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은행 3인방이 시련의 계절을 맞고 있다. 주식 시장(코스피)에 유일하게 상장돼있는 카카오뱅크의 실적과 주가는 추풍낙엽이고, 카뱅을 모델로 주식 시장에 상장하려는 케이뱅크와 토스 역시 장외 시장에서 가치가 떨어지고 있다. 기존 레거시(전통) 은행들에 비해 차별화된 경쟁력이 없다는 지적과 경기 침체 우려에 따른 대출 부실 우려가 한꺼번에 이 인터넷은행들에 몰아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MZ세대가 편하게 이용하는 플랫폼(앱)을 갖고 있는 데다 금리 인상기에 실적이 좋아질 것이란 기대감도 있어 이들 3인방의 향후 전략 변화가 주목된다.
▶이제는 바닥?… 3분기 이후 반전 노리는 카뱅
2017년 7월 금융서비스를 시작한 카뱅은 고객 수가 당시 20만 명에서 2021년 2분기에는 1671만 명으로 늘었다. 불과 4년 만에 80배 이상 늘어났다. 카뱅 고객의 62%는 MZ세대가 차지할 만큼 미래 세대가 카뱅 성장의 주축으로 기대를 한 몸에 모았다. 2021년 7월 당시 MZ세대를 포함한 전체 적금을 기준으로 한 카뱅의 계좌당 잔액은 206만원이다. 시중은행의 MZ세대 전용 적금상품 계좌당 잔액이 68만원인 점을 감안하면 카뱅의 평균 잔액은 시중은행의 3배가 넘을 정도의 성장성도 보였다.
또 카뱅은 전체 고객이 맡긴 돈 26조6300억원 중 저원가성 요구불예금이 15조원으로 56.3%에 달해 40%대에 머물고 있는 시중은행 평균을 압도하기도 했다. 이처럼 요구불예금 비중이 높은 것은 메신저 ‘카카오톡’ 등 카카오 세계를 통해 돈이 돌면서 수시로 입출금이 이뤄지고 있다는 뜻이다. 카뱅을 거친 고객들은 주식 투자에도 나서고 있다. 카뱅은 한국투자·NH투자·KB증권과 제휴해 젊은층의 ‘머니무브’를 이끌고 있다.
카뱅은 은행원 중심이 아닌 개발자 중심의 플랫폼 기업이라는 특수성도 있다. 한때 전체 직원 1000명 중 400명(40%)이 개발자로 알려졌다. 개발이나 IT 인력을 ‘비용’ 관점에서 접근하는 기존 금융사와 가장 큰 차이점을 보였다. 카뱅은 능력 있는 개발자를 활용해 ‘리눅스’ 체제를 은행권에서 처음 도입하는 신선함도 보였다. 리눅스는 온라인에 무료로 공개되는 오픈 소스다. 처리 속도가 빠르고 다른 운영체제(OS)보다 설치 비용이 30% 이상 저렴한 편이다.
그러나 1년여가 지난 2022년 8월 카뱅의 초기 투자자였던 KB국민은행이 3% 지분 매각이라는 칼을 빼들며 카뱅 주가가 급락했다. 2021년 9월 우정사업본부에 이어 국민은행까지 굵직한 기관투자자들이 잇달아 지분을 매각하자 카뱅의 성장성에 의문부호가 켜진 것이다. 9월 15일 카뱅 주가는 2만5600원의 종가를 기록했다. 상장 이래 최저가 수준이다. 이는 2021년 8월 6일 희망 공모가 밴드 최상단으로 결정된 공모가(3만9000원) 대비 34% 하락한 가격이다.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2021년 8월 18일(9만4400원)에 비하면 73% 떨어졌다.
국민은행은 지난 8월 18일 보유하고 있던 카뱅 주식 1480만 주에 대해 8% 할인을 적용한 2만8704원에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을 진행했다. 블록딜은 시장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시간 외 거래로 처리하는 매매 방식이다. 일정 규모의 디스카운트율(주가 할인율)이 적용돼 통상적으로는 주가에 악재로 인식된다. 그러나 주가가 더 하락하면서 국민은행은 나머지 보유 주식 지분(4.9%)에 대해서도 매도 압박을 받고 있다. 갖고 있을수록 기타 손익에 잡혀 국민은행 자신의 실적이 감소하기 때문이다.
