어 눈길을 끈다. 잠실동 아시아선수촌(1356가구), 방이동 올림픽선수촌(5540가구), 문정동 올림픽훼밀리타운(4494가구) 등 이른바 ‘올림픽 3대장’이 사업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보통 송파구 재건축 하면 잠실주공5단지를 떠올리지만, 이들 3개 아파트도 그에 못지않은 잠재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 중 속도가 가장 빠른 단지는 올림픽훼밀리 아파트다. 올림픽훼밀리는 1월 말 송파구의 정밀안전진단에서 E등급(44.73점)을 받아 재건축이 확정됐다. 2021년 9월 재건축추진준비위원회를 구성한 지 1년 4개월 만이다.
1988년 준공된 올림픽훼밀리는 지상 최고 15층, 56개동, 4494가구 규모다. 서울 지하철 3·8호선 환승역인 가락시장역이 단지 정문 쪽, 8호선 문정역이 후문 쪽에 있는 역세권 단지다. 가락시장을 중심으로 북쪽엔 헬리오시티, 남쪽엔 올림픽훼밀리가 있는 셈이다.
이 아파트는 모든 평형이 30평형대 이상의 중대형으로만 구성돼 있다. 다른 올림픽 3대장도 비슷하지만 송파구에서 중산층 이상이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근처에 있는 가원초등학교도 꽤 유명한 학교다.
하지만 올림픽훼밀리 남쪽의 문정2동은 개발이 더뎌 오랫동안 낙후돼 있었다. 올림픽훼밀리가 ‘조금 외진 곳’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던 이유다. 그러나 최근 개발 호재들이 잇달아 몰리면서 분위기가 바뀌는 양상이다. 우선 주거환경에서 ‘감점 요인’이었던 가락시장의 현대화 작업이 마무리됐고, 단지 남측엔 문정법조단지가 들어섰다.
또 탄천 건너 수서역세권 개발사업의 수혜도 볼 수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수서역세권 개발사업은 환승센터와 차량기지 개발사업으로 나뉘어 있는데, 환승센터 복합개발사업은 SRT 수서 역세권 내 11만5927㎡ 규모에 백화점을 비롯한 상업·업무 시설을 짓는 프로젝트다. 서울시는 또 최근 지금의 수서차량기지 위를 인공 데크로 덮어 차량기지 기능은 데크 하부에 두고 데크 상부와 주변에는 녹지공간, 9~16층 건물을 올린다는 구상을 밝히기도 했다.
교통 여건도 좋아질 전망이다. SRT·3호선·수인분당선 환승역인 근처 수서역에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A노선이 들어서고, 가락시장역엔 위례신사선이 지나갈 예정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위례신사선이 올림픽훼밀리타운을 관통하는 만큼 안전문제를 제기하는 주민과 개발 호재로 보는 주민들 사이 의견이 맞서고 있는 점은 풀어야 할 문제다.
다만 올림픽훼밀리는 용적률이 194%대라 재건축 사업성이 매우 뛰어나진 않다. 근처 성남공항 때문에 고도제한의 영향도 받는다. 개발업계에선 “근처 아파트 단지들을 기준으로 계산해 보면 최고 25~28층까지는 재건축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재건축이 불가능하진 않지만 사업성이 아시아선수촌이나 올림픽선수촌보다 월등하다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올림픽선수촌 아파트는 2월 중순 재건축 확정 통보를 받았다. 지난해 3월 1차 정밀안전진단에서 53.37점으로 D등급을 받아 조건부 재건축 판정을 받은 지 약 11개월 만이다.
당초 올림픽선수촌은 조건부 재건축 판정을 받으면서 공공기관 적정성 검토(2차 안전진단)를 앞둔 상태였다. 그러나 정부가 1월 초 발표한 재건축 안전진단 규제 완화로 기존 안전진단 결과가 소급 적용되면서 재건축이 확정됐다. 이 아파트는 서울시 신속통합기획을 거쳐 최고 45층 높이 재건축을 추진할 계획이다.
올림픽선수촌은 ‘올림픽 3인방’ 중에선 가장 동쪽에 위치해 있다. 최근 분양돼 화제가 됐던 둔촌주공(올림픽파크포레온)과 보성고등학교를 사이에 두고 붙어 있다.
송파구에서도 가장 동쪽이긴 하지만 대중교통 입지는 훌륭하다. 5·9호선 환승역인 올림픽공원역과 접해있기 때문이다. 9호선 급행역이기도 해 도심·여의도·강남 등 어느 업무지구로든 이동하기에 편리하다. 3개 단지로 나뉘어 있을 정도로 규모가 크기 때문에 동마다 지하철역까지 거리가 천차만별이기는 하지만 올림픽선수촌3단지 주민이라면 9호선 둔촌오륜역을 이용할 수도 있다. 자동차로는 서하남나들목(IC)을 통해 수도권제1순환고속도로, 중부고속도로를 타기 편리하다.
이 단지의 가장 큰 특징은 올림픽공원과 도로 하나를 두고 붙어 있다는 점이다. 단지 안으로 성내천이 흐르기 때문에 분위기도 우리나라 아파트 단지와는 사뭇 다르다.
