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약불패’ 서울에서도 미분양 주택이 늘어나고 있지만 청약 시장은 여전히 무주택자에게 매력적인 내 집 마련 방안 가운데 하나다. 당첨되기만 하면 막대한 시세차익을 누릴 수 있다는 기대감이 여전할 뿐만 아니라 기존 단지 매매 가격보다 분양가가 저렴하면 상대적으로 내 집 마련에 대한 부담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서울 미분양 주택은 719가구로 전월 688가구 대비 4.5% 늘었다. 지난 2월까지만 해도 47가구에 머물렀던 서울 미분양 주택은 3월 180가구, 4월 360가구, 5월 688가구로 매달 빠르게 증가했다. 특히 ‘악성 미분양’으로 꼽히는 준공 후 미분양이 급증한 점도 눈에 띈다. 서울의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은 지난 6월 215가구로 전월 37가구 대비 다섯 배 이상 늘었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미분양 주택도 지난 6월 4456가구로 전월 3563가구 대비 25.1% 증가했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거래량이 줄어드는 가운데 미분양 주택이 늘어난 것은 집값이 하락 국면에 접어드는 조짐으로 보고 있다. 실물 경기에 대한 불안감과 집값이 고점에 달했다는 인식이 확산되는 가운데 금리 인상, 대출 규제 등 여러 요인이 동시에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검단신도시 전경.
▶신규 단지 희소성 여전
이 같은 악조건 속에서도 신규 청약단지에 대한 관심이 높은 이유는 신규 단지의 ‘희소성’ 때문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전국 부동산 시장 가격을 주도하는 수도권의 경우 주택 건설 실적이 주춤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반기 수도권 인·허가 물량은 9만6157호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7.8% 감소했다. 서울은 2만5057호로 전년 상반기 대비 32.6% 줄었다. 전국의 상반기 주택 착공 규모는 18만8449호로 전년 동기 대비 30.0% 감소했다. 수도권만 놓고 보면 10만787호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5.8%가량 줄었다.
수도권 공동주택 분양 물량 역시 상반기에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올해 상반기 수도권 공동주택 분양 물량은 5만5868호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26.4% 줄었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서울 등 주택 수요가 풍부한 지역에서 오랜 기간 정비사업이 막힌 탓에 신규 단지 공급에 대한 기대감이 오히려 커졌다”며 “분양 시장에서 입지, 가격 경쟁력 등에 따라 인기 단지와 비인기 단지의 양극화가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희소성’과 함께 올해 하반기 수도권 대단지 분양 일정도 수요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부동산 리서치 전문 업체 리얼투데이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8월 12일 이후) 분양을 준비 중인 아파트는 16만899가구(임대 제외)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대단지 아파트는 57개 단지·10만3396가구로 조사됐다. 특히 대단지 물량 가운데 수도권에 절반이 넘는 물량이 집중되는 만큼 수도권 무주택 수요자들의 관심이 클 전망이다. 대단지 물량 가운데 수도권 물량은 28개 단지·5만7215가구에 달한다.
대규모 단지가 주목받는 것은 대단지가 부동산 시장 가격 상승을 주도하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이다. 2017년 7월부터 지난 7월까지 5년간 규모별 평균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부동산R114 기준)에 따르면 단지 규모가 클수록 상승률이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1500가구 이상 아파트가 86.5%로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고, 1000~1499가구 상승률이 82.2%로 뒤를 이었다. 500~699가구 규모와 300가구 미만 아파트 가격 상승률은 각각 75.4%, 71.2%를 기록했다. 300~499가구 규모가 70.9%로 비교적 상승률이 낮았다.
리얼투데이 관계자는 “대단지 아파트는 규모가 큰 만큼 조경과 커뮤니티 시설 등이 다채롭게 들어서고 입주민이 많은 덕분에 주변 편의시설과 교통망이 빠르게 형성돼 수요자들의 선호도가 높다”며 “가격 상승에서도 소규모 단지보다 우위에 있고 불황기에는 가격 변동 폭이 적어 대단지에 대한 관심은 앞으로도 꾸준할 것”이라고 밝혔다.
분양 시장에서도 대규모 단지 아파트가 좋은 성적을 거뒀다. 8월 12일 기준 1000가구가 넘는 대규모 아파트의 일반 분양 물량은 2만4851가구로 집계됐다. 대규모 단지에는 39만3985명의 청약자가 몰려 평균 경쟁률 15.85 대 1을 기록했다. 반면 1000가구 미만 아파트는 5만8082가구 모집에 49만5816건의 청약통장이 접수돼 평균 8.54 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수도권 대규모 단지 아파트도 조만간 분양 일정에 돌입해 수요자 맞이에 나선다. GS건설이 시공을 맡은 서울 동대문구 휘경동 휘경3구역은 올해 하반기 분양을 앞두고 있다. 14개동·전용면적 39~84㎡·1806가구 규모인 이 단지는 일반분양 물량만 719가구에 달해 서울 무주택자 수요자들의 높은 관심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 지하철 1호선 외대앞역이 인근에 위치한 역세권 단지로, 중랑천과 가까워 주거 환경도 쾌적하다는 평가다. 단지 인근에 휘경초, 경희중, 경희고 등이 위치해 교육 여건도 탄탄하다. 이 단지는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는 만큼 청약 경쟁률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 강남권에서는 송파구 문정동 136 일원에 들어서는 ‘힐스테이트 e편한세상 문정’이 하반기에 분양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14개동·1265가구 규모인 이 단지의 일반분양 물량은 296가구다. 위례신도시와 인접해 인근 상권을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경기도 의왕시에서는 ‘인덕원자이 SK VIEW’가 분양을 앞두고 있다. 의왕시 내손동 683 일원에 위치한 의왕 내손다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을 통해 공급되는 이 단지의 시공사는 GS건설과 SK에코플랜트가 맡았다. 20개동·2633가구 규모인 이 단지는 899가구가 일반분양 대상이다. 인근에 1기 신도시 가운데 하나인 평촌신도시가 위치해 생활편의시설 이용이 용이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경기도 광명시에서는 3000가구 이상의 ‘메가톤급 단지’ 분양이 올해 하반기에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대우건설은 하반기에 광명시 광명1동 12-2 일원에 ‘베르몬트로 광명’을 공급할 계획이다. 광명2구역 재개발을 통해 공급되는 이 단지는 3344가구 규모로 지어진다. 이 가운데 일반분양 물량은 726가구에 달한다. 지하철 7호선 광명사거리역을 걸어서 이용할 수 있고, 다양한 쇼핑시설과의 거리도 가까운 편이다.