국민은행의 지분 매각은 지금까지 지분 보유에 대한 공고한 입장을 뒤집은 것이다. 그동안 국민은행은 카뱅 지분 보유 이유에 대해 중장기적인 기업 시너지 효과를 위해 장기 보유하는 것이라고 설명해왔는데 경기 침체 예상과 코로나19 관련 각종 부채 탕감 정책 등 금융 리스크가 높아지자 국민은행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고, 당장 매각 가능한 자산인 카뱅 지분을 처분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은행 회계상 카뱅 지분은 매도 가능 자산으로 기타포괄손익으로 잡혀 있었다.
국민은행이 카뱅을 손절한 것은 기존 금융세상을 혁신할 것이란 기대에 못 미쳤기 때문이다. 게다가 시중은행과 달리 중·저신용자 비중이 높아 이들이 대출을 갚지 않을 경우 부실이 커질 우려도 있다. 지난 문재인 정부 시절 금융당국은 인터넷은행들이 서민들에게 대출을 늘릴 것을 기대해 이들에 대한 규제를 상대적으로 느슨하게 풀어준 바 있다.
지난 2분기에 실적이 악화되자 그동안 쌓여 있던 악재들이 쏟아졌다. 전자금융법 개정으로 ‘카톡 송금’이 금지될 수 있다는 논란에 한때 주가가 급락했고 당국이 부랴부랴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당국은 보도자료까지 내면서 카톡 송금이 금지되는 것은 아니라고 했지만 이미 싸늘하게 식은 투자 심리까지 막을 순 없었다”고 말했다.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이사. 투자 시장에서는 전통 은행과 다른 차별점과 성장성을 카카오뱅크에 요구하고 있지만 카카오뱅크는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비대면 금융소비자들이 간편하게 이용하는 카뱅에 대한 기대감은 여전한 편이다.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카뱅 순이익 추정치는 880억원이다. 작년 3분기 순이익(520억원)보다 69.2%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카뱅의 순이익 추정치는 나날이 증가 추세다. 증권사들은 금리 인상기에 카뱅의 순이익이 늘어날 수밖에 없고, 당장에는 금융부실 우려가 적다고 판단하고 있다. 결국엔 카뱅이 초기에 투자자들에게 제시한 플랫폼으로서의 수익성과 성장성을 보여줘야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나민욱 DS투자증권 연구원은 “카뱅이 레거시 은행들보다 나은 경쟁력은 카카오와 연결되는 플랫폼 역할”이라며 “신용카드 사업 진출과 펀드 사업 등 다양한 수익사업이 궤도에 올라야 한다”고 전했다.
▶카뱅 부진에 케이뱅크까지 기업가치 하락
먼저 주식 시장에 상장된 카뱅에 대한 투자 심리가 식으면서 케이뱅크의 기업가치에도 악영향을 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9월 15일 비상장주식 거래 플랫폼 서울거래비상장에서 케이뱅크는 1만2340원에 거래됐다. 이는 전날 660원(5.1%)보다 하락했다. 이 주가로 케이뱅크 시가총액을 계산하면 4조6360억원이다. 지난 7월 기업가치가 6조7000억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두 달 새 기업가치가 2조원 이상 떨어졌다.
이처럼 기업가치가 하락했지만 추가 하락 우려도 나오고 있다. 대출 규모로 봤을 때 카뱅은 케이뱅크의 3배 수준이다. 그러나 시총 격차는 2.6배이기 때문에 주가가 더 떨어질 수 있다는 논리다. 이처럼 케이뱅크의 투자 매력이 떨어진 상황에서 이 인터넷은행의 상장 성공 가능성도 하락하고 있다.
