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폰트 파일 저작권 분쟁이 이전보다 더욱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유튜브나 SNS 등에 콘텐츠 제작이 일상화되면서 무심코 무료로 내려받은 자막 폰트를 사용했다가 소송에 휘말리는 경우가 있다. 손쉽게 폰트 파일을 사용하지만, 저작권법상 보호받는 저작물로 인식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국내 1위 폰트 제작 업체 산돌은 플랫폼을 통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 1984년 설립된 국내 최초의 폰트 회사로 지속적인 R&D를 통해 글로벌 수준의 폰트 제작 및 서비스 역량을 보유하고 있는 업계 1위 기업이다. 지난 38년간 ‘맑은 고딕’ 등 720여 종의 주요 폰트를 개발해왔으며, 최근에는 디지털 콘텐츠 환경에 맞춰 폰트 기반의 창작자 콘텐츠 플랫폼으로 도약을 꾀하고 있다.
폰트 업체들이 초등학교는 물론 유치원에까지 소송을 걸었다는 소식을 들은 윤영호 산돌 대표는 ‘모든 사람이 널리 사용하도록 만든 한글을 초중고에서 못 쓰게 하는 것은 큰 아이러니’라고 생각했다. 이러한 문제 인식하에 산돌은 2016년 2월부터 전국 초중고교를 대상으로 저작권 시비에서 자유로운 폰트 지원 사업을 해왔는데, 이를 ‘폰트안심학교’라는 캠페인으로 확대했다. 또한 산돌은 2020년 4월 폰트 저작권에 대한 소비자들의 부담과 분쟁 요소를 없애기 위해 업계 최초로 폰트 무소송 정책을 시행해오고 있으며 ‘사용 범위 제한’도 철폐했다.
▶폰트 플랫폼 ‘산돌구름’ 100만 가입자 돌파
산돌은 2014년 ‘산돌구름(SandollCloud)’을 선보이며 암호화 기술 기반의 폰트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을 시작했다. 산돌구름은 다양한 크리에이터들이 다양한 폰트를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 국내 최초 구독형 폰트 플랫폼이다. 산돌구름에 들어가면 산돌은 물론 국내외 폰트 회사 및 스튜디오 25개 사의 폰트 2만여 종을 쓸 수 있다. 무료 폰트만 2000여 개나 된다. 무료 폰트만 사용 시 회원가입 없이 ‘산돌구름’ 애플리케이션을 내려 받으면 사용할 수 있다. 나머지를 쓰려면 멜론을 구독할 때처럼 매월 구독료(계정 수에 따라 차이)를 내야 한다. 폰트를 무료로 쓰려는 학교는 산돌구름에서 신청할 수 있다.
산돌구름은 최근 업계 최초로 100만 가입자를 달성했다. 2014년 서비스를 시작한 산돌구름은 2018년 개방형 폰트 플랫폼 서비스로 비즈니스를 확대하면서 국내 업계 1위 폰트 플랫폼에 올라섰다.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는 지난 7월 기준 170만을 넘어섰으며 현재 국내외 25개 브랜드의 2만4000여 종의 폰트와 12개 언어권 문자를 지원하고 있다.
올해 들어 산돌구름의 사용자 유입 속도는 더 빨라지고 있다. 산돌구름은 지난 3월 플랫폼 전면 개편 후 5월 MAU 100만을 기록했으며 이후 2개월 만에 유입량이 70% 증가하면서 지난달 MAU 170만을 돌파했다.
산돌 오피스.
산돌구름은 올해 플랫폼 개편을 시작으로 낱개 폰트, AI 기술을 적용한 폰트 이미지 검색 등 사용자 니즈를 반영한 서비스를 확대해왔으며 개인 디자이너들의 폰트 서비스까지 범위를 넓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산돌 관계자는 “이번 누적 회원 수 100만 돌파는 숫자 이상의 큰 의미가 있다. 폰트가 창작자들에게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고 있으며 향후 폰트의 가치가 더욱 커지는 시장을 준비해야 한다는 시그널”이라며 “전 세계적으로 콘텐츠 구독 트렌드와 함께 창작자 활동 인구가 늘고 있는 가운데 산돌구름 플랫폼의 효용이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앞으로도 누구나 원하는 폰트를 손쉽게 사용하고 최적의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는 생태계를 제공하기 위해 창작자들의 요구에 끊임없이 귀 기울이며 새로운 시도와 변화를 이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산돌의 탄생은 한글 폰트의 부족에서 시작했다. 대중에게 많이 알려진 ‘굴림체’는 당시 일본의 양대 사진식자 기업이었던 샤켄(寫硏·shaken)과 모리사와(モリサワ·morisawa)가 한국에 식자기를 판매하기 위해, 대한민국 1세대 서체연구자이자 디자이너인 최정호 선생에게 한글 서체의 원도를 의뢰해 탄생한 글꼴이다. 석금호 산돌 창립자(현 산돌의장)는 굴림체의 라이선스를 비롯해 인쇄에 필요한 식자기와 식자판까지 모두 일본에서 수입해야 했던 현실을 마주하며 한글 서체를 개발하기 위해 1984년 대학로 작은골방에 ‘산돌타이포그라픽스’를 설립했다.
산돌구름 애플리케이션 구름다리.
국내 최초의 폰트 기업으로 설립된 산돌은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폰트 제작을 진행해왔다. MS오피스에 기본 탑재된 ‘맑은 고딕’을 비롯해 ▲애플 ‘Apple SD 산돌고딕 NEO’ ▲구글 ‘본고딕’ 등 기본 한글 폰트를 개발했으며 국내에서는 ▲삼성 ▲현대기아차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 ▲네이버 ▲카카오 ▲현대카드 등 기업의 전용 서체 기획 및 개발을 주도했다.
