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부동산 시장이 어수선한 가운데서도 하이엔드 오피스텔에 대한 관심이 여전하다. 기존에 없었던 하이엔드 오피스텔은 소형 럭셔리 주거상품에 대한 열풍을 불러일으켰다. 오피스텔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며 프라이빗한 커뮤니티, 고급 아파트 단지에서나 볼 수 있는 설계와 자재, 그리고 호텔급의 수준 높은 서비스 등을 내세우며 시장의 관심을 끌어 모았다. 이 하이엔드 오피스텔에 대한 열기는 코로나19란 비상시국을 맞아 더 증폭된 측면이 강한데, 안전한 집에서 생활하고자 하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삶의 질을 높이는 주거 환경에 대한 선호도가 커진 것이 한몫했다.
하지만 하이엔드란 말에서 엿볼 수 있듯이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주거상품은 아니다. ‘소형 럭셔리’란 수식어에서 보듯이 범용성과는 거리가 있다. 분양가도 10억원이 넘어 웬만한 아파트 가격과 엇비슷하다. 때문에 이 신종 주거 상품의 수요층은 타깃이 명확했다. 전문직 고소득자 등 ‘영앤리치’, 즉 젊은 나이에 부를 축적한 이들이 주 대상이었다. 공교롭게도 이 같은 시장 전략에도 코로나19 상황이 힘을 보탰다. 코인 열풍, 비대면 산업 성장 등으로 우리 사회 영앤리치들이 여느 때보다 많아졌기 때문이다. 이 하이엔드 오피스텔이 2022년 연초 다시 시장에서 관심을 모으고 있는 것은 이 럭셔리 주거단지의 ‘실체’가 드디어 공개됐기 때문이다.
하이엔드 오피스텔 시장을 연 펜트힐 논현 전경.
현재 하이엔드 오피스텔을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곳은 서울 강남구에서 2019년 분양을 했던 펜트힐 논현이다. 준공 후 입주가 한창이다. 펜트힐 논현은 하이엔드 오피스텔로 처음 분양을 한 곳이기도 하다. 이에 이곳의 입주가 시작되자 말로만 럭셔리 주거상품인지, 실제 속살까지 고급화가 이뤄졌는지에 대한 궁금증을 가지고 있는 이들이 바쁘게 이곳으로 향하고 있는 것이다. 기자가 둘러본 펜트힐 논현은 전체적으로 분양 당시 내세웠던 고급 단지의 이미지를 풍기고 있었다. 출입구부터 호텔 리셉션 데스크를 연상케 하도록 설계됐고, 각 가구 내부는 이탈리아산 대리석 벽면, 이탈리아 명품 가구 브랜드인 유로모빌이 설치된 주방, 특화된 평면 등으로 력셔리 분위기를 뽐내고 있었다.
하지만 현재 펜트힐 논현이 정작 강조하는 것은 따로 있었다. 바로 프라이빗한 공간 속에서 입주민들만이 누릴 수 있는 ‘서비스’다. 시행사인 유림개발 측은 “아무리 외관이 고급스러울지라도 입주민들의 눈높이를 만족시키는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면 하이엔드 주거단지가 될 수 없다”면서 “이 부분에 신경을 많이 썼다”고 했다. 이를 위해 펜트힐 논현은 고급호텔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를 본떠 입주민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룸클린 서비스, 버틀러 서비스, 도시락 배달, 발레 파킹 등이 대표적인 예다.
고급 아파트단지에서 유행처럼 번진 조식 서비스도 제공한다. 이를 위해 호텔 근무 경력이 많은 셰프 등을 영입했다. 제철 식재료를 사용한 웰빙 식단부터 프렌치 코스요리까지 입주민들은 입맛대로 즐길 수 있다. 피트니스와 사우나·수영장 등으로 구성된 고급 스포츠시설도 건물 내에 들어서 있다. 입주민들은 이 같은 각종 서비스들을 자체 앱을 통해 이용할 수 있다. 현재 분양을 마치거나 분양을 하고 있는 하이엔드 오피스텔들이 내세우는 것은 펜트힐 논현이 선보이는 것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오히려 더 럭셔리로 치장하는 곳들이 많다.
펜트힐 논현에 들어선 수영장. 아래는 피트니스 센터 모습.
지난해 5월 분양한 원에디션 강남의 경우 일부 가구에 프라이빗 테라스를 도입하는가 하면, 독일제 명품 주방 가구 ‘지매틱’·미국의 주방 및 욕실 제품 브랜드인 ‘퀼러’ 등의 해외의 명품 가구 및 가전 등을 적용했다. 이처럼 내·외관을 럭셔리로 무장한 하이엔드 오피스텔 분양 열기는 올해도 계속되는데, 한 가지 주목할 점은 이들이 주로 자리 잡는 곳이 부동산 불패의 상징인 ‘강남’이라는 곳이다. 펜트힐 논현도 강남 대로변이란 알짜 부지에 자리 잡았고, 하이엔드 오피스텔을 내세우는 대부분의 분양 물량은 강남이란 입지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여기에는 고가 아파트가 즐비한 강남이란 상징성에다가, 이 같은 소형 럭셔리 물량을 소화해낼 수요층이 강남 말고는 없다는 점이 한몫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젊은 고액 자산가들이 강남에 얼마나 많을까 싶어도 의외로 이런 상품을 찾는 이들이 꽤 된다”면서 “특히 1인 가구 비중이 계속 높아지는 것을 감안할 때 신규 주택 공급 물량이 점점 줄어드는 강남에서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이 같은 하이엔드 소형 주거 상품에 대한 선호도는 점점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 자료에 따르면 올해 2021년 2월부터 올 1월까지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의 일반공급 물량은 224가구에 불과하다. 전년 같은 기간 공급 물량 1548가구의 약 15%에 그치는 수준이다. 주거의 질을 강조하는 하이엔드 오피스텔의 투자적 관점은 어떨까. 입지와 주거 트렌드를 고려해볼 때 그리 나쁘지 않다는 전망이다.
최근 부동산 시장이 침체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강남 부동산 시장도 그 여파에서 자유롭지 못하지만, 항상 강남을 향한 대기 수요가 넘쳐난다는 점은 무시 못 할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강남 부동산 시장도 크게 출렁였던 적이 있었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여전히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다만 옥석 가리기는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같은 강남이라 할지라도 교통과 편의시설 접근성 등이 좋은 곳과 그렇지 않은 곳과의 차이는 분명할 것이라는 것이다. 현재 펜트힐 논현의 입주자의 경우 월세 비율도 꽤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월 400만~500만원 정도의 시세가 형성돼 있다.
오피스텔 투자와 관련해 주의할 점은 올해부터 신규 분양하는 오피스텔도 잔금 대출에 DSR 규제가 적용된다는 점이다. 이전 물량은 이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다. 현재 강남 일대에 분양을 끝내고 건축 중인 하이엔드 오피스텔들은 10여 곳이 넘는다. 채정석 피알메이저 대표는 “코로나19 상황을 맞아 명품에 대한 소비가 급증하는 것처럼 주거에서도 이와 비슷한 욕구가 더 커진 측면이 있다”면서 “홍콩·일본 등에서 이미 10여 년 전에 유행을 했던 모델이 국내에서는 이제 막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고 전했다. 채 대표는 “다만 주거 명품의 경우 가격 측면에서 훨씬 더 장벽이 높은 만큼, 하이엔드 오피스텔은 틈새시장으로 바라보는 것이 맞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