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러코스터 타는 위험 투자일까, 안정적인 성장 투자일까.
베트남과 브라질에 투자하는 펀드 수익률이 최근 몇 개월 사이 크게 오르락내리락하며 요동쳤다. 지난해 12월 15일 기준 베트남 펀드의 한 달 수익률은 14%에 달했는데 올해 2월 15일 기준으로 0.92%에 머물렀다. 최근 3개월 수익률은 15.6%에 달하는데 6개월 수익률은 -15%에 불과하다. 한마디로 롤러코스터를 탄 셈이다. 브라질 펀드도 상황은 비슷하다. 지난해 12월 15일 기준 -5.6%에 머물던 브라질 펀드 수익률은 한 달 뒤 4.9%로 약 10%포인트 오르는가 싶더니 불과 한 달 새 다시금 하락하며 2월 15일 기준 -3.64%에 머물렀다.
지난 한 해 주요국 중앙은행의 긴축 정책과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등으로 한국과 미국 등 주요 증시가 크게 하락하면서 신흥국이 대체 투자 지역으로 급부상했다. 실제로 지난해 1~10월 브라질 펀드 수익률은 22.3%에 달했고 인도 6.8% 등 글로벌 하락장 속에서 해당 국가는 견고한 성장세를 유지하기도 했다.
이처럼 신흥국은 선진국과 비교했을 때 향후 성장 가능성이 높은 만큼 투자 부문에 있어서도 높은 매력을 갖고 있다. 하지만 베트남과 브라질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특정한 이벤트로 수익률이 단기간에 요동칠 수 있다는 우려 역시 존재한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장기적으로 신흥국의 투자 매력이 높다는 데 대체적으로 동의한다. 다만 경제 펀더멘털이 견고하지 않고 외부 충격에 취약해 단기적인 급등락은 피할 수 없는 만큼 주의가 요구된다.
올해 초 대선 불복 시위에 혼란스러운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브라질 펀드 수익률은 고공 행진을 이어갔다.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1월 들어 브라질 펀드 수익률은 5%를 웃돌았다. 브라질은 2021년부터 물가가 치솟자 2%였던 기준금리를 13.7%까지 끌어올리며 선진국보다 앞서 금리 인상에 나섰다. 불확실성이 제거됐다는 시장의 판단과 함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곡물, 원자재 가격 상승이 더해지면서 지난해 브라질 펀드는 탄탄한 수익률을 이어갔다. 브라질은 원당, 대두 등 주요 농산물 수출국이자 원유를 비롯해 철광석, 희토류 등의 보유량도 많은 자원 부국에 속한다.
올해 1월까지 강세를 이어가던 브라질 펀드는 결국 정치가 발목을 잡는 모양새다. 브라질 중앙은행이 긴축 기조를 유지하는 상황에서 지난해 대통령에 오른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대통령이 재정지출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투자 심리가 빠르게 위축됐다. 전병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2월 초 ‘브라질, 룰라가 중앙은행을 비판하는 이유’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중앙은행 흔들기의 핵심은 금리를 낮춰 성장을 촉진하고 이로 인해 확보된 예산으로 재정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고 분석했다.
룰라 대통령은 대통령 공약 이행을 위해 추가 예산이 필요한 상황이고, 이를 위해서는 경기 부양이 받쳐줘야만 한다. 경기 부양을 위해서는 금리를 내리는 게 유리한데 중앙은행 입장에서는 높은 금리를 잡는 게 필요한 만큼 엇박자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올해 초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글로벌 원유 수요가 브라질 경기에 미치는 영향과 함께 룰라 대통령의 경기부양책이 브라질 경제의 변수로 지목됐었는데 불과 한 달 만에 우려가 현실이 됐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3연임에 따른 중화권 증시 급락과 함께 인도가 대안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당시 인도 관련 펀드의 3개월 수익률은 10%를 웃돌 정도로 성장세가 가팔랐는데 ‘차이나런’과 함께 중국에서 빠져나간 투자금이 인도로 몰려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이미 인도는 브라질과 함께 일찌감치 금리 인상에 나서면서 투자 피난처로 각광받던 시기였다.
