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투자자들의 상장지수펀드(ETF)에 대한 사랑이 계속 커지고 있다. ETF는 ‘21세기 최고의 금융상품’이라는 수식어가 붙을 정도로 개별 주식 못지않게 투자 열기가 뜨겁다. 2021년 1~11월 미국 ETF 시장에 유입된 자금 규모는 1조달러로 2020년 전체 유입액 7357억달러를 가뿐하게 돌파했다. 가파른 성장세에 전 세계 ETF 순자산총액은 2021년 10월 9조7000억달러까지 불어났다.
한국 시장도 예외는 아니다. 국내 ETF 시장의 경우 2021년 1월부터 12월 1일까지 약 15조원의 자금이 유입됐다. 2021년 5월 순자산 60조원을 돌파했고, 12월에는 70조원까지 넘어서며 거침없는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순자산 100조원 시대도 머지않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향후 수년 안에 국내 상장 ETF 순자산이 300조원까지 불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2022년 새해를 맞아 이번 호에서는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는 ETF 시장에서 투자자들이 관심을 가져볼 만한 국내·미국 상장 ETF 각각 5개씩을 선별해 소개한다. 국내 ETF는 시장점유율 상위 5개 운용사로부터 각각 1개씩 추천을 받았다. 미국에 상장돼 있는 ETF는 운용규모(AUM), 수익률, 변동성 등을 고려해 5개의 상품을 엄선했다.
▶삼성·미래 “2022년에도 빅테크에 투자”
국내 1위 운용사인 삼성자산운용은 ‘코덱스(KODEX) 미국 메타버스 나스닥 액티브’를 2022년 투자 유망 상품으로 꼽았다. 그동안 국내에 상장한 메타버스 ETF는 국내 관련 기업에 투자했지만 이번 상품은 미국에 상장된 메타버스 관련 기업을 담는 것이 가장 큰 특징으로 꼽힌다.
삼성운용 관계자는 “메타버스는 웹(인터넷 시대의 pc세대)과 앱(스마트폰 기반의 모바일 세대)에 이은 새로운 테마로, 단기적이고 지협적이지 않고 장기적인 방향성을 가지고 있는 거대한 테마”라며 “메타버스 테마가 최근에 급부상하고 있다는 점에서 종목 편·출입이 자유로운 액티브 ETF가 적합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코덱스 미국 메타버스 나스닥 액티브는 기초지수를 100% 추종하는 패시브 상품이 아니라 70%만 추종하는 액티브 ETF다. 기초지수를 산출할 때 기반이 되는 약 200개 종목과 삼성운용 내부 리서치 추천 종목, 삼성액티브운용 리서치가 추천하는 종목 등 총 250여 개 종목 중 25~50개를 선별해 투자한다.
장기 고성장 종목, 비즈니스 모델이 우수한 기업, 혁신 선도기업, 재무 건전성을 갖춘 기업, 미래가치 대비 내재가치 저평가 기업 등에 투자하는 게 지수 대비 초과 수익률을 내는 핵심 전략으로 꼽힌다.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메타플랫폼(구 페이스북) 등 메타버스 핵심 빅테크 기업은 기본적인 편입 종목이 된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타이거(TIGER) 미국테크톱10 INDXX’를 추천했다. 2021년 4월 9일 상장해 불과 4개월 만에 순자산 5000억원을 돌파한 히트 상품이다. 상장 1년도 안 돼 12월 15일 현재 1조1300원으로 규모가 불어날 정도로 개인투자자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 상품은 미국 나스닥 기술 기업 중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에 집중 투자하는 게 가장 큰 특징이다.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 아마존 등 상위 10개 종목이 나스닥100 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0%가 넘을 정도로 높다. 12월 15일 기준 6개월 수익률은 25.88%에 달한다.
미래에셋은 2022년에도 빅테크 10곳에 집중 투자하는 전략이 높은 성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KB·한투 “친환경”, NH는 “명품”
KB자산운용과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친환경 관련 ETF에 2022년에 유망할 것으로 내다봤다. 탄소중립(넷제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전 세계적으로 화석연료에서 재생에너지 쪽으로 에너지 전환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한 투자 전략으로 풀이된다. 친환경 산업에서 새로운 성장 스토리가 나올 수 있다는 기대감도 반영하고 있다는 평가다.
KB운용은 ‘KBSTAR 글로벌클린에너지 S&P’를 추천했다. 2021년 10월 21일 상장한 ETF로 국내외 풍력, 태양광, 수소 등 친환경 에너지 관련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 지난 11월 15일~12월 15일 한 달간 수익률은 -13.72%로 좋지 않은 상황이지만 기후변화 위기에 대응하다 보면 결국 친환경·클린에너지 산업에서 성장이 나오고 주가도 오를 것으로 KB운용은 내다보고 있다. 장기 투자에 적합하기 때문에 개인연금·퇴직연금에서 투자하는 방법도 고려해볼 수 있다.