산돌은 최근 디지털 콘텐츠 환경에 맞춰서 폰트 기반의 창작자 콘텐츠 플랫폼으로 도약을 준비 중이다. 특히 창작자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산돌구름은 지난 5월 폰트 이미지 검색 전용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폰트폰트’를 출시했다. ‘폰트폰트’는 사용자가 궁금한 폰트를 사진으로 찍어 올리거나 이미지 URL을 입력하면 이미지에 사용된 폰트를 알려주는 애플리케이션으로 산돌의 폰트 플랫폼 서비스 ‘산돌구름’에 입점한 브랜드 폰트 및 무료 폰트 약 2만2000여 종에 대한 매칭 결과를 제공한다. 향후 산돌구름에 입점하지 않은 폰트까지 검색 영역을 확대할 예정이다.
한국어뿐 아니라 다양한 이미지나 간판 등에 사용된 외국어 폰트도 검색할 수 있다. 산돌 관계자는 “지난 3월 폰트 이미지 검색 서비스를 선보인 후 그동안 폰트를 찾는 데 불편함을 겪어왔던 사용자들의 호응이 매우 뜨거웠다. 이에 힘입어 보다 많은 사용자가 손쉽게 원하는 폰트를 찾아서 사용할 수 있도록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으로 폰트 검색 서비스를 선보이게 됐다”며 “앞으로도 더욱 쉽고 편리하게 폰트를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와 환경을 제공하며 콘텐츠 창작자 플랫폼으로서 사용자의 편의를 극대화할 것”이라고 전했다.
산돌구름 다양한 브랜드 이미지.
▶4분기 기업공개 “글로벌 플랫폼 목표”
산돌은 글로벌 확장을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 산돌구름은 지난 6월 아랍어 폰트 브랜드 ‘티포텍 아라빅(Typotheque Arabic)’과 제휴를 맺기도 했다. 산돌구름에 입점한 ‘티포텍 아라빅’ 브랜드 상품에는 핑(Ping), 테슈린(Teshrin), 그레타 아라빅(Greta Arabic) 등 전 세계적으로 널리 활용되는 폰트를 비롯해 96종의 아랍어 폰트가 포함됐다. 윤영호 산돌 대표는 “자체 라이브러리 확대를 위해서는 글로벌 거점별 필요한 언어를 제공하기 위해서 다양한 글로벌 IP의 확보가 필수이며, 이러한 그림을 실행에 옮기기 위한 사전 작업을 준비 중이다”라고 말했다.
윤 대표는 산돌의 서비스 모델이 세계 시장에서도 충분히 매력적으로 사용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하에 사업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에 대해 윤 대표는 “산돌은 이미 IBM과의 프로젝트를 통해 최고 수준의 한국어, 일본어 제작 능력을 입증했다”며 “산돌이 보유한 CJK(중국어·일본어·한국어) 제작 역량을 바탕으로 아시아 내 최고 수준의 폰트 제작 기업으로 성장하고자 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산돌 격동굴림2.
이러한 방향성과 함께 지난 4월 산돌구름에 세계 최대 일본어 폰트 브랜드 ‘모리사와(MORISAWA)’가 입점하기도 했다. 산돌은 모리사와의 대표적인 일본어 폰트 100여 종을 엄선해 산돌구름에서 정식 서비스를 시작했다. 또한 산돌은 앞서 지난해 세계 최대의 폰트 테크놀로지 기업 ‘모노타입(Monotype)’을 산돌구름에 입점시킨 데 이어 이번 모리사와 입점으로 다국어 폰트 서비스 경쟁력을 한층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산돌 관계자는 “K콘텐츠 열풍과 함께 국내 창작물에 대한 해외 언어 수요가 크게 늘고 있으며 최적의 일본어 폰트를 찾는 창작자도 많아지고 있다. 이에 산돌은 산돌구름 내에서 가장 아름답고 편리한 일본어 폰트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모리사와와 함께 1년여 기간에 걸쳐 선정, 디자인, 기술 검증 작업을 진행했다”며 “추후 일본어 외에 다국어 폰트를 지속 확대하며 창작자들에게 필요한 모든 언어를 제공하는 글로벌 창작자 콘텐츠 플랫폼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산돌은 지난 5월 말 코스닥 시장 상장을 위한 예비심사를 청구했다. 올 4분기 상장을 목표로 하는 산돌은 지난해 약 12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는 전년보다 17% 증가한 수치다. 영업이익은 48억원으로 전년보다 38% 늘었다. 다만 순이익은 4억원으로 전년 19억원 대비 77%가량 줄었다. OST 제작 및 유통회사 모스트콘텐츠 등에 투자한 영향으로 보인다.
산돌 목단 폰트 제작과정. 포토샵 브러시 선택 화면과 가상의 붓의 상태.
산돌은 상장을 통해 조달한 자금을 ‘산돌구름 서비스 고도화와 사업 확장’에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직 한계가 명확한 국내 폰트 시장을 넘어 창작자 플랫폼으로 영역을 확장하겠다는 것이 산돌의 목표다.
윤영호 산돌 대표는 “산돌은 코어 비즈니스인 폰트 플랫폼의 경쟁력을 더욱 높이는 전략과 더불어 창작자 콘텐츠 플랫폼에 도달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으며, 폰트 이외의 창작자 콘텐츠(스톡이미지, 음원, 영상 등)와, 이러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플랫폼의 사용성을 높이는 IT 기술 및 서비스의 확보를 위한 사업 확장에 주력하고 있다”며 “모스트콘텐츠, 산돌메타랩, 벨루가 등 산돌의 투자들은 이러한 방향성에 근거한 활동들이고, 상장 이후에도 이러한 방향으로 사업 확장 전략을 실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