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자산 시장이 출렁이면서 타깃인컴펀드(TIF·Target Income Funds)가 투자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은퇴 후 자산관리 펀드로 주로 활용되는 TIF는 원금을 최대한 꺼내 쓰지 않으면서 매년 원금의 3~4%를 이자와 배당 수익으로 지급하는 상품이다. 성과급이나 퇴직금 등 일시금으로 목돈을 투자해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하기에 퇴직예정자들이 주로 활용했지만 최근 자산 시장이 출렁이자 보다 안정적인 상품을 대안으로 찾는 수요가 늘어나며 성장세를 보인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3000억원 수준에 그치던 TIF 시장은 어느새 순자산 8000억원을 돌파한 후 1조원을 향해 순항하고 있다.
은퇴 후 자산관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정적인 현금흐름’이다. TIF의 강점은 원금을 최대한 비축하면서 원금의 3~4%를 매년 이자와 배당 수익으로 찾을 수 있다는 점이다. 자산을 크게 증식하는 것보다는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하며 자산을 지키고 매달 일정금의 배당금을 지급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TIF는 ‘Target Income Fund’의 약자로 직역하면 ‘목표 소득 펀드’ 정도로 부를 수 있다. 은퇴 이후에도 지속적인 현금흐름을 통해 ‘제2의 월급’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
퇴직연금 시장에 일찍부터 잘 알려진 펀드 상품은 타깃데이트펀드(TDF)다. TDF는 글라이드 패스에 기반을 둬서 나이가 어릴 때는 위험자산 비중을 높이고 나이가 들수록 안전자산 비중을 높이는 식으로 자산을 배분하고 재조정한다면, TIF는 위험자산과 안전자산 간 비율을 유지하면서 배당·이자 수익 등 배당 수익을 가져다주는 자산을 상대적으로 많이 편입하는 것이 특징이다.
두 상품 모두 장기투자를 바탕으로 안정적인 노후를 위해 설계된 상품이지만 TDF가 라이프사이클을 기반으로 자산증식을 목표로 하는 시기에는 손실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이 사실이다. 은퇴를 앞둔 시기나 적립식이 아닌 목돈을 넣어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가져가고자 한다면 TIF가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는 이유다. 최근처럼 자산 시장이 출렁이는 시기에는 특히 더 그렇다. 실제 올 들어선 글로벌 긴축 기조와 인플레이션 장기화, 금리 인상 등 대내외 악재로 인해 증시 조정이 길어지면서 TDF의 전체 수익률도 저조한 모습을 보였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 초 TDF 월간수익률은 대부분 마이너스(-)로 전환됐다. 지난해 12월 말 TDF 월간수익률은 평균 2%를 기록했지만, 국내외 주요 증시가 크게 하락하면서 이들 상품은 일제히 마이너스 전환하기도 했다.
TIF 역시 채권투자 비중이 높은 투자상품 특성상 금리 인상과 함께 채권 가격의 하락은 일부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기도 했지만, 장기상품의 특성상 만기까지 채권을 보유하는 경우가 많아 타격이 크지 않다. TIF는 주로 이자·배당·임대료 등 현금흐름이 발생하는 자산에 주로 투자한다. 투자 대상으로는 채권, 배당주, 부동산 등이 있다. 은퇴자산을 채권, 고배당 주식 등에 투자해 정기적인 이자와 배당 수익으로 원금을 덜 갉아먹도록 방어적으로 설계돼 있다. 지급금 수령은 월·분기·반기·연 단위 중 선택할 수 있다. 발생하는 현금을 재투자하면 추가적인 복리효과를 누릴 수 있다.
▶글로벌 자산 배분, 펀드매니저가 알아서
TIF의 또 다른 투자 대상은 부동산, 인프라 시설 등 실물자산으로 리츠(REITs), 부동산 펀드, 인프라 펀드 등을 통해 자금을 투입한다. 리츠(REITs)는 Real Estate Investment Trusts의 앞 글자를 딴 용어로, 부동산에 투자하는 다수의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집해 부동산이나 부동산 관련 증권 등에 투자·운용하고 그 수익을 투자자에게 돌려주는 부동산 투자 회사다. 부동산 펀드는 리츠처럼 부동산에 투자하는 금융상품이라는 사실은 같지만, 법적으로 투자회사가 아니라 펀드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인프라 펀드는 고속도로, 공항, 철도 등 사회 인프라 시설에 투자하는 펀드를 의미한다.
리츠와 부동산 펀드, 인프라 펀드의 투자 대상인 부동산과 인프라 시설은 주기적으로 임대료 수입이 발생하는데, 이는 TIF의 현금흐름에 안정성을 더해준다. 또한 해당 자산들은 전통적인 자산인 주식이나 채권과는 다른 가격 움직임을 보여주기 때문에 TIF의 전체 포트폴리오 변동성을 낮춰주는 역할을 담당한다. 특히 최근처럼 물가가 많이 오르는 시기에 이러한 실물자산 수익률이 주식과 채권보다 양호한 경우가 많다.