높은 대지 지분(아파트 가구당 토지 면적)도 장점이다. 같은 제3종일반 주거지역인데도 용적률이 아시아선수촌(152%)이나 올림픽훼밀리타운(194%)보다 낮은 137%다. 건폐율도 12%에 불과해 동 사이 간격이 넓어 탁 트여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올림픽선수촌은 대지 지분당 가격도 다른 두 아파트보다 저렴한 편이다. 가장 최근 실거래 가격을 기준으로 올림픽선수촌은 대지 지분당 약 7223만원(대지 83.15㎡, 공급 132㎡A, 실거래가 18억2000만원)이며 아시아선수촌(대지 98.833㎡, 공급 124㎡A, 실거래가 30억원)은 1억16만원이다. 올림픽훼밀리타운(대지 56.3223㎡, 공급 138㎡, 실거래가 17억1000만원)은 1억19만원이다. ‘올림픽 3인방’ 중에선 가격이 저평가돼 있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 아시아선수촌은 지난 6월 정밀안전진단을 최종 통과하며 ‘올림픽3인방’ 중 마지막 차를 탔다. 5월에 진행된 1차 정밀안전진단 결과 조건부 재건축(D등급) 판정을 받았는데 2차 안전진단이 불필요하다는 의견이 모여 재건축이 확정됐다. 지난해까진 D등급을 받으면 무조건 2차 정밀안전진단(적정성 검토)을 추가로 받아야 했지만 올해 1월 국토교통부가 재건축 안전진단 규제를 완화하며 관할 구청이 2차 정밀안전진단을 실시할지 여부를 재량으로 판단하게 된 혜택을 받은 셈이다.
대부분의 가구가 중·대형 평형으로 구성돼 사업성이 우수하다는 평가다. 아시아선수촌 역시 탄력을 받으면 ‘올림픽 삼형제’에서만 1만1390가구 재건축이 이뤄진다.
이 아파트의 가장 큰 장점은 뛰어난 입지다. 서울지하철 2·9호선 환승역인 종합운동장역과 5분 거리에 위치해 있고, 탄천을 건너면 바로 삼성역이다. 잠실역 인근 업무지구와도 지하철로 두 정거장이다. 입지 자체로 보면 웬만한 강남권 아파트 중에서도 최상위권이다.
그러면서도 단지 안에 녹지가 풍부한 데다 바로 옆에 아시아공원이 있고 옆으로 탄천이 흘러 주거환경도 쾌적하다는 평가다. 동 간 간격도 넓고 대지 지분도 상당해 재건축 속도는 ‘올림픽 3인방’ 중에서 가장 느리지만 파괴력은 가장 강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로 아시아선수촌 아파트는 1990년대에는 압구정 현대아파트, 서초동 삼풍아파트와 더불어 서울 3대 랜드마크 아파트로 꼽혔다. 지금은 그 명성이 조금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잘 지은 아파트’로 꼽힌다.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선수단 5000여 명이 숙소로 사용할 목적으로 지어졌기 때문에 설계에서부터 시공까지 상당히 까다롭고 엄격한 품질관리를 통해 건축됐다.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국제현상설계 공모까지 실시했다. 지하주차장 도입, 필로티 구조, 1층 정원 등 당시로는 혁신적이었던 설계를 도입했다. 국내 건축사에서도 아파트 설계의 변혁 모델로 자주 거론된다.
송파구에는 이들 3개 단지 외에도 준공 30년을 넘긴 노후 단지가 많아 앞으로 재건축 속도전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서강석 송파구청장은 이날 “서울시와의 긴밀한 협의를 통해 신속한 재건축 사업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재건축을 추진하는 구내 노후 단지는 총 31곳에 달한다. 현재 안전진단 절차를 밟고 있는 단지는 ▲가락대림 ▲오금대림 ▲오금삼성 ▲거여현대2차 ▲한신잠실코아 등 총 5개 단지다.
안전진단을 완료해 재건축을 확정지은 단지는 총 7곳이다. 올림픽 3대장을 포함해 ▲가락우창 ▲한양1차 ▲풍납극동 ▲풍납미성 등이 대상지다. 조합설립을 마친 단지는 총 3곳이다. 이 중 장미아파트는 지 지난해에 서울시 신속통합기획 대상지로 선정된 바 있다. 신통기획이란 서울시와 주민들이 정비계획을 함께 만드는 제도다. 방식은 기획방식과 자문방식 2가지로 나뉘는데 장미아파트는 기획방식으로 진행 중이다.
사업시행계획인가를 받기 위해 절차를 밟는 단지는 총 11곳에 달하기도한다. 송파구 재건축 대표주자인 잠실주공5단지가 이 단계에 속해 있다. 다만 서울시가 올해 들어 35층 높이 제한을 폐지한 만큼 잠실주공5단지는 정비계획 변경을 추진하고 나섰다. 동시에 신통기획 자문방식을 신청해 사업 속도를 높이겠다는 입장이다. 잠실주공5단지 재건축조합 관계자는 “3종 일반주거지역은 50층 이하, 준주거지역으로 상향이 가능한 곳은 70층 이하로 높이를 계획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멈춰 있던 재건축이 동시다발적으로 추진되기 시작하면서 사업성만큼 (인허가) 속도가 중요해졌다”며 “이주 시점의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지자체가 조정에 나설 테니 앞순번을 차지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순번에 따라 단지별로 재건축 시점이 몇 년 이상 차이가 날수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물론 전문가들은 송파구 일대 아파트들의 재건축이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단지를 제외하면 초창기 단계로,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재건축 아파트는 부동산 경기 흐름을 심하게 탄다. 실제로 최근 가라앉은 시장 분위기 때문에 ‘올림픽 3인방’ 등 송파구 일대 재건축 아파트들은 안전진단이 통과됐음에도 불구하고 실거래가가 상승 곡선을 그리지 못하고 있다. 특히 재건축은 안전진단을 통과해도 정비구역 지정, 추진위원회·조합 구성, 사업시행·관리처분 등 각종 인허가와 분양 과정 등을 거쳐야 한다.
매일경제 부동산부 손동우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