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호부터는 사상체질별 건강관리편이다. 원래 건강관리는 한의사나 의사의 영역이어서 다루지 않으려고 했다. 그러나 지난호의 스트레스관리에 대한 독자들의 의견이 괜찮아서 보다 깊은 건강관리 영역도 다루기로 했다. 물론 필자는 교육학자나 심리학자의 입장에서 음식, 운동, 생활습관 등을 다룬다.
먼저 소음인편이다. 소음인의 장부학적 특성은 신대비소(腎大脾小)이다. 이것은 신장, 방광, 생식기의 기능은 강하고 비장, 위장, 췌장은 약한 체질이다. 또 소음인의 화학적인 특성은 몸이 대체로 차가운 체질이다. 몸이 차가운 상태에서 위장이 약하기 때문에 설상가상으로 소화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소음인은 늘 먹거리를 신경 써야한다. 예로 몸의 온도와 비슷하거나 약간 높은 온도가 좋고, 소화가 잘되는 음식이면 더욱더 좋다. 소화기가 약하기 때문에 차가운 음식을 먹었을 때 위장은 상당한 부담을 느낀다. 소화시키느라 모든 에너지를 소모해서 기진맥진한 상태가 된다. 애당초 따뜻한 음식을 먹으면 소화에 도움이 된다.
강의시간에 말하는 사례가 있다. “소음인은 팥빙수를 절대 드시지 마세요. 꼭 드시고 싶으면 전자레인지에 5분 데워서 드십시오”라고 말하면 한바탕 크게 폭소가 터진다. 팥은 소화액이 침투가 잘 안되고 게다가 성질이 매우 차서 소화하기 힘든 음식이다. 거기에 얼음 빙수까지 곁들였으니 위장은 정말 죽을 지경이 된다. 팥빙수를 데워서 팥죽으로 먹어도 팥이 찬 성분이라 소화가 쉽지 않다. 그나마 데워서 먹으면 소화하는 데 조금 이로울 것 같아서 강연 때 늘 말하는 대사다. 결국 차가운 음식이 소음인의 위장에 맞지 않으니 최대한 멀리 하라는 차원에서였다.
또 “회도 드시지 마세요. 꼭 드시고 싶으면, 탕을 먼저 시키세요. 그리고 그 회를 탕에 넣어서 푹 끊여서 드십시오”라는 얘기도 자주 한다. 회는 날것으로 차가운 성질이다. 미식가인 소음인의 입에는 맞지만 소화에는 안 맞는다. 그래서 회를 탕에 넣어서 익혀서 먹으라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한 것이다. 날것인 회가 소음인에게 맞지 않다는 것을 강조하기위해서다.
스트레스에 가장 민감한 장기가 위장이라는 것은 의학적인 상식이다. 소음인은 스트레스에 가장 취약하다는 것도 일반적인 얘기다. 그래서 위장이 약하게 태어난 소음인은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설상가상으로 더 약해진다. 이때는 음식 먹는 행복을 포기하는 것이 좋다. 다른 체질은 스트레스 받을 때 보통 맛있는 음식으로 해소하지만, 소음인은 음식으로 해소하면 낭패를 본다. 소음인은 운동이나 대화를 통해서 스트레스를 푸는 것이 급선무다.