한투운용의 ‘킨덱스(KINDEX) 미국친환경그린테마INDXX’는 조 바이든 정부에서 미국 친환경 산업이 크게 성장할 것이라는 기대를 반영한 상품이다. 한투운용 관계자는 “기존 대부분의 친환경 상품들이 신재생에너지 관련 산업에 집중하고 있는 한계에서 벗어나 친환경 산업 전반에 걸친 기업들을 7가지 테마로 분류해 집중 투자한다”고 밝혔다.
7가지 테마는 ▲친환경 운송수단 ▲재생에너지 ▲친환경 연료 ▲친환경 에너지 장비 ▲환경오염 통제 ▲폐기물 처리 ▲환경 개발·관리 등이다. 7가지 테마 관련 분야에서 매출이 50% 이상 발생하는 미국 상장 종목 중 약 50개를 선별해 투자하고 있다. 2021년 8월 5일 상장했으며 11월 15일~12월 15일 1개월 수익률은 -13.25%로 부진한 모습이다. 2021년 성과는 나쁘지만 장기적으로 친환경 산업에서 성장이 나오면서 수익률이 개선될 것으로 한투운용은 전망하고 있다.
NH아문디자산운용의 톱픽은 ‘하나로(HANARO) 글로벌 럭셔리 S&P’로 이 상품은 국내 최초·유일 명품 테마 ETF이다. 명품, 고급 자동차, 식음료 등 사치재 산업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LVMH(루이비통), 테슬라, 에스티로더, 다임러(벤츠), 룰루레몬, 나이키 등을 편입하고 있다.
국내 브랜드 중에서는 아모레퍼시픽, 강원랜드, 신세계 등을 담고 있는데 비중은 1% 미만이다. 2020년 5월 21일 상장했으며 2021년 12월 15일 기준 6개월 수익률은 7.13%를 기록하고 있다. 1년 수익률은 34.23%로 투자 성과를 어느 정도 입증했다는 평가다.
NH아문디운용 관계자는 “코로나에도 불구하고 명품소비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관련 기업의 주가도 호조를 보이고 있다”며 “럭셔리 브랜드에 대한 선호는 경기와 관계없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며 향후에도 안정적인 성과를 기록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미국 나스닥 기술기업
▶미국 상장 ETF…
성장·고수익은 QQQ·SOXX
최근 국내 투자자들의 투자 트렌드 중 하나는 미국에 상장돼 있는 개별 종목뿐만 아니라 ETF에도 투자를 늘리고 있다는 점이다. 증권예탁결제원에 따르면 2021년 12월 15일 현재 국내 서학개미들이 가장 많이 투자하고 있는 미국 상장 ETF는 ‘인베스코 QQQ 트러스트(Invesco QQQ Trust·QQQ)’로 13억달러가 넘는다.
QQQ는 나스닥100 지수를 추종하는 초대형 ETF로 운용규모는 2000억달러가 넘는다. 나스닥100 지수는 나스닥에 상장한 기업 중 금융주를 제외한 시가총액 상위 100개 기업으로 구성된다. 기술주 위주의 투자라는 점에서 ‘테크놀로지 셀렉트 섹터 SPDR 펀드(Technology Select Sector SPDR Fund·XLK)’와 비교된다.
QQQ는 애플과 마이크로소포트 비중이 10% 조금 넘고 총 103개 종목으로 구성된다. 반면 XLK는 미국 상장주식 시가총액 1, 2위 기업인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 비중이 각각 20% 이상으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종목 수도 78개로 QQQ보다 압축된 포트폴리오를 갖고 있다.
서학개미들 사이에서는 미국 반도체 산업에 투자하는 ‘아이셰어스 세미컨덕터(iShares Semiconductor·SOXX)’의 인기도 상당하다. 아이셰어스는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 ETF 브랜드명이다. SOXX로 불리는 이 ETF는 규모가 100억달러에 육박한다.
미국의 반도체 산업도 대표적인 성장 섹터로 분류된다. 국내 반도체 산업 밸류체인이 경기에 민감한 메모리 반도체 위주로 돼 있다면 미국의 반도체 산업은 시스템 반도체 설계만 전문으로 하는 팹리스(Fabless) 위주라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시스템 반도체 산업은 일반적으로 메모리 반도체와 달리 경기에 덜 민감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여의도 한국투자증권 영업점에 해외주식과 ETF 관련 안내문들이 비치되어 있다.
SOXX의 구성종목을 보면 그래픽카드(GPU) 설계를 전문으로 엔비디아, 통신용 반도체 설계 기업인 브로드컴과 퀄컴, 중앙처리장치(CPU)와 GPU를 모두 설계하는 AMD 등 미국은 물론 세계 시장을 주름잡는 팹리스 기업들이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갈수록 증가하는 데이터 수요에 대응하고 자율주행과 인공지능(AI), 5G 등이 확산될수록 이들 기업의 성장과 매출·이익 확장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글로벌 메가트렌드로 자리 잡아가는 메타버스 역시 시스템 반도체 생태계의 성장을 촉진하고 있다.