일각에선 케이뱅크가 상장 시점을 2023년 이후로 미룰 수 있다는 예상까지 나온다. 당초 케이뱅크는 올해 코스피에 상장하겠다는 계획이었다. 이를 위해 지난해 베인캐피털과 MBK파트너스, MG새마을금고중앙회 등을 투자자로 영입했다. 그러나 케이뱅크 초기 투자자가 바라는 가치와 장외거래 시장 등에서 보는 기업가치 사이의 간극이 큰 편이다. 케이뱅크는 지난 6월 30일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에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했는데, 당시 목표 기업가치는 약 6조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케이뱅크는 주요 FI(재무적투자자)들에게 돈을 돌려주기 위해 반드시 상장(IPO)에 성공해야 한다”며 “하지만 이처럼 낮은 가격에는 주요 주주와 FI가 만족하지 못하고, 시장 상황이 나아질 수 있는 내년 이후로 연기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KT 계열의 비씨카드가 지분율 34%로 최대 주주며, 우리은행은 12.6%로 2대 주주다. 사모펀드 베인캐피탈과 MBK파트너스는 작년 유상증자에 참여해 공동 3대 주주에 올랐다. 유증 당시 발행가는 액면가 대비 30% 할증된 6500원으로 책정됐다. 5대 주주인 카니예유한회사, 6대 주주인 제이에스신한파트너스유한회사(5.16%)도 주요 FI다.
싱가포르투자청과 컴투스 등 당시 유증에 참여한 투자자들이 확보한 지분은 현재 발행 주식 총수의 30%가 넘는다. 최대 주주인 BC카드는 FI와 2023년까지 IPO를 하지 못할 경우 콜옵션을 행사해 FI 보유 지분을 매수한다는 계약을 체결한 상태다. 케이뱅크는 카뱅보다 한발 앞선 2017년 4월 출범한 국내 1호 인터넷 전문은행이다. 기업가치를 인정받아 증시에 상장하면 2번째 인터넷은행이 된다.
▶토스뱅크, 고객 수 급증에 기대
모바일 간편송금 서비스 토스와 토스증권, 토스뱅크 등을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 기업가치 역시 하락세다. 비바리퍼블리카 장외주가는 15일 현재 5만500원 수준으로, 작년 11월 24일 기록한 16만9800원과 비교하면 3분의 1 토막 난 수준이다. 현재 시가총액은 8조5000억원 수준이지만 투자자들이 희망하는 가격(9조원대)보다는 낮다. 여기엔 주력으로 평가받던 토스뱅크의 적자가 주요 배경 중 하나다. 토스뱅크는 올 상반기에 1243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토스뱅크는 레거시 은행들처럼 대출 영업이 주 수입원이다. 그러나 3번째 인터넷은행이라는 후발주자 성격상 일단 고객들을 늘리기 위해 예·적금 금리를 올리며 비용 부담이 커지는 상황이다. 토스뱅크는 향후 주택담보대출 등 부동산 관련 대출을 늘리겠다는 입장이다. 케이뱅크는 이미 주담대 영업을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사실상 출혈경쟁에 나선 토스뱅크에 대해 투자자와 직원들 모두 불안감에 싸여 있는 상태다. 당초 토스의 목표는 이들 계열사의 운영사인 비바리퍼블리카가 먼저 상장한 후 카카오처럼 계열사들이 각각 상장하는 방식을 취하는 것이었지만 비바리퍼블리카부터 상장도 연기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비바리퍼블리카는 기업가치 하락에 따라 상장에 여유를 갖겠다며 IPO 목표 시기를 당초 2023년에서 2025년으로 늘려 잡았다. 일각에선 토스뱅크의 실적이 개선되고 있어 비바리퍼블리카의 기업가치가 중장기적으로 상승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토스뱅크의 적자는 지난 1, 2분기보다 감소하고 있다. 다른 인터넷은행들처럼 플랫폼 경쟁력을 통한 고객 수는 증가하고 있다. 지난 8월 말 기준 토스뱅크 고객은 440만 명인데 작년 말(124만 명)보다 4배가량 급증했다. 이에 따라 총 수신(저축성 상품)과 여신(대출) 잔액은 각각 26조4000억원, 6조4000억원으로 계속해서 증가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