또 불편한 사람과의 식사는 금물이다. 편안한 사람과도 소화하기 힘든 판이다. 그러니 불편한 사람과의 식사는 애당초 차단하는 것이 좋다. 강연 중에 “소음인은 스트레스 주는 사람과 식사하지 마세요. 사준다고 해도 절대 따라 가지 마세요. 혼자 편안히 드세요.”라고 할 정도로 소음인은 분위기에 의해 소화력이 결정 난다. 마음 편한 사람과 식사하기를 권장한다. 최고의 식사습관은 마음이 통하는 사람과 좋은 대화를 나누면서 천천히 하는 것이다. 부득이 불편한 사람과의 어쩔 수 없는 식사자리는 참석은 하되 속이 좀 불편하다고 핑계대고 차나 한 잔 하면서 한 끼 정도 굶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또 소음인은 소화를 위장에서 시키는 것이 아니라 입에서 시켜야만 하는 운명을 타고 났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고로 식사하는 시간을 한 시간 정도로 잡고 꼭꼭 씹어서 입에서 거의 소화를 다 시켜 내려 보내야 한다. 충분히 씹어서 침이라는 소화액과 완전히 혼합되어야 약한 소화력이 보충된다. 여기에 소화까지 잘 되는 담백한 음식을 먹는다면 더 없이 좋다. 담백하고 따뜻한 음식은 주로 한식종류에 많다. 그래서 소음인인 필자도 한식을 가장 좋아한다. 가장 싫어하는 것은 기름진 중식과 차가운 회가 있는 일식이다. 따뜻한 국물이 있는 한식이야말로 소음인을 위한 최고의 식단이다. 채소도 익혀서 먹는 것이 좋고, 너무 맵고 짠 음식은 맞지 않다. 이처럼 소음인은 건강관리의 70%가 영양식단과 식사습관에 달려 있다는 것이 핵심이다.
다음으로 소음인의 저질체력을 위해서는 늘 운동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걷기 운동이 가장 좋다. 부담도 없고 어디서든 할 수 있다. 차가운 소음인의 몸을 데워주는 딱 맞는 운동이다. 몸이 데워지면 마음도 따뜻하게 데워진다. 신경이 많이 안정화되어서 우울증과 불면증에 도움 된다. 걷기는 하루에 한 시간 정도가 좋다. 여기서 걷기운동의 핵심은 반드시 햇빛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걸어야 ‘멜라토닌’이라는 수면과 관련된 호르몬이 잘 나와서 불면증 개선에 도움 된다. 또 ‘세로토닌’이라는 행복 호르몬도 활성화되어 우울증 개선에 좋다. 더불어 좋은 경치를 보며 마음도 즐거운 상태에서 걸어야 한다. 자연의 경치로 인해 마음의 여유가 생겨 정신적인 스트레스도 많이 해소된다.
필자는 강의 중에 “소음인은 꼭 햇빛을 받으며 걸어야 합니다. 그래야만 몸의 운동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운동까지 할 수 있습니다. 햇빛은 양의 기운이 강해서 음의 기운이 강한 소음인의 정신을 밝게 만들어 주는 데 최고입니다”라는 말을 자주 한다. 이것은 네 가지 체질 중에 정신적으로 가장 어두운 소음인에게 최고의 자연 에너지인 햇빛을 잘 활용하라는 의도다. 특히 소음인은 경쟁이 심하거나 강한 운동인 축구나 등산 등은 맞지 않다. 신경을 많이 써야 하는 골프 같은 운동도 별로다. 아무 부담 없이 자연을 즐기면서 편안하게 하는 운동이 좋다. 운동할 때 스트레스를 받으면 운동의 효과보다 스트레스로 인한 부작용이 더 크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소음인에게 꼭 필요한 운동은 근력운동이다. 통계적으로 몸이 왜소하고 근력이 약한 사람이 많다. 그래서 늘 근력운동을 하루에 20~30분 정도 권장한다. 근력운동은 약한 근육을 발달시켜서 몸을 따뜻하게 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근육은 몸의 난로이기 때문이다. 근육을 키우는 것은 추위를 이길 수 있는 최선의 방법 중 하나이다. 추운 겨울이나, 나이 먹었을 때나, 병에 걸렸을 때, 전천후용으로 크게 도움이 된다. 근력운동과 병행해서 물도 많이 마셔야 한다. 다른 체질에 비해 몸에 수분이 부족한 편이고, 수분 섭취도 잘 하지 않는 소음인에게 물은 꼭 필요한 영양제다. 보통 하루에 1.5리터 이상은 마시기를 당부한다.
소음인이 네 체질 중에 제일 약골이라는 것은 많은 분들이 아는 바이다. 그래서 그런지 소음인의 건강에 대한 연구가 제일 많이 나와 있다. 필자도 소음인으로서 어려움을 겪어 왔고 많은 소음인들이 현재 힘들어하고 있다. 그런 시기에 소음인 분들의 건강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면서 이번 칼럼을 정리한다.