미국 반도체 밸류체인에 레버리지 투자를 해 더 많은 수익을 얻고 싶다면 ‘디렉션 데일리 세미컨덕터 불 3x 셰어즈(Direxion Daily Semiconductor Bull 3x Shares)’에 투자하면 된다. 이 상품의 코드(티커)는 SOXL로,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의 일간 수익률 3배를 추구한다. 오늘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가 2% 오르면 6% 오르고, 반대로 2% 내리면 6% 내리는 식이라고 생각하면 쉽다. 물론 정밀한 계산 방식은 아니다.
‘반에크 세미컨덕터(VanEck Semicon ductor·SMH)’도 대표적인 반도체 ETF로 꼽힌다. SOXX와 가장 큰 차이는 대만의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업체인 TSMC 비중이 엔비디아와 비슷한 수준으로 높다는 점이다. SOXX가 추종하는 지수는 ‘아이스 세미컨덕터 섹터 인덱스(ICE Semiconductor Sector Index)’지만 SMH는 ‘MVIS US 리스티드 세미컨덕터 25(MVIS US Listed Semicon ductor 25)’를 추종한다.
▶변동성 대응하려면
안정성 높은 QUAL·SCHD
2022년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을 3월에 종료하고 적어도 1~2차례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높다. 세 차례 금리를 올릴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서는 경기 위축 우려에도 연준이 금리 인상 카드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가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물가는 안 잡히고 금리마저 올라가는 상황이 겹치면 주가의 변동성은 높아지기 쉽다. 이런 변동성 장세에서는 재무 건정성과 이익 안정성이 높은 기업에 투자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변동성 장세에서도 독보적인 제품·서비스 경쟁력(경제적 해자)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주가 흐름을 보이는 종목을 ‘퀄리티 주’라고 부른다. ‘아이셰어스 MSCI USA 퀄리티팩터(iShares MSCI USA Quality Factor·QUAL)’는 미국에 상장한 100개 이상의 퀄리티 주에 분산투자해 안정적 수익을 추구하는 대표적인 퀄리티 ETF다. QUAL의 편입 종목을 보면 메타플랫폼, 나이키, 존슨앤드존슨,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코스트코, 엔비디아 등의 비중이 높은 편이다. 2017~2021년 5년간 연평균 수익률이 17% 정도로 안정적인 성과를 입증하고 있다.
‘슈와브 US 디비던드 에쿼티(Schwab US Dividend Equity·SCHD)’는 변동성이 높은 조정장에서 유효한 배당투자 전략을 ETF에 접목했다. 10년 이상 배당을 계속해온 기업들을 편입해 배당수익은 물론 주가 상승에 따른 자본 차익까지 기대한다. 적어도 10년 이상 배당을 해온 기업이라면 단단한 사업 모델을 갖추고 있어 요동치는 시장 상황 속에서도 주가의 하방 압력이 덜할 것이라는 믿음을 전제로 한다.
SCHD가 주당 배당금을 매년 조금씩 늘리고 있다는 점도 매력적인 투자 포인트다. SCHD를 운용하는 찰스 슈와브에 따르면 2016년 주당 배당은 1.258달러였지만 2020년 2.2084달러까지 증가했다. 주가가 제자리라도 은행보다는 높은 금리를 기대할 수 있다는 뜻이다. 수수료가 연 0.06%로 낮은 것도 강점이다.
▶탄소배출권 가격 계속 오른다… KRBN
2021년 미국에 상장한 ETF 중 투자자들에게 가장 많은 수익을 안겨준 상품(레버리지 제외)을 꼽으라면 ‘크레인셰어스 글로벌 카본 스트래티지(KraneShares Global Carbon Strategy·KRBN)’가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간다. 유럽과 미국에서 탄소배출권 선물 가격이 2021년 급등하면서 KRBN의 연간 수익률도 100%를 돌파할 정도로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KRBN은 유럽과 미국의 탄소배출권 선물에 투자한다. 유럽과 미국 배출권 비중은 약 7 대 3으로 글로벌 시장 규모를 반영하고 있다. 유럽은 미국보다 탄소배출 감축 등 기후변화 대응에 적극적이다. 전기차 판매량만 봐도 2021년 1~10월 미국은 49대지만 유럽은 173만 대에 달한다.
KRBN의 수익률은 탄소배출권 선물 가격에 연동된다. 배출권은 보관비용이 없어 근월물과 원월물 간 가격 차이가 미미하다. 이에 따라 선물 투자에서 발생하는 롤오버 비용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배출권 수요는 늘어나는데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각국 정부가 배출권 공급(할당)은 줄이거나 줄일 계획이라 중장기적으로 배출권 가격은 우상향할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많다.
다만 2021년 배출권 가격이 지나치게 많이 올라 기업들의 배출권 구매 부담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은 각국 정부의 개입 가능성을 높인다. 일부 투기 수요가 붙어 있다는 점도 정부 개입에 따른 가격 통제 가능성에 무게를 싣는다. 이에 따라 2022년에는 2021년과 같은 기록적인 수익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