▶30년 배당받아도 80% 원금 잔존 목표
투자 대상은 국내에 국한되지 않고 전 세계 다양한 자산에 분산투자해 위험을 줄인다는 점도 TIF의 특징이다. 주식·채권·부동산 등 여러 유형의 자산에 나누어 투자할 뿐만 아니라 국가 간 자산 배분도 동시에 시행한다. 이를 통해 특정 자산, 특정 지역에만 투자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회피한다. 국내 주식형, 해외 주식형, 국내 채권형, 해외 채권형 등 다양한 유형의 펀드로 구분되는 상품과는 다르게 시장 상황에 따라 이러한 자산 배분 비율을 펀드매니저가 알아서 조정해준다.
국내 자산에 투자하는 것이 유리할 것으로 판단될 때는 국내 자산 비율을 늘리고, 글로벌 자산 비율을 줄일 수 있다. 물가 상승이 지속될 것으로 보이면 부동산 등 실물자산 비율을 높이기도 한다. TIF의 이러한 특징들, 즉 현금흐름이 발생하는 자산 위주로 투자하고, 부동산 등 실물자산에도 투자하며, 다양한 글로벌 자산에 분산투자하는 특성은 모두 펀드 장기 성과의 안정성을 높이는 데 도움을 준다.
TIF의 목표는 꾸준한 배당에도 원금을 보존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예컨대 한국투자신탁운용의 ‘TIF 알아서’ 펀드 시리즈는 매년 원금의 4% 정도를 받아 쓰더라도 30년 뒤 원금의 80%가 남아있는 걸 목표로 설계됐다. 60세에 4억원을 투자하면 매년 1600만원(월 133만원)을 찾아도 90세가 됐을 때 3억2000만원 정도가 남아있도록 운용하는 것이다.
물론 TIF 역시 정기예금과 다르게 원금 손실 위험은 있다. 이익을 얻지 못하면 예상보다 원금이 빨리 소진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펀드 운용으로 인한 수익률이 4%보다 높으면 애초 예상했던 기간보다 4%의 수익금을 더 오래 받을 수 있지만, 반대로 수익률이 4%가 안 된다면 인출 기간이 원래 목표보다 더 짧아질 수 있는 것이다. 최근 긴축 정책으로 채권 금리가 높아지면 단기적으로는 TIF의 수익률이 감소하거나 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TIF의 보수적인 운용의 특성상 10년, 20년 수준의 긴 호흡을 가지고 투자해야 하는 연금 자산의 성격상, 장기적으로는 손실을 보전하고 수익을 낼 가능성이 더 크다는 것이 중론이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운용 규모가 작지 않고 장기투자자금으로 활용할 수 있는 TIF의 특성상 큰 채권이나 안정적인 투자 상품에 재투자할 가능성이 크다”며 “양적완화 축소 등 단기적 손해에 크게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현금흐름과 자산증식 구분해 분산투자
TIF에 투자를 고려하고 있다면 자금의 성격과 비중을 고려하고 나에게 맞는 상품을 찾아야 한다. 노후 자금 중 몇 퍼센트를 TIF에 투자할지 고민하는 것이 먼저다. 전체 자금을 투입해 현금흐름을 만들고자 하는 경우도 있지만 의료기술의 발달로 은퇴 후 시간이 길어지는 만큼 자산증식을 위한 자금과 비중을 조절하는 것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TIF의 종류에 따라 특성도 조금씩 달라서 투자설명서를 꼼꼼하게 읽어보는 것이 필요하다. 먼저 상품별로 투자 대상 자산군이 차이가 난다. 어떤 TIF는 채권, 부동산, 인프라 시설, 배당주 등 현금흐름이 발행하는 모든 종류의 자산에 투자한다. 그러나 어떤 TIF는 채권에만 투자하기도 한다. 어떤 TIF는 배당주와 채권에는 투자하지만, 부동산이나 인프라 시설 등 실물자산에 대해 투자는 하지 않는 것도 있다.
투입하는 자산 비율이 다르다는 것은 위험자산 비율의 차이도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다수 TIF는 안정성을 위해 주식 등 위험자산 최대 편입 비율에 제한을 두고 있다. 그 비율은 0~60%까지 제각각이다. 안정성을 중시한다면 위험자산 편입 비율이 낮은 것을, 수익률을 우선한다면 높은 것을 선택하면 된다. 일반적으로 판매 규모가 큰 TIF들의 위험자산 편입 비율은 20% 정도다. 장기상품인 만큼 운용·판매 등 보수가 싼 상품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저비용 매매 플랫폼을 통해 상품에 가입하는 방법도 있다. 최근 자산운용사들은 직판 펀드앱을 속속 출시하고 있어 수수료를 절감하는 방법을 찾는 것도 좋다.
마지막으로 TIF를 고를 때에는 한 가지 더 유의할 점은 아직 ‘월 지급식’ 상품은 퇴직연금 계좌에서 가입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TIF 중에는 별도 신청 없이도 월별로 적립금을 일정 비율 찾아 현금으로 인출할 수 있는 상품이 있지만, 퇴직연금 판매사 시스템, 세제 분류상 어려움 등으로 인해 일반계좌에서만 투자할 수 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디폴트옵션 도입과 은퇴자들이 늘며 TIF 시장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수요자가 늘어 운용사들도 더욱 다양한 유형의 상품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