인도는 세계의 공장, 중국을 대체할 수 있는 국가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해 6.8%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는데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역시 인도 성장률이 6%에 다다를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다. 이는 IMF가 발표한 신흥국 성장률 3.7%를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다. 정부가 나서서 글로벌 기업들의 유치에 나서고 부족하다고 평가받는 인프라에 대한 투자도 끊임없이 이어가면서 인도의 투자 매력도는 상당히 높다는 게 금융투자업계의 평가다. 모건스탠리는 2027년 인도가 일본과 독일을 제치고 세계 3위 경제 대국으로 등극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인도가 이처럼 주목받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설명된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인도는 미국 외교 전략의 핵심국가일 뿐 아니라 풍부한 인적자원과 스타트업 활성화에 기인해 경제 성장이 이뤄지고 있다”며 “또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정책으로 제조업 중심의 국가로 탈바꿈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하인환 KB증권 연구원은 “인도는 다양한 민족으로 구성돼 있어 정치적 통합이 제한될 수 있다는 위험 요인이 존재한다”면서도 “인도 정부의 정책 지원 의지에 힘입어 사업 환경 제반 여건이 더욱 개선된다면, 해외 기업들이 인도에 투자하려는 유인은 더욱 커져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신흥국의 한계는 존재했다. 1월 말 뉴욕의 힌덴버그 리서치가 인도의 아다니그룹과 관련한 보고서를 발표한 이후 아다니그룹의 시가총액은 1000억달러 이상 증발했다. 인도 증시에서 아다니그룹의 시총 비중이 약 9%에 달하는 만큼 인도가 출렁인 셈이다. 힌덴버그 리서치는 아다니그룹이 주가 조작과 분식회계 등을 통해 기업 가치를 부풀린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아다니그룹은 즉각 반박했지만 시장의 매도세는 꺾지 못했다. 결국 신흥국이 갖고 있는 한계가 공매도 보고서 하나로 드러난 셈이다.
새해 들어 투자자들의 관심은 베트남으로 빠르게 향했다. 2월 15일 기준, 최근 한 달 베트남 펀드 설정액은 199억원이나 증가했는데 이는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었다. 최근 한 달 수익률은 0.92%, 3개월 수익률 15.6%, 6개월 수익률은 -15%다. 신흥국 중 등락 폭의 끝판왕을 보여주고 있다. 다만 성장 가능성은 여전히 매력적이라는 게 업계 평가다. IMF는 올해 베트남이 7%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했는데 이는 인도를 제치고 아시아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에 해당한다. 특히 한국투자신탁운용의 ‘ACE 베트남VN30 상장지수펀드(ETF)’에 160억원에 가까운 투자금이 몰렸다. 이 ETF에는 연초 이후 개인 순매수 금액이 130억원에 달한다. 그만큼 투자처로서 베트남의 매력이 부각되고 있는 셈이다.
베트남이 미·중 갈등의 수혜국이라는 점도 올 한 해 베트남 성장에 긍정적인 부분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애플은 아이패드 공장을 중국에서 베트남으로 이전했으며 맥북도 일부 베트남에서 생산할 것으로 알려졌다. 덴마크의 장난감 회사 레고도 지난해 말 베트남에 10억달러 규모의 공장 건설을 시작했다. 중국의 리오프닝으로 베트남이 주춤할 수 있지만 안정된 인플레이션과 경제성장률로 장기적으로는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강민석 교보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인플레이션 우려가 완화되면서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 심리도 개선되고 있다”며 “글로벌 증시 변동성이 여전히 크지만, 선진국 대비 신흥국의 상대성과는 꾸준히 좋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말 국내 증시의 최대 화두 중하나는 중국의 리오프닝이었다. 중국이 고강도 코로나 방역 대책을 완화하기로 하면서 경기가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증시 전반으로 퍼져나갔다. 특히 중국 경기가 살아날 경우 최대 수출국이기도 한 한국 역시 수혜를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컸다. 하지만 1월, 중국은 좀처럼 들끓지 못했다. 하이투자증권은 ‘中 리오프닝 효과 정말 있나’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중국 리오프닝 기대가 강하지만 실제 지표상의 효과는 미미하다”며 “산업 활동과 수요 모두 지난 1월 부진했다”고 밝혔다.
1월 중국의 중소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차이신 제조업 PMI 지수’는 12월과 유사한 49.2를 기록했으며 1월 생산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0.8%로 시장 예상치인 -0.5%를 밑돌았다. 산업 활동의 바로미터로 불리는 생산자물가도 마이너스 증가율을 유지했는데 이는 산업 활동이 정상화되지 못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1월 이후 중국을 바라보는 시선은 엇갈리고 있다. 2월부터 중국의 리오프닝 효과가 가시화될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한계가 있다는 전망이 공존하는 상황이다.
2월 초 중국의 경제활동지수가 반등하고 있고 대도시 이동량이 회복되고 있는 점은 긍정적이다. 다만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2월 13일 “정부의 재정 부양과 막대한 투자로 상징되는 과거 중국의 위기 극복 모델이 글로벌 경제 전반의 회복에 직접적인 도움을 줬다면, 이번에는 정부가 아닌 소비자들이 중국의 회복을 주도하고 있는 만큼 글로벌 경제에 미치는 파급력이 작을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신흥국 투자는 가파른 성장세라는 매력이 있지만 내부적으로 위험이 공존하고 외부 환경에 취약한 만큼 주의가 요구된다”며 “장기간 투자가 아니라면 투자 시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원호섭 매일경제 증권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