5년간 청년·신혼부부 등 무주택 서민에게 시세의 70% 수준으로 분양하는 ‘청년원가주택’과 ‘역세권 첫 집’ 50만 호가 공급된다. <사진 연합뉴스>
수도권의 대표적인 2기 신도시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검단신도시에서는 하반기 4000여 가구 분양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과 가까운 검단신도시는 현재 지하철, 고속도로 등 교통망 구축이 이뤄지고 있다. 핵심 교통인프라로 꼽히는 검단연장선은 2024년 개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인천지하철 1호선 북부 종점인 계양역에서 검단신도시까지 총 3개 역이 들어설 예정이다. 분양 시장에서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올해 검단신도시에서 분양이 이뤄진 3개 단지는 모두 1순위 청약에서 마감됐다. ‘힐스테이트검단웰카운티’의 경우 80.1 대 1이라는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검단신도시는 인프라가 속속 구축되면서 완성형 신도시 면모를 갖추고 있다”며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돼 주변 시세 대비 가격 경쟁력도 있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우미건설은 인천광역시 서구 검단신도시 택지개발지구 내 AB17 블록에 들어서는 ‘검단신도시 우미린 클래스원’ 분양에 나선다. 875가구 규모인 이 단지는 검단신도시 3단계에 들어서는 단지로 개통 예정인 인천지하철 1호선 검단연장선을 도보로 이용할 수 있다. 도보 거리에 유치원, 초·중·고교 예정부지가 위치해 교육 환경도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동부건설은 인천 검단 16호공원 공동주택 개발사업을 통해 9개동·878가구 규모 단지를 공급한다. 인천지하철 2호선 왕길역, 검단오류역과 인접한 이 단지는 단지 바로 옆에 인천검단16호공원이 들어설 예정이다. 대방건설은 검단신도시 AA20 블록에 들어서는 ‘인천 검단5차 디에트르(가칭)’를 분양할 예정이다. 전용면적 59~84㎡, 781가구 규모다.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과 휘경동 일대 재개발 지구.
▶국토부 ‘3기 신도시’ 공급대책 살펴야
윤석열 정부가 강조한 ‘3기 신도시’ 역시 수요자들의 높은 관심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국토교통부는 8월 16일 윤석열 정부의 첫 주택공급대책인 ‘국민 주거안정 실현 방안’을 통해 50만 가구 내외의 ‘청년원가·역세권 첫 집’을 공급한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의 주요 부동산 공약 가운데 하나인 ‘청년원가·역세권 첫 집’은 무주택자를 위해 초기 자금 마련 부담을 크게 낮춘 모델이다. 기부채납 물량 등을 활용해 건설원가 수준(시세 70% 이하)으로 공급하고, 저금리 초장기 모기지를 지원한다. 청년원가·역세권 첫 집에 입주한 사람은 의무 거주기간 5년이 지난 뒤 공공에 환매할 수 있다.
해당 물량은 입지가 좋은 3기 신도시 선호지, 도심 국공유지 등에 중점적으로 공급될 예정이다. 국토교통부는 남양주 왕숙(1만5000~2만 가구), 고양창릉(9000~1만3000가구), 하남교산(8000~1만 가구) 등을 우선 대상지로 검토하고 있다. 고양창릉, 부천대장, 남양주왕숙 등에서는 3000가구 물량이 연내 사전청약을 진행할 예정이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끊어진 주거 사다리를 복원하겠다”며 “다양한 유형의 부담 가능한 주택을 공급해 임대에서 자가까지 차근차근 딛고 오르는 촘촘한 주거 사다리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2·3기 신도시 교통 여건이 개선된다는 점도 수요자들의 관심을 끄는 부분 가운데 하나다. 국토교통부는 신도시 주거환경 개선을 위해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 A노선 개통을 2024년 6월 이전으로 앞당긴다는 방침이다. GTX-B노선과 C노선도 조기 착공을 추진해 주요 교통사업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2기 신도시의 경우 기존 신도시 128개 지구의 교통 여건 개선을 위한 전수조사를 진행해 광역버스 신설, 출퇴근 전세버스 등 맞춤형 개선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원 장관은 “2기 신도시 입주 당시에 교통이 따라오지 않아서 입주자들이 출퇴근만 3시간이 넘는 등의 많은 고통을 겪었다”며 “동탄과 위례 등에 광역교통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있어 (결과 후) 특단의 교통 대책을 추진할 방침이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